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불 7
최명희 지음 / 매안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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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반이든 상민이든 사람인데, 옛날엔 신분제도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 신분제도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신라 시대에도 있었으니 말이다. 신라를 말하다니. 고구려 백제도 다르지 않았겠다. 신분을 만든 건 힘 있는 사람일 거다. 사람을 자기 마음대로 지배하려고 말이다. 오랫동안 이어져서 많은 사람은 그걸 당연하게 여겼겠다. 난 옛날에 태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다. 별로 좋은 신분은 아닐 것 같아서다. 지금도 다르지 않지만, 돈 받지 않고 다른 사람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은 신분제도는 없지만 빈부 차이는 심하다. 계급이 아주 없지 않다. 옛날보다는 사람이 자유롭게 살지만, 뭔가 보이지 않는 벽이 가로막는 느낌은 있다. 사람은 다 사는 게 다른데, 그런 거 느끼지 않는 게 이상한 건가.


 이 책 《혼불》을 보니 비밀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안 볼 것 같지만 누군가는 어떤 일을 본다. 그건 작가가 그렇게 쓴 거지만. 현실에서도 그럴까. 누군가 숨기려는 일을 우연히 보는 사람 있을까. 난 그런 적 없구나. 《혼불》 7권은 ‘4부 꽃심을 지닌 땅’이다. 강실이네 집에 큰일이 일어났다는 걸 눈치챈 기표는 아침에 강실이네 집으로 오다가 안서방네가 강실이를 업고 오는 모습을 본다. 안서방네는 강실이가 저수지에 몸을 던지려 했을 때 막았다. 이번에도 강실이 말이나 생각은 아주 조금 나온다. 강실이를 이렇게 쓰다니. 여기 나오는 여성이 다 그런 건 아니다. 강실이로 나타내고 싶은 건 뭘까.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여성은 아닌 것 같은데. 효원이 강실이를 자기 친정과 가까운 절로 보내자고 했는데, 강실이는 그곳에 가지 못하고 옹구네한테 끌려간다. 억지로 끌려간 건 아니고 강실이가 쓰러져서 어쩔 수 없이 거기로 갔다. 옹구네가 매맞은 춘복이를 돌보는 동안 황아장수가 강실이와 떠났다면 좋았을 텐데. 황아장수는 꺼림칙하게 여기면서도 강실이를 옹구네 집에 두고 간다.


 이씨 문중 선산을 지키는 박달이는 무덤을 살펴보고 청암부인 무덤을 누군가 건드린 걸 알아챘다. 춘복이는 정월 대보름에 산에 갔다 내려오다 산지기 박달이를 만났다. 박달이는 춘복이가 청암부인 무덤을 건드렸다 여기고 이기채한테 말한다. 춘복이는 이기채 집으로 끌려오고 맞는다. 춘복이가 자신은 모르는 일이다 해도 때리는 걸 멈추지 않았다. 기표는 당골네가 그런 걸 알지도 모른다면서 백단이와 남편 만동이를 끌고 오는 게 어떻겠느냐고 한다. 이건 무덤에서 뼈를 찾은 다음이었던가. 그걸 딱 맞히다니. 그런 소문이 있기는 한가 보다. 무당이 명당자리에 투장하는 거. 백단이와 만동이는 정말 들키지 않으리라고 여겼을까. 양반이라고 해서 제대로 따지지도 않고 사람을 때리기부터 하다니. 그것 또한 안 될 일인데. 조선 시대 드라마에서도 그런 모습 본 적 있구나. 그런 거 보고 별 생각 안 했던 것 같다. 흑인 노예가 백인한테 맞거나 죽는 거 보고는 어떻게 저러나 했다. 조선 노비나 상민도 흑인 노예와 다르지 않았다는 걸 이제야 알았나 보다(무당은 천민에 들어가는구나).


