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또 잘못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큰일은 아니지만 제 마음은 아주아주 안 좋아졌습니다. 잘 안 되면 그만둬야 했는데, 몇달 전에도 그렇게 생각했으면서 왜 그걸 잊어버렸을까요. 바봅니다. 사람은 한번 한 잘못을 되풀이합니다. 그것 때문에 또 한동안 우울하겠습니다.


 몇달전에 시디플레이어 사고 컴퓨터로 시디를 구워서 들어야겠다 했잖아요. 첫번째 것은 괜찮았습니다. 두번째는 오디오 시디로 하려 했는데 잘못해서 데이터로 해서 아예 들을 수 없었습니다. 데이터라면 엠피삼을 넣어야 하는데 다른 걸 넣었습니다(flac). 그때는 지우고 다시 했어요. 다시 하고 들어보니 소리가 안 좋았습니다. 그때 안 되는구나 하고 바로 엠피삼을 넣었다면 시간 잡아먹지 않았을 텐데. 어쨌든 여러 번 해도 소리가 안 좋아서 마지막에 엠피삼 넣은 시디로 구웠습니다.


 한동안 시디 굽지 않다가 드디어 세번째로 구웠습니다. 두번째 때 같은 실수하지 않으려 했는데, 음악 넣고 시디 굽고 들어보니 앞쪽 반은 괜찮고 뒤쪽 반은 소리가 안 좋더군요. 이번에는 한번도 안 지웠는데 왜 그럴까 했습니다. 그때 바로 지우고 엠피삼 넣었다면 괜찮았을 텐데, 다른 시디에 또 구웠습니다. 그건 들어보려하니 잘 안 나오더군요. 그때라도 그만둬야 했는데, 윈앰프에 넣어서 들으려 하니 그것도 안 되더군요. 시디를 컴퓨터에서 뺐더니 음악이 아닌 이상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걸 지우려다 윈앰프에 넣어둔 음악 다 지우고 말았습니다. 그 뒤로도 몇번이나 같은 잘못을.


 윈앰프에 다시 음악을 넣고 들으니 소리가 안 들렸습니다. 소리가 아주 작아졌어요. 평소에는 소리 3%로 하고 들어도 컸는데, 이상한 소리가 나고는 100%로 해도 그렇게 큰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다른 거 윈도우 플레이어는 아무 문제 없었습니다(이것도 2나 3 작은 건 10정도로 하면 괜찮아요). 컴퓨터 껐다 켜면 괜찮을까, 윈앰프를 지우고 다시 깔면 괜찮을까 하고 해 봤지만 소리는 여전히 작았습니다.


 구운 시디 잘 안 나오면 안 되나 보다 할걸 왜 그걸 들어보려 한 건지. 구운 시디에 문제가 있어서 윈앰프 소리가 작아지기도 할까요. 무슨 문제인지. 그 시디 지우고 엠피삼 넣는 걸로 했더니 그건 괜찮았습니다. 오디오 시디는 잘 안 되고 그건 괜찮다니. 첫번째 거 잘 된 건 운이 좋았던 거였나 했습니다. 윈앰프 소리 작아져서 우울합니다. 그런 거 때문에 우울하다고 하면 한심할지도. 시디를 그냥 뺀 게 문제였을지.


 앞으로는 음악 뭘로 들을지. 윈앰프 소리가 아주 안 나오는 건 아니지만, 소리를 100%까지 올리는 건 좀 안 좋습니다(70%로 듣기로 했습니다). 윈도우를 포맷하면 소리가 괜찮아질지. 그것 때문에 지금 그걸 할 수는 없군요. 지금은 어떤 게 안 되면 그만두거나 다른 걸로 하자 생각해도, 시간이 흐르면 다시 비슷한 잘못을 저지르겠지요. 제가 참 어리석네요.


