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불 6
최명희 지음 / 매안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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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월 대보름이다고 들떠서 달을 보러 가는 사람이나 다리 밟기를 하러 가는 사람도 있지만, 모두가 명절이다고 즐거워하지는 않는다. 지금도 다르지 않구나. 명절에도 쉬지 않고 일하고 고향에 가지 못하는 사람 많다. 이제는 돌아갈 고향이 없기도 하던가. 부모님이 사는 곳이 고향이기는 하겠다. 매안 이씨 종가 종손인 강모는 집을 나가고,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도 집에 오지 않고, 새해에도 정월 대보름에도 오지 않았다. 강모 아버지인 이기채는 이제는 집에 없는 아들보다 며느리를 생각하는 것 같다. 아주 의지하는 건 아닐지 몰라도 처음 마음과 달라진 듯도 하다. 효원이한테는 잘된 일이겠다. 이기채는 강모는 마음대로 하게 두었는데, 손자인 철재한테는 엄했다. 강모가 집을 떠나고 제멋대로인 걸 자신이 제대로 기르지 못해서다 여겼다. 그렇다고 손자는 엄하게 대하다니.


 아버지가 바란 일이기는 하지만, 그걸 실행하던 사람 무당과 무당 남편 백단이와 만동이는 보름달 뜬 밤 청암부인 무덤 한쪽을 파고 만동이 아버지 뼈를 묻었다. 이 말은 지난번에도 했던가. 이번 《혼불》 6권에서는 그 모습을 보여준다. 달이 뜨고 무서워하면서도 아버지 뼈를 묻는 두 사람. 만동이보다 백단이가 무덤을 본래대로 하려고 했다. 그 모습을 어둠속에서 바라보는 사람이 있었다. 그건 바로 춘복이다. 춘복이는 보름달을 보고 매안에 와서 먼저 무덤에 왔다. 그러고는 오류골댁(강실이 집)에 간 거였다. 춘복이는 백단이와 만동이가 한 일을 다른 사람한테 말 안 하려나 보다. 춘복이는 오류골댁 바깥에서 강실이가 마당에 나온 걸 지켜봤다. 강실이가 쓰러지자 달려갔다. 춘복이는 강실이를 아무도 없는 대나무밭으로 데리고 간다. 강실이는 몸도 마음도 얼어서 어찌하지 못했다.


 춘복이는 일을 저지르고 깨달았다. 강실이 마음을 얻지 못하리라는 걸. 춘복이는 그저 강실이가 자기 아이를 낳아주는 것만 바란 게 아니었구나. 자신을 조금이라도 생각해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나 보다. 강모도 그렇고 춘복이도 일을 저지르고 말다니. 왜 그전에 모를까. 옹구네는 자신이 강모와 강실이 이야기를 하는 틈에 춘복이가 그래서 마음이 그리 좋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다음 할 일을 생각했다. 강모 아내인 효원이는 청암부인이 죽기 전에 강모와 강실이 일을 알고 있었다. 옹구네가 벌써 이 집 하인한테 말해서 효원이도 알게 된 거다. 옹구네가 바란 일이기는 했다. 효원이는 양반집 며느리니 그런 거 알아도 뭔가 말하기 어렵겠지. 아주 모르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남편과 사촌 동생이니, 그건 집안 망신이기도 했다.


 효원은 청암부인 장례식 때 강실이를 남모르게 쏘아본 듯하다. 장을 담그는 날이 다가왔다. 옛날엔 장 담그는 날도 따로 있었다. 가물지도 습하지도 않은 날. 그날을 놓치면 장 맛이 안 좋았단다. 강모 어머니인 율촌댁은 장을 잘 담갔다. 장을 담글 때 강실이도 온다고 했는데, 그날 강실이 몸이 안 좋아서 장을 다 담글 때쯤 강실이와 오류골댁이 큰집에 왔다. 강실이는 쓰러지고 만다. 강실이가 쓰러진 걸 어떻게 알았는지 옹구네가 와서는 안서방네한테 춘복이와 강실이 이야기를 했다. 거짓말도 보탰다. 옹구네는 강실이가 아이를 가진 게 아니냐고 했다. 옹구네는 겁도 없이 그런 말을 했구나. 옹구네 자신도 자신을 조금 처량하게 여겼다. 춘복이 때문에 자신이 그러는 데. 안서방네는 그 말을 효원이한테 하고 효원이는 혼날 걸 알고도 의원이 오기 전에 강실이를 집으로 돌려 보냈다. 효원이는 강실이를 죽게 하면 안 된다 생각했다. 그건 강실이를 생각한 게 아니고 이씨 집안이나 자기 아들 철재를 생각한 거였다. 어쩐지 슬프구나. 그것보다 강실이가 안됐다. 왜 작가는 강실이를 이렇게 힘들게 만들었을까.


