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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도시를 찾아서
허수경 지음 / 현대문학 / 200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의 책은 처음이다.시인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고고학'이라니 하는 생각으로 저자소개를 보니 그녀는 텔레비젼과 라디오 방송작가로 일하다 어느 날 갑자기 독일의 뮌스터 대학에서 고대 근동 고고학을 공부했다고 한다. 와 정말 대단하다. 나도 이런 류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내가 직접 공부하고 발굴 작업을 해보겠다는 그런 생각을 해보지는 않았다.아니 그런 생각을 평범한 이가 한다는 것은 글쎄? 다.일단 행동에 옮겨 해본다는 것이 설레고 흥분될 듯 하나 쉽게 접하긴 힘들듯 하다. 무척 고된 일처럼 느껴지니 말이다.
아가사 크리스티가 멜로윈과 함께 오리엔트 발굴지에 있을 때, 그녀는 언제나 영국에 있는 것처럼 생활을 했다. 치마와 모자와 핸드백과 양산 차림으로 뜨거운 발굴장을 오갔던 그녀는 발굴 숙소 역시 영국식으로 꾸려나갔다. 꽃으로 장식된 식탁에는 뜨거운 차와 차에 넣어 마실 우유가 준비되어 있었고 요리사들은 영국식으로 음식을 준비했다.발굴팀은 오리엔트에서 일을 했으니 오리엔트의 현실로부터는 철저히 거리를 유지했다.
이 책을 읽어 볼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가 갑자기 알게 되었고 그래서 구매하여 바로 읽어보게 되었다.너무 궁금했다. 이 책을 알게 된 계기는 지난번 만난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중 64번째 <메소포타미아의 살인> 을 읽고 그 책에 대하여 검색 하다가 이 책에 그 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고 하여 호기심에 얼른 읽고 싶었다. 무슨 이야기일까? 그렇다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의 남편은 고고학자다.그래서 그녀가 남편을 따라 발굴현장에 따라 다니면서 고고학과 발굴현장에서 벌어지는 추리소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메소포타미아의 살인' 은 정말 발굴 현장의 현장 부인을 모델로 삼고 발굴 현장을 잘 아는 그녀가 재밌게 썼다는 이야기.영화화 되었던 이야기는 오래전 영화를 보았는데 다시 읽어봐도 재밌다. 역시나 자신이 잘 아는 이야기를 축으로 하여 썼으니 더 재밌게 잘 쓴 듯 하다. 그에 대한 이야기가 [아가사 크리스티와 고고학] 이란 챕터로 구분되어 나온다.다른 이의 텍스트로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의 추리소설의 이야기를 읽는 것 또한 재밌고 더 이해가 오면서 오래도록 기억하게 될 듯 하다.
과거는 다만 현재를 살아 가는 나를 통해서 해석되어지는데 현재를 살아가는 나란,다만 나와 시대의 한계 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저자가 2004년부터 1월부터 2005년 7월까지 일년 반 정도 고대 근동 고고학을 공부하고 저자가 고대 폐허 도시들의 발굴 현장의 체험으로 쓴 고고학 에세이다.먼 곳에서 떨어져 지내며 공부하고 발굴 현장에서 햇빛과 낯선 사람과 낯선 음식과 접하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래서인지 힘든 시간도 많았던 듯 하다. 낯선 곳에서 아프면 고향의 맛이 그리워진다. 며칠동안 고열로 시달리며 앓아 누워 있는 동안 누군가 끓여 입에 넣어 주었던 '미음' 한 술이 그녀에게 큰 힘이 되어 다시 일어나게끔 해준 생명과 같은 'ㅁ' 이 되었던 이야기를 읽는 중에는 왜 그리 내가 아픈 것처럼 아니 옆에서 챙겨주고 싶은 마음은 뭐지. 그런가하면 말이 통하지 않는 그들과 나누고 싶었지만 망설임은 문화권의 차이라고 느낀다. 그러면서도 발굴 현장과 모래 속에 묻혀 고요히 잠자고 있는 과거 오래전 역사에 대한 이야기는 그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역사에 빠져 들 듯 하다.
역사에 너무 문외한이라 재밌게 읽었지만 많이 기억하지를 못한다.읽는 것으로 족하며 이런 역사를 '소설'에서 만나면 더 재밌기에 흥미로워 한번쯤 읽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을 했다.어느 날 울집 뒷산에 갔다가 뒷산이 워낙에는 산이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고 있었는데 모든 부분이 다 허물어지고 겨우 주민의 쉼터만 남게 된 산인데 그것도 내가 이사 올 때는 산이 제법 컸다.그런 산이 점점 작아지는 과정에서 산을 허물며 묻혀 있던 오래전 역사를 발굴하는 팀들을 자주 만났다. 선사시대 역사가 발견되었던 곳이던가 그런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에 흙을 파내며 나오는 작은 부분에도 심혈을 기울이는 이들을 보았다. 우리에겐 아무것도 아닌것 같은 흙을 걷어내며 그 속에서 집터나 그외 것들을 조각 조각 발굴해 내는 것을 가까이서 지켜보니 더 실감이 났는데 그런 일들을 글로 읽으니 그때의 생각도 나고 타향에서 낯선 것 속에서 조각난 역사를 찾아 맞추는 일을 한다는 것은 더 고되고 어렵다는 것을.먼 훗날 우리가 살았던 시간은 다시금 과거가 되고 누군가는 또 그런 일을 할터인데 저자의 말처럼 서울을 발굴한다면 무엇이 나올까? 우린 무엇을 남겨줄까.고대 역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재밌게 읽을 듯 하다.이 책을 계기로 그녀의 시집이나 그외 다른 책들을 접해봐야 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