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황후
조정우 지음 / 북카라반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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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을 참 좋아하는 편이다. 역사를 잘 모르기에 읽다보면 관심을 갖게 되기도 하지만 역사소설 대부분이 한 줄의 '의문,호기심'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아 상상력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생각을 하며 읽다보면 재밌다. '기황후' 그녀에 대한 소설은 일찍 기회를 만드려 하였는데 그러지 못했다.관심만 가지고 있던 인물이었는데 요즘 한참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동명의 드라마를 보질 않으니 그 또한 내용을 잘 모르겠고 드라마의 원작을 읽어볼까 하고 기회를 만들려 했는데 그도 날 빗겨갔다. 그러다 만나게 된 조정우 작가의 <기황후>,말 위에서 하는 '격구'로 시작하여서인지 소설은 속도감이 있고 그는 격구장에서 기완자가 최영을 만났고 그 순간 둘은 사랑하지 않았을까? 로 상상의 날개를 펼쳐본다.왜,그럴까? 고려인이었지만 공녀로 원에 가 황후의 자리까지 오른 그녀가 호령했던 땅이 아니라 고향이라 할 수 있는 곳에 묻혀 있다는 역사적 한 줄 진실에서 시작한다.

 

'<동국여지지>에 의하면 기황후의 묘가 경기도 연천에 있다고 전해지는데,원나라를 호령했던 그녀가 이곳에 안치되었다는 점이 무언가 사연이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이끌어 냈고 바로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되었다.혹시 연천에 사모했던 사람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연천이 최영의 고향인 철원과 연접해 있어 기황후가 사모했던 사람이 불세출 명장 최영이 아니었을까 하는 추축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작가의 말에서 발췌한 것처럼 왜 원을 호령했던 그녀가 연천에 묘가 있을까? 역사는 아이러니 하기도 하고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한다. 승자의 역사라 어느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른 역사 앞에서 우리는 어느 한 편으로 치우치기 보다는 중도를 지키며 바른 판단을 해야할 것이다. 아무리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기황후와 최영의 사랑으로 각색되었다고 해도 좀더 넓게 보는 역사관을 가져야 할 것이다.

 

기완자는 위로 오빠 다섯 명과 언니 둘을 두고 있었다고 하니 오빠들 속에서 격구도 하고 좀더 남성다운 면을 가지며 자랐던가 보다. 말을 타고 하는 격구도 시원스레 할 수 있는 그녀가 어느 날 격구대회에 나갔다가 운명처럼 상대편인 철원의 최영을 보게 되고 그들의 운명은 씨실과 날실로 엮이기 시작했다. 첫 눈에 운명을 나누어 가지듯 했지만 최영의 집에서 기씨집안을 받아 들일 수 없어 둘의 운명은 갈라지게 되고 거기에 원의 공녀축출로 인해 둘은 마지막 그 순간에 다시 이어질듯 하던 운명의 끈이 그만 끊어지고 만다. 끝까지 완자를 구해내려고 했지만 완자의 오빠들과 영은 그녀를 원에 보내야 했고 공녀로 끌려 간 그녀의 미모는 출중하여 그들을 이끌던 털털에게도 그리고 황제 토곤에게도 눈에 띄어 귀빈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토곤은 엘테무르의 딸 타나실리와 그의 세력들에 의해 견제를 받고 있었으니 기완자를 황후의 자리에 앉힐수도 없었지만 그의 기귀빈에 대한 사랑은 대단했던가 보다.

 

