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터홀릭 - 백야보다 매혹적인 스칸디나비아의 겨울 윈터홀릭 1
윤창호 글.사진 / 시공사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올해 여름은 정말 덥다 덥다 소리밖에 나오지 않는다.거기에 장마가 정말 대단했다. 입추도 지나고 처서인지만 아직도 덥다. 우리나가가 아열대성 기후로 들어서서 '스콜'이 내리는 것 아닌가 하는 소리도 나오고 점점 아열대성 기후로 접어든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렇게 나가다보면 겨울이 그리운데 그렇다고 겨울이 오면 또 마냥 좋은 것도 아니다.사람이란 정말 간사해서 추우면 더운 것을 원하고 더우면 추운 것을 원한다. 해가 나면 비가 오길 바라는 것과 같이 그래서였을까 덥길래 겨울 이야기와 같은 이 책을 꺼내들고 사진만 죽죽 넘겨 가며 보아도 정말 시원하고 좋은 것이다. 난 겨울을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하게 싫어하는 것도 아니다. 추운것을 잘 이겨내지 못하지만 눈을 좋아해서 눈이 오면 밖을 밖으로 나가고만 싶어져 혼자서라도 뒷산에 올라가 설경을 담곤 하는데 직접 눈으로 보는 스칸디나비아의 겨울은 어떨까 정말 기대되서 얼른 읽어 나갔다. 정말 이쁘고 멋진 사진집이다.

 

프롤로그에서 처음 글로 접한 '중독', 하얀 겨울을 보고 있으면 정말 힘들지만 중독일 될 듯 하다. 피요르드와 아름다운 자연 그리고 중세의 역사가 그대로 보존된 뭔가 장중하면서도 눈과 함께 하는 몽환적인 느낌에 기다리는 자에게만 행운을 가져다 주는 '오로라'까지 정말 중독이 아니고는 북유럽의 겨울을 만나기 힘들 듯 하다.하지만 이곳은 모든 여행자들이 떠나가기라도 한 듯 텅텅 빈 듯한 느낌이 들면서도 그런 가운데 무언가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많이 준 듯 하다. 게스트하우스에 주인장도 없고 여행객도 없고 혼자서 텅텅빈 게스트하우스를 혼자 독차지 하고 과연 맘 편히 잠이 올까? 한편으로는 그런 시간을 언제 또 누려볼까? 난 여행할 때 여행객들이 북적북적한 곳보다는 한적할 때를 더 좋아한다. 가끔 으스스 하면서도 한적함에 더 많은 것을 담고 사유하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사람이 많으면 밀려 다니며 덜 보고 덜 느끼는 듯 하다.하지만 몇 시간씩 달려도 주유소도 가게도 보이지 않는 한적함에 영어가 아닌 자국어를 너무 사랑한다면 여행객들은 힘들지 않을까.

 

북부 지역 역시 가는 곳마다 숨 막히는 절경의 연속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충분하다 싶었다. 생에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여행이 어디 별스러울 수 있을까. 세상은 그저 다 비슷비슷한 것들로 만들어져 있을 뿐인데,하지만 아이슬란드는 달랐다.꽁꽁 언 땅에서 김이 올라오고, 때때로 화산이 폭발하는 섬, 게다가 실수로 조금만 더 북으로 나아가도 빙하와 맞닿을 듯한 이곳에선 고립된 채로 오랜시간을 견뎌온 고독의 냄새가 났다.

 

그가 발을 옮긴 곳은 아이슬란드,핀란드,러시아,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이다. 많이 들어 본 나라도 있고 많이 들어봤어도 잘 모르는 곳도 있는데 사진을 보며 읽어 나가다 보면 몰라도 빠져 든다. 인공온천인 '블루라군' 사진을 보니 정말 이곳이 천국인지 지옥인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몽환적인 색의 온천에 세계 각지의 여행객들이 몸을 담그고 있는데 이곳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인공온천이라니 정말 대단하다. 겨울의 황량함 보다는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아서일까 여유가 느껴진다. 그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그렇고 여행객도 그렇고 모두가 다 서두르지 않고 시간을 즐기는 것처럼 설경속의 여유가 더위를 날려준다. 이런 겨울은 내가 직접 체험하고 경험하기 보다는 남의 것을 훔쳐 보는 것이 더 재밌다.

 

겨울은 겨울 그대로의 묘미가 있는 듯 하다. 여행객이 없어 불편한 점은 있어도 설경이 주는 피요르의 아름다움이 얼마전에 본 '설국열차' 를 보는 듯한 풍경이 정말 아름답다. 오로라를 만나기 위해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동동 거리며 기다려도 꼭꼭 숨겨두듯 잘 보여주지 않는 오로라,그것을 핀란드에서 잠깐이지만 만난 그 희열은 아마도 영원토록 잊지 못할 것이다. 여행서를 읽다보면 간접적으로 함께 여행하는 기분이 드는데 오싹 오싹 하면서도 왜 끝까지 가고 싶어지는지,다음엔 어떤 일이 일어날까보다는 어떤 풍경을 보여줄까 기대되는 것은 뭘까. 오로라 뿐만이 아니라 소설 속의 그곳도 만나보고 멋진 여행을 많이 했지만 역시나 여행은 낯설고 멋진 풍경도 좋지만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일 것이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났던 이를 다른 곳에서 반갑게 만나기도 하고 카페에서 만났던 이를 또 다시 찾아게 만나게 되는가하면 헤어졌던 이의 목소리마져 반갑게 들려오지 않을까.

 

시원하면서도 정말 멋진 구경을 한여름에 하니 더 좋다. 겨울여행은 일부러 찾지 않으면 정말 힘든 여행일텐데 덕분에 시원한 여행을 했다. 추운 겨울만 담은 것이 아니라 따뜻하고 아름답고 삭막함 보다는 풍성함이 느껴지는 스칸디나비아의 겨울여행이었다. 요즘 북유럽 추리소설에 관심을 가지고 더 찾아 읽고 있는데 얼마전에 읽은 <스노우맨> 생각도 나고 타우누스 시리즈도 생각나면서 그가 러시아에서 찾은 소설속의 주인공들이 주는 여운도 있지만 <전쟁과 평화> 라는 영화가 더 생각나는 것은 뭘까. 이 책은 겨울에 봐도 정말 좋을 듯 하다. 겨울에 보면 겨울이 주는 그 묘미를 또 다시 느낄 듯 하다. 여름엔 시원하게 읽을 수 있고 겨울엔 그 아름다움을 더 느끼며 볼 수 있는 북유럽의 겨울이야기다. 겨울에 한번 더 읽어봐야겠다. 그가 잊을 수 없었던 것처럼 나 또한 스칸디나비아의 겨울을 잊지 못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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