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불 8
최명희 지음 / 매안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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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농민이 먹고 살기 힘들어서 일으킨 동학농민혁명 뒤에 공노비와 사노비는 없어졌다. 그게 동학이 일어난 다음인지 전인지 분명하게 모르지만, 이런 말하니 창피하구나. 《혼불》에 그게 언제인지 나왔을지도 모를 텐데 몇년인지 기억하지 못하다니. 어쨌든 동학 전후가 아닌가 싶다. 매안에는 여전히 노비가 있었다. 있었다는 거 이제 안 걸지도. 이번에 본 《혼불》 8권, 4부 꽃심을 지닌 땅에서 강호는 이기채한테 노비를 풀어주라 한다. 강호는 조카일 텐데, 어쩐지 이 말은 강모가 해야 할 것 같은데. 강모는 종손이 부담스러워 집에서 달아났구나.


 강호는 사리반서방이기도 하다. 그런 거 여성한테만 붙이는 게 아닌가 보다. 사리반댁이나 사리반서방 둘 다한테 붙인다. 강모는 효원이 집인 대실서방이다 했다. 전에도 말했지만 《혼불》은 이야기가 앞으로 잘 가지 않는다. 이번 8권은 더했다. 백제 이야기를 하고 신라 후백제 고려 그리고 조선. 매안에 사는 이씨 집안 조상은 바로 조선을 세운 이성계였다. 전주 이씨라고. 경주를 천년 고도다 하는 건 알았는데, 전주도 천년 고도인지는 이번에 알았다. 역사는 어디에서 보는가에 따라 다르게 보이겠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할 때 당나라 힘을 빌렸구나. 동학혁명이 일어났을 때는 일본 힘을 빌리지 않았던가. 청나라한테도 도움을 청했지만 일본하고 조약이 있어서 조선에 오기 어려웠던가.


 일본과 청나라가 싸움을 일으킨 뒤 만주가 일본으로 넘어가고 말았던가. 그 만주 이야기도 나왔다. 강호는 이기채한테 강모와 강태가 만주 봉천에 있다는 말을 해주었다. 이기채는 전주 이씨 선조가 일구어낸 땅에 강모가 있어서 다행이다 여겼다(만주가 그렇다고 한다). 기표는 만주에 한번 가 볼 생각인가 보다. 아들 강태가 그곳에 있으니. 매안 이씨 집안에서 제대로 생각하는 건 강호뿐인 것 같기도 하다. 강호 할아버지인 이헌의도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강호는 춘복이와 백단이 만동이가 매 맞은 걸 안타깝게 여기고 밤에 거멍굴에 찾아간다. 공배네가 강호를 만났을 때 강실이 이야기를 하려다 말았다. 아쉽다 공배네가 말했다면 좋았을걸. 강호는 춘복이와 백단이 만동이한테 약이라도 지어 먹으라고 자신이 일본에서 번 돈을 주었다.


 공배네는 춘복이를 어릴 때 거두어 길렀지만, 춘복이는 공배네나 공배를 어머니 아버지다 하지 않았다. 춘복이가 어머니 아버지 했다면 옹구네가 그렇게 공배네를 함부로 대하지 않았을 텐데. 옹구네는 공배네한테 춘복이와 아무 사이도 아니지 않느냐 하고 춘복이 수발을 자신이 들었다. 공배네는 그걸 서럽게 여겼다. 춘복이가 걱정되는데 아무것도 못해서. 공배네는 강호가 준 돈으로 약을 지어 다려 먹여야지 했는데, 그 돈은 옹구네가 가져갔다. 그걸로 춘복이한테 약을 지어 먹였다면 좀 나았을 텐데, 옹구네는 춘복이 아이를 낳아야겠다 생각하고 자기 약을 지었다. 어느 순간 ‘혼불’ 중심인물이 옹구네가 되기도 했다. 옹구네를 보면 《토지》에 나온 임이네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옹구네와 임이네는 많이 다르다.


