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전쟁 - 어머니와 함께한 마지막 7개월
김용원 지음 / 고려원북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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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폐암 판정을 받고 부산에 계신 어머니를 파주의 둘째 아들네 집으로 모시고 오면서 시작된 어머니와의 7개월간의 동거,선물과 같은 시간들이 때로는 가족간의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분명 자식된 도리이고 누군가는 책임을져야 하는 상황이지만 큰 병이기에 많은 돈이 들고 시한부 삶이기에 사랑하는 이의 마지막 삶을 지켜 본다는 것은 정말 크나큰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일임을,그래도 마지막까지 지켜드리며 어머니와 함께 했던 지난날들이 때로는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겠지만 과감없이 솔직하게 남겨 어떻게 보면 모두에게 선물로 남겨지게 되었다.

 

이 책은 '어머니와 함께한 마지막 7개월' 더군다나 폐암 판정을 받으신 어머니와 함께 한 시간이라 더 읽고 싶었다. 저자보다 더 앞선 시간에 나 또한 친정아버지를 폐암으로 보내 드렸던 아픔이 있어 어떻게 보면 아버지를 생각하며 읽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친정아버지는 당신이 먼저 병원에 가셔서 검사를 해보시고,병원에 잘 가지 않는 분이신데 얼마나 아팠으면 병원에 가셨을까? 그런데 의사는 좀더 큰 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해보라는 말씀을 하셨으니 얼마나 놀라셨을까? 그렇게 하여 자식들과 함께 종합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하게 되었는데 폐암2기,발견은 정말 더 진행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잘했는데 위치가 너무 좋지 않아서 손을 댈 수가 없다는 것이다.다른 부위에 있었더라면 수술하여 좋은 경과를 낼 수 있는데 왜 하필 손도 댈 수 없는 부위에서 아버지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었는지.그렇게 하여 검사하시는 동안 병원에서 일주일 계시게 되었는데 엄마가 함께 계셨다. 그때까지는 그리 많이 아프시지 않으신 상태라 아버지는 곧 나으리란 기대감에 더 빨리 집에 가고 싶으셨는지 모른다.그리고 한참 바쁜 일철이었으니 시골분이 일을 놓고 그냥 계시기란 정말 답답하셨던 것이다. 하지만 난 그 시간이 너무 좋았다.아버지는 내게 그 시간을 선물해주시는 것처럼 여겨 아버지와 함께 일주일을 뜻 깊게 지냈다. 아버지는 막내딸 덕분에 병원생활이 지루하지 않았다고 하셨고 함께 계신 분들도 정말 좋아하셨다.

 

암선고를 받고 나니 약보다 민간요법에 더 귀가 솔깃해져서 누가 무엇이 좋다고 하면 그것을 찾아 다니게 되어 있다. 우리도 와송에 비단초 상황버섯등 암에 좋다는 것을 해드리며 조금이라도 우리 곁에서의 아버지 시간을 연장해 보려고 노력했다. 더 미리 잘해드렸어야 했는데 시한부 삶이라고 하니 아버지가 그립고 안타깝고 시간을 붙잡고 싶었다. 몇개월 정정하시더니 일년여 다 되어 가면서 급기야 아버지의 건강은 하루 아침에 쇠락,입원 후 수개월 후에 다시 명절을 보내고 입원하시게 되었다. 이런저런 검사를 받는 다는 것도 힘들지만 그래도 곁에 자식이 함께 있으니 기꺼이 받으시며 나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하셨지만 아버지의 건강이 많이 안좋아지셨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이런저런 실수도 하시고 어린애처럼 간식 하나에도 즐거워 하시고,그런 시간들이 지금은 정말 값지게 내게 저장되어 있어 고맙고 감사하다. 모두가 아버지와 함께 나눈 이주일의 시간은 정말 선물과 같은 시간들이었는데 입원 후 시나브로 드시는 것이 줄어 들더니 아버지는 김장을 모두 마치고 두다리를 펴고 자려는 그 순간에 주무시며 편안히 가셨다.믿어지지 않고 내게만 슬픔이 닥친듯 했지만 그 시간도 다 지나간다는 것을, 그리고 이젠 그 슬픔도 퇴색해 버려서 아버지의 기억이 희미해 지고 있다는 것이 슬프다.

