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銀の墟 玄の月 第一券 十二國記 (新潮文庫)
小野不由美 / 新潮社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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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언덕 검은 달 1   십이국기

오노 후유미

 

 

 

 

 

 

 대국 장군 리사이가 경에 가고 경왕한테 대 기린인 타이키를 찾는 걸 도와달라고 한 이야기를 보고 시간이 많이 흘렀다. 내 시간은 그렇지만 타이키와 리사이는 경을 떠나고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을 듯하다. 타이키는 《마성의 아이》에서 자신이 기린이라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다. 그 이야기에서 사람을 그렇게 많이 죽게 해야 했을까 싶기도 하다. 그나마 리사이가 경으로 가서 다행이었다. 경왕인 요코가 봉래에서 태어나서 그런 거겠지. 안국 왕은 더 오래전 사람이지만. 안국은 기린뿐 아니라 왕도 봉래에서 태어났다. 본래는 안국에서 태어나야 했지만 식 같은 재해에 휘말려 난과가 봉래로 흘러갔다. 안국 왕은 왕이 되고 500년 가까이 지났다. 500년 동안 지루하지 않았을까. 왕은 그렇다 해도 백성은 살기 좋겠다.

 

 열두 나라가 있는 곳에서는 왕이 왕 자리에 있으면 그 나라는 안정된다. 왕이 없거나 왕이 길을 잘못 들면 나라에 요마가 나타나고 재해가 자주 일어나서 백성은 살기 어렵다. 왕이 왕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라는 좀 낫겠지만, 그건 영원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왕은 길을 잘못 든 것과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그건 기한이 어느 정도나 될까. 대국은 기울어간다. 여섯해 전에 왕이 사라지고 왕을 돕는 기린도 사라져서. 하지만 왕이 죽었다는 걸 알리는 새 백치는 아직 울지 않았다. 리사이는 왕이 아직 살아있다 믿고 타이키와 함께 찾으려 했다. 그것도 둘이서만. 그렇게 하자고 한 건 타이키다. 바라는 일은 자기 힘으로 하려고 해야지, 처음부터 다른 사람 도움을 받으면 그리 좋지 않겠지. 다른 나라 왕한테 도움을 바라면, 잘못하면 그건 죄가 될지도 모른다. 여기에서는 다른 나라에 쳐들어가면 안 된다.

 

 여섯해 전 왕인 교소는 왕이 되고 여섯달 만에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는 사람은 없다. 단지 아센이 교소를 치려했다고 짐작했다. 아센은 교소가 지방 도적이 일으킨 난을 정리하려고 떠나고 연락이 끊긴 걸 알고는 타이키를 죽이려 했다. 타이키는 아센을 믿고 친하게 지냈는데 그런 일이 일어나서 무척 충격받았다. 그때 타이키는 뿔이 잘리고 자기 몸을 지키려고 식을 일으켜 봉래로 간다. 그리고 이곳에서 있었던 일을 다 잊어버렸다. 처음에 아센은 왕이 죽었다고 하고 자신이 임시 왕이 되었다. 얼마 뒤 의심하는 사람이 나타나자 그런 사람을 죽이고 교소 부하와 교소를 따르는 사람도 죽였다. 군을 이끄는 장군은 부하들한테 어딘가로 달아나 몸을 숨기고 있다 언젠가 때가 오면 싸우자고 한다. 그런 사람은 다 어디에 있을까. 그런 사람 가운데 한사람인 고료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타이키와 리사이를 만났다. 그리고 함께 왕을 찾으려 한다.

 