 남의 무덤에 자기 부모 뼈를 묻으면 안 된다. 이건 예의기도 하지 않나. 지금은 법으로 죄를 묻고 벌금을 내게 할 텐데. 예전엔 신분이 낮은 사람이 명당 자리에 조상 뼈를 묻고 그 덕을 보려한 적 많았을까. 마음이 넓은 사람이라면 그렇게만 생각할지. 이기채는 그럴 사람이 아니구나. 성질이 안 좋아 몸도 안 좋다. 몸이 안 좋은 건 안됐다는 생각도 든다. 그나마 이기채는 양반이어서 청암부인이나 부인 율촌댁 지금은 며느리 효원이 정성을 다해 죽을 쑤어준다. 이기채는 그런 거 하나도 고맙게 생각하지 않겠지. 건강이 안 좋으면 운동이라도 해 봐야 하는데 운동도 거의 안 하는 것 같다. 운동한다고 모두 건강해지는 건 아니지만. 춘복이는 백단이와 만동이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것만은 좋게 봐야 하나. 백단이와 만동이는 덕석말이 당하고 만동이는 죽게 생겼다. 상민(천민)은 양반한테 맞아 죽어도 아무 말 못했겠다. 억울한 일이구나.


 강모보다 나이가 조금 위인 친척 강호는 일본에서 공부했다. 강호는 일본에서 병을 주워다 팔거나 인력거를 끌고 돈을 벌고 학비로 썼나 보다. 양반 자식은 집에서 주는 돈으로 공부만 하는가 했는데, 강호는 달랐구나. 실제 강호 같은 사람 있었을까. 강호는 만주에 갔다 왔다. 만주에서 강모와 강태를 만났단다. 이기채와 이기표는 강호를 만나 두 사람 이야기를 들었다. 강모와 강태는 만주에서 공부하게 됐다고 한다. 강태는 공부할 것 같아도 강모는 어떨지. 강호는 이기채가 춘복이와 백단이 만동이를 때린 일을 비꼬았다. 그런 말 듣는다고 이기채가 자기 잘못을 알려나, 모르겠지. 효원은 강호를 만나고 강모가 오유키와 함께 있다는 말을 듣는다. 효원이 생각하는 것처럼 오유키 형편이 좋은 건 아닌데, 그 부분은 아쉽구나.


 가장 걱정되는 건 강실이다. 왜 강실이는 그렇게 비실비실한 건지. 마음이 안 좋아서 몸도 안 좋아지고 지금은 배 속에 아이까지 있어서 더 힘이 없는 걸지도. 옹구네가 강실이한테 어떻게 할지 그게 걱정인지, 나도 모르겠다.




희선





☆―


 누리는 자는 대를 물려 영원히 그 기득권을 누려야 되고, 착취당하는 자는 영원히 제 가죽과 뼈를 착취당해야만 ‘순리(順理)’다 하고요.


 순리. 그러나 그 순리는 누구를 위한 순리일까요.


 왜 그 순리는 누구에게는 권리가 되고 누구에게는 억압이 될까요.


 그것이 참으로 진정한 순리라면 누구도 누구를 해치지 않으면서 공생하고 상생해야 할 텐데.  (2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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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11-29 22: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혼불7까지 달리셨네요. 한 권씩 완독할 때마다 기분이 뿌듯하시겠지요.
누구도 해치지 않으면서 공생하는 것, 요즘 들어 사람들이 더 중요시하는 것 같아요.
혼불 완주하시길 응원하겠습니다!!!


희선 2023-11-30 02:53   좋아요 2 | URL
달리지 않고 천천히 갑니다 책이 그렇게 두껍지는 않지만, 앞으로 잘 나아가지 않아요 이 말은 전에도 했군요 읽기는 하는데 제대로 못 읽는 것 같기도 하네요 지금은 신분제도가 없다 하지만, 그건 겉만 그렇고 아주 없는 게 아니기도 하군요 다른 사람도 생각하고 함께 살면 좋겠습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