 옹구네가 강호가 춘복이한테 준 돈을 가져간 걸 알고 공배네는 옹구네가 강실이 짐을 넘본다고 여겼다. 공배네는 강실이를 자기 집으로 데려가려 했는데, 옹구네가 와서 그러지 못했다. 참 아쉽구나. 강실이가 옹구네 집보다 다른 데 있는 게 나을 것 같은데. 공배네는 왜 그 생각 나중에 했을까. 강실이는 강실이대로 살 마음이 없어 보인다. 공배네와 옹구네가 자신을 사이에 두고 실랑이를 벌이자 자신을 죽였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두 사람은 강실이를 내팽개치고 싸웠다. 오류골댁은 강실이가 절에 갔겠지 여겼는데. 아주 가까운 곳에 강실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될지, 죽 모를지.


 마지막에 나온 ‘어느 봄날의 꽃놀이, 화전가’는 판소리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그건 사리반댁이 제목처럼 어느 봄날 꽃놀이 할 때 지은 노래였다. 앞부분에서 한 옛날 이야기도 판소리 같았는데. 일본이 많은 걸 빼앗아 가서 이젠 봄이 와도 꽃놀이도 화전도 부치지 못한다. 사리반댁은 강호 부인이다. 두 사람은 떨어져 지내면서도 편지를 나누었다. 효원은 그걸 부럽게 여기기도 했다. 지금 조선이 어떤지 마지막에야 나오다니.




희선





☆―


 베풀고 냉정해야 사람들은 어려워해. 평생토록 책임질 수 있는 것도 아니면서 섣부르게 베푸는 시늉하는 것은 오히려 무서운 원심(怨心)의 근원이 되기 쉬운즉, 이런 어리석음은 결코 저질러서는 안 된다.  (2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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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9 05: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10 0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死にゆく者の祈り (新潮文庫)
나카야마 시치리 / 新潮社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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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 가는 사람의 기도

나카야마 시치리



 




 다카나와 겐신은 교회사(敎誨士)로 사형수한테 종교를 가르치고 죄를 뉘우치게 하는 일을 했다. 교회사라는 건 처음 봤지만, 신부나 스님이 형무소에서 수감된 사람을 만나는 건 알았다. 겐신은 정토진종 스님이다. 한국은 사형집행 거의 안 하던가. 일본은 자주는 아니더라도 사형집행을 하는 것 같다. 그러니 소설에 사형수 이야기 나오기도 하겠지. 사형 당한 사람이 죄가 없을 때는 어쩌려고. 실제 그런 일 없지 않을 거다. 누명을 쓰거나 경찰이 허위자백을 하게 해서 사형을 받는 사람도 있을 거다. 그러고 보니 일본에서는 두사람인가 세사람 이상을 죽이면 사형이다 한 것 같다. 정상참작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번에 만난 책 《죽어 가는 사람의 기도 死にゆく者の祈り》에도 사형수가 나온다. 겐신은 다른 사람 대신 구치소 수감자한테 종교 강의를 하다가 사형수인 세키네 요이치를 보게 된다. 세키네는 겐신과 대학 때 같은 산악 동아리였다. 겐신은 어쩌다가 세키네가 사형수가 되었을까 한다. 대학생 때 겐신과 세키네 그리고 선배인 아사미는 산에 갔다가 조난당한다. 그때 세키네는 겐신과 아사미를 구해줬다. 겐신은 자신과 아사미 목숨을 구해준 세키네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어한다. 겐신은 교회사로 세키네가 어떤 일을 일으킨 건지 알아본다. 세키네는 다섯해 전에 아사마루 마사시와 즈카하라 미소노가 자기 코를 보고 웃어서 화가 나서 두 사람을 칼로 찔러 죽였다고 한다. 어쩐지 좀 허술하지 않나. 내가 보기에도 그런데. 경찰은 범인이 자백하는 거니 그걸 믿었을지도 모르겠다. 겐신은 그런 게 세키네 같지 않았다. 세키네는 자기 코를 부끄러워하거나 열등감을 느끼지 않았다. 세키네는 다른 사람이 자기 코를 놀린 걸로 화를 낼 사람이 아니었다.