 예전에 한 잘못은 컴퓨터 쓰다가 안 되는 게 있어서 어떻게 할까 찾아보다가 랜섬웨어에 걸렸습니다. 이번 건 지난번보다 심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안 좋네요. 가끔 난 왜 이러지 싶기도 합니다. 시디 플레이어 사지 말고 그냥 컴퓨터로만 음악 들었다면 좋았을걸. 이런 생각은 안 하는 게 나을지도. 재미없는 이야기를 했군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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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5-14 0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이 뭐 이런걸로..... 우리 흔히 하는 실수인걸요. 이런 실수가 있어서 우리 삶이 더 풍요로워진다고 생각해요. 저도 하루에도 몇번씩 자책하게 하는 일들이 있지만 그걸 또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서 웃음을 주며 즐거워하면 되는 것 같아요. ^^ 힘내세요. 희선님. 누구나 하는 실수고 시행착오랍니다. ^^

희선 2021-05-15 22:55   좋아요 0 | URL
사람이 처음부터 뭐든 잘 하는 건 아니겠지요 실수하고 잘못하면서 다음에는 그런 잘못을 덜 하겠습니다 그래야 하는데 어떤 건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는 것도 같아요 그러지 않으면 좋을 텐데... 큰일은 아니지만 가끔 문제가 생기면 마음이 안 좋기도 합니다 다른 일도 있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건 그런가 보다 할 수 있어야 할 텐데 그것도 잘 못합니다


희선

2021-05-14 0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5-15 2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1-05-14 08: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렸을때 시디 굽고 들었던 추억이 생각나네요. 안되면 다른걸로 하더라도 좋아하는걸 하는게 마음이 편할거 같아요. 희선님의 시디굽기를 응원합니다~!!

희선 2021-05-15 23:00   좋아요 1 | URL
저는 예전에는 안 하고 이제야 하는군요 시디 자주 사지 않았지만 사도 그냥 컴퓨터로만 들었는데... 시디를 들으면 될 것을 시디를 구워서 들으려고 했네요 시디 아끼려고...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할 수 있는 건 하고 싶은 게 낫겠지요


희선
 




내 마음을 잘 아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어


그건 바랄 수 없다고


그렇겠지


나 자신조차 내 마음을 다 모르는데


누가 내 마음을 알까


바랄 수 없는 일이어도


바라고 싶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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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깊은 절망에 빠져

울기만 했어

희망은 어디에도 없는 것 같았어

 

눈물이 앞을 가려

아무것도 못 본 걸까

 

자고 일어나니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어

 

희망은 늘 그곳에 있어

그걸 잊지 않아야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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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 윽…….”

 

 술과 떡볶이를 먹던 남자가 갑자기 목을 잡더니 앞으로 고꾸라졌어. 그냥 잠든 건가 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도 남자는 일어나지 않았어. 남자는 떡볶이가 목에 걸려 죽고 말았어.

 

 난 이 집 문이야. 이 집은 딱히 방이랄 게 없어. 뭐든지 트였어. 사람은 이런 걸 원룸이라고 하더군.

 

 남자는 혼자여서 방이 여러 개 없어도 됐어. 여기 오기 전에는 누군가와 살았을지도 모르지. 많은 사람이 남자에서 돌아선 거지.

 

 그거 알아 알코올의존증이라고. 맞아 남자는 알코올의존증이야. 날마다 술을 마시고 날마다 가까운 사람을 괴롭혔어. 다른 사람이 자기한테 뭐라 하면 아주 크게 화를 내고 그 사람을 죽일 것처럼 말했어. 하는 말마다 욕이었어.

 

 하루는 부모가 사는 집에 가서는 동생이 자기 말을 듣지 않는다고 동생 목을 졸라 죽이려 했어. 남자는 크고 힘이 세니 작은 동생은 꼼짝하지 못했지. 그 뒤로 동생은 남자 이야기를 듣거나 목소리만 들어도 몸을 벌벌 떨었어. 자기 앞에서 몸을 벌벌 떠는 동생한테 남자는 ‘병신’이라 했어.