 의원은 오류골댁으로 가서 강실이를 진맥하고 감짝 놀란다. 강실이는 상사(相思)고 배 속에 아이가 있었다. 의원도 그렇지만 강실이 아버지와 어머니는 더 놀란다. 예전에는 향약이 있었는데 그건 법이었다. 꽤 엄했다. 옛날에는 큰 죄를 지으면 그게 몇 대까지 가기도 했구나. 앞으로 강실이는 어떻게 될지. 효원이는 안서방네한테 밤에 잠을 자지 말고 오류골댁을 살피라 했다. 새벽에 강실이는 집을 빠져나와 청암부인이 판 저수지 청호로 갔다. ‘혼불’은 시대가 바뀐 때기도 한데. 매안도 바뀌기는 했지만, 옛날과 그대로인 것도 많았다. 강실이가 무슨 잘못을 했나 싶다. 강실이는 제대로 말도 못하는구나. 시대가 그렇게 만든 것일지도.


 잠시 강실이가 일본한테 나라를 빼앗긴 조선인가 하는 생각이 조금 들기도 했다. 어떨지. 이건 그저 갑자기 생각난 것일 뿐이다. 조선은 힘이 없어서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지 않았나. 늘 그런 건 아니겠지만. 강실이는 시간이 가면 좀 달라질지. 그건 모르겠다.




희선





☆―


 “이것이 다 누가 이루신 것인데요.”


 “내가 무슨 한 일이 있겠느냐…… 세월이 그렇게 해 준 것이지.”


 “무심한 세월이라고 어디 아무한테나 그렇게 해 주겠습니까. 전에 제가 듣고 마음에 좋아서 접어 둔 말이 있는데요, 봄바람은 차별없이 천지에 가득 불어오지만 살아 있는 가지라야 눈을 뜬다, 고 안 허든가요.”


 “좋은 말이로구나. 세상에 있는 삼라만상, 목숨 가지고 있는 것이라면 세월은 모두 다 그 품속에 안고 키워 주느니라. 들짐승, 산짐승, 물 속에 살고 있는 물고기를 보아라. 아무도 안 멕여 주지마는 저절로 저 혼자서 맹수도 되고 맹금도 되어 호랑이 독수리 용맹을 떨치지 않더냐. 산속 나무들도 마찬가지고 사람 또한 그러느니라. 아이들 커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지. 조막만하던 핏덩어리가 나이 먹으면서 장성허는 것이 어찌 어미 아비가 키우는 것이랴…… 세월이 키워 준다…… 허나 그것은 다 제가 타고난 목숨을 제 몸에 지니고 있을 때 이야기다. 살어 있으면서도 죽은 것은 제가 저를 속이는 것이야. 살어 있다고 믿고 있지만 실상은 죽어 버린 것이 세상에는 또한 부지기수니라. 어쩌든지 있는 정성을 다 기울여서 목숨을 죽이지 말고 불씨 같이 잘 보존허고 있노라면, 그것은 저절로 창성허느니.”


 목숨이 혼(魂)이다.


 혼이 있어야 목숨이야.


 “잘 알겠습니다.”


 “어쩌든지 마음을 지켜야 한다. 사람 마음이 곧 목숨이니라.”


 “명심하겠습니다.”


 “마음을 잃어버리면 한 생애 헛사는 것이야.”


 “예.”  (《혼불》 6권, 118쪽~1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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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5 10: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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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6 07: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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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 5
최명희 지음 / 매안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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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해에 보름달이 뜨는 건 열두번에서 열세번일까. 가끔 윤년이 있고 음력이 두번일 때도 있지 않은가. 평소에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 거다. 달이 보이면 달이 떴구나 할 때가 많다. 그런 나도 보름달 생각할 때가 있기도 하다. 정월 보름과 한가위다. 두번밖에 안 되다니. 지금도 설이나 한가위는 큰 명절이지만 정월 보름은 명절이 아니구나. 그밖에 옛사람은 절기마다 이런저런 날을 보내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런 게 많이 사라졌다. 시대가 바뀐 것도 있지만, 일제 강점기 영향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일제 강점기에는 설을 음력이 아닌 양력으로 하라는 압박 있었겠지. 일제 강점기가 지나가고도 왔다 갔다 했던가. 설이나 한가위(추석)가 아주 사라지지 않아서 다행이다. 일본은 양력으로 하지만.