 책을 보면서 세키네가 누군가를 대신해 죄를 뒤집어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사람으로는 자식이 가장 먼저 떠올랐는데 세키네는 혼자였다. 겐신은 세키네한테 죄가 없을지도 모른다 여기고 검찰에 판결문을 보여달라고 한다. 그런 건 검사가 있는 데 가서 신청해야 할 것 같은데 겐신은 편지를 썼다. 겐신이 편지를 쓰고 시간이 좀 흐르고 판결문이 겐신한테 온다. 그런 거 보여달라고 하면 보여주기도 하는구나. 끝난 사건이다 생각해서였을까. 겐신이 교회사여서일지도. 세키네가 솔직하게 말하면 좋을 텐데 세키네가 말하지 않아서 겐신이 알아본 거구나. 겐신은 변호사도 만나 본다. 세키네를 담당한 형사도. 세키네를 담당했던 형사는 제대로 대응해주지 않았다. 그때 기록을 맡은 형사 후미야가 관심을 가진다.


 경찰은 잘못한 게 있어도 드러내지 않으려 할 거다. 후미야는 다섯해 전에 세키네가 말했을 때 이상함을 느꼈다. 그런 건 그때 바로 말해야지 이제야 말하다니. 시간이 흐르고도 아예 말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을까. 후미야는 겐신과 세키네가 대학생 때 이야기를 듣고 세키네가 두 사람을 죽이는 데 썼다는 칼 사진을 보여준다. 그걸 본 겐심은 세키네가 즐겨쓰는 칼이 아니다 했다. 후미야는 다른 일도 있을 텐데 겐신과 함께 다섯해 전 사건을 다시 알아본다. 그러다 죽임당한 즈카하라 미소노한테 헤어진 남자 친구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류군이라는 이름에서 구로시마 류지라는 이름에 이른다. 구로시마 류지는 세키네가 젊을 때 모습과 많이 닮았다. 세키네한테는 아들이 있었다. 아들을 찾는다고 바로 풀릴 것 같지는 않았는데 정말 그랬다.


 얼마 뒤 겐신은 세키네 사형집행을 한다는 걸 알게 된다. 앞으로 닷새 남았다 생각했는데 하루가 지나고 바로 사형집행을 한다고 했다. 세키네는 사형집행 당할까. 사형이 있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하려는 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하는 사람 잘 알아봐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죄를 지은 사람이 자백하면 경찰은 그걸 검증한다고 하던데, 세키네는 검증을 제대로 안 했나 하기도 했다. 교회사 이야기를 조금 알게 됐구나. 겐신도 힘든 일이 있어서 스님이 됐다. 시간이 흐르고 자신을 구해준 친구를 만나고 이번에는 자신이 친구를 구하고 싶었겠지. 그뿐 아니라 자기 죄도 갚고 싶어했다. 어쩌면 그건 평생 갚아야 할지도.


 사형 반대한다고도 찬성한다고도 말하기 어렵다. 차라리 가해자가 사형 되면 피해자 식구 마음이 조금이라도 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가해자가 죽는다고 피해자가 살아 돌아오지는 않는다. 무기징역이 되면 세금으로 죄인을 먹여 살린다고 생각하는구나. 누명이나 다른 사람 대신 죄를 뒤집어 쓰고 사형 당하거나 사형 판결을 받으면 어떻게 하나. 그런 일도 없어야 할 텐데.





 *책 제목을 ‘죽어 가는 사람의 기도’로 썼는데, 책을 보니 ‘죽으러 가는 사람의 기도’로 하고 싶기도 하다. 사형수고 자신이 그렇게 되기를 바랐으니. 죽어 가는은 병에 걸린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나도 잘 모르겠다. 여전히 일본말 잘 모르는구나. 읽어도 그렇게 잘 읽는 건 아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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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11-30 2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종교사라... 만일 번역된다면 목사나 전도사로 번역하지 않을까요?
울나라에선 그렇게 부르지 않으니 하는 직능으로 봐선 왠지 그럴 것만 같다는...
이거 번역본 없겠죠? 희선님이 부럽네요.

