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의 일 (양장)
이현 지음 / 창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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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이 얼어붙어 겨울인 사람은 봄이 온다는 걸 생각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얼어붙은 게 안전하다 생각하겠지. 자기 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참으면 되니까. 아무렇지 않은 척하기. 아무렇지 않은 척해도 겉만 그럴 뿐이다. 많은 사람이 그렇게 살기는 하지만. 마음속에 담아두기만 하면 안 될지도 모르겠다. 조금은 밖에 내 보내야 괜찮겠다. 말을 하면 좋겠지만, 말하기 어려운 것도 있을 거다. 그때는 글로라도 풀어야 할까. 그것 또한 쉽지 않겠다.

 

 호정이는 지금 열일곱살로 고등학교 1학년이다. 호정이한테는 동생 진주가 있는데, 호정이랑 진주는 여덟살 차이가 난다. 호정이가 보내지 못한 어린시절을 보내는 진주. 엄마 아빠 그리고 진주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셋을 보면 호정이 마음속에 치솟는 게 있다. 부모가 아이를 사랑해도 할 말 안 할 말이 있을 것 같다. 호정이 엄마 아빠는 갑자기 호정이가 생겨서 하던 걸 그만둬야 했다. 태권도 국가대표가 될 뻔했나 보다. 부모는 돈을 벌려고 중국에 태권도장을 열었는데 그게 사기였다. 호정이 부모가 중국에서 돈을 잘 벌었다면, 할머니 고모 삼촌은 좋아했겠지. 사기 당한 거여서 원망했다. 할머니 돈도 날아 갔으니 말이다. 호정이는 어릴 때 우연히 그걸 알았다. 할머니 고모 삼촌이 호정이한테 뭐라 하지 않았는데 호정이는 눈치를 봤다. 어린이는 말하지 않아도 그런 분위기 잘 알 거다. 엄마 아빠가 중국에서 돌아오고 호정이가 함께 살았다면 좋았겠지만, 호정이는 그 뒤 몇 해 동안 할머니 집에 살았다.

 

 이 책 《호수의 일》을 보면서 호정이한테 무슨 일이 있었나 했다. 어릴 때 아팠던 마음이 다 낫지 않은 거였다. 호정이 엄마 아빠는 너를 위해 손목이 빠지도록 만두를 빚는다고 했다. 아빠만 그런 말을 했던가. 엄마는 그저 호정이가 알아서 잘한다고 믿었다. 호정이가 괜찮아 보여도 괜찮은 게 아니었다. 어릴 때 일은 호정이한테 깊은 상처였다.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그게 없었던 일이 되지는 않는다. 호정이 반에 한 아이가 전학 온다. 강은기였다. 호정이는 어쩐지 은기가 마음 쓰인다. 은기한테도 말 못할 일이 있는 것 같아서. 호정이 친구 나래와 나래가 사귀는 보람이 그리고 은기 넷이 어울려 밥을 먹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호정이는 은기와 가까워졌다. 지금 아이는 다 스마트폰에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그리고 카톡 계정이 있겠지. 그거 안 하면 이상하게 보일까. 요즘은 사이버 따돌림이 생겼구나. 따돌림보다 괴롭힘. 그거 하고 그런 일 당하기보다 아예 안 하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한데.

 

 은기한테는 비밀이 있었다. 은기는 호정이보다 나이가 한살 많고 주민등록증도 벌써 나왔다. 호정이는 은기한테 이것저것 묻지 못한다. 꼭 그런 걸 알아야 하는 건 아니겠지. 세상에 비밀은 없는 것인지 다른 아이가 은기 일을 알게 된다. 그 일로 은기는 호정이한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떠난다. 호정이는 호정이대로 은기가 한살 많다거나 수원에 살았다는 걸 자신이 말했다 여기고 죄책감을 느꼈다. 다른 아이가 물어보고 호정이가 아무 말 못하자 그게 맞다고 여겼다. 지금까지 호정이는 자기 마음을 숨겼는데, 은기 일이 일어나고는 이런저런 감정이 북받쳐 오른 듯하다. 호정이는 은기를 좋아하기도 했는데, 그런 마음도 빼앗긴 느낌이 들었을 것 같다.

 

 다는 아니어도 자기 마음을 드러내는 게 나을 것 같다. 호정이는 의사한테 이야기를 한다. 엄마 아빠도 함께 이야기하라고 했나 보다. 그건 참 다행이구나. 예전에 엄마 아빠도 힘들어서 호정이한테 마음 못 썼겠지. 그러면서 호정이를 위해 돈을 번다고 하다니. 그 말과 호정이가 생겨서 꿈을 접었다는 말은 안 하는 게 좋았을 텐데. 은기하고도 아주 끝인가 했는데, 다행하게도 호정이가 은기를 만나러 간다. 말하지 못하는 게 많겠지만, 제대로 헤어지는 게 좋겠지. 호정이와 은기가 앞으로 꿋꿋하게 살기를 바란다. 그러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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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0-14 1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얼어 붙은 호정이
은기를 만나고 나서
마음 속 얼음이 따스한 온기로 녹아 버렸을 것 같습니다!
호정이와 온기!
두 사람의 행복을!^^

희선 2022-10-15 01:19   좋아요 1 | URL
호정이와 은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둘이 만났기에 그때만은 마음이 따듯했을 거예요 마음을 아프게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는 아픈 마음을 낫게 하기도 하죠


희선

호우 2022-10-14 1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호정이 엄마랑 아빠는 자기들 사는 게 힘들다는 것만 생각하고 아이의 마음을 전혀 돌보지 않았네요. 부모님의 말이 아이에게 상처가 될 걸 몰랐겠지요. 그런데, 그런 부모가 너무 많은 거 같아요.