 이번에 만난 《혼불》 5권은 3부 아소, 님하다. ‘혼불’은 5부까지고 두권씩이다. 1부는 시간이 좀 흐르기도 했는데, 2부에서 청암부인이 죽고는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그렇다고 그때 일만 말하지 않는다. 청암부인이 살았을 때 이야기도 나오고 창례식 이야기도 나왔다. 3부에서는 해가 바뀐다. 이때는 몇 년일지, 1944년 같기도 한데 분명하지 않다. 1943년일지도(그보다 앞일지도). 정월 풍습을 이야기 한다. 한해 마지막 날엔 잠을 자면 안 된다거나 신발을 숨겨둬야 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옛날 이야기. 그런 건 오랫동안 이어져 오기도 하다니 신기하기도 하구나. 매안 종가에서는 집을 떠난 강모가 오지 않으려나 했다. 명절이니. 한사람 더 강실이도 강모를 기다렸다. 강모가 온다고 달라질 일은 없을 것 같은데. 강실이는 강모가 자신을 어디론가 데리고 가길 바라는 건지.


 잠시 만주 봉천에 간 강모와 강태 이야기가 나왔다. 강태는 겉모습은 가까이 하기 어려워도 한번 친해지면 괜찮고 마음도 좋았다. 만주에 오래 산 조선 사람 김씨(김성직)는 강태를 의지하고 함께 일 해 보지 않겠느냐고 한다. 함께 일한다기보다 도와달라고 한 거구나. 강모는 그저 그런 말을 듣기만 했다. 오유키도 떼어 보내지 않았다. 강태는 오유키가 함께인 걸 못마땅하게 여겼다. 오유키 말은 없다. 아주 안 나오는 건 아니지만, 왜 오유키가 강모와 강태가 탄 기차에 있었는지 설명도 없다. 오유키는 있지만 거의 그림자 같기도 하다. 이건 오유키 마음과 같은 건가. 오유키는 자신이 강모한테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하는데 오유키 자신도 잘 몰랐다.


 설이 지나고 정월 대보름이 찾아왔다. 예전에는 보름달을 가장 먼저 보는 사람이 ‘달 봤다’고 외쳤다. 옹구네는 거멍굴이 아닌 고리배미 마을에서 달집 태우는 걸 보려 했다. 그걸 보기 전에 주막에서 말을 했다. 강실이와 강모 이야기. 옹구네는 소문을 퍼뜨리기로 작정했구나. 춘복이는 달을 보고 빌었다. 강실이가 자기 아이를 낳게 해달라고. 지난번에 춘복이가 강실이를 좋아하는 것보다 신분상승하려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는데.



 조선 법으로 노비·승려·백정·무당·광대·상여꾼·기생·공장(工匠)을 팔천이다 하였는데, 이 여덟 가지 천민에서도 가장 수악한 것이 백정과 무당이었으니.  (275쪽)



 신분제도는 법으로 정해지고 바뀌지 않은 거였구나. 조선 말기에는 양반을 돈으로 사기도 했지만. 신분제도가 거의 사라진 1940년대에도 그게 남아 있었다. 사람 생각이 바뀌려면 시간이 걸리기는 하는구나. 매안과 그 둘레는 예전과 그리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았다. 무당과 무부(무당 남편) 이야기가 나오고 아버지가 아들은 어쩔 수 없지만 손자라도 잘 살기를 바라고 죽으면서 자신을 투장해 달라고 했다. 명당에 무덤을 만들면 정말 후손이 잘 살까. 그런 이야기 앞에도 나오기는 했는데. 이번 5권에 또 나오고 양반 무덤에 몰래 묻어달라고 하다니. 죽으면 다 끝인데. 신분 때문에 서러웠던 사람은 어떻게든 자손만은 그런 서러움 겪지 않기를 바랐을지도. 무당 남편인 아들(만동)은 아버지 말을 따라 정월 대보름날 틈을 타서 아버지 뼈를 청암부인 무덤 한쪽에 묻는다. 아내인 무당 백단이도 함께 그걸 했다.