희선 2023-12-01 02:45   좋아요 1 | URL
교회사(敎誨士)는 법률 용어로, 국가 공무원 관명에서 하나고 죄수를 교화하는 일을 맡아본다고 합니다 겐신은 스님이어서 수감자한테 종교를 가르치고 교화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교회사가 되려고 공부를 했다는 말 있었던 것 같아요 종교인이라고 해서 누구나 수감자를 만나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지금 생각하니 그런 거 잘 모르는군요 교화사라 했다면 바로 알았을지, 지금 찾아보니 교회사로 바뀌었다는 말이 있네요 교회사는 다른 종교인도 될 수 있겠습니다 법률 용어였다니, 이걸 먼저 찾아봐야 했는데 그저 책에 쓰인 것만 봤습니다

stella.K 님 2023년 마지막 달이네요 이달 건강하게 즐겁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희선

stella.K 2023-12-01 10:10   좋아요 1 | URL
네. 희선님도 남은 한 달 알차고 보람있게 잘 마무리하시기 바랍니다.^^

희선 2023-12-06 01:41   좋아요 0 | URL
한해 마지막 달이라니... 어느새 그때가 다가왔네요 이달 마지막 날을 맞이하고 다음날을 맞이하면 좋겠네요 stella.K 님 늘 건강 잘 챙기세요


희선

서니데이 2023-12-01 2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본은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은데도, 번역본 책을 읽다보면 낯선 것들이 많더라구요.
희선님, 오늘부터 12월입니다. 늘 건강하고 좋은 일들 가득한 연말 보내세요.
즐거운 주말과 따뜻한 금요일 되세요.^^

희선 2023-12-06 01:43   좋아요 0 | URL
일본과 한국 비슷한 것도 있지만 다른 것도 많겠지요 다른 나라 사람이니... 사형제도도 일본은 여전히 있는 것 같기도 해요 바로 집행하지는 않아도...

십이월 하루하루 잘 가는군요 가는 시간이 아쉬워도 그렇게 잘 지내지 못하는 듯합니다 남은 시간이라도 잘 지내고 싶네요 서니데이 님 늘 건강 잘 챙기세요


희선

서니데이 2023-12-05 20: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올해의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따뜻한 연말 좋은 시간 보내세요.^^

희선 2023-12-06 01:44   좋아요 1 | URL
벌써 나왔군요 알라딘은 어느새 한해 정리를... 정리라기보다 결산... 서니데이 님 고맙습니다


희선
 
死にゆく者の祈り (新潮文庫)
나카야마 시치리 / 新潮社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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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 가는 사람의 기도》. 자백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범인일까. 경찰은 제대로 수사해야 하는 거 아닌가. 죄 없는 사람이 사형 당하면 어쩌려고.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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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12-05 2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백했다고 해도 증거가 있어야지요. 자백만 믿고 수사를 중단하는 건 위험한 것 같습니다.
희선 님의 의견에 동의함.^^

희선 2023-12-06 01:26   좋아요 0 | URL
자백만 듣고 제대로 증거를 모으지 않는 일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검증을 제대로 해야 할 텐데...


희선
 
혼불 7
최명희 지음 / 매안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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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반이든 상민이든 사람인데, 옛날엔 신분제도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 신분제도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신라 시대에도 있었으니 말이다. 신라를 말하다니. 고구려 백제도 다르지 않았겠다. 신분을 만든 건 힘 있는 사람일 거다. 사람을 자기 마음대로 지배하려고 말이다. 오랫동안 이어져서 많은 사람은 그걸 당연하게 여겼겠다. 난 옛날에 태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다. 별로 좋은 신분은 아닐 것 같아서다. 지금도 다르지 않지만, 돈 받지 않고 다른 사람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은 신분제도는 없지만 빈부 차이는 심하다. 계급이 아주 없지 않다. 옛날보다는 사람이 자유롭게 살지만, 뭔가 보이지 않는 벽이 가로막는 느낌은 있다. 사람은 다 사는 게 다른데, 그런 거 느끼지 않는 게 이상한 건가.


