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 윽…….”

 

 술과 떡볶이를 먹던 남자가 갑자기 목을 잡더니 앞으로 고꾸라졌어. 그냥 잠든 건가 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도 남자는 일어나지 않았어. 남자는 떡볶이가 목에 걸려 죽고 말았어.

 

 난 이 집 문이야. 이 집은 딱히 방이랄 게 없어. 뭐든지 트였어. 사람은 이런 걸 원룸이라고 하더군.

 

 남자는 혼자여서 방이 여러 개 없어도 됐어. 여기 오기 전에는 누군가와 살았을지도 모르지. 많은 사람이 남자에서 돌아선 거지.

 

 그거 알아 알코올의존증이라고. 맞아 남자는 알코올의존증이야. 날마다 술을 마시고 날마다 가까운 사람을 괴롭혔어. 다른 사람이 자기한테 뭐라 하면 아주 크게 화를 내고 그 사람을 죽일 것처럼 말했어. 하는 말마다 욕이었어.

 

 하루는 부모가 사는 집에 가서는 동생이 자기 말을 듣지 않는다고 동생 목을 졸라 죽이려 했어. 남자는 크고 힘이 세니 작은 동생은 꼼짝하지 못했지. 그 뒤로 동생은 남자 이야기를 듣거나 목소리만 들어도 몸을 벌벌 떨었어. 자기 앞에서 몸을 벌벌 떠는 동생한테 남자는 ‘병신’이라 했어.

 

 부모도 남자를 어쩌지 못했어. 부모는 부모 자식이라는 것에 얽매인 사람들이었거든. 첫째 아들이어서 그랬을지도. 남자 부모는 남자를 싫어하는 동생을 이상하게 생각했어. 하나밖에 없는 형제인데 왜 사이좋게 지내지 못하느냐고 했지. 부모형제이기에 무엇이든 참아야 할까.

 

 몇해가 흐르고서야 남자 부모는 남자와 더는 만나지 않기로 했어. 동생이 죽었거든. 남자 부모는 동생이 남자 때문에 괴로웠다는 걸 그때서야 깨달았지. 남자가 잠깐 부모 집에 살았어. 그때 동생은 그게 무척 무섭고 싫어서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어. 그런 것 때문에 목숨을 끊었나 할지도 모르겠지만, 사람마다 어떤 일을 받아들이는 건 다르잖아. 남자 어머니도 남자가 무서워서 제대로 말도 못했어.

 

 겨우 문일 뿐인 내가 어떻게 이런 걸 아느냐고. 그건 남자가 입고 다니는 옷이나 신발이 이야기해줬어. 남자가 얼마나 한심했으면 옷이나 신발이 그랬겠어. 술을 마시고 행패부리는 남자는 아무도 막지 못했어.

 

 이제 남자가 죽었으니 동생은 괜찮을 텐데, 동생이 먼저 죽다니 안됐어. 그나마 앞으로는 부모가 조금 마음 편하게 살겠어. 비록 자식은 다 죽었지만. 부모가 남자를 만나지 않았지만, 남자는 술을 마시면 늘 부모한테 전화하고는 욕을 했어. 이 방 월세뿐 아니라 남자가 쓸 돈까지 부모가 줬어. 부모도 돈이 없었는데. 알코올의존증인 사람이 어디에서 일하고 돈을 벌겠어.

 

 남자 시체는 누가 언제쯤 발견할까. 남자가 전화를 하지 않는 걸 이상하게 여긴 남자 부모가 와 볼지도 모르겠군. 아니면 집주인이 오든지. 벌써 파리가 날아다니잖아.

 

 

 

 

 

 

 

당신의 떡볶이로부터

김동식 김서령 김민섭 김설아 김의경

정명섭 노희준 차무진 조영주 이리나

수오서재  2020년 07월 08일

 

 

 

*더하는 말

 

 예전에 《모두가 사라질 때》를 보고 나 나름대로 지구가 끝나는 이야기를 썼는데, 이번 책 《당신의 떡볶이로부터》는 보기 전부터 나도 떡볶이 이야기 쓰면 좋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소설을 한편 한편 보다보니 떡볶이로 뭘 쓰나 했다. 난 친구와 떡볶이 먹으러 가 본 적 없다. 아니 한두번은 있었던가. 여기에는 그런 이야기 없지만 떡볶이 하면 친구와 같이 먹으러 가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번에는 그냥 여기 담긴 소설 이야기를 써야지 했는데, 아홉번째 소설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떡볶이>(조영주) 볼 때 쓸 게 떠올랐다.

 

 솔직히 말하면 며칠 동안 누가 죽는 이야기 쓰고 싶다 생각했다. 누군가 죽이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죽게 하고 싶었다. 누군가를 범인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해야겠다. 떡볶이 먹다 죽게 하다니. 떡볶이가 죽을 정도로 맛있어서가 아니고 목에 걸려서. 운이 없구나. 세상에는 진짜 그런 사람 있지 않을까. 좀 재미없는 이야기다.

 

 이 소설집에 담긴 소설은 내가 쓴 것보다 길고 재미있다. 떡볶이를 넣어야 해서 좀 억지스런 면도 있지만 지금을 이야기 한다. 여기 담긴 소설을 보다보니 떡볶이가 조금 먹고 싶었다. 아주 맵지는 않은. 고추장도 덜 매운 거 있다. 소설가가 아닌 사람도 소설을 쓰다니 부럽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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