희선 2022-10-15 01:21   좋아요 1 | URL
호정이 엄마 아빠가 힘들기는 했지만, 호정이 마음을 알려고 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합니다 호정이하고 나이 차이가 나는 둘째는 다르게 기르기도 하네요 예전에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면 이제는 그런 게 생겨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모도 처음부터 부모가 아니어서 이해해야 한다지만...


희선

서니데이 2022-10-15 12: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현작가의 이 책 보다 조금 먼저 출간된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좋았던 기억이 있어요.
이 책은 나중에 기회되면 한번 더 소개 읽어봐야겠어요. 어쩌면 산 책일 수도 있어서요.
희선님, 주말 날씨가 따뜻하고 좋아요.
점심 맛있게 드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2022-10-16 22:57   좋아요 2 | URL
이름으로 찾아보면 동화가 나와서 같은 사람인가 했어요 같은 사람 맞더군요 예전에 다른 책 읽었을지도 모르고, 못 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제목만 알았던 건지도... 이 책 샀다면 집에 있겠네요 언젠가 보시겠습니다

주말이 다 가는군요 오늘은 한 게 별로 없는 날입니다 어제부터 일어나기 조금 힘들어서... 서니데이 님 좋은 밤 보내시고 잠 잘 주무시기 바랍니다


희선

scott 2022-11-09 15: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이달상 추카합니다
11월 따숩게!
건강 잘 챙기세요 ^^

희선 2022-11-16 01:14   좋아요 1 | URL
scott 님 고맙습니다 십일월 반 남았습니다 보름 동안 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십일월 남은 날엔 책을 보면 좋을 텐데...


희선

서니데이 2022-11-09 15: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희선 2022-11-16 01:15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 님 고맙습니다 아직 가을이지만 겨울은 가까이에 왔겠습니다 눈이 오면 좋겠네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2-11-09 15: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이달의상 축하드려요^^
제목처럼 따뜻한 작품인 것 같습니다.

희선 2022-11-16 01:18   좋아요 1 | URL
거리의화가 님 고맙습니다 겨울엔 얼어 붙은 게 봄엔 녹겠지요 누군가 자신한테 봄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희선

모나리자 2022-11-09 15: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희선님~^^

희선 2022-11-16 01:18   좋아요 2 | URL
모나리자 님 고맙습니다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thkang1001 2022-11-09 18: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한 주 되시길 바랍니다.

희선 2022-11-16 01:19   좋아요 1 | URL
좋은 하루하루가 좋은 한주 한달이 되면 좋을 텐데, 그건 좀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루만이라도... thkang1001 님 고맙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2-11-10 19: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이 소설을 읽으면 마음이 따뜻해질 것 같아요**

희선 2022-11-16 01:22   좋아요 2 | URL
추울 때는 조금 마음 따듯해지는 이야기가 더 좋겠습니다 추울 때 겨울이 배경인 걸 보는 것도 괜찮기는 하겠습니다 페넬로페 님 고맙습니다


희선
 
나는 지하철입니다
김효은 글.그림 / 문학동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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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사는 곳엔 지하철이 없어. 사람들은 뭘 타고 다니냐고. 버스나 택시 자기 차를 타고 다니겠지. 나처럼 걸어다니는 사람도 있어. 아, 지금 생각하니 자전거나 오토바이 타고 다니는 사람도 있군. 이런 사람은 어디에나 있겠어. 지하철이 있는 곳도 있지만, 내가 사는 곳은 그리 크지 않아서 지하철 생기기도 어려워. 그런 게 생기려면 사람 많아야 할 것 같아. 여기 사는 사람 예전보다 줄었을 거야. 작은 도시는 다 비슷하겠어. 지하철 넌 어디 달리는 게 좋아. 갑자기 그런 게 알고 싶어지다니. 지하철은 땅 밑도 달리고 땅 위도 달리지.

 

 사람은 지하철 너를 타고 어딘가를 가고 오기도 해. 넌 달리면서 풍경도 보겠지만, 너를 타는 사람도 잘 보겠어. 내가 본 책 《나는 지하철입니다》에서 너를 탄 일곱 사람을 알려줬잖아. 일곱 사람이 누구고 무엇을 하는지 어떻게 알았을까. 너 참 대단하구나. 어쩌면 너를 탄 사람들이 하는 말을 넌 잘 들었을지도. 요즘 사람은 지하철을 타면 거의 스마트폰을 볼지도 모르겠지만. 스마트폰이 아닌 책을 보거나 친구와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겠지. 누군가는 피곤해서 잠을 잘지도. 예전에 난 차 타고 다니면서 책을 보거나 모자란 잠을 잤어. 책을 볼 수 있을 때가 좋았는데.