 

 부모도 남자를 어쩌지 못했어. 부모는 부모 자식이라는 것에 얽매인 사람들이었거든. 첫째 아들이어서 그랬을지도. 남자 부모는 남자를 싫어하는 동생을 이상하게 생각했어. 하나밖에 없는 형제인데 왜 사이좋게 지내지 못하느냐고 했지. 부모형제이기에 무엇이든 참아야 할까.

 

 몇해가 흐르고서야 남자 부모는 남자와 더는 만나지 않기로 했어. 동생이 죽었거든. 남자 부모는 동생이 남자 때문에 괴로웠다는 걸 그때서야 깨달았지. 남자가 잠깐 부모 집에 살았어. 그때 동생은 그게 무척 무섭고 싫어서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어. 그런 것 때문에 목숨을 끊었나 할지도 모르겠지만, 사람마다 어떤 일을 받아들이는 건 다르잖아. 남자 어머니도 남자가 무서워서 제대로 말도 못했어.

 

 겨우 문일 뿐인 내가 어떻게 이런 걸 아느냐고. 그건 남자가 입고 다니는 옷이나 신발이 이야기해줬어. 남자가 얼마나 한심했으면 옷이나 신발이 그랬겠어. 술을 마시고 행패부리는 남자는 아무도 막지 못했어.

 

 이제 남자가 죽었으니 동생은 괜찮을 텐데, 동생이 먼저 죽다니 안됐어. 그나마 앞으로는 부모가 조금 마음 편하게 살겠어. 비록 자식은 다 죽었지만. 부모가 남자를 만나지 않았지만, 남자는 술을 마시면 늘 부모한테 전화하고는 욕을 했어. 이 방 월세뿐 아니라 남자가 쓸 돈까지 부모가 줬어. 부모도 돈이 없었는데. 알코올의존증인 사람이 어디에서 일하고 돈을 벌겠어.

 

 남자 시체는 누가 언제쯤 발견할까. 남자가 전화를 하지 않는 걸 이상하게 여긴 남자 부모가 와 볼지도 모르겠군. 아니면 집주인이 오든지. 벌써 파리가 날아다니잖아.

 

 

 

 

 

 

 

당신의 떡볶이로부터

김동식 김서령 김민섭 김설아 김의경

정명섭 노희준 차무진 조영주 이리나

수오서재  2020년 07월 08일

 

 

 

*더하는 말

 

 예전에 《모두가 사라질 때》를 보고 나 나름대로 지구가 끝나는 이야기를 썼는데, 이번 책 《당신의 떡볶이로부터》는 보기 전부터 나도 떡볶이 이야기 쓰면 좋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소설을 한편 한편 보다보니 떡볶이로 뭘 쓰나 했다. 난 친구와 떡볶이 먹으러 가 본 적 없다. 아니 한두번은 있었던가. 여기에는 그런 이야기 없지만 떡볶이 하면 친구와 같이 먹으러 가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번에는 그냥 여기 담긴 소설 이야기를 써야지 했는데, 아홉번째 소설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떡볶이>(조영주) 볼 때 쓸 게 떠올랐다.

 

 솔직히 말하면 며칠 동안 누가 죽는 이야기 쓰고 싶다 생각했다. 누군가 죽이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죽게 하고 싶었다. 누군가를 범인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해야겠다. 떡볶이 먹다 죽게 하다니. 떡볶이가 죽을 정도로 맛있어서가 아니고 목에 걸려서. 운이 없구나. 세상에는 진짜 그런 사람 있지 않을까. 좀 재미없는 이야기다.

 

 이 소설집에 담긴 소설은 내가 쓴 것보다 길고 재미있다. 떡볶이를 넣어야 해서 좀 억지스런 면도 있지만 지금을 이야기 한다. 여기 담긴 소설을 보다보니 떡볶이가 조금 먹고 싶었다. 아주 맵지는 않은. 고추장도 덜 매운 거 있다. 소설가가 아닌 사람도 소설을 쓰다니 부럽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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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멀리 돌아

겨우 닿은 곳은

바로 나였지

 

나를 알려고

그렇게 헤맸나 봐

 

여전히 모르는 나,

넌 날 알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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