 기린은 참 약해 보인다. 기린은 사령을 가지고 자기 몸을 지키지만 지금 타이키는 뿔도 없고 사령도 없다. 산시와 고우란은 어떻게 됐을까. 언젠가 나타나면 좋을 텐데. 여러 사람이 타이키한테 안전한 곳에 있으라 하니 타이키는 위험하다 해도 자신도 왕을 찾으러 간다고 한다. 타이키는 백성이 힘들게 지내니 자신도 힘든 일을 겪어야 한다고. 타이키는 기린다워진 듯도 하다. 자신이 할 일을 깨달아서겠지. 타이키는 빨리 왕을 찾으면 안 되느냐고 하다가, 리사이한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떠난다. 리사이한테는 왕을 찾으라 하고. 그래도 타이키 혼자가 아니고 고료가 함께 갔다. 타이키가 간 곳은 왕궁이다. 하지만 아센은 만나지 못했다. 타이키는 대 백성이 이번 겨울을 버티게 도움을 주려면 궁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센은 자신이 왕 자리에 앉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센은 나랏일은 자기 밑에 사람한테 하게 하고 왕궁 깊은 곳에 틀어박혀서 나오지 않았다. 아센은 아직 살아있을까. 왕이 됐지만 덧없어져서 일을 안 한 건지. 대는 관리가 일을 하기는 하지만 아주 기본만 했다. 백성이 어떻게 사는지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 백성과 가까이 있는 사람은 알 텐데 그 사람들은 백성을 생각하지 않는구나. 도관사원이 그런 일을 맡아서 했다. 궁에서는 누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른다고 한다. 가까이 있는 사람은 보이지만 조금 거리가 생기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아직 나라가 있구나. 이건 다행이다 여겨야 할까. 여기에서는 나라가 아주 망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이웃나라에 쳐들어가지 못하니 말이다. 왕을 찾는 걸 도와주는 사람은 왜 교소는 지난 여섯해 동안 아무 움직임이 없었을까 했다. 정말 모를 일이구나. 교소는 죽지 않았지만 쉽게 움직이지 못한 건지. 다쳤다 해도 여섯해나 지났으니 나았을 것 같은데.

 

 예전에는 타이키가 대로 돌아오고 왕 교소를 찾으면 바로 대가 괜찮아지겠지 했는데, 그게 그렇게 쉬워 보이지 않는다. 아센을 따르는 군대가 만만치 않다. 왕 자리는 피로 만들어졌다고도 하는데 교소가 자기 자리를 찾으면 죽은 사람 많겠다. 교소는 아센과 싸워야 한다. 아센이 그냥 물러서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 아니 그건 모를 일인가. 아센을 따르는 사람이 끝까지 싸우려 할지도. 아센 밑에 있던 사람은 교소보다 아센이 왕에 어울린다 생각하기도 했다. 교소가 아센을 이기려면 아센이 가진 군대보다 더 많은 사람이 있어야 했다. 그것도 훈련이 잘된 병사로. 그렇게 만들려면 시간 걸리고 눈에 띌지도 모른다. 대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이 세계는 우리가 사는 곳과 다르다. 왕은 그 나라 기린이 하늘 뜻에 따라 고른다. 고른다기보다 알아본다고 해야 할까. 아센은 타이키가 알아본 왕이 아니다. 타이키가 교소를 왕이라 하고 맹세했을 때 타이키는 자신이 잘못했다 여겼다. 교소한테는 왕기가 없었다면서. 왕기는 보이는 게 아니고 느끼는 거였는데, 그걸 타이키는 몰랐다. 타이키는 교소 앞에서 무릎꿇고 머리를 숙였다. 기린은 왕이 아닌 사람한테는 그러지 못한다. 그거야말로 교소가 왕이라는 증거다. 예전에 그걸 안 타이키는 무척 기뻐했는데. 이제 타이키는 그때와 다르게 어리지 않다. 아직 대를 잘 알지 못하지만 기린 본성은 있다. 그건 백성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다. 앞으로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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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문학과지성 시인선 508
유희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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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시인 이름 알았을 때는 여자인가 했어요. 언제 남자라는 걸 알았을까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인터넷 책방에서 책소개에 나온 시인 사진을 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밤에 10시가 넘어서도 라디오를 켜두었어요. 그날 마침 유희경이 나왔어요. 딱 하루 나오는 게 아니고 한주에 한번 나오는 거였는데 그 뒤에 챙겨 듣지는 않았습니다. 밤이어서. 예전에는 늦은 밤에 라디오 방송 듣고는 했는데, 지금은 컴퓨터를 쓰는군요. 요즘은 라디오 방송에서 시인 목소리 가끔 들을 수 있어요. 그렇게 목소리 듣기 전에는 시인한테 환상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시인뿐 아니라 글 쓰는 사람 모두한테. 이제는 글 쓰는 사람도 그렇게 다르지 않구나 생각해요. 다른 건 세상을 더 잘 보려 한다는 거겠지요. 글 쓰는 사람도 친구 만나면 사는 이야기하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기도 하겠습니다. 글 쓰는 건 일이어서 더 마음 써서 하겠지요.

