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전과 그의 시대 이덕일의 역사특강 1
이덕일 지음, 권태균 사진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그동안 사극 <정도전>에 대한 말이 많아도 한번도 보지 않다가 어제 우연하게 잠깐 보게 되었다.그런데 앞으로 2회를 남겨 놓았다고 한다.정도전이 편지 한 장을 받고는 읽으면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나오고 그리고 이방원의 집을 시작으로 '사병 혁파'가 시작되고 이방원과 정도전의 첨예한 대립이 나오면서 무언가 극으로 치닫고 있음을 암시하는 장면을 끝으로 어제 드라마는 끝이 났다.정도전이 받았던 편지 한장 그것은 '송헌거사'라고 쓰여 있었다.송헌거사라는 말은 이성계가 정도전에게만 사용하는 당호라고 한다. 단순한 군신 관계로 대하고 싶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하는데 어제 드라마를 보고 이 부분을 읽으니 이해가 더 빨랐다. 이 책은 정통 사극인 KBS 대하사극 <정도전>의 제작진과 연기자들이 함께한 강의를 책으로 낸 것이라 하는데 이 책을 접하기 전에 이병주의 <정몽주>라는 소설을 읽었고 이수광의 장편소설 <정도전>을 준비해 놓았고 이병주의 <정도전>도 한번 읽어보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저자의 역사특강을 먼저 읽고 소설을 읽는다면 더 실감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읽게 되었는데 역사를 바탕으로 하기도 하지만 저자의 생각과 그에 연관된 이야기를 더하여 좀더 재밌게 역사를 읽고 생각하게 한다.

 

만약에 이방원이 정도전을 죽이지 않았다면,아니 이성계가 요동정벌에 나서려던 시점에 병이 나지 않았다면,이성계가 세자 책봉을 할 때 강씨 막내 방석이 아니라 정실의 자식이었고 위화도 회군에 혁혁한 공을 세운 방원을 세자로 내세웠다면 역사는 어떻게 변했을까? 정도전이 이성계가 방석을 세자로 내세울 때 안된다고 'NO'를 외치며 방원을 세자로 내세웠다면 둘의 관계는 어떻게 되었고 조선의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역사는 승자의 편에서 기록된다고 하는데 저자는 승자의 기록으로 보기 보다는 역사적 관점에서 역사를 해석해 보기도 한다. 기록된 역사를 다 믿기 보다는 그 배경을 설명하면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해준다.하지만 고려는 정도전이 아니었어도 누군가 건드리면 곧 쓰러질 정도로 내부적인 문제가 팽창해 있었고 우왕 창왕 공양왕을 거쳤지만 누군가는 절실하게 백성을 위한 인물이 필요했다. 이성계란 인물은 상승세를 타고 있었고 정도전은 토지개혁으로 새로운 희망의 기틀을 마련하게 된다.

 