 이 책 《혼불》을 보니 비밀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안 볼 것 같지만 누군가는 어떤 일을 본다. 그건 작가가 그렇게 쓴 거지만. 현실에서도 그럴까. 누군가 숨기려는 일을 우연히 보는 사람 있을까. 난 그런 적 없구나. 《혼불》 7권은 ‘4부 꽃심을 지닌 땅’이다. 강실이네 집에 큰일이 일어났다는 걸 눈치챈 기표는 아침에 강실이네 집으로 오다가 안서방네가 강실이를 업고 오는 모습을 본다. 안서방네는 강실이가 저수지에 몸을 던지려 했을 때 막았다. 이번에도 강실이 말이나 생각은 아주 조금 나온다. 강실이를 이렇게 쓰다니. 여기 나오는 여성이 다 그런 건 아니다. 강실이로 나타내고 싶은 건 뭘까.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여성은 아닌 것 같은데. 효원이 강실이를 자기 친정과 가까운 절로 보내자고 했는데, 강실이는 그곳에 가지 못하고 옹구네한테 끌려간다. 억지로 끌려간 건 아니고 강실이가 쓰러져서 어쩔 수 없이 거기로 갔다. 옹구네가 매맞은 춘복이를 돌보는 동안 황아장수가 강실이와 떠났다면 좋았을 텐데. 황아장수는 꺼림칙하게 여기면서도 강실이를 옹구네 집에 두고 간다.


 이씨 문중 선산을 지키는 박달이는 무덤을 살펴보고 청암부인 무덤을 누군가 건드린 걸 알아챘다. 춘복이는 정월 대보름에 산에 갔다 내려오다 산지기 박달이를 만났다. 박달이는 춘복이가 청암부인 무덤을 건드렸다 여기고 이기채한테 말한다. 춘복이는 이기채 집으로 끌려오고 맞는다. 춘복이가 자신은 모르는 일이다 해도 때리는 걸 멈추지 않았다. 기표는 당골네가 그런 걸 알지도 모른다면서 백단이와 남편 만동이를 끌고 오는 게 어떻겠느냐고 한다. 이건 무덤에서 뼈를 찾은 다음이었던가. 그걸 딱 맞히다니. 그런 소문이 있기는 한가 보다. 무당이 명당자리에 투장하는 거. 백단이와 만동이는 정말 들키지 않으리라고 여겼을까. 양반이라고 해서 제대로 따지지도 않고 사람을 때리기부터 하다니. 그것 또한 안 될 일인데. 조선 시대 드라마에서도 그런 모습 본 적 있구나. 그런 거 보고 별 생각 안 했던 것 같다. 흑인 노예가 백인한테 맞거나 죽는 거 보고는 어떻게 저러나 했다. 조선 노비나 상민도 흑인 노예와 다르지 않았다는 걸 이제야 알았나 보다(무당은 천민에 들어가는구나).


 남의 무덤에 자기 부모 뼈를 묻으면 안 된다. 이건 예의기도 하지 않나. 지금은 법으로 죄를 묻고 벌금을 내게 할 텐데. 예전엔 신분이 낮은 사람이 명당 자리에 조상 뼈를 묻고 그 덕을 보려한 적 많았을까. 마음이 넓은 사람이라면 그렇게만 생각할지. 이기채는 그럴 사람이 아니구나. 성질이 안 좋아 몸도 안 좋다. 몸이 안 좋은 건 안됐다는 생각도 든다. 그나마 이기채는 양반이어서 청암부인이나 부인 율촌댁 지금은 며느리 효원이 정성을 다해 죽을 쑤어준다. 이기채는 그런 거 하나도 고맙게 생각하지 않겠지. 건강이 안 좋으면 운동이라도 해 봐야 하는데 운동도 거의 안 하는 것 같다. 운동한다고 모두 건강해지는 건 아니지만. 춘복이는 백단이와 만동이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것만은 좋게 봐야 하나. 백단이와 만동이는 덕석말이 당하고 만동이는 죽게 생겼다. 상민(천민)은 양반한테 맞아 죽어도 아무 말 못했겠다. 억울한 일이구나.