 

 라디오 방송에 나온 시인이나 소설가는 말도 잘해요. 지금은 말 잘하는 사람이 글도 잘 쓴다고 하더군요. 저는 말 잘 못해요. 할 말도 별로 없고. 그래도 쓰다 보면 할 말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바로 해야 하는 말이 아니어서 그렇군요. 유희경 시집 사고 바로 보고 싶었는데 미루다가 이제야 만났습니다. 제가 좀 알아들을 수 있기를 바랐는데. 시가 어떤 풍경 같기도 이야기 같기도 하네요.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이야기라 해도 제가 알기 쉽게 쓰는 것과는 다릅니다. 시작과 끝은 없고 한 장면이 있는 듯해요. 다른 건 상상할 수밖에. 그런 걸 바로 상상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쉽지 않네요. 시를 오래 바라보게 하려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빨리 보기보다 어떤 풍경이고 어떤 이야긴지 천천히 봐야 그걸 조금이라도 그릴 텐데.

 

 

 

 아이가 돌을 던진다. 잔디 위를 굴러 비석에 부딪혔을 때 어떤 소리가 난다 그 소리는 가족 중 몇몇을 뒤돌아보게 만든다 아무도 아이를 말리지 않는다

 

 아이는 재차 돌을 던진다 잔디 위를 굴러 비석에 닿는 돌은 또 다른 소리를 만든다 여전히 아이를 말리는 사람은 없다

 

 옆에서, 상복에 묻은 잔디를 떼어내던 여자가 한숨을 쉰다 한숨에도 어떤 소리가 있다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다 아무도 말리지 않는다

 

 죽어버린 사람은 이 자리에 없다 그는 이제 이 자리에 없다 이 자리에 없는 그도 어떤 소리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아무도 듣지 못했고 어쩌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겨울 볕은 아래로 아래로 굴러 내려가고 오늘은 뜨끈한 데가 있다 운다 울음에는 아무런 소리도 없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脫喪>, 14쪽

 

 

 

 조용한 가운데 소리가 들리는군요. 아이가 돌을 굴려 비석을 치는 소리 여자의 한숨 소리. 아이가 돌을 굴려 비석을 치는 건 조금 슬프게도 보입니다. 죽은 사람이 아이 아버지 같아서. 아이는 아버지가 죽은 걸 알지만 사람이 죽는 게 어떤 건지 몰라서 돌을 굴리는 건 아닐지. 심심해서. 제목인 탈상(脫喪)은 어버이 삼년상을 마친다는 뜻이군요. 아이가 지금보다 어렸을 때 아이 아버지가 죽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사람은 아이 아버지가 젊은 나이에 죽어서 여전히 슬퍼하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나온 ‘나’는 누굴까 잠깐 생각해 봤는데, 시인일까요. 그렇겠네요.

 

 

 

꿈을 꾸었다

편지를 쓰다 마는

쓸 말이 없었는지

쓸 수가 없었는지

어지러워 펜을 내려놓고

바짓단을 걷어올린 강이

첨벙대는 소리를 듣다가

잠에서 깨어버렸다

커튼 틈으로 볕이 들고

아무도 없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음악을 가둔 방──빛과 그림자>, 55쪽

 

 

 

 시에서 편지를 쓰는 꿈을 꾸어서. 저는 가끔 편지를 받는 꿈을 꾸기도 했습니다. 요새는 별로 안 꾸지만. 꿈속에서는 늘 편지를 못 봐요. 편지를 봤는데 봤다는 걸 잊어버린 걸지도. 이 시가 실린 곳을 폈다가 손에 묻은 볼펜 잉크를 책에 묻혔습니다. 조심해야 했는데. 지금은 마음이 안 좋아도 시간이 흐르면 잊어버리겠지요. 나중에 펴 보고 아쉽게 여길지도.

