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외인구단 - 곧 죽어도 풀스윙, 힘 없어도 돌직구
류미 지음 / 생각학교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흔히 야구를 인생과 같다고 한다. 9회말 2아웃에야 비로소 다시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야구,인생도 마찬가지인 듯 하다.무언가 다 끝난 듯 하다가고 마지막 순간에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게 인생이기도 하다. 끝나봐야 결과를 알 수 있는 야구도 인생도 정말 결과를 미리 짐작할 수 없다. 그렇다고 청소년기 그야말로 사고를 치고 문제아 취급을 받는 아이들을 끝까지 문제아로 낙인을 찍어야 할까.아직 9회말 2아웃이 오지도 않았는데 그 아이들을 어른들의 잣대로 그냥 열외시킬 것인가.감독도 아이들도 그리고 그들과 함께 하는 저자도 나름의 아픔을 간직한 '외인구단'이다. 그들의 희망은 끝나지 않았다. 이제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애들한테 더 좋지 않을까요. 각기 다양한 사연을 가진 학생들이 참여하거든요. 선생님도 이런 아픔이 있는데 너희들을 만나기 위해 멀리서 온다. 이러면 우리 친구들도 더 좋아할 것 같은데요."

 

야구에 한번쯤 빠져 보았던 이들이 많을 것이고 지금도 야구 시즌에는 여기저기서 한동안 출렁출렁한다.나 또한 여고시절에는 '고교야구'에 빠졌었고 그리고 프로야구에 한참 빠져 들었던 시대가 있었다. 그렇다고 무척이나 야구에 대하여 모든 것을 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배트에 공이 맞으며 나는 '딱' 하는 소리가 좋아서 그냥 야구에 빠져 들었던 것 같다. 그러다 친구들과 동대문 야구장을 가게 되었고 그 느낌을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는 것을 보면 내 기억의 편린 속에서 야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어느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한다.

 

내가 너희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것은 야구가 아니라 인생이야. 내가 야구를 시작한 게 중학생 때야. 프로야구 선수 중에 중학생 때 시작해서 프로 된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아냐. 내가 말하려는 것은 자랑이 아니라 야구에서 그런 근성을 배우란 말이야. 근성을 배우는 데 야구만 한 게 없어. 나만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야구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야구 하면서 다 같이 어울리는 법도 배우게 되지. 학생도..."

 

그리고 때맞추어 나온 영화 '외인구단' 을 보러 친구와 함께 극장을 찾았다. 그때는 멀티플렉스가 아니라 정말 극장이라 할 수 있는 그런 곳에서 외인구단이라는 영화를 보며 후끈한 열기 속에서 한동안 친구와 '까치와 엄지'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있다.그래서였을까 저자가 풀어내는 야구 이야기는 쉽고 그리고 점점 '푸르미르야구단' 이야기에 빠져들게 한다.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의사인 저자는 아이들에게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는데 아이들은 그런 것에 관심을 두기 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기 보다는 어른들의 잣대로 아이들을 평가하고 어른들의 틀에 아이들을 맞추려고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어제까지의 일들은 전부 괜찮단다.모든 것을 해도 다 괜찮아.다만 자신을 죽이지만 말아."

 

왜 이 책을 읽으며 '주홍글씨'가 생각이 났을까? 스스로 가슴에 찍은 낙인을 떼어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아이들에게 주홍글씨를 달아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아이들은 야구로 하나가 되어 점점 성장을 하고 변화를 하여 나간다.그것이 비단 아이들의 변화뿐일까? 아무것도 모르고 서로 어쩌면 서로 각자의 개성이 뛰어나 하나로 뭉쳐질 것 같지 않던 아이들이 그야말로 '각본 없는 드라마'를 쓰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책을 읽는 순간에도 야구장의 함성은 전파를 타고 나오고 야구의 계절이 돌아 왔음을 실감하며  한번 야구장을 찾아 봐야겠다는 옆지기의 말을 좀더 현실감 있게 받아 들이게 된다. 구회말 투 아웃,아직 그 순간이 아이들에게는 오지 않았다. 아직 끝나지 않은 미래를 미리 어른들의 잣대로 낙인 찍듯이 결정하지 말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라 아직 해야할 이야기가 끝나지 않은 것처럼 그들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하나가 될 수 있을까에서 우리도 뭉치면 하나가 될 수 있다.아니 희망을 일구어낼 수 있다는,그들의 희망을 읽은 듯 하여 기분이 좋다. 우리집은 중학교가 고등학교가 앞 뒤로 있다. 저녁시간이면 중학교 빈 운동장에 고등학생들이 저녁을 얼른 먹고 모여 힘차게 축구를 한다. 그 젊음이 좋아 난 한참동안 창을 열고 그들의 모습을 내려다 볼 때가 있다. 경쟁을 벗어 버리고 모두가 축구라는 운동 하나로 뭉쳐 열기를 내뿜으며 힘차게 뛰는 모습을 보면 참 좋다. 승부라기 보다는 그들은 운동장 안에서 교실안에서 배우지 못하는 그 무언가를 충전하고 있는 듯 하여 뿌듯하기도 하다.야구하나로 자존감을 회복하는 아이들,그들에게서 희망을 읽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