 달을 보고 달을 자기 안에 넣으려 한 춘복이는 매안 원뜸으로 가고 오류골댁을 살펴본다. 그때 강실이는 집에 혼자 있었다. 아버지는 달을 보러 가고 어머니 오류골댁은 다리를 밟으러 갔다. 예전에는 정월 대보름이 큰 명절이었구나. 연을 만들고 연을 날리고 그 연은 정월 대보름에 태웠다. 강실이 부모는 강실이 액막이 연을 만들었다. 풍습이지만 좋을 거다 믿었겠다. 강실이 걱정이구나. 조선 시대에는 여성을 보쌈하기도 했다. 지금 보면 그건 억지로 끌고 가는 거 아닌가.




희선





☆―


 고귀한 신분으로 태어나 갓난아기 때부터 향기로운 방령(芳齡)에 이르기까지, 어여쁘고 아름다워 부왕에게 귀애받고, 만사람들에게는 선망 칭송을 받던 공주가, 그 모든 것을 무참하게 빼앗긴 채 한순간에 더러운 죄인이 되어 내쫓기는 것은 오로지 다른 것 아닌 ‘음행’ 하였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소문은 연기와 같이 모양도 없는 것이 칼과 창 하나도 쓰지 않고, 장수와 재상과 임금을 점령하여 굴복시킬 수가 있었던 것이다.  (1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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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1 00: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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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1 03: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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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겨울 2022 소설 보다
김채원.성혜령.현호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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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은 춥다. 이 추위는 어쩐지 어두운 느낌 아닌가. 동지가 지나면 낮이 조금씩 길어지기는 하지만 겨울이 다 간 건 아니다. 추워서 쨍할 때 있기는 하구나. 시린 파란하늘. 덜 춥고 공기 좋은 날이라면 좋을 텐데. 그건 바랄 수 없겠지. 바라면 안 되겠다. 내가 이렇구나. ‘해도 돼’보다 ‘하면 안 된다’ 생각하는 거. 이런 생각하는 게 편해서다. 바라는 걸 모두 가질 수는 없는 거 아닌가. 그저 자신이 가진 걸 생각하는 게 낫지. 자기대로 살기.


 한해에 네번 나오는 책 ‘소설 보다’. 이번에 《소설 보다 : 겨울 2022》를 만났다. 겨울이 들어가서 잠깐 겨울을 생각했다. 여기 실린 소설 세편 다 어두워 보인다. 세 사람 다 처음 만났다. 김채원 소설 <빛 가운데 걷기>는 할아버지(노인)와 아이가 함께 사는 이야기다. 긴 시간이 나오지는 않는다. 할아버지는 아이가 집에 돌아올 때쯤 학교에 데리러 갔다 집에 오고, 아주 가끔 둘이 핫도그와 오렌지 주스를 사서 나눠 먹기도 했다. 노인은 아이를 집에 데려다 놓고 밖으로 나와 걸었다. 걸으면서 딸을 생각했다. 딸은 아이 엄마다. 아무래도 딸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같다. 딸은 왜 그랬을까. 결혼하는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 아이를 갖고 결혼하고, 그 뒤 정신병원 치료를 받기도 했나 보다. 이런 말 때문에 난 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여긴 걸지도. 그런 말 안 나오는데. 단편이기에 노인 딸이 어땠는지 잘 모른다. 노인이 조금 생각하는 걸로만 알 수 있다. 아이는 조금 문제가 있나 보다. 선천성은 아니어서 치료하면 나을지도. 다른 사람은 그렇게 여겨도 노인은 아이가 그럴 수도 있지 하는 것 같다. 지금은 아이가 어려서 그런 거고 자라면 달라지겠지. 아이가 잘 자라기를 바란다.


