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시피 미시시피
톰 프랭클린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작가가 이 작품을 집필하게 된 것은 아내의 브라질 유학을 동행하면서 할 일이 없어 작품을 집필하게 되었단다. '미시시피' 는 비옥한 곳이라 면화산업이 발달하였으니 흑인 노동력 착취가 가장 많이 된 곳으로 슬픔의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그곳에서 백인과 흑인으로 만난다는 것은 빈부의 차이도 있겠고 주 종의 관계도 있을 듯 하며 아픔의 역사를 그 내면에 감추고 있을 것만 같다. 백인보다 흑인 비율이 높은 곳에서 자동차 정비공의 아들인 래리는 아버지를 따라 기름냄새를 맡는 것을 쉽게 하기 보다는 장르소설에 빠져 있고 혼자서 소총을 들고 숲을 거닐며 사냥을 즐기는 소년이다.그에게는 별다른 아니 특별한 친구가 없다. 천식과 말더듬으로 우정을 나눌 친구가 없기도 했지만 이백만 평방에 달하는 땅을 가지고 있었으니 그의 집 주변에는 다른 집이 없었던 듯 싶다. 가장 가까이 있는 집이 '신디'의 집으로 그녀는 의붓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데 사춘기 소년은 몰래 소녀를 훔쳐보길 좋아한다.그런 그에게 한 명의 친구가 생겼다.그런데 다름아닌 가깝다고 내세울 수 없는 흑인,사일러스라는 엄마와 함께 아무것도 없이 래리 아버지인 오트의 사냥 오두막에 와서 지내게 된 친구다.

 

흑인들의 노동력 착취에 대한 이야기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뿌리>라는 드라마를 보고 정말 감명 깊게 보았던 오래전 기억이 있다.그리고 요즘은 <노예 12년>이란 영화와 원작이 구미를 당기고 있어 조만간 원작을 읽어 볼 생각인데 이 작품을 먼저 만나게 되었다. 이 작품에 대한 다른 이의 리뷰를 잠깐 읽어보고는 읽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는데 정말 내 소원을 누군가 몰래 듣기라도 한 것처럼 바로 이 책을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 받자마자 얼른 읽어내렸다.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흑인들이 피부색으로 부당 대우를 받는 <Help>라는 책도 그렇고 읽으면 왠지 모르게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 오른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백인인 래리는 아버지의 그늘 밑에서 많은 것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가 살인사건의 용의자라는 타이틀 때문에 그의 아버지도 음주운전으로 죽게 되고 그의 정비가게는 사람의 발길이 끊기게 되었으면 그의 집은 사람이 찾지 않는 곳이 되었다. 그를 사람들은 '괴물 래리'라고 부르는데 그와 데이트를 하러 나갔다가 실종된 신디실종사건 이후 이십여년 만에 여대생 실종사건이 또 일어나면서 래리라는 인물은 다시 수면으로 오르게 된다.

 

래리의 학창시절은 친구가 없었다. 그는 백인보다 흑인이 많은 학교에 다니기도 했지만 어느 날 우연하게 등교길에 만났던 사일러스와 학교가 아닌 그들의 숲에서 가장 친한 친구로 지내게 되지만 신디실종사건으로 래리는 학교를 그만두게 되었고 사일러스는 다른 지역으로 떠나게 되었는데 훗날 그는 경찰이 되어 다시 미시시피에 나타난 것이다. 그리곤 래리 사건을 맡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관계는 오래전에 끝났고 무언가 석연치 않은 일이 그들 사이에 있다.왜 무슨 일이 있었길래 래리와 사일러스의 우정에 금이 간 것일까? 소설은 마흔이 넘은 그들의 현재와 학창시절인 과거를 함께 엮어 나간다. 등교길에 만났던 그들이 무언가 이상한 관계라는 것을,아니 흑인과 백인이 어떻게 인연이 닿아 있다는 것인지. 하지만 둘 사이에는 과거 역사의 흑백의 논리보다는 아무쪼록 친구로 잘 지내게 되고 서로 돈독한 우정도 나누게 되지만 신디실종사건은 그 둘을 갈라 놓게도 되고 그 지역의 큰 이슈중에 하나였다.그런데 또 다른 사건이 터졌으니 래리는 '연쇄살인마'가 되어 모두의 구설수에 오르게 된 것이다.그런 그가 심장에 총을 맞고 말았다. 자살일까 아니 누가 그를 노렸을까?

 

래리의 사건을 맡은 사일러스는 래리가 없는 그의 빈 집에 들어가 과거에 한 두번 보았던 집의 기억을 더듬어가며 수사를 펼친다. 그의 기억에 래리는 파리 한마리 죽이지 못하는 연약한,아니 무엇을 죽이기 보다는 책읽기를 더 좋아했던 소년이었다. 그의 집에는 여전히 넘쳐나는 책들,그와 우정을 나눌 때에는 가가 들려주는 책 이야기를 좋아했는데 그가 언제 다시 그런 이야기를 들려줄지.과거의 편린을 맞추어 나가던 사일러스의 눈에 사진 한 장에 눈에 들어오고 감추어져 있던 래리와 그의 관계의 연결고리를 찾게 된다. 경찰과 살인 용의자로 만난 흑인과 백인 두 친구,그들의 실타래처럼 엉킨 운명은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흑인과 백인,그리고 가족의 비밀,우정과 진실 사이에서 주는 스릴감에 마지막 장을 끝으로 손에서 놓을 수 있었던 작품이다. 부모가 풀어내지 못한 가족의 비밀을 간직해야 했던 흑인과 백인이라는 연결고리,그리고 흑인과 백인이었지만 그들은 우정을 나눈 진정한 친구였다. 피부색도 갈라 놓지 못한 우정을 다시금 찾을 수 있어 기분 좋게 내려 놓을 수 있었던 작품이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래리의 인생이 너무 안타깝기도 하다. 진실에 가려져 그늘진 그의 인생은 누가 대신해 줄 수도 없고 어디서 보상 받을 수도 없다.사일러스는 왜 진실을 그 오랜시간 외면해야 했는지. 좀더 일찍 그를 변호했더라면 래리의 삶은 변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가져보는데 어떻게 보면 그게 또 인생인 듯 하다. 답을 알 수 없기에 물처럼 흘러가는,어느 여울목에서 우연하게 답을 찾을 수도 있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그들의 피로 연결된 우정이 무엇보다 진하고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끝까지 그들이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는 것이 아픔의 역사도 시대가 변하면 그에 맞게 용서와 화해를 해야 한다는 것을 흑백의 우정에서 되새김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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