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숲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지음, 권수연 옮김 / 포레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프랑스 스릴러의 황제라고 불리는 저자의 책을 한권도 읽지 못하고 이 책을 먼저 접하게 되었다.추리소설을 좋아하는데 왜 이제야 만난 것인지.두꺼운 책은 오랜동안 책을 멀리 했던 내게 인내를 다시금 불러 일으키게 해주기도 했지만 소설은 정말 물 흐르듯 술술 막힘이 없이 읽을 수 있어 두껍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범인을 먼저 알려주고 그가 왜 범인이 되어야 하는지 밝혀 나가는 저자만의 방식을 이 소설에서도 따르고 있었지만 범인을 잡기 위하여 신경을 곤두세우기 보다는 그가 왜 범인이 되어야만 했는지 그 근원이라고 할까 밑바닥까지 따라가며 인간 내면의 그 속을 좀더 깊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성찰의 시간을 가져다 주는 듯 하여 재밌게 읽었다.

 

늘 남자한테 체이기만 하는 수사판사 잔,그녀는 남편도 아이도 없는 노처녀이다.외양이야 번지르하게 메이커로 휘둘러 멋지게 보일지는 모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정말 한심하게 느껴질 정도로 약물에 의존하고 남자에게 목말라 떠나간 남자가 돌아오기만 기다리며 영양가 없는 시간을 보낸다.그런 그녀가 텐과 함께 식인 살인사건을 조사하게 되고 그녀를 버린 남자의 뒤를 캐기 위한 수단으로 그가 다니는 정신과병원의 도청을 하게 되면서 그 속에서 우연하게 살인사건과 밀접한,아니 범인이라 할 수 있는 아버지와 아들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이를테면 그들이 범인이라고 처음부터 단정을 지으며 알려준다. '아버지의 아들' 자폐가 있는 아들 속에 또다른 자아가 들어가 있고 그소년이 살인을 저지른다는 것이다.거기에 '예고살인'까지 알려주게 되고 정말 그들의 말처럼 예고살인은 실제 살인사건으로 발생하게 된다. 그렇다면 그들을 어디에 가서 어떻게 찾으면 될까?

 

하지만 살인사건은 너무도 잔인하면서도 희귀하기도 하고 식인을 하는가 하면 원시인의 흔적을 남기기도 하는둥 너무도 많은 의문점을 남긴다. 파리의 잘생긴 변호사, 그안에 또다른 자아로 숨쉬고 있는 자폐 소년은 도대체 어떤 인물이기에 그에게 살인을 저지르게 만들까.자신의 친구 텐이 살인자에게 죽임을 당하게 되면서 잔은 그야말로 지금까지 그녀가 아닌 씩씩하고 당당하며 그 누구보다도 더 위험을 헤치고 나아가는 인물로 살인사건의 두 부자와 사라진 정신과 의사를 찾아 뒤를 좇는다.정말 인간이 만들어 놓은 '악의 숲'은 존재할까? 어떻게 하면 그 악의 숲에 도달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숲에 사는 게 아니야.숲이 내 속에 사는 거지." 라는 범인의 말처럼 잔의 추적을 따라가다 보면 고고학, 인류학, 심리학, 유전학, 정신이론등 중남미의 아픈 역사까지 있어 단순한 스릴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아마존 정글과 같은 중남미에서 만난 '악의 숲'과 '원시인'이라 자칭하는 그들과 살인자,악의 숲과 살인자는 교묘하게도 우리가 만들어내고 키운 인물이다. 누군가는 악의 근원을 죽음이라는 단어로 덮으려고 했지만 그런다고 악의 싹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자라나 그 힘이 더 커질 수도 있으니 잔처럼 나서서 근원을 파헤치는 이도 있어야 한다.

 

인간에게 환경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폭력을 보고 자란 아이는 그 폭력을 답습하여 폭력을 행사하는 이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가끔 접하기도 하는데 부모에게 버림을 받고 폭력을 답습하며 자란 아이가 자신의 부모를 죽이고 살인자로 거듭나지만 그가 성장하는 동안 그에게 죄값을 치르게 하기 보다는 두둔을 해주었기 때문에 그 안에는 '악의 숲'을 이루지 않았을까? 다중인격처럼 자신이 지금까지 저지른 살인자들을 그 안에 품고 있으면서 악의 우두머리처럼 자신만의 숲에서 악의 근원을 다스리며 그가 살아야했던 것은 알게모르게 우리가 그가 악의 환경을 조성해 나간 것은 아닌지.우리의 내면에는 선과 악의 두 얼굴이 있지만 스스로 악을 성장시켜 나가는 이는 드물다.선과 악의 싸움에서 선이 이기기에 지탱할 수 있는 것이 삶이지만 내면에는 악의 숲 또한 존재한다고 본다.특별한 출생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던 요아킴의 정체를 알고 있던 이들이 그를 좀더 양지로 끌어 들이고 그의 잘못을 표면화시켜 죄값을 달게 치르게 해주었다면,그에게 당근만 안겨주려했지 채찍을 휘두르려 하지 않은 듯 하여 살인자로 키우지는 않았을까.덮어주고 눈감아 주며 죽음으로 그의 폭력성과 살인에 대한 죄값을 덮으려 했기에 요아킴이란 인물 속에는 악의 숲이 더 무성해지지 않았을까.

 

산다는 것은 흐린 날도 만지만 악을 키우기 보다는 선을 키우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보며 수사판사 잔은 식인 살인사건을 추척하며 씩씩하고 당당해져 예전의 그녀가 아닌 잔다르크처럼 되어 저자의 다음 이야기에서도 만나도 좋을 인물로 거듭났다.살인사건을 추적하는 동안 그녀는 남자에게 기대지도 않았고 약물에 의존하지도 않았다.그녀의 정체성을 찾아 그녀로 우뚝서는 계기가 된 사건이기도 했다.악과는 거리가 멀것처럼 여겨졌던 인물이 너무도 당당하게 악과 대처하며 악의 근원을 파헤쳐 나가기에 그녀와 함께 여전사처럼 정글을 누비며 살인자를 찾아 끝까지 손을 놓지 않고 읽게 만든 듯 하다.이 소설을 계기로 그의 다른 소설을 좀더 읽어봐야겠다.아직은 그의 숲에 다다르지 못했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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