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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노이의 불평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2월
평점 :
이 책을 받고 보니 페북에서 겊표지 설문에 응했던 책인 것이다.내가 원했던 색상의 표지가 결정되어 괜히 뿌듯한 느낌이지만 책 소개를 간략하게 읽어보고는 '헉'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괜한 생각에 읽기 전에 괜히 불편함에 휩싸였다. '선생님, 남자가 되게 해 주세요! 강하게 만들어 주세요! 착한 유대인 소년은 이제 됐어요. 남들 앞에선 부모님 눈치나 보고,혼자 있을 땐 00나 주물러대고, 이런 건 이제 됐어요!.' 삼십대 유능한 변호사 그야말로 외모 능력 모든 것 갖출 것 다 갖춘이의 불평 불만이다. 그의 속에는 무엇이 잔뜩 쌓여 있길래 불평일까.
'포트노이증' - (앨릭젠더 포트노이(1933~) 의 이름을 딴 병명으로 강력한 윤리적, 이타주의적 충동들이 종종 도착적 성격을 띠는 극도의 성적 갈망과 갈등을 일으키는 질환.슈필포겔은 이렇게 설명한다. "노출증, 관음증,페티시즘, 자기색정, 구강성교가 많이 나타난다. 그러나 환자의 '도덕성' 때문에 공상도 행위도 진정한 성적 만족을 주지 못하며, 오히려 강렬한 수치심과 더불어 응징, 특히 거세 형태의 응징에 대한 공포가 생겨난다. 슈필포겔은 이 증상들 가운데 다수는 어머니와 자식의 관계에 널리 나타나는 결속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앨릭스는 삼십대 중반의 모든 것을 갖춘 변호사다. 그가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서 자신의 지난 이야기를 모두 털어 놓는 방식으로 쓰인 이야기는 소설이라고 보기에는 딱딱하고 거기에 사춘기 소년의 자위행위이며 성기를 표현하는 말들이 여과없이 그대로 거침없이 쓰여서일까 괜히 책을 읽는 나 자신이 관음증인것처럼 착각을 불러 일으기도 했지만 읽다보면 웃음이 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앨릭스가 불쌍하다는 느낌도 들면서 괜히 다독다독 해줘야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왜 이런 이야기는 누군가에게 은밀히 털어 놓거나 자신안에 말 못하고 간직하고 있던 것을 한사람을 붙잡고 이야기 하다보면 봇물 터지듯 거침없이 나오는 것처럼 마구마구 자신의 어릴적 이야기부터 해서 부모님의 치부까지 모두 여과없이 이야기를 꺼낸다.한번 이렇게 쏟아 내놓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고 또한 멍에를 벗어 버리듯 시원하게 카타르시스가 될 것 같은 그런 이야기들을 앨릭스는 삼십여년동안 묵은 성적인 이야기를 꺼내놓고 이제 고치를 벗어나려고 한다.
보험외판원인 아버지에게서는 왠지 억눌려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늘 변비로 고생을 하는 아버지,하지만 그는 늘 자위를 하듯 성적인 충동에 휩싸여 있기도 하고 자유분방한 성생활을 즐긴다고 볼 수 있다.하지만 그의 겉모습과는 다르게 그는 집안에서는 유대인인 부모님 밑에서 유대인의 옷을 입어야 하는 거추장스런 환경에서 아버지의 직업 때문일까 우등생인 그와는 다르게 혼자 있을 때에는 소심한듯 하면서도 혼자만의 성에 빠져 있다. 사람의 겉모습을 봐서는 모든 것을 평가하지 못하듯이 친구들은 가정을 이루었어도 그는 아직 자신만의 결정하지 못했다. 부모님은 잘나가는 친구의 이야기를 하지만 어찌보면 자신은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아주 어린시절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그런 남자가 이제는 정말 남자가 되고 싶어 자신의 과거를 거침없이 쏟아 내놓고 있다. 그것이 누군가에는 불편한 진실처럼 불편하게 읽힐 수도 있고 딱딱하고 재미없을 듯도 한데 난 왜 이남자가 불쌍할까.동정심을 불러 일으킨다고 봐야하나.암튼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는 앨릭스가 될 수 있기를.
무엇이든 너무 직설적이면 더 재미가 없나보다. 이 책이 '사춘기 소년의 자위행위에 대한 상당한 양의 상세하고 창조적인 묘사 때문에 1969년 출간 당시 미국 도서관들이 금서로 지정하고, 호주에서는 금수 조치되어 펭귄북스가 밀매까지 단행했던 문제작' 이었다고 하는데 아마도 옮긴이가 말한 '야하다' 라는 소문이 한가닥 더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옮긴이는 학창시절 야하다는 이야기에 이 책의 내용도 알지 못하고 사서 읽게 되었고 오랜시간이 지난 후에 이 책을 옮기게 되었다고 하니 어떻게 보면 정말 묘한 인연이라 할 수 있겠는데 책에 대한 평은 반 반 나뉘는 듯 하다. 재밌게 읽었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고 하는 이들이 있는 것을 보면 저자의 다른 책들도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이 책과는 어떤 면이 다른지, 이 책에서 유머가 다른 책에서는 어떻게 발전을 하는지 궁금하다. 몇 해 전에 필립 로스의 <울분>을 읽었는데 그때에도 이 느낌 뭐지 했는데 아직 그의 깊이를 헤아리기엔 내가 조금 부족한 듯 하다.미국 현대문학의 거장의 책을 소화하기엔 내그릇이 작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또한번 느끼며 좀더 열심히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