'정도전은 부고민의 관점,농토를 빼앗기고 고통을 겪는 소작인의 관점으로 사물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국가에서 모든 토지를 몰수해서 공전으로 만든 다음, 백성의 입이 몇 개인지 계산해서,또는 백성 수를 계산해서 토지를 나누어 주겠다는 계구수전,계민수전이라는 혁명적인 토지개혁안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은 단순히 정도전의 일생만 바라보지 않고 성리학과 토지 문제까지 천착한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조선이 위화도 회군 세력의 무력에만 의지해서 개창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이념, 새로운 경제체제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개국했다는 점'을 밝히기 위한 것이라고 하였다.조선 개국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 인데 무력으로 조선을 개국한 것인가 하는데 고려는 이미 백성을 등지고 있었기 때문에 망할 수밖에 없었다고 이야기를 한다."한 땅의 주인이 대여섯 명이 되기도 하여 전호들은 세금으로 소출의 8~9할을 내야 한다." <고려사>의 <식화지>에는 이런 말이 있단다. 그러니 백성들이 온전하게 살아갈 수 있었을까.배를 곪는 이들이 넘쳐났을 듯 하다.그만큼 빈부의 차가 컸으니 나라는 기울대로 기울었다고 볼 수 있는 가운데 절실하게 백성을 위하는 토지개혁이 필요했고 노비제도에까지는 미치지 못했지만 성리학을 바탕으로 하고 토지개혁만으로도 그를 '위민의 정치가' 라고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역사에서 '만남'은 그렇게 중요합니다.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큰일을 이루려면 그 만남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아는 안목이 있어야 합니다.그런데 그런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저는 한국사와 중국사의 중요한 차이 중 하나가 참모사와 짱사의 차이라고 봅니다.중국사가 중요한 고비마다 참모가 나타나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참모사라면,한국사는 짱,즉 장이 혼자 다 하는 짱사입니다.한국사는 예나 지금이나 짱이 혼자 사고하고,결정하고,행동합니다. 그러다보니 정상 부근까지 올라갔다가 급전직하 추락하는 인물이 많습니다......그러나 성공하는 리더는 참모스승으로 대접합니다.그래서 참모에게 '나라 국國'자를 써서  국사國師,또는 왕사王師로 대접하는 것입니다.'

 

'정도전' 그가 왜 요즘 다시 떠오르고 있을까? 얼마전 우린 6.4전국동시지방선거를 치뤘다.세월호에 묻혀 이번 선거는 조용하게 치렀다고 하는데 후보들이 내세우는 공약을 꼼꼼하게 챙기는 이들도 많았고 후보들 또한 실현가능한 공약을 많이 내세우는 것을 본 듯 하고 그런 이가 더 선택되었을 것이라 생각을 한다.주민을 배제한 후보자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을.백성이 없는 나라는 있을 수 없다.그런면에서 예나 지금이나 백성이 편안해야 나라가 안녕하듯이 빈부의 차이가 너무 심하게 나서도 안되는데 요즘은 어떠한가? 없는 이들의 주머니는 점점 더 가벼워지고 부자들의 주머니는 점점 더 가득차서 넘치고 있다.부동산 정책은 고무줄놀이를 하듯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듯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게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어 서민들이 더 널 뛰듯 하게 만든다.이 시대에 맞는 개혁과 인물이 필요한 것일까.

 

역사를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역사특강'이라 그런가 드라마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재밌게 읽어 나가면서 그 시대상을 그려보고 승자의 역사가 아니라 내적 외적인 문제들과 함께 좀더 역사를 보는 폭을 넓혀 보는 기회가 되기도 하였다. 무작정 교과서에서 주입식으로 배우던 역사보다는 이제 좀더 시야를 넓혀 뼈에 살을 붙이고 감추어진 부분까지 들여다 볼 줄 아는 역사공부를 해야할 때라고 본다.정도전,그는 너무 앞서간 인물이라고 보고 있는데 그가 만약에 지금 시대에 태어났다면 어떠했을까? 그의 뜻을 제대로 펴며 살아갈 수 있었을까.그가 행한 것이 모두 옳다고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토지개혁'으로 인해 백성이 좀더 숨을 쉬고 살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것은 시대를 볼 줄 알았다는 것이다. 자신의 주머니와 욕심을 채우기 보다는 백성을 생각하고 백성이 안녕한 나라를 꿈꾸며 왕도정치를 꿈꾸었던 비운의 혁명가 정도전,평택에 그의 사당인 [문헌사]가 있고 기념관이 있다고 한다. 삼봉기념관에는 정도전의 시문및 저술을 모은 <삼봉집> 의 목판이 있다고 하는데 언제 기회를 만들어 한번 보러가야할 듯 하다.조선의 개국공신이지만 왕자의 난에 휘말려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정도전이란 인물을 통하여 역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과거 역사를 반추하여 역사의 오류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바라는 역사 특강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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