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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하철입니다
김효은 글.그림 / 문학동네 / 2016년 10월
평점 :
내가 사는 곳엔 지하철이 없어. 사람들은 뭘 타고 다니냐고. 버스나 택시 자기 차를 타고 다니겠지. 나처럼 걸어다니는 사람도 있어. 아, 지금 생각하니 자전거나 오토바이 타고 다니는 사람도 있군. 이런 사람은 어디에나 있겠어. 지하철이 있는 곳도 있지만, 내가 사는 곳은 그리 크지 않아서 지하철 생기기도 어려워. 그런 게 생기려면 사람 많아야 할 것 같아. 여기 사는 사람 예전보다 줄었을 거야. 작은 도시는 다 비슷하겠어. 지하철 넌 어디 달리는 게 좋아. 갑자기 그런 게 알고 싶어지다니. 지하철은 땅 밑도 달리고 땅 위도 달리지.
사람은 지하철 너를 타고 어딘가를 가고 오기도 해. 넌 달리면서 풍경도 보겠지만, 너를 타는 사람도 잘 보겠어. 내가 본 책 《나는 지하철입니다》에서 너를 탄 일곱 사람을 알려줬잖아. 일곱 사람이 누구고 무엇을 하는지 어떻게 알았을까. 너 참 대단하구나. 어쩌면 너를 탄 사람들이 하는 말을 넌 잘 들었을지도. 요즘 사람은 지하철을 타면 거의 스마트폰을 볼지도 모르겠지만. 스마트폰이 아닌 책을 보거나 친구와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겠지. 누군가는 피곤해서 잠을 잘지도. 예전에 난 차 타고 다니면서 책을 보거나 모자란 잠을 잤어. 책을 볼 수 있을 때가 좋았는데.
길고 긴 기차 좋아해. 지하철은 기차와 다르지만 긴 건 같잖아. 지하철도 기차처럼 철길을 달리지. 지하철 넌 같은 곳을 돌아서 심심하겠어. 아니 그렇지도 않으려나. 네가 말한 완주 씨, 제주에서 온 할머니, 유선 씨, 재성 아저씨, 나윤이, 구공철 씨, 이도영 씨뿐 아니라 넌 많은 사람을 만나겠군. 넌 사람들한테 인사할 텐데 사람들은 네가 하는 말 못 알아듣지. 이 책을 본 사람은 지하철 널 탈 때 인사할지도 모르겠어. 정말 그런 일 있었으면 해. 네가 말한 사람에서 뭐든 파는 구공철 씨가 눈에 띄었어. 지금도 지하철에서 구공철 씨는 뭐든 팔까. 이젠 구공철 씨 보기 힘들 것 같기도 해. 성실하게 열심히 사는 사람이 잘사는 나라여야 할 텐데. 난 게으르게 살아서 그런 건 바라지 않아.
언젠가 라디오 방송에서 지하철 차장 님에는 널 타는 사람한테 인사하고 좋은 말을 해주는 분도 있다고 하더군. 지하철 안내방송은 거의 다음에 내릴 역을 말해주잖아. 잠든 사람이 안내방송 듣고 자신이 내릴 곳이라는 걸 알기도 하겠어. 다음에 내릴 역을 말해주는 것도 참 도움이 되는 거군. 한국말뿐 아니라 다른 나라 말로도 안내방송 해주는군. 한국에는 한국사람뿐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도 살아. 지하철 너도 그런 사람을 태우고 달리기도 하지. 다른 나라 사람도 널 타고 편하게 느낄까.
난 널 만나지도 타지도 못하겠지만, 언제나 네가 잘 달렸으면 해.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