 강모보다 나이가 조금 위인 친척 강호는 일본에서 공부했다. 강호는 일본에서 병을 주워다 팔거나 인력거를 끌고 돈을 벌고 학비로 썼나 보다. 양반 자식은 집에서 주는 돈으로 공부만 하는가 했는데, 강호는 달랐구나. 실제 강호 같은 사람 있었을까. 강호는 만주에 갔다 왔다. 만주에서 강모와 강태를 만났단다. 이기채와 이기표는 강호를 만나 두 사람 이야기를 들었다. 강모와 강태는 만주에서 공부하게 됐다고 한다. 강태는 공부할 것 같아도 강모는 어떨지. 강호는 이기채가 춘복이와 백단이 만동이를 때린 일을 비꼬았다. 그런 말 듣는다고 이기채가 자기 잘못을 알려나, 모르겠지. 효원은 강호를 만나고 강모가 오유키와 함께 있다는 말을 듣는다. 효원이 생각하는 것처럼 오유키 형편이 좋은 건 아닌데, 그 부분은 아쉽구나.


 가장 걱정되는 건 강실이다. 왜 강실이는 그렇게 비실비실한 건지. 마음이 안 좋아서 몸도 안 좋아지고 지금은 배 속에 아이까지 있어서 더 힘이 없는 걸지도. 옹구네가 강실이한테 어떻게 할지 그게 걱정인지, 나도 모르겠다.




희선





☆―


 누리는 자는 대를 물려 영원히 그 기득권을 누려야 되고, 착취당하는 자는 영원히 제 가죽과 뼈를 착취당해야만 ‘순리(順理)’다 하고요.


 순리. 그러나 그 순리는 누구를 위한 순리일까요.


 왜 그 순리는 누구에게는 권리가 되고 누구에게는 억압이 될까요.


 그것이 참으로 진정한 순리라면 누구도 누구를 해치지 않으면서 공생하고 상생해야 할 텐데.  (2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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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11-29 22: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혼불7까지 달리셨네요. 한 권씩 완독할 때마다 기분이 뿌듯하시겠지요.
누구도 해치지 않으면서 공생하는 것, 요즘 들어 사람들이 더 중요시하는 것 같아요.
혼불 완주하시길 응원하겠습니다!!!


희선 2023-11-30 02:53   좋아요 2 | URL
달리지 않고 천천히 갑니다 책이 그렇게 두껍지는 않지만, 앞으로 잘 나아가지 않아요 이 말은 전에도 했군요 읽기는 하는데 제대로 못 읽는 것 같기도 하네요 지금은 신분제도가 없다 하지만, 그건 겉만 그렇고 아주 없는 게 아니기도 하군요 다른 사람도 생각하고 함께 살면 좋겠습니다


희선
 
코스트 베니핏 - COST BENEFIT
조영주 외 지음 / 해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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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사람이 쓰는 말인 ‘가성비’ 난 잘 안 쓰고 잘 모른다. 가성비는 가격 대비 성능의 비율로 줄임말이었구나. 그랬구나. 이 말은 쓰지 않는다 해도 아주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닐지도. 두 가지에서 싼 것보다 값이 같아도 성능이 좋은 거나, 조금 돈을 더 주고 나은 쪽을 고르는 거. 지금 생각하니 난 돈을 덜 쓰려고 하지만 더 주고 나은 쪽을 고른 적은 별로 없다. 난 가성비보다 싼 것을 찾으려고 하는구나. 비슷한 값이어도 좀 나은 걸 고르기는 하겠지만, 뭐가 더 나은지 잘 모르고 내가 고른 게 더 안 좋을 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하니 난 가성비 잘 모르고 이 말 잘 생각하지 않는 거 맞구나. 뭐 그럴 수도 있지.


