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여 바다여 2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11
아이리스 머독 지음, 안정효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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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는 책에 길들여졌는지 <바다여 바다여1>을 읽는 일은 쉽지 않았다.앞부분을 읽으면서는 무료하다고 느낄정도로 속도감이 나지 않았는데 어느 정도 읽다보니 찰스의 삶에 빠져 들며 인생을 한번 다시 반추해 봐야하지 않을까.찰스,그는 은퇴를 하여 바닷가 오두막에 머무르고 있는 은퇴한 배우이며 극작가이다.그의 사촌 제임스와 비교되던 어린시절에는 그가 이렇게 유명인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군인의 삶을 선택하고 티벳의 불교에 빠진 제임스에 비해 그는 배우와 극작가 연출가라는 옷을 입게 되면서 그야말로 카사노바 깡패 제왕처럼 여자들 위에서 군림한다. 그렇기에 아직 자신에게 맞는 짝을 찾질 못한 것인지 그는 아직까지 홀몸이다. 그런 그에게 과거의 악령과 같은 '여자'들은 이곳 한적한 바닷가 마을까지 그를 쫓아 온다.

 

그의 첫사랑이라 여겼던 클레멘트를 비롯하여 리지등 다른 남자의 여자까지 빼앗아 자신의 여자로 만들기도 했지만 그의 갈증을 채워주는 여자는 아직 만나지 못했다.그러다 우연히 이 한적한 바닷가에서 그의 어린시절 사랑과 우정을 다 바쳤던 여인인 '하툴리'를 만나게 되지만 어린시절 추억속의 소녀가 아닌 그녀는 이제 늙고 추레한 모습이다. 그러나 그녀의 곁에 있는 전쟁에 참전했다 다리를 다치게 되어 절뚝이는,불구의 몸으로 무언가 사회와 하틀리에게 불만이 가득한 것만 같은 벤을 보고는 다시금 하틀리에게 '사랑'아닌 사랑을 느끼게 되면서 벤에게 강한 질투를 느낀다. 하툴리는 그를 버리고 달아나더니 벤과 결혼하여 아이도 낳지 못하고 타이투스를 입양하여 키우지만 벤은 그를 찰스의 아이라고 오해를 하여 그녀와 타이투스에게 못되게 군다. 그의 불만은 그들을 괴롭히는 것으로 인생이 점철된것처럼 그 모든 오해가 하틀리의 삶을 불행하게 만들었다. 그러다 타이투스는 한적한 바닷가 오두막으로 찰스를 찾아와 그와 함께 하게 되니 벤의 오해는 깊고 찰스의 하틀리에 대한 거짓된 사랑은 더욱 증폭되어 가기만 한다.급기야 하틀리를 유괴하여 감금까지 해 보지만 그녀의 마음을 얻지는 못한다.

 

하틀리의 마음을 얻어 보려고 노력했지만 강제적으로 사랑을 얻을 수는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아니 자신이 하틀리에게 향하고 있는 마음은 '질투 혹은 집착'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질투가 사람을 얼마나 잔인하게 만들고 삐뚫어지게 만드는지 찰스의 행동은 그야말로 겁잡을 수 없다.그런 와중에 소용돌이가 있는 다리에서 누군가 그를 뒤에서 밀어 바다로 떨어지게 만들고 급기야 타이투스는 수영하다 바다에 빠져 죽게 되는 사고가 발생한다.모두가 벤이 저지른 일이라 생각하지만 그를 밀어 빠뜨린 것은 그의 잘못된 사랑을 저지하려는 다른 이의 행동이었고 타이투스는 젊음을 빙자한 아니 오만하게군 결과물이었던 것이다. 자신의 젊음 하나로 바다를 자연을 이기려 했던 무모함이 그의 젊음을 앗아가 버렸다. 하틀리의 사랑을 잃어도 타이투스를 자신의 아들로 삶아 새로운 삶을 살아보려던 찰스에겐 커다란 충격이었는데 급기야 사촌 제임스의 죽음까지 그를 강타하고 만다. 삶이란 무엇일까? 사랑만이 온전한 삶이라 여기며 살아온 그에게 죽음 또한 삶의 일부이며 잘못된 사랑은 사랑이 아닌 자신을 망치는 질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그 모든 것을 내려 놓고서야 비로소 한적한 바닷가의 자연이 눈에 그리고 마음에 들어온다. 밤하늘을 가득 메운 별과 바다에서 보기 힘들다는 바다사자 네마리까지 그야말로 행운처럼 자신에게 찾아 온다. 지금까지 그는 자신의 손 안에 거머쥐려고만 생각했지 관조하거나 관망하는 자세가 아니었다. 손에 쥔 모든 것을 내려 놓고 나니 이제서 주변이 보이기 시작하는 새로운 삶이 펼쳐진다.