 

 길고 긴 기차 좋아해. 지하철은 기차와 다르지만 긴 건 같잖아. 지하철도 기차처럼 철길을 달리지. 지하철 넌 같은 곳을 돌아서 심심하겠어. 아니 그렇지도 않으려나. 네가 말한 완주 씨, 제주에서 온 할머니, 유선 씨, 재성 아저씨, 나윤이, 구공철 씨, 이도영 씨뿐 아니라 넌 많은 사람을 만나겠군. 넌 사람들한테 인사할 텐데 사람들은 네가 하는 말 못 알아듣지. 이 책을 본 사람은 지하철 널 탈 때 인사할지도 모르겠어. 정말 그런 일 있었으면 해. 네가 말한 사람에서 뭐든 파는 구공철 씨가 눈에 띄었어. 지금도 지하철에서 구공철 씨는 뭐든 팔까. 이젠 구공철 씨 보기 힘들 것 같기도 해. 성실하게 열심히 사는 사람이 잘사는 나라여야 할 텐데. 난 게으르게 살아서 그런 건 바라지 않아.

 

 언젠가 라디오 방송에서 지하철 차장 님에는 널 타는 사람한테 인사하고 좋은 말을 해주는 분도 있다고 하더군. 지하철 안내방송은 거의 다음에 내릴 역을 말해주잖아. 잠든 사람이 안내방송 듣고 자신이 내릴 곳이라는 걸 알기도 하겠어. 다음에 내릴 역을 말해주는 것도 참 도움이 되는 거군. 한국말뿐 아니라 다른 나라 말로도 안내방송 해주는군. 한국에는 한국사람뿐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도 살아. 지하철 너도 그런 사람을 태우고 달리기도 하지. 다른 나라 사람도 널 타고 편하게 느낄까.

 

 난 널 만나지도 타지도 못하겠지만, 언제나 네가 잘 달렸으면 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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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10-11 09: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수도권(!)에서 약간 멀어져서 지하철 타본지 좀 되었습니다. 서울 가는 것도 뭔가 마음을 먹고 나가야 하는 일이 되어버렸어요ㅋㅋ 이제는 지하철에서 책 읽는 사람은 손에 꼽죠. 스마트폰을 대부분 보고 있어서 저러다 목디스크 걸리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들때가;;;
2호선이 지옥철이라 싫어하긴 하지만 지상구간을 달릴 때가 좋긴 했어요. 주로 저는 잠실에서부터 성수 방향으로 달릴 때 바깥을 보며 다녔던 생각이 나는군요^^

희선 2022-10-13 23:52   좋아요 1 | URL
서울에 사람이 많아서 지하철이 지옥철이 되는 시간이 있기도 하겠습니다 그 시간이 지나면 좀 한가할 것 같기도 하지만, 아주 없지는 않겠습니다 지금은 어디서든 스마트폰 보는 사람이 보이는군요 걸으면서 통화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거 위험하지 않을지...

지하철이 달리는 구간에 풍경이 좋은 곳도 있겠지요 그런 게 조금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싶네요


희선

바람돌이 2022-10-11 12: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하철에선 왠지 책읽기가 힘들어요. 사람들이 자주 내리고 타서인지, 아니면 의자가 불편해서인지 모르겠어요. 기차는 책읽기에 진짜 좋은데 말입니다. ^^

희선 2022-10-13 23:54   좋아요 0 | URL
사람이 자주 타고 내리면 책 보기 안 좋기도 하겠습니다 그런 걸 편하게 여기고 보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아요 사람이 꽉 차면 못 보겠습니다


희선

scott 2022-10-11 12: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그동안 지하철에서 수많은 책들 읽었고 학부 때는 공부도 했는데
기차에서는 책이 눈에 안들어옵니다😊

희선 2022-10-13 23:55   좋아요 0 | URL
scott 님은 기차보다 지하철에서 책이 더 잘 읽히는군요 기차보다 더 흔들리는 게 편한 걸지도 모르겠네요 더 흔들리는 거 맞는지...


희선

mini74 2022-10-11 1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림 참 정답고 예뻐요. 제가 사는 도시에 지하철이 첨 들어서면서 엄마랑 기념으로 지하철 타고 백화점 놀러간 기억납니다 ~ 여기는 지하철 노선이 일자로 쭈욱, 서울가서 거미줄같은 노선도 보고 놀랐던 기억나요 ㅎㅎ

희선 2022-10-13 23:56   좋아요 0 | URL
예전에 서울에 한번 가서 지하철을 타 보기는 했는데 노선이 아주 많고 복잡하더군요 다른 곳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고 하나나 둘 정도 있겠지요 미니 님이 사는 곳에 지하철이 아주 없지 않으니 지하철 타기도 하겠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2-10-11 16: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지하철과 기차는 똑같이 철로를 다니지만 느낌은 다른 것 같아요.
기차타면 더 운치 있어 좋아요.
낼 지하철 한시간 반을 타고 친구 병문안 가야하는데 그때 책 읽어야겠어요^^

희선 2022-10-13 23:59   좋아요 1 | URL
친구분 병문안 잘 다녀오셨겠지요 여전히 병문안 안 받는 병원 있을 것 같은데... 지하철 기차가 같은 철길을 달리지만 다르기도 하다니... 지하철은 자주 서고 기차는 가끔만 서서 그럴지... 앉는 것도 좀 다르군요


희선

그레이스 2022-10-12 2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거 동영상으로도 본것 같아요
내용이 좋았습니다

희선 2022-10-14 00:00   좋아요 0 | URL
동영상으로 나온 적 있군요 예전에 이 책 나왔을 때 이야기한 것 같기도 해요 어디서 했는지 모르겠지만... 지하철은 여전히 있네요


