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들리는 네 목소리
무슨 말을 하는 걸까
좀 더 가까이 와 봐
내가 다가가야 할까
내가 다가가면 그만큼 멀어지는 너
나한테 말하는 거 맞아
넌 내가 아닌 다른 사람한테
말하는가 봐
나한테 하는 말이었으면 했는데,
언제나 넌 다른 곳을 봐
희선
여기저기 다니던 바람은
장난이 치고 싶었어요
빨랫줄에 널린 빨래를 날리고
아이가 쓴 모자를 날리고
땅에 뒹굴던 비닐봉지를 하늘로 날렸어요
바람이 날린 게 하나 더 있어요
그건 사람 마음이에요
장난스런 바람이 불자
어떤 사람은 그 바람에 자기 마음을 실었어요
되는 일도 없고 기분이 가라앉았는데
그런 마음을 바람에 맡겼어요
가끔 장난스런 바람도 도움이 되네요
몇만 광년 떨어진 별처럼
몇만 년 걸려도
내 마음은 네 마음에 닿지 않겠지
몇만 년이나 살지도 못해
겨우 몇십해 살다 이 세상을 떠날 거야
시간과 공간을 넘는 기적은
쉽게 일어나지 않아
좁히지 못하는 아득한 거리,
그걸 좁히면 뭐 하겠어
이대로도 괜찮아
오늘부터 해야 하는데
언제나 ‘내일부터’ 해
조금 일찍 자고
조금 일찍 일어나기
덜 게으르게 지내기
마음을 따라가지 못하는 몸
마음 깊은 곳은 여전히 게으른 걸 좋아하는지도
오늘부터면 더 좋겠지만
내일부터 해도 괜찮아
죄책감 갖지 마
달라도 모두 같은 사람인데
세상은 똑같이 여기지 않아
보이지 않는 막이 가로 놓였지
여기와 저기로
여기에서 저기로 가는 많은 사람
여기에만 있어야 하는 적은 사람
많은 사람은
적은 사람을
잘 받아들이지 않아
누구나 형편에 따라
적은 쪽이 될지도 모르는데……
적든 많든 같은 사람이야
좀 더 생각해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