 

우리는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을 좇는 것으로 삶을 허비해 버리는 사람도 종종 본다.모든 것을 거머쥐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자신이 손에 쥔 막대한 것으로 자신의 삶을 망치는 일들도 종종 본다. 인생에 정답은 없겠지만 너무 과한 것은 해가 된다. 거기에 한 몫하는 '질투,집착' 또한 사람을 망칠 수 있다는 것을 찰스의 삶을 통해 세심한 묘사로 보여준다. 삶에서 물러나 바닷가 한적한 오두막에 거처를 마련했다면 과거도 현재도 모두 벗어 버리고 그야말로 초야에 묻혀 자연인을 삶을 살리라 생각할텐데 찰스의 삶을 온전하게 그러질 못했다.과거의 악령들은 현재의 악령이 되어 그의 삶을 온통 지배하여 더욱 질투에 불을 지르게 만들었다.그렇다고 자신의 것이 아닌 사랑이 집착을 한다고 자신의 것이 될 수 없는 제왕의 초라한 삶, 사랑은 일방통행이 될 수 없다. 자신의 사랑만 보고 하틀리와 벤,타인의 사랑을 보지못하는 아니 타인의 삶이나 사랑을 존종해주지 못하는 자신우월주의처럼 군림하던 찰스의 뒤안길은 그야말로 누구보다 초라하다. 늙고 초라하고 보잘것 없는 인생이라 생각했던 하틀리와 벤의 사랑은 그의 인생보다 따뜻하다.타인 위에서 군림하려 했던 삶,그것을 내려 놓으라고 어쩌면 사촌 제임스는 티벳의 불교와 그의 삶의 자취를 그에게 남겨 주었는지 모른다. 널리 자비를 베푸는 불교의 삶이 찰스에게는 필요했던 것을 제임스는 보았을 것이다.

 

사람은 타인의 삶은 잘 보고 이야기를 하지만 자신의 삶을 제대로 보기는 힘들다. 등잔 밑이 어둡듯이 찰스처럼 질투와 집착으로 가려진 삶이라면 더욱 그 그늘에 가려진 깊고 넓은 사랑을 보기는 어렵다.타이투스를 잃고 하틀리를 떠나 보내고 제임스를 또 막연하게 보내고 나서야 인생이란 것을 조금 다시 보게 된 찰스,인생은 밀물과 썰물의 조율이 있어야 비로소 담금질이 되어 단단해지고 넓게 볼 수 있는 것을 지금까지 밀물로 가득 채우기만 한 삶은 아니었을까.자신을 비우지 못하고 욕심으로 여자로 채우려 했던 그야말로 일방통행만 했던 삶이라면 이제는 삶과 죽음의 그 경계를 경험하고 사랑과 이별을 경험하며 밀물과 썰물의 조율을 알게 된 그의 삶이 바다와 무엇이 다를까? 바닷가 오두막 그의 집에는 전주인의 삶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듯이 과거의 악령과 함께 현재까지 뒹굴며 진흙탕을 만들었던 찰스의 삶이 이젠 무언가 담금질을 시작했다. 오두막 집에서 그늘 괴롭혔던 이상한 현상들은 과거를 떨쳐내지 못한 그의 밀물과 같았다면 이젠 과거와의 조우는 현재를 관조할 수 있는 삶으로 그를 이끌어 줄 것이다. 어렵게 읽다가 재밌게 빠져 든 <바다여 바다여> 머독의 뻘에 빠져서 허우적 거린것처럼 이 책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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