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불 8
최명희 지음 / 매안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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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농민이 먹고 살기 힘들어서 일으킨 동학농민혁명 뒤에 공노비와 사노비는 없어졌다. 그게 동학이 일어난 다음인지 전인지 분명하게 모르지만, 이런 말하니 창피하구나. 《혼불》에 그게 언제인지 나왔을지도 모를 텐데 몇년인지 기억하지 못하다니. 어쨌든 동학 전후가 아닌가 싶다. 매안에는 여전히 노비가 있었다. 있었다는 거 이제 안 걸지도. 이번에 본 《혼불》 8권, 4부 꽃심을 지닌 땅에서 강호는 이기채한테 노비를 풀어주라 한다. 강호는 조카일 텐데, 어쩐지 이 말은 강모가 해야 할 것 같은데. 강모는 종손이 부담스러워 집에서 달아났구나.


 강호는 사리반서방이기도 하다. 그런 거 여성한테만 붙이는 게 아닌가 보다. 사리반댁이나 사리반서방 둘 다한테 붙인다. 강모는 효원이 집인 대실서방이다 했다. 전에도 말했지만 《혼불》은 이야기가 앞으로 잘 가지 않는다. 이번 8권은 더했다. 백제 이야기를 하고 신라 후백제 고려 그리고 조선. 매안에 사는 이씨 집안 조상은 바로 조선을 세운 이성계였다. 전주 이씨라고. 경주를 천년 고도다 하는 건 알았는데, 전주도 천년 고도인지는 이번에 알았다. 역사는 어디에서 보는가에 따라 다르게 보이겠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할 때 당나라 힘을 빌렸구나. 동학혁명이 일어났을 때는 일본 힘을 빌리지 않았던가. 청나라한테도 도움을 청했지만 일본하고 조약이 있어서 조선에 오기 어려웠던가.


 일본과 청나라가 싸움을 일으킨 뒤 만주가 일본으로 넘어가고 말았던가. 그 만주 이야기도 나왔다. 강호는 이기채한테 강모와 강태가 만주 봉천에 있다는 말을 해주었다. 이기채는 전주 이씨 선조가 일구어낸 땅에 강모가 있어서 다행이다 여겼다(만주가 그렇다고 한다). 기표는 만주에 한번 가 볼 생각인가 보다. 아들 강태가 그곳에 있으니. 매안 이씨 집안에서 제대로 생각하는 건 강호뿐인 것 같기도 하다. 강호 할아버지인 이헌의도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강호는 춘복이와 백단이 만동이가 매 맞은 걸 안타깝게 여기고 밤에 거멍굴에 찾아간다. 공배네가 강호를 만났을 때 강실이 이야기를 하려다 말았다. 아쉽다 공배네가 말했다면 좋았을걸. 강호는 춘복이와 백단이 만동이한테 약이라도 지어 먹으라고 자신이 일본에서 번 돈을 주었다.


 공배네는 춘복이를 어릴 때 거두어 길렀지만, 춘복이는 공배네나 공배를 어머니 아버지다 하지 않았다. 춘복이가 어머니 아버지 했다면 옹구네가 그렇게 공배네를 함부로 대하지 않았을 텐데. 옹구네는 공배네한테 춘복이와 아무 사이도 아니지 않느냐 하고 춘복이 수발을 자신이 들었다. 공배네는 그걸 서럽게 여겼다. 춘복이가 걱정되는데 아무것도 못해서. 공배네는 강호가 준 돈으로 약을 지어 다려 먹여야지 했는데, 그 돈은 옹구네가 가져갔다. 그걸로 춘복이한테 약을 지어 먹였다면 좀 나았을 텐데, 옹구네는 춘복이 아이를 낳아야겠다 생각하고 자기 약을 지었다. 어느 순간 ‘혼불’ 중심인물이 옹구네가 되기도 했다. 옹구네를 보면 《토지》에 나온 임이네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옹구네와 임이네는 많이 다르다.


 옹구네가 강호가 춘복이한테 준 돈을 가져간 걸 알고 공배네는 옹구네가 강실이 짐을 넘본다고 여겼다. 공배네는 강실이를 자기 집으로 데려가려 했는데, 옹구네가 와서 그러지 못했다. 참 아쉽구나. 강실이가 옹구네 집보다 다른 데 있는 게 나을 것 같은데. 공배네는 왜 그 생각 나중에 했을까. 강실이는 강실이대로 살 마음이 없어 보인다. 공배네와 옹구네가 자신을 사이에 두고 실랑이를 벌이자 자신을 죽였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두 사람은 강실이를 내팽개치고 싸웠다. 오류골댁은 강실이가 절에 갔겠지 여겼는데. 아주 가까운 곳에 강실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될지, 죽 모를지.


 마지막에 나온 ‘어느 봄날의 꽃놀이, 화전가’는 판소리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그건 사리반댁이 제목처럼 어느 봄날 꽃놀이 할 때 지은 노래였다. 앞부분에서 한 옛날 이야기도 판소리 같았는데. 일본이 많은 걸 빼앗아 가서 이젠 봄이 와도 꽃놀이도 화전도 부치지 못한다. 사리반댁은 강호 부인이다. 두 사람은 떨어져 지내면서도 편지를 나누었다. 효원은 그걸 부럽게 여기기도 했다. 지금 조선이 어떤지 마지막에야 나오다니.




희선





☆―


 베풀고 냉정해야 사람들은 어려워해. 평생토록 책임질 수 있는 것도 아니면서 섣부르게 베푸는 시늉하는 것은 오히려 무서운 원심(怨心)의 근원이 되기 쉬운즉, 이런 어리석음은 결코 저질러서는 안 된다.  (2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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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9 05: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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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0 02: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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