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 베니핏 - COST BENEFIT
조영주 외 지음 / 해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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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사람이 쓰는 말인 ‘가성비’ 난 잘 안 쓰고 잘 모른다. 가성비는 가격 대비 성능의 비율로 줄임말이었구나. 그랬구나. 이 말은 쓰지 않는다 해도 아주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닐지도. 두 가지에서 싼 것보다 값이 같아도 성능이 좋은 거나, 조금 돈을 더 주고 나은 쪽을 고르는 거. 지금 생각하니 난 돈을 덜 쓰려고 하지만 더 주고 나은 쪽을 고른 적은 별로 없다. 난 가성비보다 싼 것을 찾으려고 하는구나. 비슷한 값이어도 좀 나은 걸 고르기는 하겠지만, 뭐가 더 나은지 잘 모르고 내가 고른 게 더 안 좋을 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하니 난 가성비 잘 모르고 이 말 잘 생각하지 않는 거 맞구나. 뭐 그럴 수도 있지.


 이 소설집 《코스트 베니핏》에는 소설 다섯편이 실렸다. 코스트 베니핏이 가성비다. 영어 잘 모르고 잘 안 쓰기도 해선지 책 제목이 익숙해지지 않는다. 자꾸 ‘코스트 베니핏’을 생각하면 조금 익숙해지려나. <절친대행>(조영주)부터 한번 말해 볼까. 결혼식 손님 대행 같은 건 들어본 것 같기도 하다. 그건 딱 한번 많은 사람을 부르는 거겠다. 늘 혼자가 싫어서 쉬는 날이나 시간이 있을 때 누군가를 만나야 하는 사람 있기도 하겠지. 난 늘 혼자여서 혼자가 편하다. 친구를 만나도 말 잘 못하고 할 말도 없다. 난 절친대행을 이용하지 않겠구나. 돈으로 친구를 사는. 절친대행은 돈을 뿌리고 사람을 곁에 두는 것과는 다르다. 자신한테 딱 맞춰주는 친구다.


 자신한테 딱 맞춰주는 친구가 있으면 좋을까. 좋을 것 같기도 하고 안 좋을 것 같기도 하다. 사람 마음은 바람 같아서 잡기 어렵다. 돈을 받고 친구가 되어주는 사람은 그게 일이어서 상대한테 맞춰주지만, 시간이 지나거나 돈을 받지 않으면 아무 사이도 아니다. 그런 사람한테 빠져들기도 할까. ‘절친대행’에서 재연은 돈으로 맺은 친구한테 푹 빠져든다. 재연은 다른 데 돈을 쓰는 것보다 절친대행에 돈을 쓰는 게 낫다고 여겼다. 절친대행에서 일하는 최선희 언니는 사람을 자신한테 중독시키는구나. 재연과 재연 친구인 명혜는 선희 언니가 없으면 못산다고도 한다. 친구와 그런 사이가 될까. 친구와도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 하는데.


 두번째 강의경 소설 <두리안의 맛>은 블로거인 윤지가 공짜여행을 하면서 기분이 안 좋아지는 이야기다. 어딘가에 가는 게 아니어도 다른 데서 물건을 받고 글을 쓰는 건 별로일 것 같다. 윤지는 대학생으로 대학생 처지에 맞는 맛집을 찾아다니고 그걸 글로 써써 블로그에 올렸다. 그때는 솔직하게 썼는데, 공짜여행은 그러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 공짜지만 공짜가 아닌. <빈집 채우기>(이진)는 결혼을 앞두고 집에 둘 물건을 장만하는 이야기다. 예전에는 결혼하는 사람이 가구나 전기제품을 새로 사는 걸 당연하게 여긴 것 같다. 꼭 그래야 할까. 없으면 사야 하지만 쓰던 게 있으면 그걸 쓰면 안 될까. ‘나’는 식기세척기 사는 문제로 남자친구와 싸운다. ‘나’는 부자로 잘산다고 여긴 친구가 아이는 하나도 돌보지 않는 남편과 산다는 걸 알게 되고 자기 남자친구를 생각한다. 남자친구가 친구 남편보다 낫다 여긴 거구나. 이건 돈보다 사람을 보는 거겠다.


 다음 소설 <2005년생이 온다>(주원규)는 잘 모르겠다. 세 아이가 만든 모임이 ‘2005년생이 온다’인데, 그걸 만들자고 한 자유주의는 스무살에 은퇴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스무살 전에 어떻게 돈을 벌고 스무살에 은퇴할까. 그 방법을 공부하려는 거였을지도. 백세 시대라고 해서 오래 일해야 한다고 하는 것도 안 좋기는 마찬가지구나. 나이 많은 사람한테는 일자리가 별로 없겠다. 마지막 소설 <그리고 행성에는 아무도 없었다>(정명섭)는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모티브로 썼다. SF다. 죄를 지었지만 벌 받지 않고 사과도 하지 않은 사람이 우연히 한 곳에 모이고 하나 둘 죽는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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