 이 소설집 《코스트 베니핏》에는 소설 다섯편이 실렸다. 코스트 베니핏이 가성비다. 영어 잘 모르고 잘 안 쓰기도 해선지 책 제목이 익숙해지지 않는다. 자꾸 ‘코스트 베니핏’을 생각하면 조금 익숙해지려나. <절친대행>(조영주)부터 한번 말해 볼까. 결혼식 손님 대행 같은 건 들어본 것 같기도 하다. 그건 딱 한번 많은 사람을 부르는 거겠다. 늘 혼자가 싫어서 쉬는 날이나 시간이 있을 때 누군가를 만나야 하는 사람 있기도 하겠지. 난 늘 혼자여서 혼자가 편하다. 친구를 만나도 말 잘 못하고 할 말도 없다. 난 절친대행을 이용하지 않겠구나. 돈으로 친구를 사는. 절친대행은 돈을 뿌리고 사람을 곁에 두는 것과는 다르다. 자신한테 딱 맞춰주는 친구다.


 자신한테 딱 맞춰주는 친구가 있으면 좋을까. 좋을 것 같기도 하고 안 좋을 것 같기도 하다. 사람 마음은 바람 같아서 잡기 어렵다. 돈을 받고 친구가 되어주는 사람은 그게 일이어서 상대한테 맞춰주지만, 시간이 지나거나 돈을 받지 않으면 아무 사이도 아니다. 그런 사람한테 빠져들기도 할까. ‘절친대행’에서 재연은 돈으로 맺은 친구한테 푹 빠져든다. 재연은 다른 데 돈을 쓰는 것보다 절친대행에 돈을 쓰는 게 낫다고 여겼다. 절친대행에서 일하는 최선희 언니는 사람을 자신한테 중독시키는구나. 재연과 재연 친구인 명혜는 선희 언니가 없으면 못산다고도 한다. 친구와 그런 사이가 될까. 친구와도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 하는데.


 두번째 강의경 소설 <두리안의 맛>은 블로거인 윤지가 공짜여행을 하면서 기분이 안 좋아지는 이야기다. 어딘가에 가는 게 아니어도 다른 데서 물건을 받고 글을 쓰는 건 별로일 것 같다. 윤지는 대학생으로 대학생 처지에 맞는 맛집을 찾아다니고 그걸 글로 써써 블로그에 올렸다. 그때는 솔직하게 썼는데, 공짜여행은 그러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 공짜지만 공짜가 아닌. <빈집 채우기>(이진)는 결혼을 앞두고 집에 둘 물건을 장만하는 이야기다. 예전에는 결혼하는 사람이 가구나 전기제품을 새로 사는 걸 당연하게 여긴 것 같다. 꼭 그래야 할까. 없으면 사야 하지만 쓰던 게 있으면 그걸 쓰면 안 될까. ‘나’는 식기세척기 사는 문제로 남자친구와 싸운다. ‘나’는 부자로 잘산다고 여긴 친구가 아이는 하나도 돌보지 않는 남편과 산다는 걸 알게 되고 자기 남자친구를 생각한다. 남자친구가 친구 남편보다 낫다 여긴 거구나. 이건 돈보다 사람을 보는 거겠다.


 다음 소설 <2005년생이 온다>(주원규)는 잘 모르겠다. 세 아이가 만든 모임이 ‘2005년생이 온다’인데, 그걸 만들자고 한 자유주의는 스무살에 은퇴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스무살 전에 어떻게 돈을 벌고 스무살에 은퇴할까. 그 방법을 공부하려는 거였을지도. 백세 시대라고 해서 오래 일해야 한다고 하는 것도 안 좋기는 마찬가지구나. 나이 많은 사람한테는 일자리가 별로 없겠다. 마지막 소설 <그리고 행성에는 아무도 없었다>(정명섭)는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모티브로 썼다. SF다. 죄를 지었지만 벌 받지 않고 사과도 하지 않은 사람이 우연히 한 곳에 모이고 하나 둘 죽는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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