 두번째 <버섯 농장>(성혜령)을 보면서는 세상이 조금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자신이 쓰지도 않은 빚이 생기면 어쩌나 하는. 별 걱정을 다했구나. 진화는 남자친구가 아는 동생이 일하는 곳에서 휴대전화기를 사고 시간이 흐른 뒤 빚을 갚으라는 연락을 받게 된다. 진화 이름으로 전 남자친구가 아는 동생이 휴대전화기를 개통하고 게임을 하고 빚을 졌단다. 그런 빚은 어떻게 해야 할까. 진화는 친구 기진한테 빚을 진 사람 아버지가 있다는 요양 병원에 차로 태워다 달라고 한다. 빚을 진 사람 아버지가 요양 병원에 있는 건 아니고 어머니가 있었다. 빚진 사람한테는 할머니다. 남자(아버지)는 어머니를 요양 병원으로 모시려고 아내와 헤어졌다. 아들은 이제 다 자랐으니 자기한테 책임이 없다고 말한다. 그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부모가 평생 자식을 책임지지는 못한다. 그래야 하는데. 이 이야기는 진화가 어쩌다 빚을 진 이야기면서 진화와 기진 두 사람 이야기기도 한 듯하다. 둘은 고등학생 때 만나고 서로의 부모가 안 좋다는 걸 알게 되고, 그런 비밀을 나눈 사이다. 하지만 기진 엄마 아빠는 차 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기진은 부모가 죽고 나자 부모가 그렇게 안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다. 기진은 일자리를 힘들게 구하지 않고 부모가 남겨준 돈으로 살아도 됐지만, 진화는 언제나 일했다. 진화는 자신이 어려울 때 기진이 도와준다는 말을 하지 않은 걸 섭섭하게 여겼다. 친한 친구여도 돈은 좀. 앞으로도 진화와 기진은 친구로 지낼까. 둘은 함께 빚을 진 사람 아버지 시체를 땅에 묻었다. 갑자기 이런 말을. 그 사람은 갑자기 죽었다. 그럴 때는 경찰에 전화를 해야지. 소설이어서 땅에 묻게 했나 보다. 그 부분은 현실과 동떨어졌지만, 다른 건 실제 일어날 것 같은 일이다.


 마지막 이야기 <연필 샌드위치>(현호정)에서 ‘나’는 꿈속에서 연필을 넣은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어야 했다. 빵 사이에 연필을 채우고 다른 것을 넣어도 된다. 그런 샌드위치 이 아파서 어떻게 먹나. 연필이 씹히기는 하려나. ‘나’는 그걸 먹는 감각을 말한다. 나무와 흑연. 치즈 같은 지우개를 넣기도 한다. 그런 이야기 사이에 할머니가 먹던 꽈리고추 멸치볶음 간장 냄새가 싫었다는 이야기와 엄마가 음식을 먹지 못해 말랐던 이야기도 나온다. 할머니 엄마 나 하면 좋은 이야기가 많을 것 같은데, 여기 담긴 건 그렇지도 않다. 할머니는 이모가 해준 음식이 맛있다 하고. 이렇게 말하는 걸 보면 할머니는 외할머니 같은데. 엄마와 딸이어도 사이가 안 좋을 수 있겠다. 그래도 엄마와 ‘나’는 사이가 나빠 보이지 않는다. 그건 다행인가. 지금 음식을 먹지 못하는 건 ‘나’다. 언젠가 ‘나’가 음식을 먹고 건강해지길.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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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JOR 2nd(メジャ-セカンド) 26 (少年サンデ-コミックス) (コミック)
미츠다 타쿠야 / 小學館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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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세컨드 26

미츠다 타쿠야



 




 야구부원이 모자란 오오비중학교와 운동장을 쓰지 못하게 된 후린학원이 합동팀을 만들고 봄대회에서는 이겼다. 후린학원 교장은 자기 학교 야구부를 도와주지는 않고 방해만 했구나. 교장 에가시라는 다이고와 마유무라 미치루 아버지하고 안 좋은 일이 있어서 그랬다. 지나간 일인데 그걸 아이들한테 갚으려 하다니. 어른인데. 에가시라는 나이만 먹고 어른은 되지 못한 것 같다. 그런 거 아이들이 마음 쓰지 않고 하고 싶은 거 했으면 좋겠다. 교장만 좀 그렇지 다른 사람은 후린 오오비 야구부 합동팀에 도움을 주려 하니 말이다. 나이만 먹었다고 했는데, 다이고나 미치루 아버지보다 윗세대다.


 책이 나오고 몇달이 지나고 보게 됐다. 일찍 보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밀렸다. 이번 <메이저 세컨드>는 26권이다. 다른 만화도 빨리 봐야 할 텐데. 후린중학교 야구부에 감독으로 온 사람은 메이저에서 야구를 했던 사토 토시야다. 후린과 오오비 야구부가 합동팀을 하게 된 게 신문에 나기도 했다. 두 학교에는 새로운 학생이 들어올 거다. 아직 입학식은 안 했지만, 후린 오오비 합동 야구팀을 보러 온 아이가 많았다. 그 안에는 사와(후린중학교 야구부로 여자아이다) 동생도 있었다. 그 아이들이 다 야구부에 들어오면 후린 오오비 합동팀은 없어질지도 몰랐다. 감독 토시야나 고문 선생님도 그걸 조금 걱정하고 아이들도 그렇게 되면 아쉽겠다 했다. 그렇게 되지 않으면 좋을 텐데.


