“우리 이 이야기 몇번째 하는 거야?”
친구와 난 몇달 만에 만났다.
“네번째 같아.”
“만날 때마다 같은 이야기만 하는 것 같아.”
“만나지 않을 때 한 것도 합치면 네번 넘을지도.”
“그러고 보니, 그러네. 난 요새는 가고 싶은 곳 별로 없어.”
예전에 친구는 가고 싶은 곳이 많았다. 갔다 온 곳이 많아서 더는 가고 싶은 곳이 없는지도. 난 물을 조금 마시고 말했다.
“요새 난 하루키 소설에 나온 ‘고양이 마을’에 가 보고 싶어.”
“아, 거기? 정말 있을까?”
“나도 몰라.”
어렴풋이 생각나는 고양이 마을. 소설을 봤을 때는 그렇게 마음 쓰지 않았는데, 갑자기 거기가 생각났다.
“그러면 난 미하엘 엔데 소설 ‘끝없는 이야기’ 속 세상에 갈까 봐.”
“그거 멋지겠다.”
“그렇지. 우리가 모르는 어딘가에 책속 세상이 있을지도 모르지.”
“응.”
내가 가끔 생각하는 걸 친구가 먼저 말했다. 어쩌면 우린 언젠가 같은 책속 세상에 갈지도 모르겠다. 아니, 지금 우리 둘레가 이상하다. 벌써 우린…….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