희선

서니데이 2022-10-13 2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매일 아침 지하철 타던 시기도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오래전 일이네요.
요즘엔 전보다 버스도 많이 편해졌지만, 지하철이 연결된 곳이 더 편리하긴 해요.
희선님, 일교차 큰 날씨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희선 2022-10-14 00:14   좋아요 0 | URL
제가 사는 곳은 버스 타는 사람 많이 줄었어요 버스 타는 사람이 아니고 여기 사는 사람이 줄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네요 아니 자기 차를 가진 사람이 많아진 건가 버스요금도 잘 모르기도 합니다 지하철 자주 타다 어쩌다 한번 타면 느낌이 다르겠습니다

낮엔 좀 괜찮은데, 다음주엔 다시 추워진다고 하더군요 서니데이 님 감기 조심하세요


희선
 
오백 년째 열다섯 텍스트T 1
김혜정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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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제목 《오백 년째 열다섯》을 봤을 때는 무슨 이야길까 했다. 오백년 동안 열다섯살로 사는 느낌은 어떨까. 나이 들고 죽고 싶지 않은 사람은 그런 거 부러워할지도 모르겠다. 세상이 아름다운 건 끝이 있어서겠지. 죽지 않고, 아니 죽는다 해도 오래 살면 그게 그리 좋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여기에선 가을이 그랬다. 가을은 오백년 전 열다섯살에 야호족 우두머리인 령이 여우 모습으로 덫에 걸린 걸 보고 구해주었다. 시간이 흐르고는 령이 가을과 엄마와 할머니를 종야호로 만들고 구해줬다. 야호족은 나이를 먹지 않고 오래 산다. 그렇다고 아주 죽지 않는 건 아닌 듯하다.

 

 다른 것보다 나이를 먹지 않고 오래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그랬는데, 가을이 학교를 다니면서 친구를 사귀지 못하는 모습을 보니 나이 먹지 않는 게 아주 좋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엔 가을뿐 아니라 할머니와 엄마도 봄과 여름으로 둔갑해서 함께 학교에 다니게 된다. 학교에서는 봄 여름 가을로 세쌍둥이고 집에서는 가을과 할머니 엄마다. 지금까지 사는 동안 할머니와 엄마는 학교에 다니지 않았나 보다. 본래 모습이 할머니와 엄마였으니 어린 모습으로 둔갑하면 힘들겠지. 가을이만 종야호가 된 게 아니어서 다행이다. 세사람이 같은 날 죽임 당할 뻔했구나. 그렇다 해도 셋이어서 좀 낫겠다.

 

 단군신화는 하늘 신 환인이 아들 환웅을 사람 세계로 내려 보내 다스리게 했다. 곰과 호랑이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는데, 곰은 사람이 됐지만 호랑이는 중간에 그만뒀다. 여기에 나온 신화는 조금 다르다. 환웅은 사이 좋은 곰과 호랑이 여우한테 동굴에서 쑥과 마늘을 먹으면 사람이 되게 해주겠다고 했다. 곰과 호랑이는 그 말을 받아들였지만 여우는 싫다고 했다. 시간이 흐르고 곰만이 사람이 되었다. 곰은 단군을 낳고 여우한테 사람과 동물 사이에서 둘 다 지켜달라고 했다. 환웅은 령한테 최초의 구슬을 주고 령은 그 구슬을 삼키고 구슬을 뱉어내고 다른 여우한테 주었다. 그렇게 야호족이 나타났다. 야호족 구슬을 호랑이가 빼앗아 가고 호랑족이 됐다. 야호족 호랑족 싸움은 오랫동안 이어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구슬이 나타날 때 싸우기로 약속을 하기는 했지만, 호랑족은 야호족이 가진 최초의 구슬을 노렸다.

 

 여우뿐 아니라 호랑이도 사람으로 둔갑해 살다니. 지금은 한국에 여우도 호랑이도 없구나. 사람이 동물이 살 곳을 빼앗아서구나. 호랑족은 그런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다. 야호족은 호랑족이 세상을 지배하려는 것도 막으려 했다. 이런 이야기가 있고 가을이 중학생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도 있다. 가을은 학교 생활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친구도 사귀지 못하니 그렇겠다. 이 학교 교장은 가을이 마흔다섯해 전 선화였을 때 친구였다. 친구였다 해도 자신을 밝히지는 못하겠지. 가을이 짝인 신우는 친구 손자였다. 가을이는 마흔다섯해 전에 친구가 자신한테 잘해준 걸 생각하고 예전에 아무도 모르게 친구를 도왔다. 그런 인연도 있다니. 지금까지 가을은 누군가를 깊이 생각하지 않았는데 신우한테는 좀 달랐다. 이런 일이 여러 번 일어나면 마음 아프겠지만, 한번 정도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다. 같은 나이로 오래 살아도 사춘기 때 마음이 다 사라지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가을이 야호족이 되고 오백년째다. 오백년에 한번 야호족한테서는 구슬이 나왔다. 구슬을 뱉는 걸까. 호랑족은 그 구슬을 빼앗으려 했다. 최초의 구슬을 가졌다는 령이 죽고, 가을은 그 구슬이 자신한테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오래전에 령은 보통 구슬로 가을을 구할 수 없어서 최초의 구술을 가을한테 주었다.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을지도. 가을은 야호족과 호랑족 싸움을 끝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건 령이 바란 거구나. 서로 다르다고 해서 모두 없애야 할까. 이런 건 사람 같기도 하구나. 서로 달라도 인정하고 서로의 말을 들으면 훨씬 좋을 거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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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10-09 17: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뭔가 이야기기 흔한거 같으면서도 엽기적이네요~!! 죽지 않고 오래만 살면 별로일거 같은데, 열다섯으로 오백년 사는건 좋을거 같아요^^

희선 2022-10-11 00:27   좋아요 1 | URL
아주 안 죽는 건 아니지만, 오래 사는가 봅니다 야호족은... 오래 산다 해도 어린 나이면 그때 나이로밖에 생각하지 못하나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자라고 싶은 마음도 있을 텐데...


