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불멸의 신화
조정우 지음 / 세시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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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을 뒤흔들었던 영화 <명량>을 일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나를 제외한 가족만 볼 수 있도록 예매를 했다는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았다.그러다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바쁘다는 이유로 리뷰도 언제 쓸지 아니 언제 읽게 될지 모르지만 그래도 내게 이 책이 왔다는 것이 책을 읽고 난 후의 생각은 참 다행이면서도 행운이라고 생각을 한다. 내가 사는 고장에 현충사가 있으니 어릴 때부터 현충사,아니 이순신에 대하여는 정말 많이 듣고 늘 가족과 함께 하는 곳이 현충사이기도 해서 무척 잘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상 <난중일기>를 읽어 본 기억도 없고 김훈의 <칼의 노래>를 참 실감나게 읽으며 현충사에 가면 좀더 깊은 생각을 해봐야지 하면서도 현재만 즐기고 오기 바빴다.어느 시간 어느 계절에 현충사를 찾아도 참 좋다는 것,어릴 적 현충사에서의 사생대회를 지나 내 아이들이 도화지를 펼쳐 들고 잔디밭에 앉아 그림을 그리는 시간으로 가을이면 노란 은행잎 단풍을 구경하려고 찾는 현충사는 다른 듯 하면서도 늘 그의 품처럼 자애롭다는 것.

 

이순신,세계 해전의 역사를 다시 썼다고 볼 수 있는 인물인 그가 요즘 왜 다시 조명을 받기 시작일까? 13척으로 왜선 333척을 격파한 인물이면서 23전 23승이라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역사를 썼다.그의 역사는 신화에 가까우면서도 정말 '불멸'이라고 할 수 있다.저자의 책으로는 <기황후>를 만나게 되면서 이 책과도 인연을 맺게 되었는데 <기황후> 역시나 역사고증을 통하였기에 술술 재밌게 읽어 나갈 수 있었는데 이 책 또한 역사학자 못지 않게 역사고증을 통해서인지 재밌게 그리고 사실감을 느끼면서 읽을 수 있다. 거북선 진수식부터 하여 옥포, 사천, 당포, 당항포, 한산, 안골포, 부산포, 명량, 노량까지 그가 그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고 하면서까지 나라를 지키려 했던 마지막 싸움까지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정읍 현감이었던 그가 유성룡으로 인해 좌수사의 자리에 오르면서 그야말로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전략으로 계란으로 바위치기와 같았던 싸움에서 모두 승리를 일궈내 나라와 백성을 지키려 했던 긴박하면서도 참흑했던 그 시대를 잘 그려냈다는 것이,아니 무슨 해전이라고만 알고 있던 해전을 고증을 통한 이야기를 통해 좀더 세세하게 그 시대와 그를 만났다는 것이 여운이 길 듯 하다.

 

'죽기를 각오한 병사 하나가 능히 천명의 병사를 당해낼 수 있으리라.결국 전투의 승패는 병사의 수에 달린 것이 아니라 병사의 투지에 달린 것이 아니겠는가.'이 책을 읽으며 다시 방영해주고 있는 '불멸의 이순신'이라는 드라마를 잠깐씩 보게 되었다. 그가 남긴 <난중일기>만 보더라도 그가 얼마나 꼼꼼하면서도 철두철미한 리더였는지 볼 수 있는데 드라마에서도 그리고 소설 속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이런 리더가 있다면 함께 하는 이들은 괴롭기는 하겠지만 질서는 정말 잘 잡힐 듯 하다. 그러기에 왜보다 더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정신력과 전략만큼은 그들보다 뛰어나 그가 나서는 싸움에서 모두 이겨내지 않았을까.왕도 피신하고 나라를 버리는 상황에서 '필생즉사 사즉필생'을 외치는 장군이 나오지 않았다면 이나라는 어떻게 되었을까.그가 나라를 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백성들에게 전해져 그들의 마음을 열고 주머니를 열게 하여 거북선을 만들고 함께 위기에서 나라를 구할 수 있었던 것은 진정한 리더의 모습을 모두에게 보여 주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고 혼자서 하는 싸움이 아니라 함께 했기 때문이라 생각을 한다.

 

"아! 하늘이시여! 어찌 저에게 이러한 재앙을 내리시나이까! 이 세상에 나처럼 불행한 이가 또 어디 있으랴! 나라를 위해 몸을 바쳐 충성했건만 죄인의 몸이 되었고,어머니께 효도하려 하였으나 오히려 어머님께 심려를 끼쳐 세상을 떠나시게 만들었으니 이보다 더 큰 불효가 어디 있겠는가! 어머님! 이 불효자를 용서하여 주옵소서!"

 

'필사즉생, 행생즉사, 죽기를 각오하면 살 것이나 요행히 살기를 바라면 죽을 것이다.' 나라가 존재해야 백성도 가족도 그리고 그의 아들들도 존재하는 것이다. 풍전등화와 같은 상황에서 부모 혹은 아내 자식보다 함께 하는 수군을 생각하고 나라를 백성을 생각하며 죽을 각오로 생을 일구어낸 그의 투지,그 속에는 그와 같지는 않지만 전쟁으로 인해 삶이 바뀐 이들의 이야기가 함께 한다. 어쩔 수 없이 조선이 아니라 왜 그리고 왜장수를 선택해야 했던 삶도 자신의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나라를 지키려 하는 이들도 그리고 아버지이지만 전장에서는 일개 수군이 되어 따라야 했던 아들등 그들이 가지고 있던 투지가 아니였다면 지금의 우리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필생즉사 사즉필생' 이라는 투지를 불태우며 누구보다 앞서서 죽음을 각오한 이순신이 있었기에 333척 앞에서도 당당한 13척으로 나라를 지켜낼 수 있지 않았을까.잘 알려진 해전 뿐만이 아니라 당항포 및 안골포해전등 그의 아들들과 함께 하는 이야기까지 리더로서의 이순신 뿐만이 아니라 고뇌하는 인간 이순신까지 엿본듯 하여 좋은 시간이었다. 작가가 그려내는 소설로 역사의 행간을 모두 읽을 수는 없지만 과거와 현재의 행간을 조금은 좁히는 시간이 된 듯 하다.올가을 은행잎이 노랗게 물드면 현충사를 몇 번은 찾을 것이다.가도 가도 또 가고 싶은 곳이지만 시간은 멈추지 않고 빠르게 흘러간다는 것이다.노랗게 물들었나 싶으면 언제 우수수 떨어져 버렸는지 모르게 떨어져 내리고 만다.늘 같은 풍경을 보여주지만 예전에 보고 느꼈던 것과는 조금 다른 시공이지 않을까.그리고 그 시간에 다시 책을 한번더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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