 

 

 

 겨울이었다 언 것들 흰 제 몸 그만두지 못해 보채듯 뒤척이던 바다 앞이었다 의자를 놓고 앉아 얼어가는 손가락으로 수를 세었다 하나 둘 셋, 그리 熱을 세니 봄이었다 메말랐던 자리마다 소식들 닿아, 푸릇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제야 당신에게서 꽃이 온다는 것을 알았다 오는 것만은 아니고, 오다 오다가 주춤대기도 하는 것이어서 나는 그것이 이상토록 좋았다 가만할 수 없어 좋아서 의자가 삐걱대었다 하나 둘 셋, 하고 다시 열을 세면 꽃 지고 더운 바람이 불 것 같아, 수를 세는 것도 잠시 잊고 나는 그저 좋았다

 

-<봄>, 112쪽

 

 

 

 기다리던 봄이 와서 기뻐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하나 둘 셋 하고, 다시 열을 세면 여름이 올 것 같아 수를 세지 않는 건 귀엽게 보이는군요. 수를 세지 않아도 시간은 흐를 텐데, 이 시에서 말하는 사람은 추운 겨울이나 더운 여름보다 따듯하고 꽃 피는 봄을 좋아하는가 봐요. 봄 싫어하는 사람 별로 없겠네요. 봄은 올듯 말듯 하다가 어느 순간 곁에 와 있지요. 어느 철이든 그렇던가요. 먼저 왔던 철이 떠나기 아쉬워서거나 다음 철을 만나려고 주춤 거리는 걸지도.

 

 앞부분까지 쓰고도 볼펜 잉크 묻힌 거 생각했습니다. 저는 책을 깨끗하게 보는 걸 좋아해요. 책이 닳도록 여러 번 보는 사람도 있고 책에 무언가 적거나 밑줄 긋는 사람도 있는데. 그렇게 하면 책을 더 깊이 볼 수 있을까요. 책은 누군가 한번이라도 보면 헌 책이겠지요. 새 책 같은 헌 책, 이젠 헌 책이다, 하면 좀 나을지. 책 보기 전에 엄마가 시킨 거 안 해서 벌 받았나 봅니다. 앞으로는 귀찮아도 엄마 말 잘 듣도록 해야겠습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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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28 19: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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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29 0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에밀리 비룡소의 그림동화 34
마이클 베다드 글, 바바라 쿠니 그림, 김명수 옮김 / 비룡소 / 199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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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에밀리 디킨슨은 죽기 전 스물다섯해 동안 자기 집을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스물닷새가 아닌 스물다섯해나 집안에만 있었다니. 좀 답답하지 않았을까, 나도 사람 만나는 거 안 좋아하고 멀리 가는 거 싫어하지만 가끔 밖에 나가 걷는다. 집에만 있으면 답답할 테니 말이다. 며칠 동안 집을 나가지 않는다고 못 살 건 없겠지만 조금 우울할 듯하다. 에밀리 디킨슨은 왜 스물다섯해 동안이나 집에만 있었을까. 알 수 없는 일이구나. 그래도 에밀리는 시를 썼다. 아주 많은 시를. 바깥에 나오고 나무와 바람을 만났다면 더 좋은 시를 썼을 것 같은데.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되겠다. 에밀리 디킨슨 시는 별로 못 봤다. 언젠가 보고 싶다.

 

 이 그림책은 실제 있었던 일은 아닌 듯하다. 상상이겠지. 에밀리는 2층 자기 방에서 줄에 맨 바구니에 생강빵을 넣어 아이들한테 내려주기도 했다. 조카한테 무언가를 줬다고 들은 것도 같은데. 아이는 에밀리가 사는 노란집 건너에 이사왔다. 노란집 2층 왼쪽 방에는 에밀리가 살았다. 에밀리는 낯선 사람이 나타나면 피하고 동생과 살았다. 사람들은 에밀리를 신비로운 여인이라 했다. 안 좋은 말이 아니어서 다행이구나. 아이들은 놀릴 수도 있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니 다행이다. 그런 이야기도 본 적 있어서.

 

 아이는 에밀리한테 조금 관심이 있었다. 한번도 본 적 없는데 그러다니. 어느 날 아이 집에 편지가 왔다. 그건 에밀리가 보낸 걸로 아이 어머니한테 에밀리 집에 와서 피아노를 쳐달라고 부탁했다. 봄을 전해달라고. 아직 겨울이지만 봄은 가까이에 왔다. 아이는 어머니를 따라 에밀리 집에 간다. 어머니가 피아노 한곡을 치자 에밀리가 층계참에서 봄이 온 듯하다고 말했다. 에밀리는 몸이 안 좋아서 피아노 가까이에서 듣지 못했다. 피아노 소리를 듣고 조금 힘이 났을 듯하다. 아이 어머니가 피아노를 치러 에밀리 집에 와서 다행이다. 아이가 함께 온 것도.

