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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ㅣ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7월
평점 :
인간 수명이 연장되고 노후 대비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젠 내 이야기가 된 듯 하고 부모님도 연로하시니 많이는 도움을 드리지 못해도 심적 부담감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100세라고 하면 예전에는 별의미없이 받아 들였는데 내가 점점 나이가다보니 한세기를 살아 왔다는 것은 개인적인 삶도 대단하지만 '역사'와 함께 했다고 바꾸어 생각해 보면 다르게 보인다는 것이다. 백년,아니 100세 생일날 양로원 창문을 넘어 도망쳐야 했던 알란,그에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아니 무슨 일로 그는 백세 생일날 축하 행사 얼마 남겨 놓지 않고 창문을 넘어 도망쳐야만 했던 것일까.
이 책은 표지가 이뻐서 읽고 싶었던 책인데 바로 접하지 못하다가 읽게 되었다. 그것이 또 내가 허리가 아파서 누워 있는 시기에 이 책을 접하게 되었는데 오히려 잘 되었다. 웃긴 일들이 도미노처럼 이어져서 아파서 스트레스를 받아 모두에게 조금 신경질적이었는데 이 책으로 인해 그것이 조금 여유를 찾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야기는 두 개의 축으로 나란히 달린다. 백세 생일날 창문 넘어 도망친 알란,그는 자신의 나이보다는 정신도 그리고 육체도 건강한 할아버지였다. 창문도 거뜬히 뛰어 내리고 담장도 넘어 정류소까지 가서 자신이 있던 장소가 아닌 주머니 속에 있던 돈이 갈 수 있는 곳까지 가게 되는데 그것이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가 화장실에 간다며 맡긴 커다란 트렁크를 주인이 화장실에서 나오기 전에 유유히 자신의 것처럼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된다.가방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지도 모르며 발퀴가 달려 끌고 갈 수 있으니 가게 되었고 폐역에 도착하여 그곳에서 살고 있는 남자를 만나 그와 함께 하게 된다. 그런데 그 가방이 다름아닌 조직이 연관된 돈이라는 것,큰일났다 이 할아버지 목숨을 온전히 보전할 수 있을까.
가방과 함께 자신들의 목숨이 위험에 처하게 된 것을 알게된 알란과 함께 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의 인생 백년을 뒤돌아 보며 그가 어떻게 살아 왔는지 되짚어 본다. 부모를 잃고 폭약 회사에 들어가 폭약에 대하여 배우게 되고 그로 인해 스웨덴 시골청년이 중요한 역사의 순간마다 자리하며 자신의 족적을 찍고 다니게 된다.왜 알란의 백년사가 진부하게 필요했을까? 복선처럼 중요했던 역사의 현장에 있었던 알란의 삶에서 그가 무엇을 했고 누구와 함께 했는지 물론 백살의 알란의 여행과 함께 하는 이들과의 이야기처럼 그의 인생사도 재밌게 그려진다. 그는 왜 중요한 역사의 현장에 있어야 했을까? 세계 곳곳을 누비며 시한폭탄처럼 떠돌아 다녀야 했던 폭약 전문가 알란의 삶, 그것은 다름아닌 그가 백살 생일에 창문을 넘어 도망친 사건의 중요한 알라바이가 된다. 그의 과거 인생사 모두가 말이다.그런가 하면 그와 관계한 모두가 휴가처럼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여행지로 선택한 지상낙원과 같은 곳 그리고 사람이 그의 이야기 속에 모두 들어 있다는 것이다.
'세상만사는 그 자체일 뿐이고,앞으로도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 자체일 뿐이다.'
알란의 백년의 삶을 뒤돌아 보았지만 삶은 삶 그 자체일 뿐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미리 계획해 놓은 것도 아니었고 변화무쌍한 자신의 삶에 불만을 가지며 살은 것도 아니었다. 그때 그때 닥치는대로 그 일에 최선을 다하고 인정하고 받아 들이며 살았다. 알란과 함께 여행을 하게 된 사람들,그들은 어떻게 보면 낙오자들처럼 자신의 인생에 패배를 인정한 이들이다.하지마 알란이라는 노인네를 만나며 새로운 희망에 불풀게 되고 미래를 설계하게 된다. 삶은 오늘이 마지막이 아니라고 말해주며 내일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결코 포기하지 말고 부딪혀 보라고 이야기하듯 그의 백년사 삶을 뒤돌아 보아도 정말 어느 한 곳에 안주하기 보다는 그 때 닥친 삶에 적응하며 어떻게 보면 운명에 순응하고 살았다고 볼 수 있는데 백살 생일이 지난 후 그의 삶에 이런 날이 올지 몰랐는데 뜻하지 않은 희망을 만나게 되고 또 다시 시작처럼 그렇게 살아가게 된다. 삶이란 무엇일까? 인생이란 무엇일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삶에 어떻게 대응하며 살아야할까? 지금 길을 잘못 들어섰다고 포기하고 뒤돌아가야할까? 알란은 아니 부딪히며 새로운 길을 만들어 보라고 이야기 하는 것처럼 그의 삶은 그야말로 도미노와 같이 계속적으로 무언가의 힘에 의해 부딪혀 다른 삶으로 연결되듯 연결 연결된 삶속에서 우연과 우연이 만나 필연이 되는 것처럼 운명 또한 그러하지 않을까 하는 깊은 울림을 준다.
'바로 이런 일 때문에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까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쓸데없다는 거예요. 내가 하루 종일 머리를 싸매고 생각해 본댔자,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어떻게 알아낼 수 있겠어요?'
한사람의 인생은 그의 마지막을 보면 그사람이 어떻게 살아 왔는지 다 알 수 있다고들 이야기를 한다. 마지막의 순간, 생각하지 나름이겠지만 장례식장에 가보면 그의 삶이 보여진다. 세상에 너무 인색하게 살아 온 사람은 그의 마지막을 지켜 주는 이들도 드물지만 그래도 세상에 빚지지 않고 살아 온 이들의 마침표의 시간은 시끌벅적하다. 얼마 살아 오지 않은 삶이지만 뒤돌아보면 몇 십년의 삶도 정말 한순간처럼 눈 감았다 뜨면 잠깐의 시간처럼 찰나처럼 여겨진다. 그런 시간이 백년이라고 하면 대단하게 느껴지고 역사를 뒤돌아 보면 정말 엄청난 일들이 백년의 시간 속에서 다가왔다 사라져가고 흩어져갔을 것이다. 백년이 지났다고 시간이 멈추는 것도 아니고 아직 알란이 건강하게 숨 쉬고 있는 것처럼 또 다시 시간은 오기도 흘러가기도 할 것이다. 그가 백살 생일에 창문을 넘어야 했던 이유가 있었듯이 분명 삶이란 이유가 있고 풀리지 않는 답이란 없다. 정답은 아니지만 부딪혀 풀려고 한다면 근사치는 풀어 나가게 될 것이다. 얼마를 살지 모르지만 알란에게는 세계를 다 돌아보기에 백년이란 시간도 부족했는데 오늘이란 시간을 좀더 치열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