희선

바람돌이 2022-10-09 19: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다섯으로 오백년은 싫어요. 술을 못먹잖아요. ㅠ.ㅠ

희선 2022-10-11 00:28   좋아요 0 | URL
아무리 오래 살아도 열다섯살로 보이면 미성년자겠네요 오백년 살았다 해도 몸도 열다섯살 그대로겠군요


희선

페넬로페 2022-10-09 22: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다섯살로 오백년을 살면 그 느낌은 어떤걸까요. 기간으로봐서 신화가 있을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저도 오백년을 사는 건 싫어요^^

희선 2022-10-11 00:33   좋아요 1 | URL
오백년이면 거의 조선시대 초기부터 근대를 지나와 지금에 이르렀겠습니다 모든 역사를 봤겠습니다 그런 건 조금 부러울지도... 다른 사람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꽤 애썼겠습니다 야호족과 호랑족 싸움이 있군요 오래전에 곰은 사람과 동물이 평화롭게 살기를 바랐는데... 다른 동물이라 해도 싸우지 않는 게 더 좋겠지요 저는 오래 살면 책 보고 공부하고 싶은 거 실컷하고 싶어요 공부라 해도 책으로... 책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그런 마음 있을 것 같아요 열다섯살엔 책을 안 봤군요


희선

서니데이 2022-10-10 0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열네살로 오백년 보다 나을 것 같은데요.^^;
희선님, 비가 와서 그런지 날씨가 많이 차가워요.
감기 조심하시고,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희선 2022-10-11 00:35   좋아요 1 | URL
열네살보다 열다섯살이 조금 나은 듯도 하네요 비 오고 바람도 세게 불어서 거의 겨울 같은 날이었습니다 이런 날 오래 가지 않기를 바랍니다 잠깐 그러다 좀 나아지겠지요 서니데이 님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양 사나이의 크리스마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우일 그림,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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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양 사나이의 크리스마스》를 보다 보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떠올랐다. 양 사나이는 여러 이야기에 나올까. 예전에 무라카미 하루키 장편소설에서 본 것 같기도 한데. 잘 모르면서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을 보기도 했다. 처음 본 단편소설이 괜찮아서. 내가 좀 더 책을 잘 봤다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 지금도 그렇게 다르지 않구나. 하루키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하루키는 두 세계를 그리는 것 같다. 이곳과 어딘지 모를 곳. 아니 어쩌면 어딘지 모를 곳이라고 해서 현실과 아주 동떨어진 곳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세계. 누군가 사라지기도 한다. 환상 같은. 피터 팬이 사는 네버랜드. 하루키는 피터 팬 좋아할까. 갑자기 이거 알고 싶기도 하다.

 

 양 사나이 협회도 있구나. 양 사나이 협회에서는 양 사나이한테 성탄절 음악을 만들어 달라고 한다. 성 양 어르신을 추모하려는 음악이었다. 양 사나이는 그 말을 여름에 들었다. 시간이 많다고 여겼는데, 양 사나이는 음악을 만들지 못했다. 양 사나이는 낮에는 도넛 가게에서 일하고 밤에 피아노를 쳤는데, 하숙집 주인 아주머니가 시끄럽다고 했다. 성탄절이 바로 앞으로 다가오자 양 사나이는 우울했다. 양 사나이가 공원에서 점심으로 도넛을 먹을 때 양 박사가 지나가다 멈춰섰다. 양 박사는 양 사나이가 성탄절 음악을 만들지 못해서 우울하다고 하자 그건 저주에 걸려서다 말한다.

 

 저주에 걸린 까닭이 좀 재미있었다. 성 양 어르신은 이천오백년 전에 구덩이에 빠져 죽었다. 그 일 때문에 성탄절 전날에는 구멍 난 음식을 먹지 않아야 했다. 양 사나이는 거의 날마다 구멍이 뚫린 도넛을 먹었다. 양 사나이가 저주를 풀려면 성 양 어르신이 떨어진 구덩이와 비슷한 구덩이에 떨어져야 했다. 그 구덩이는 직경 2미터에 깊이 2미터 3센티미터였다. 양 사나이는 성탄절 전날밤에 구덩이에 떨어지려고 도시락도 준비했는데 둘레가 어두워서 구덩이가 잘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양 사나이 발밑이 푹 꺼지고 양 사나이는 구덩이에 떨어졌다. 구덩이는 양 사나이가 판 것보다 길었다.