 후린 오오비 합동팀이 그만두기를 바란 건 후린중학교 에가시라 교장이었다. 이번에도 교장은 심술을 부리다니. 내가 보기에 그건 심술이다. 1학년 아이가 야구부에 관심을 가질 만한 글을 쓰고 포스터를 만들고는 그걸 고문 선생님한테 붙여두라고 했다. 거기에는 운동장을 만들겠다는 말이 있었다. 전에는 운동장에다 새로운 강당 짓고 야구부가 운동장을 못 쓰게 만들었는데, 이제는 잡목림 나무를 베고 운동장을 만들겠다니. 좀 우습구나. 거기도 학교 땅인가 보다. 아직 운동장 만들려고 하지도 않았는데, 난 나무를 베면 안 될 텐데 했다. 운동장이 생기고 야구부가 활동할 수 있으면 좋게 여겨야 하는데. 감독 토시야는 다른 학교 선생님들과 임시 임원회의를 열었다. 후린 오오비 야구부 합동팀 일로. 야구 잘하는 학교에서는 후린 오오비 합동팀이 여름대회에 나와도 된다고 했는데,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다. 후린 오오비 합동팀으로 하는 조건을 걸었다. 후린 오오비 합동팀이 지역대회에서 이겨도 현대회에 나가지 못한다는 거였다. 본래 그런 규정이 있다고.


 현대회에 나가야 히카루네 학교와 다시 경기할 텐데. 토시야는 지구대회에서 이기면 현대회에 나가지 못하는 걸 아이들한테 말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실망할까 봐. 그런 건 어떻게든 알려지기도 한다. 인터넷 기사는 하나였지만, 다음날 신문에도 그 이야기가 실렸다. 그게 좋은 쪽으로 움직였다. 여러 학교 사람들이 항의했다. 다행이다. 그런 사람이 있어서. 미치루는 인터넷 기사를 보고 오오비 아이 둘과 합동팀 그만두자고 했는데. 자기들 셋 때문에 후린 야구부가 제대로 야구 못할까 봐. 그렇게 생각했지만 미치루는 아쉽게 여겼다. 후린 오오비 야구부 합동팀 그대로 해도 된다니 다행이다. 3학년은 이번이 마지막인데. 고등학생이 되면 다이고는 여자아이들과 야구 못하겠다.


 사와 동생 하루토는 야구할까. 사와는 하루토한테 재미로 가벼운 마음으로 야구부에 들어올 거면 오지 마라 했다. 하루토는 야구 하면 잘 할 것 같고, 조금 관심 있어 보였는데. 그건 나중에 나오겠다. 하루토 친구는 조금 웃겼다. 하루토와 야구부 들어가기로 했을 때는 글러브를 사고 다음에 탁구부에 들어가려고 했을 때는 탁구채를 샀단다. 하루토는 탁구부에 들어가려다 그만뒀다. 야구부에 갈 것 같은 느낌이 조금 드는데. 예전에 후린 야구부 고문 선생님이 야구부에 관심 없다고 안 좋게 여겼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나아졌다. 지금도 야구는 잘 모르지만. 고문은 여자 선생님이고, 아이들이 야구를 즐겁게 하기를 바라는 것 같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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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 4
최명희 지음 / 매안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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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이라고 해서 이야기만 따라가야 하는 건 아니겠지만, 《혼불》 4권, 2부 평토제는 이야기가 많이 나아가지 않았다. 혼례를 치르고 얼마 안 되어 남편이 죽은 청암부인은 이씨 종가 며느리로 살았다. 청암부인은 기울어가는 이씨 종가를 일으켜 세우기도 했지만, 일제 강점기가 오고 가뭄이 들고 저수지가 말랐다. 이 일은 창씨개명을 하고 난 뒤였다. 청암부인은 집안을 지키지 못했다 여기고 손자인 강모가 부청 돈을 횡령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쓰러졌다. 지난 《혼불》 3권에서 청암부인은 세상을 떠났다. 그 뒤 이야기는 참 천천히도 흐른다.