 

 에밀리가 사람을 만나지는 않았지만 아이는 좋아했다. 아이가 계단 밑에 나타나자 에밀리는 아이한테 가까이 오라고 한다. 에밀리는 피아노 소리를 들으면서 시를 썼던가 보다. 아이는 에밀리한테 봄을 가져왔다면서 백합 알뿌리를 내밀었다. 아이가 한 말도 시구나. 에밀리도 그렇게 생각했겠지. 에밀리는 백합 알뿌리 보답인 듯 종이에 글을 적어서 아이한테 건넸다.

 

 그림책이니 짧을 수밖에 없지만 이런 이야기도 괜찮은 듯하다. 여기 나온 것처럼 에밀리가 아이들하고는 마음을 나누었기를 바란다. 에밀리한테는 시가 있어서 그렇게 쓸쓸하지 않았을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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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부모를 떠안다 - 고령화와 비혼화가 만난 사회
야마무라 모토키 지음, 이소담 옮김 / 코난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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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자체부터 우울하다. ‘나 홀로 부모를 떠안다’ 라니. 본래 제목은 ‘르포 개호독신’이다. 개호(介護)는 대체 무슨 말인가 싶다. 이 말 보고 바로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 있을까. 일본말로 개호를 들었을 때는 그저 간병인가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개호는 곁에서 돌본다는 뜻이다. 아이는 돌본다고 하는 듯한데 부모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구나. 모신다고 할까. 아니 돌보기와 모시기는 조금 다르겠다. 이 책 보니 무척 우울하다. 좋은 답은 없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니 말이다. 사람은 다 나이를 많이 먹으면 치매에 걸리려나. 그게 일찍 오는 사람이 있고 늦게 오는 사람이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젊을 때 알츠하이머병에 걸리기도 한다. 그건 환경 때문일까. 젊은 나이에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면 그리 오래 살지 못한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면 거의 열해를 넘기지 못할까.

 

 옛날에는 많은 사람이 치매에 걸리기 전에 죽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사람이 오래 살아서 치매에 걸린다는 걸 안 거겠지. 오래 살아도 아프지 않으면 좋겠지만 바랄 수 없는 일이구나. 몸도 기계처럼 오래 쓰면 낡을 테니 말이다. 술 담배는 그런 걸 빨리 나타나게 할지도. 암도 있다. 암도 무섭고 치매도 무섭구나. 내가 그렇게 될까봐 그게 더 걱정이다. 언젠가는 혼자 살 테니. 혼자 살아도 정신은 멀쩡하기를 바란다. 내가 우울해진 건 아픈 부모를 보살펴야 하는 것보다 나 자신이 안 좋아질까봐서다. 좀 웃긴가. 부모가 아파서 돌봐야 한다면 그것도 걱정되겠구나. 해달라고 하는 건 대충 해도 다른 것까지 알아서 하지 못할 테니 말이다. 아픈 사람이 나오는 책을 보면 세상에 아픈 사람만 있는 것 같고, 나쁜 사람이 나오는 걸 보면 믿을 사람이 없는 세상이구나 싶다. 이 책을 보니 부모가 아파서 돌보는 사람이 아주 많고 누구한테나 올지도 모를 일 같았다.

 

 한국에도 나이 많은 사람이 많이 늘었다. 이 책이 한국에 나온 건 2015년인데 그때보다 지금 더 늘고 안 좋아졌을지도 모르겠다. 갈수록 나이 많은 사람은 늘고 새로 태어나는 사람은 줄어들겠지. 결혼을 아주 늦게 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난 별 생각없다. 이건 어릴 때도 그랬던 것 같다. 아이를 낳고 돌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건 나름대로 기쁨이 있을 거다. 아이는 자란다. 하지만 부모는 치매에 걸리면 갈수록 나빠지기만 한다. 치매면서 암에 걸리면 돌보기 더 힘들겠다. 부모를 정성을 다해 돌보는 사람 이야기가 가끔 나오는데, 모든 사람이 그럴 수 있을까. 아픈 사람을 돌보는 건 지치는 일이다. 형제가 있어도 혼자 사는 사람한테 그걸 떠넘기기도 한다. 일본소설에서 며느리가 시어머니 병수발을 혼자 했는데 그런 집이 많은 건 아닌 듯하다. 아내가 있어도 아들이 혼자 자기 아버지나 어머니를 돌보기도 했다. 혼자 하기보다 식구와 함께 하면 좀 나을 듯한데, 같이 하자 말하기 어렵겠지.