 

 구덩이에 빠진 양 사나이는 앨리스와 비슷하지 않나. 이건 지금 떠올랐다. 양 사나이는 앨리스처럼 몸이 커지거나 작아지는 음식은 먹지 않는다. 도시락이 있어서였을까. 앨리스가 여러 사람과 동물을 만나듯 양 사나이도 별난 사람을 만났다. 꽈배기처럼 보이는 꼬불탱이, 쌍둥이 여자아이 208과 209, 바다까마귀, 부끄럼쟁이 그리고 성 양 어르신. 양 사나이가 이렇게 구덩이에 빠진 건 성 양 어르신이 양 사나이를 성탄절 잔치에 불러서였다. 양 사나이는 여느 때와는 다른 성탄절을 보냈다. 양 사나이가 음악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성탄절을 홀로 보내지 않고 여러 사람과 보내서 즐거웠겠다. 그게 하루뿐일지라도.

 

 다른 곳에 가면 다시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 양 사나이도 다르지 않았다. 양 사나이가 겪은 일은 책을 읽으면서 이런저런 걸 만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 드는구나.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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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0-07 0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루키옹 의 양사나이
지금 도쿄 와세다 대학 하루키 도서관
카페에 앉아 있습니다 😊

희선 2022-10-07 02:11   좋아요 2 | URL
양 사나이가 거기에 앉아 있다니... 하루키 하면 양 사나이 빼놓을 수 없겠습니다 고양이도... 지금은 고양이와 살지 않을까요


희선

2022-10-07 0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07 0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거리의화가 2022-10-07 09: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환상의 세계로 이동하는 느낌이 드는군요. 하루키 책 중 이런 책이 있는지 몰랐어요~ 흥미롭습니다.

희선 2022-10-09 00:08   좋아요 0 | URL
하루키가 쓰는 양 사나이는 하나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양 사나이 협회도 있으니... 성 양 어르신이라니... 책 볼 때는 몰랐는데 지금은 이런 게 재미있게 느껴지네요


희선

페넬로페 2022-10-07 13: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루키 작가의 여러 모습을 글로 보는것이 재미있을 것 같아요.
크리스마스!
희선님, 크리스마스 기다리시는 건가요?

희선 2022-10-09 00:09   좋아요 1 | URL
지난주에 우체국에 갔다 오다가 곧 크리스마스씰 나오겠지 했어요 시월초에 그렇게 생각하다니... 성탄절 생각은 안 했지만... 시간이 가면 성탄절 오겠습니다 그때까지 별 일 없기를...


희선

책읽는나무 2022-10-07 17: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양사나이!!!!
전 하루키의 다른 소설에서 잠깐 양사나이를 봤어요. 감옥의 간수같은 역할을 하고 있더라구요? 거기서도 구멍 뚫린 도넛을 사식으로 넣어주고 있던데ㅋㅋㅋ
여기선 좀 귀여운 양사나이군요?^^

희선 2022-10-09 00:12   좋아요 1 | URL
예전에 단편집에서 보기는 했는데, 내용은 다 잊어버렸습니다 <이상한 도서관>이던가 거기에 양 사나이 나온답니다 거기에서 양 사나이가 도넛을 주었군요 단편 하나만 있는 책이 나오기도 했어요 그거 나중에 다시 볼까 했는데...


희선

mini74 2022-10-07 2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양사나이 넘 좋아합니다. 꽈배기이 어느쪽부터 꼬아야 하나 이런 사소한 이야기도 좋고 ㅎㅎ 크리스마스 기분 납니다 ~~

희선 2022-10-09 00:17   좋아요 0 | URL
정말 꽈배기는 어느쪽부터 꼬아야 할까요 꽈배기 이야기 누가 쓴 듯한데, 최민석이었던가 그 책 읽지는 않았지만... 두권이나 되는군요


희선
 
시나공 JLPT 일본어능력시험 N1 단어 - 24일 완성, 3-STEP으로 이해를 돕는 똑똑한 단어장 시나공 JLPT 일본어능력시험
이규환 지음 / 길벗이지톡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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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일본어 능력시험 볼 건 아니지만 한번쯤 이런 책 보고 싶었다. 아는 것도 별로 없는데 내가 산 책은 《시나공 JLPT 일본어 능력시험 N1 단어》다. N1은 일본어 능력시험에서 가장 어렵다고 한다. 그저 일본어를 좀 오래 알아서 이걸 샀다. 아니 어쩌면 맨 앞에 나온 우키요에 때문일지도. 24일 완성이라는 말이 있는데, 책을 사고 시간이 조금 지난 뒤에 펴봤다. 하루동안 해야 할 게 꽤 많아서, 이렇게 많은 걸 하루에 다 해야 해 했다. 잠깐 보고 이걸 언제 하나 하면서 첫날 것도 안 봤다. 처음부터 공부해야 할 양에 질려서 책을 더 안 봤다.

 

 

 

 1

 

 책을 딱 한번 펴보고 다른 곳에 두고는 다른 책을 보다가 저걸 해야 할 텐데 하다가 또 며칠이 지났다. 며칠이 아니고 몇달이던가. 책을 사두고 묵혀두다니. 얼마전에 다른 걸 하고 난 뒤 시간이 남았다. 낱말을 외우려면 써 보기도 해야 하는데, 그냥 한번 훑어봐야겠다 하고 첫째날 걸 봤다.

 

 첫째날 낱말 보기 전에 이 책을 쓴 사람이 쓴 말을 보고, 여기 담긴 낱말이 1200개라는 걸 알았다. 하루에 공부해야 하는 건 50개다. 50개 하루에 다 외우기 어려울지도. 그러고 보니 중학생 때인가 영어 낱말 외우기도 했구나. 쪽지시험이 있어서 외운 거기는 하다. 그때 잘 외웠는데. 한자도 잘 외웠는데. 갑자기 그게 생각나다니. 잠깐 외우는 건 그때뿐일지도 모르겠다.