 강모는 사촌 강태를 따라 만주로 달아난다. 강모가 큰 뜻이 있어서 만주에 가는 건 아니다. 종손이라는 게 부담스러워서 달아나는 거였다. 강모가 일하는 곳에서 횡령한 돈으로 기생집에서 빼낸 오유키가 기차에 있었다. 오유키는 어떻게 그 기차에 탔을까. 강모가 떠난다는 걸 알고 강모를 따라간 건지. 그건 잘 모르겠다. 기차에서 오유키는 강모한테 아무 말하지 않았다. 강모는 오유키가 어딘가에서 내리지 않을까 했는데 내리지 않았다. 기차표 검사할 때 오유키는 차표가 없어서 차장실에 가야 했다. 강모가 그 모습을 보고 함께 갔다가 돈을 낸다.


 청암부인은 자신의 장례를 치를 때 음식을 많이 하고 많은 사람과 나눠 먹으라 했다. 그런 건 좋은 거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번 ‘혼불’ 4권 맨 앞부분에는 노비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 게 왜 나오려나 하는 생각을 하고 보았다. 노비 신분 세습이 조선 전기에는 부모에서 하나만 천인이어도 자식은 천인이 되었다. 한때는 종부법(從父法)을 시행하고 아버지 신분에 따라 자식 신분이 정해졌다. 그 일을 양반이 반발해서 종모법(從母法)이 시행되고 어머니가 종이면 아들은 노(奴)가 되고 딸은 비(婢)가 되었다. 이 책 《혼불》 시작은 1930년 후반으로 이제 노비는 없어졌는데, 아주 사라지지 않은 곳이 매안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번에 거멍굴 옹구네가 춘복이한테 강실이를 이야기를 하지 않았나. 춘복이가 강실이를 넘보는 건 종모법 때문이겠지. 강실이가 양반이고 강실이가 자기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는 양반이니.


 미국에 노예제도가 있지 않았나. 그런 거 보면서 참 너무한다 싶은 생각을 했는데, 한국 아니 조선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뭐가 다르지 않았냐면 양반이 종을 자기 마음대로 하고 아이를 갖게 한 일이다. 그런 건 예전에 드라마에서 보기도 했구나. 백인이 흑인 노예를 성폭행하는 건 끔짝하게 여기면서 양반이 여자 종을 성폭행하는 건 그렇게 끔찍하게 여기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어떻게 그랬는지. 이씨 종가에 사는 우례는 어릴 때 기채 동생 기표한테 성폭행 당하고 아이를 낳았다. 그 아이는 봉출이로 지금 열다섯이다. 다들 용출이 아버지가 누군지 아는가 보다. 봉출이도 그런 말 들었겠다. 우례는 언젠가 꼭 봉출이가 자기 성을 찾기를 바랐다. 앞으로 봉출이가 나올지. 우례 이야기 하기 전에 어머니가 종이고 아버지가 양반이었던 유자광 이야기가 나왔다. 유자광은 서얼이었지만 잘됐다고 한다. 죽을 때와 죽고 난 뒤는 안 좋았지만.


 조선에 노비가 없어졌다 해도 노비였던 사람은 그게 싫을지도 모르겠다. 그때 돈을 벌고 신분세탁한 사람도 있을 거다. 춘복이가 그걸 바라는 건 아닌가 싶다. 신분상승인가. 옹구네는 춘복이 마음을 눈치채고 자신을 버리면 춘복이가 강실이를 넘본다는 소문을 내겠다고 한다. 자신을 버리지 않고 죽 산다면 촌복이를 돕겠다고 한다. 옹구네 무섭구나. 그것보다 춘복이가 뭐가 좋다고. 옹구네는 양반인 강실이가 자신이 사는 곳에 오는 걸 보고 싶다 했구나. 강모가 자기 마음을 참았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강모가 강실이한테 한 것도 성폭행 아닌가. 그런데도 강실이는 강모가 와서 자신을 도와주길 바라는 듯하다. 강모는 희망이 없다. 자기만 힘들다고 떠나지 않았나.


 종부뿐 아니라 종손도 쉽지 않겠다. 그 뒤에도 조선, 한국은 첫째아들을 더 생각했다. 지금은 아이가 하나거나 아예 없는 사람도 있구나. 이제는 대를 잇는 걸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아이가 살기 좋은 나라여야 사람들이 아이를 낳을 텐데. 그것보다 결혼 안 하는 사람이 더 많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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