 

 결혼하지 못하는 것에는 상대가 부모를 모시고 싶지 않다고 해서기도 했다. 이런 일은 한국에도 있지 않을까 싶다. 아무것도 모르고 서로가 좋아서 일찍 결혼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이를 먹으면 서로의 부모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아이를 낳지 않는 사람이 많은 걸 아픈 부모를 돌보는 일과 이어서 생각하기도 했다. 어떤 소설에서는 나이 든 사람이 자신이 아플 때 돌봐줄 사람을 결혼 상대로 찾기도 한다.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시설에 들어가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고 그런 곳에 들어가려면 오래 기다려야겠지. 이 책을 보니 집에서 부모를 돌볼 때가 많았다. 일을 그만두기도 하고 일하면서 하기도 했다. 일을 안 해도 힘들고 일을 해도 아픈 사람 돌보기는 힘들었다. 부모를 돌본다 해도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하는 시간이 조금은 있어야 한다. 그래야 덜 지치겠지. 혼자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 조금 편하다고도 한다. 그런 거 말하기 어려울 것 같지만. 이것도 사람에 따라 다를 것 같다. 누군가한테 말해서 마음이 나아지는 사람도 있고 혼자 마음에 담아두는 사람도 있다. 다른 사람한테 말하기 힘든 사람은 일기 쓰면 좀 낫겠다.

 

 이렇게 쓰다 보니 책을 봤을 때보다 덜 우울하다. 나도 말하기보다 쓰기가 낫겠다. 쓴다 해도 다 털어놓지 않지만. 한국에도 재택 의료가 있을까. 난 이것이 늘었으면 한다. 자식 딸이나 아들이 혼자 감당하기보다 부모를 시설에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부모가 자식 한사람만 만나는 것보다 여러 사람을 만나는 게 자극이 되기도 할 거다. 치매에 걸린 사람한테는 그게 더 낫다. 그런데 치매로 다른 사람과 잘 지내지 못하면 받아주지 않는다. 그럴 수가. 그러면 집에서 부모를 돌볼 수밖에 없겠구나. 의사 간호사가 집으로 찾아오는 것도 괜찮은 일일 듯하다. 한국도 나이 많은 사람 의료를 더 생각하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의사는 사람을 살리는 일뿐 아니라 사람이 편안하게 눈 감게 하는 일도 한다고 생각해야겠구나.

 

 

 

희선

 

 

 

 

☆―

 

 구라이시는 어머니가 죽음을 맞을 때까지 그대로 그룹홈에 맡길 생각이다. 대신 최대한 자주 어머니를 찾아가 같이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어쨌든 지금은 어머니한테 최선을 다하고 싶다. 이제 어머니가 뭘 기뻐하고 뭘 즐거워하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같이 있으면서 맛있는 음식을 드리면 어머니는 즐겁게 웃는다. 구라이시는 어머니 웃음을 보려고 찾아간다.

 

 

 “어디까지나 제 경우지만 거리를 두고 사는 쪽이 좋습니다. 그래야 더 친절하게 대할 수 있어요. 꼭 같이 사는 것만이 행복은 아닙니다.”  (1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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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백 에티오피아 시다모 난세보 - 10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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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자평 처음이고 알라딘 커피도 처음이다. 이걸 사고 두주가 거의 다 되어가는데 이제야 하나 뜯었다. 드립백을 뜯으니 신 냄새가 나던데 맛도 조금 시었다. 그밖에 어떤 맛을 느껴야 할까. 조금 고소한 것 같기도. 이런 말밖에 못하다니. 가끔 알라딘 커피를 마시면 커피 맛 조금 알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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