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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하나뿐인 당신에게 - 영화심리학자 심영섭의 마음 에세이
심영섭 글.사진 / 페이퍼스토리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영화에 한참 빠져서 지냈던 시절이 있었던 것 같다.아니 그런 시간이 지나고 이젠 조금 시들해졌다고,극장에 간다는 것이 귀찮고 챙겨 본다는 것 자체가 왜 그리 싫은지.조금 거리를 두고 있는데 봄이 오면 아마도 다시 영화에 빠져 모든 일 제쳐두고 극장으로 달려가지 않을까 싶다. 요즘 영화를 챙겨보기 보다는 그저 주위에서 들리는 이야기들로도 영화를 보고 나온 듯한 느낌,아마도 스마트폰과 그외 SNS 때문에 영화에 대한 갈증이 떨어지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본다. 궁금증이 있어야 달려가는데 그 궁금증을 매체나 SNS에서 너무도 해부를 잘해 놓으니 호기심이나 궁금증없이 영화를 보러 간다는 것은 단물 다 빠진 껌을 씹는 것과 같아 극장나들이를 조금 미루고 있다.
그런면에서 EBS에서 금요일과 토요일에 해주는 '고전영화'를 보고 있는데 느낌이 좋다. 다시 영화에 빠져 들어가는 기분이다. 고전이란 그래서 고전인가 하는 생각을 하며 본다. 오래전 보았던 흑백영화나 그외 영화들을 나이가 들어서 다시 보면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좀더 세상을 살아 본 연륜이 있어서 그런가 더 폭넓은 안목으로 영화를 보게 된다. 그전에 보지 못하고 읽지 못했던 행간을 읽듯 그 행간에서 삶의 깊이를 보기도 하고 인간의 감정 그 정도를 헤아리며 우리네 삶을 고스란히 담아 놓은 영화 속에서 잊고 있었던 감정들을 다시금 되새김질 하듯 하면서 삶이란? 물음표를 던져 보기도 하지만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통해 다시 새로운 것들을 채워 넣을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가져본다.
'이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인 것들'
프롤로그의 제목 '이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인 것들' 정말 영화를 보다보면 예전에 알지 못했던 것들을 이제라도 알게 되어 그 깊이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 시간에도 느끼지 못하고 그저 영상이 주는 텍스트만 받아 들이며 보는 이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이런 것들이 있었지 하면서 보는 그런 느낌이 있을 것이다. 저자는 첫째장에서는 '사랑에 관하여' 사랑을 이룬 이야기도 많겠지만 사랑에 실패를 하고 느끼는 그 감정,깨달음에 대하여 이야기를 한다. 두번째 장에서는 ' 내 안을 파고드는 고통스런 감정에 관하여.' 분노,외로움,열등감 같은 감정들,'부정적'인 감정이라 표현한 것들을 다시 재단해 본다. 세 번째 장에서는 ' 삶을 풍요롭게 하는 영혼의 회복에 관하여.' 행복,용서,감사와 같은 마법과 같은 감정들에 대하여 알아 본다.