 

 낱말 50개 읽어 보는 데 40분 넘게 걸렸다. 낱말만 보는 건 아니고 옆에 다른 것도 있었다. 낱말풀이, 연관낱말, 예문 이렇게 세단계다. 그걸 다 봤다. 40분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닌가. 하루에 40분이면 될 텐데. 그저 눈으로 읽기만 했구나. 이 책 보니 다 쓰지는 못해도 내가 아는 낱말 많았다. 첫째날 거 보고 이렇게 생각하다니.

 

 

 

 2, 3

 

 첫째날 낱말을 훑어보고 거의 한주가 지나고 다음을 봤다. 그동안 뭐 한 거야. 날마다 봐야 이십사일 동안 볼 텐데. 첫번째는 그냥 한번 보고 다음에 쓰면서 외워볼까. 둘째날 낱말 보는 데는 30분 걸렸다. 30분 동안 보고 나서 시간 그렇게 많이 안 걸리네 했다. 첫째날보다 십분 줄었으니 좋은 거겠지. 지나고 나서 30분밖에 안 걸렸구나 했다. 책을 볼 때는 왜 이렇게 많아 하면서 한장 한장 넘겼다. 이런 건 재미없나 보다. 일본말이어도 만화나 소설이 더 재미있지, 낱말만 보는 건 조금 지루하다.

 

 둘째날 낱말 50개 봐도 시간이 남아서 셋째날 것도 봤다. 하루에 이틀치를 보다니. 하루 더 볼 수 있었는데, 그만 보기로 했다. 졸려서. 공부라기보다 책 읽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라도 한번 훑어보는 거 괜찮겠지. 한번만 보면 기억에 남지 않겠지만 여러 번 보면 머릿속에 남을 거다. 낱말 들어서 외운 게 훨씬 많다(만화영화). 새로 알게 되면 기억하는 것도 있지만 어쩐지 그건 시간이 걸리는 것 같기도 하다.

 

 

 

 *

 

 겨우 사흘 보다니. 공부라고 말하기도 부끄럽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그저 읽기만 했다. 이 책은 한달도 아니고 이십사일 동안 보면 되는데 그걸 못하다니. 날마다 못 보고 띄엄띄엄 보다가 이십사일 넘는다 해도 끝까지 보도록 해야겠다. 시간이 남을 때 보기보다 시간을 만들어서 보면 더 좋을 텐데. 하는 것도 없으면서 시간 없는 척을 했다. 시간 많지만 거의 책을 본다. 그렇다고 책 보는 시간이 아주 긴 건 아니다. 다른 거 한 다음에 책을 봐서.

 

 이 책을 보면 한자로 쓰인 게 많은데, 일본책을 보면 한자보다 히라가나로 쓸 때가 많다. 그것도 사람에 따라 다르던가. 누군가는 한자로 쓰고 누군가는 히라가나나 가타카나로 쓴다(이건 이런저런 책을 보다보면 자신이 알게 되는 거구나). 일본 사람이 자주 쓰는 말이 있기도 한데, 좀 어려운 말을 쓴 것도 있다. 일본 사람이 자주 쓰지 않는다 해도 그런 말이 있기는 하겠구나.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이 쓴 책인데. 내가 아는 척을 했다.

 

 휴대전화기 없는 난 그냥 책만 봐야 하지만, 휴대전화기가 있다면 들으면서 공부할 수 있단다. 듣는 게 더 기억에 잘 남는 것 같다. 요즘 나오는 책은 다 그렇던가. 난 시대와 뒤떨어졌구나.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인터넷이 있어서 일본말을 익힌 거나 마찬가지니 아주 뒤떨어진 건 아니겠지.

 

 

 

 **

 

 이걸 쓴 다음에 책을 더 봤다. 이런 건 책을 다 본 다음에 써야 할지도. 아주 다른 건 안 쓸 것 같아서 그냥 썼는데. 별거 안 썼구나. 처음엔 날마다 보기 어렵더니 며칠 보니 조금 버릇이 된 건지, 다음날이 오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치 보는 데 삼십분에서 그것보다 조금 더 걸릴 때도 있다. 한번 죽 보고 끝에 나오는 연습문제 풀 때는 잘 푸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면 잊어버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안 되는데 말이지. 이대로 한번은 끝까지 볼 것 같다. 그것만이라도 어딘가 싶기는 하다.

 

 시나공이라는 말 보면서 무슨 말인지 몰랐다. 이런 거 처음 봐서 말이지. ‘시나공은 시험에 나오는 것만 공부한다’는 뜻이었다. 시험에 나오는 것만 공부한다니. 조금 아쉽구나. 그런 책을 사고 아쉽다고 하다니. 시험 보려고 하는 건 아니어서. 막상 공부하려고 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까지는 대충 했는데. 앞으로도 대충 할 것 같다. 아주 안 하는 것보다 나을지. 그저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한다고 해야겠구나.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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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10-05 1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나공 수험서로 유명한 브랜드로 알고 있어요. 표지가 말씀하신대로 특이하네요~ 아주 예전에 토익본다고 이런 수험서를 샀던 적이 있는데 참 재미가 없더라구요ㅎㅎㅎ 일본어 히라가나만 하다가 결국 그 벽을 못 넘고 때려친 기억이 납니다ㅠㅠ 일본어는 한글이랑 어순도 동일한데 왜 어려운지 말이죠.