 

저자의 어머니는 강인한 분이셨다. 이 땅의 어머니란 이름이 모두 강인하지만 어머니는 아버지 대신 여장부처럼 살림을 꾸려 가시면서 마지막 그 시간까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으시던 꼿꼿하시던 분이셨으니 당신이 그런 큰 병에 걸렸다는 것 자체를 아마도 받아 들이시기 힘드셨을 것이다.아니 꼭 일어나시리라 믿으셨을 것이다. 대부분 일을 하시던 분들은 건강하게 다시 건강을 되찾아 당신이 하시던 일을 하시리라 믿으시간다.친정 아버지 또한 그러셨다. 당신이 하시던 밭일이며 논일이며 그것 손을 놓으면 누가 할 사람이 없으신것처럼 걱정을 하셨다. 당신 안계시면 자식들 입에 들어갈 것이 없는 것처럼 노심초사 늘 걱정하셨기에 더 일어나시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셨다. 하지만 암이라는 놈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한번 물고 늘어지면 놓아주질 않으려 한다. 한사람을 그물에 걸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모두를 못살게 굴기도 한다. 친정아버지는 그래도 고생을 많이 하시지 않고 가셨다고 볼 수 있고 병원비도 그렇게 많이 들지는 않은 편이다. 다른 분들에 비하면. 암환우 가족들이 겪는 고통,경제적 손실은 환자가 겪는 고통도 크지만 경제적인 면에서도 크다.

 

누군가는 환자 곁에서 돌봐 드려야 하고 병원비도 감당해야 하는가 하면 그에 준하는 모든 일들을 감당해나가야 하는 이들이 있다. 그것이 때론 고부간의 갈등을 초래하기도 하고 형제간의 갈등및 가족간의 갈등을 빚기도 하지만 그것이 비단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모두 닥칠 수 있는 문제이고 현실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내가 한번 겪고 나니 누군가의 부모님이 혹은 그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면 이젠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큰 슬픔을 한번 겪고 나니 대처하는 힘이,좀더 단단해졌다고 할 수 있는데 막상 지금 그런 상황에 처한 친구들은 걱정을 하며 자문을 구한다. 하지만 그것이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니고 모든 것은 다 지나가게 되어 있고 슬픔은 내게 닥쳤을 때에는 커보이지만 남의 슬픔일 때에는 내게 보이지도 않을 때가 있다.그래서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슬픔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했던가. 겪고 나면 담담해진다.그 아픔이 아버지건 어머니건 간에 슬픔은 정말 내가 이겨낼 수 있는 만큼 오는 것 같다.

 

단골미용실에서 머리를 하시고 당신이 사시던 부산 만덕에서의 삶을 더 연장하길 원하셨지만 어머니에겐 고향과 같아도 자식들에게는 트라우마를 안겨 주었던 그 곳의 삶이 어머니의 마침표로 인해 모두 박제화되듯 사라져간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지만 어쩌지 못하고 현실에서 손을 놓아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며 당신의 삶을 받아 들이시는 어머니의 여정을 지켜보며 그 시간들이 결코 가족의 갈등의 시간이 아니라 당신에게 선물과고 같은,7개월이 선물이라고 하는 것을 읽으며 나 또한 공감하며 아버지를 떠 올리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되새기고 싶지 않은 아픔이기도 했지만 비슷한 이야기를 읽으며 난 아버지를 그리워 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아버지를 보내 드리던 그 시간들이 오버랩 되면서 눈물이 쏟아져 어느 순간 줄줄.곁에 계실 때 잘해드려야 하는데 그게 또 맘처럼 잘 되지 않는다. 늘 혼자 계시는 엄마께 잘해드려야지 하면서도 잘 안된다.마음 뿐이다. 지나고 나서야 후회하고 되돌리고 싶고 그것이 인간의 마음인가 보다.

 

어머니의 말씀처럼 '나는 그동안 잘 살았다.그 동안 행복했으니 울 필요 없다.' 라는 말씀을 읽으며 우린 아버지께 당신이 폐암이라고 직접적으로 말씀을 드리지 않았다. 엄마와 아버지는 대충 알고 계셨지만 아버지가 더 일찍 삶을 놓아 버리실까봐 말슴 드리지 않았는데 그게 한편으로는 후회 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아버지의 삶을 정리할 시간을 드리지 못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가져본다. 한편으로는 더 고생 안하시고 편안하게 주무시며 가신 것이 큰 복처럼 여겨지고 모두가 또 그렇게들 말씀들 하신다.아버지는 병원에 계신 동안 유언처럼 내게 이런저런 말씀을 많이 하셨는데 어제일처럼 생생하다. 그 모든 것을 잘 지키지 못하고 살아가는 딸이되었지만 아버지는 아버지 대로 당신의 삶을 충실하게 살다 가셨다고 늘 생각한다. 저자의 어머니 또한 비록 자식들과 마찰은 있었지만 그것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올곧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던 강직한 분이셨기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자식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싶은 것이 모든 부모의 마음이다. 심적으로 경제적으로 자식에게 의지해야 하는 자신의 육신에 대한 원망이 아마도 자식들과 마찰로 빚어지지 않았을까.그래도 죽음 앞에서 자식들간 매듭을 풀고 가시고 누군가에는 소중한 시간을 선물하고 가셨으니.저자와 어머니의 이야기를 읽으며 좀더 친정엄마께 잘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보지만 어디까지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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