고려의 공녀로 자신의 어긋난 운명을 아는 기완자,그녀는 그런 자신의 처지를 알기에 황후에 오른 후 2년 후에 공녀 선발을 중단했다고 한다. 공녀에서 황후까지 그런가하면 소용돌이 속의 원이나 고려에 큰 입김으로 기황후가 작용했다는 것은 그녀가 미인계 뿐만이 이니라 지략이 뛰어나기도 했지만 원에 고려의 복식등을 유행시키기도 한 것을 보면 비록 타지에서 권력을 힘을 주무르고 있다고 안일하기 보다는 자신의 위치와 자리를 그야말로 여인네의 섬세함으로 잘 휘두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권력이란 똑같은 힘으로 작용할 수 없다. 어느 한 쪽을 밟고 올라서야 비로소 자신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고 그렇다고 일인자인 왕의 자리에 올라서도 한시도 자신의 자리를 여유롭게 지킬 수 없었던,바늘방석과 같은 왕위를 지키기 위하여 자신 또한 주위를 견제하고 자신을 밟고 올라서려는 세력을 처단해야 하며 밑에서 그런가 하면 옆에서도 찌르는 세력을 늘 견제해야 했으니 얼마나 고달픈 자리인가. 원도 고려도 한참 힘이 안으로 밖으로 들쑥날쑥 하던 시대에 기황후는 고향이나 마찬가지인 고려를 도우며 자신의 자리 또한 보전해야 했으니 얼마나 힘든 자리였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가하면 그녀의 오빠들은 여동생이 원의 황후가 되었으니 얼마나 또 기세등등하였을까? 엘테무르가 자신의 딸과 양아들을 이용하여 천하를 호령하려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녀의 오빠들 중에도 분명 그런 인물이 있었던가 보다. 오빠의 그런 행동으로 인해 원이 고려와 전쟁을 하기도 했다지만 그 속에서는 오해도 있고 그 오해로 인해 사과가 있었다고 하지만 그런 그녀가 아무리 힘이 기울었다고 연천에 묘를 썼을까? 그녀와 힘을 겨루었던 고려의 공민왕,학창시절 그의 노국공주와의 사랑이야기에 역사를 좀더 재밌게 풀어 내었던 선생님의 수업이 기억나기도해서 노국공주와 공민왕의 이야기를 찾아 읽기도 하고 드라마를 재밌게 보았던 그런 때도 있었는데 이 소설에서는 어느 한부분 이야기 보다는 전체적인 역사적 흐름을 볼 수 있게 속도감 있게 역사를 펼쳐 보인다. 기황후와 함게 원에서 십여년을 머물렀던 왕기 공민왕,그가 원에서 반한 처자 노국공주와 사랑을 이루게 되기도 하지만 그 사랑 때문에 자신의 인생을 망치기도 했던 인물.힘은 처음과 똑같은 크기로 작용하지 않고 점점 세력을 키워 나가던가 아니면 점점 세력을 일던가. 나라가 기울면서 기황후의 힘도 기울었듯 기황후와 최영의 사랑도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갈라져 평행선을 달리듯 서로 다른 길을 가야만 했고 기완자가 공녀에서 기황후라는 운명을 받아 들이고 자신의 운명에 휩쓸리며 그녀만의 대륙적 힘을 발휘했듯이 최영이라는 인물 또한 그녀와는 이루어지 않았지만 그나름 그녀 못지 않은 힘을 발휘하며 한시대를 호령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 내가 생각해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된 듯 하구나! 이제 여인으로서의 삶은 끝나고 어미로서의 삶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기황후가 원의 황후였고 비록 고려와 전쟁을 치르기도 해야 했지만 그녀의 본성 안에는 '고려인'의 피가 흐르고 있고 아들을 낳은 후 모성에 의해 더 단단한 대륙의 힘이 나오지 않았을까? 대륙에서 자신을 지켜야 하고 아들을 지켜야 하는 어머니로서의 힘은 누구도 그 단단한 껍질을 깨지 못했을 듯 하다. 황후보다 강한 것은 그녀 안에 있는 어머니의 힘이었을 것이다. 우리에겐 기황후에 대한 기록이 얼마 없다고 해도 공녀의 신분으로 황후의 자리에까지 오른 그녀의 힘은 실로 대단하다고 본다.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어느 프로에서 잠깐 보았는데 그들이 뿌리를 내리기까지는 정말 글로 다 풀어낼 수 없는 고통의 시간들이,그리고 그들의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서로 이민자들끼리 뭉쳐서 한덩이로 힘을 발휘해야만 했다는 이야기를 보았다.그녀가 우뚝 서기까지 어떠한 힘이 작용했는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결코 나쁘게만 볼 수 없는 대단함이라고 본다. 한 나라를 호령하고 고려까지 그 힘을 뻗친 기황후,이 책을 읽으니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어진다. 저자가 기황후와 최영의 사랑에 촛점을 맞추어 풀어냈다면 다른 시선은 어떻게 그녀를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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