희선 2022-10-06 23:51   좋아요 1 | URL
그동안 시나공 보면서 그냥 이름으로만 알았는데, 줄임말이었다니... 이것도 안 샀다면 지금도 몰랐을 것 같습니다 토익, 그런 건 생각도 못한... 영어는 학교 다닐 때만 하고 그 뒤로는 안 했네요 2022년에 기초부터 할까, 생각했는데... 한해가 다 가고 있는 지금도 못하네요 거리의화가 님은 중국어 공부하시니, 대단합니다 중국어 공부한 것처럼, 일본말도 드라마 보시면 들리고 글도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드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선

scott 2022-10-05 10: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이책 미리 보기로만 봤는데 굉장히 좋은데요
단어는 N1 출제 비중에 맞춘 단어에
예문도 출제 시험 지문 문장에도 나오는 수준의 한자와 어휘로 !ㅎㅎ

한자를 익을 줄(의미를 아는 정도) 알아도
일본어는 발음이 다르고
그리고 쓰기가 힘든(잘 안외워지능 ㅎㅎ) 언어죠
일본 정규 교육 과정 초등은 150자 중등은 천 자 고등은 천 오백 자 정도 한자를 익힌다고 합니다
대학에 올라가면 만 에서 만오천은 알아야 졸업 할 수 있다고 ㅎㅎㅎ
스맛폰 세대인 일본 젊은이들 중에 한자를 손으로 잘 못쓴다고 합니다 !
세종 대왕
한글 만쉐!

희선 2022-10-07 00:00   좋아요 1 | URL
미리보기로 보시다니, 그것만 보고 괜찮다고 생각하시는 건 잘 아셔서 그렇군요 저는 그저 그런가 보다 하면서 읽었습니다

일본 사람은 한자도 공부해야죠 지금 사람은 한자 잘 못 쓴다는 말 본 적 있어요 만화 같은 데서 휴대전화 쓸 때 보면 히라가나로 쓰면 한자로 바뀌더군요 그러니 더 쓰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작가는 어려운 한자를 쓰기도 하고... 일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영어보다 일본말로 쓰기를 바라기도 합니다 영어가 약해서... 약하다기보다 많이 모르는군요

오래전에 만든 한글이지만, 사라지지 않은 것도 다행입니다 많은 사람이 한자를 썼지만, 공부하는 건 한글로 표기했다고도 하죠 지금과는 다른 한글이겠지만...


희선

mini74 2022-10-05 12: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나공 저도 무슨 뜻인지 몰랐어요 ㅎㅎ 희선님 말씀대로 안 하는 것보단 낫지요. 파이팅입니다 *^^*

희선 2022-10-07 00:01   좋아요 0 | URL
시나공이라는 말은 자주 봤는데, 그 뜻은 이거 보면서 알았습니다 앞으로 반 남았습니다 여전히 그냥 읽지만... 두번째에는 한번이라도 써봐야겠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2-10-05 13: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시나공이란 말이 있군요.
왠지 웃프네요.
공부가 원래 그렇지 않나요
계획은 세웠는데 실천은 잘 못하는거요~~
그래도 희선님은 일본어 잘 하시니 천천히 보셔도 될 것 같아요^^

희선 2022-10-07 00:02   좋아요 1 | URL
책이 어떤지만 봤을 때는 하루에 이렇게 많이 해야 하다니 했는데, 읽기라도 하니 한장씩 넘어가고 어느새 하루치를 다 봤습니다 며칠 동안은 지루한 느낌도 들었는데, 며칠 더 지나니 나름 재미있더군요 아주 모르고 보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아는 게 나은 건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하나도 모르고 보면서 익히기도 하지만...


희선

새파랑 2022-10-05 15: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표지의 파도사진 북플에서 본거 같은데 제목이 생각 안나네요😅

희선 2022-10-07 00:03   좋아요 1 | URL
얼마전에 미니(mini74) 님이 올렸죠 가쓰시카 호쿠사이가 그린(우키요에는 판화군요) 파도예요 새파랑 님이 쓰신 ‘파도사진’이라는 말에 제목이 들어갔네요 그 말대로인 제목이네요 예전에 바람돌이 님도 호쿠사이 우키요에를 올렸어요


희선

서니데이 2022-10-06 22: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에는 JLPT 1급 단어장으로 시사일본어사에서 나온 책으로 본 것 같은데, 이 책도 한 번 보고 싶네요. 전에는 JLPT교재가 일본어 공부하기에 좋은 편이었어요. 이제는 오래되어서 시험유형도 잘 기억나지 않아서 나중에 다시 공부를 해야 할 것 같기도 합니다. 희선님, 즐거운 단어공부하시면 좋겠어요. 좋은하루되세요.^^

희선 2022-10-07 00:09   좋아요 1 | URL
시사일본어사도 자주 본 듯합니다 보기만 한... 공부하는 책은 잘 안 봐서 어떤 게 좋은지 잘 모릅니다 잘 모를 때보다 조금 안 다음에 책으로 정리하는 것도 괜찮을 듯합니다 낱말은 이 책 하나만 볼 것 같네요 처음엔 재미없었는데, 조금 보다보니 나아졌어요

이번주 오늘이 가면 주말이네요 서니데이 님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