사랑이라는 그 놈,사랑이라는 것에는 정말 무수히 많은 것들을 간직하고 있다. 사랑,이별,두려움,외로움,쓸쓸함 뿐만이 아니라 이별 후에 느끼는 또 다른 감정들.아픈만큼 성숙해지듯 사랑을 해봐야 감정의 열매가 영글어가듯 어떻게 보면 사랑을 하면서 그사람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게 되기도 하는것 같다. '진정한 사랑을 증명하는 길은 단 한 가지뿐이다.사랑을 사랑하지 말고, 당신의 사람을 사랑하라. 조건 없이.욕망 없이. 두려움 없이.' 아무런 이유없이 시작한 사랑은 사랑을 하면서 욕심을 부리게 된다. 내것이기에 가지는 감정이지만 얼마나 거짓되게 만드는지 그런 모든 것들을 배제하고 사랑 그 순수한 감정으로 만나게 되는 것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농후해진 후,모든 것을 겪어 보고 난 후가 아닐까.사랑이라는 감정에 비를 맞기도 눈이 내리기도 그리고 맑은 날 모든 것들을 거치고 난 후에야 비로소 모든 맛을 경험한 후에 겸허히 받아 들일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슬픔이나 기쁨 이별의 아픔등과 같은 감정들이 내게 오면 무척 큰 파도에 휩쓸린것처럼 생각 되지만 그것이 타인의 아픔이라면 어떨까? 영화는 그런 면에서 간접적으로 감정의 경험을 해보게 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지나 온 감정들을 뒤돌아보게 하는 거울과 같아 가끔 먼지가 낀 거울을 닦듯 감정의 정화를 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이 책을 읽다가 문득 떠오른 영화 '시네마천국' 모든 부분은 다 기억하지 못하지만 마지막 부분인 영화 속 아름다운 키스장면들,우여곡절을 거친 후에 맞이하는 감정이 아름다운 교감이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던져주는 또 다른 감정에 행복함을 느끼던 그런 시간도 있었다. 극장을 찾을 때에는 둘이 가는 경우도 있고 가족이 함께 하는 경우도 있는데 무엇보다 좋은 것은 '혼 자 서' 갈 때가 제일 좋다. 내 감정에 폭 빠져들수도 있고 흔들리지 않고 느낌을 온 몸으로 흡수하듯 할 수 있어 가끔 혼자가는 영화를 선호한다. 그것도 조조로 말이다.이른 아침 시간에는 소음이나 방해요인이 덜 하다. 그런 시간에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그것도 개봉 처음시간 조조로 본다는 것은 정말 행복이다. 그렇게 느끼며 보았던 영화 속 모습과 감정은 우리네 삶이다. EBS영화로 중간에서 보았던 <자전거를 탄 소년>이라는 영화가 인상 깊었는데 그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 정말 좋았다. 다른 영화들도 보았거나 혹은 조금 그 느낌을 알고 있는 것들이라 무리없이 읽어나갈 수 있었지만 <자전거를 탄 소년>이란 영화는 보고 나서도 뒷감정이 남아 있었는데 그 갈증이 조금 풀렸다고 해야하나? 이 영화에 대하여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라 표현해 놓았는데 소년은 자신의 아버지에게 버려지기도 했지만 현실에서도 버려지듯 겉돌기만 하는 소년이 도망치듯 나무 위로 갔다가 소년들이 던진 돌에 맞아 죽은것처럼 나무 밑으로 떨어져 미동도 하지 않는다.돌을 던진 소년들은 자신들의 행동 때문에 겁을 내고 소년에게 다가 온 순간,전화벨이 울리고 소년은 누군가 자신을 찾는 전화에 화답을 하고는 무심하게 자전거를 끌고 다시 현실 속으로 달려간다.소년이 누군가 두려움이라는 것을 헤치고 갈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현실이 아련하게 소년을 한참 보라보게 했던 장면이 자꾸만 여운처럼 남아 있는데 읽게 되니 내가 그 영화를 조금이라도 보게 된 것은 이런 인연을 맺으려 했던 것은 아닐까.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영화에도 정답은 없다. 누군가가 내린 결론이 아니 리뷰나 이야기가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개개인 영화를 보고 느끼는 감정과 느낌은 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타인의 느낌을 무시해서도 안되지만 어느 것 하나에서 답을 찾으려고 해서도 안 될 것이다.우리의 삶은 계속 되고 있고 감정이란 무한반복처럼 전에 느꼈던 감정을 다시 느끼지 말란 법은 없으니 간접 경험으로 좀더 내 감정이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다면 여유를 부려 보는 것은 좋다고 생각을 한다. 너무 깊게 파고 들려고 신경쓰며 보기 보다는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즐기듯 볼 때 더 많은 것을 느끼게 되는 경우도 있다.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길목에서 감정의 곡선이 말랑말랑해지고 있을 때 이불을 박차고 나가 창가에 핀 한송이 꽃과 마주하게 해주는 신선함을 느끼게 해주는 느낌이 있어 어느 날 갑자기 그저 무작정 어느 페이지를 펴고 읽어도 좋을 듯 하다.느낌아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