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화양연화 - 책, 영화, 음악, 그림 속 그녀들의 메신저
송정림 지음, 권아라 그림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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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겉표지가 참 이쁘다. 제목도 말랑말랑하니 좋은데 표지까지 맘에 들어 읽고 싶은 책이었고 저자의 <명작에게 말을 걸다> <감동의 습관>을 읽고 느낌이 좋아 기억하고 있는 저자인데 행운처럼 이 책을 또 만나게 되었다. 달달하면서도 감성적이면서 여자의 맘을 참 잘 표현하면서도 그것이 책 영화 음악 어느 것 하나 처지지 않고 글에 맞게 너무도 잘 연결하는지라 이렇게 리뷰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보았던 저자인데 이 책에서도 또한 책,영화,음악,뮤지컬,풍경,그림 등 정말 재밌게 읽어 나갈 수 있는 이야기이면서 '40대의 화양연화' 아니 여자들의 이야기를 읽어내고 있어 공감을 하며 읽게 되었다.내 나이가 지금 바로 그 순간이라 더 공감이 되었을까.나이를 생각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지만 남들이 정말 나이를 물으면 내가 내 나이를 듣고 깜짝 놀라기도 하고 남들도 놀란다. 정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런데서 은연중에 나이가 나오나보다.

 

그동안 작은 손거울로 나를 비춰 왔다면 이제는 전신거울로 나를 비춰 볼 시간입니다. 그래서 더 나를 잘 볼 수 있고, 그래서 온전히 내 인생을 살 수 있는 시간입니다.

 

'화양연화' 이 단어는 영화 <화양연화>가 얼른 떠오른다. 그 영화 또한 좋아하는 배우들이라 몇 번을 보았던 영화이기도 하다. OST도 좋고 배우 좋고 영화도 좋고. 여자와 남자는 사랑을 해서는 안되는 사람들,유부남 유부녀들이다.하지만 그들은 갇힌 상황과 같은 곳에서 불같은 사랑을 하게 된다. 그래서 그들이 거니는 길은 둘이 겨우 비껴서야 다닐 수 있는 골목길이고 여자의 옷은 몸에 꽉 끼는 치파오다. 모든 것이 벽과 벽으로 막힌 상태와 같지만 인생에서 정말 한번 있을까말까 하는 그런 불같은 사랑을 하게 되고 그 사랑은 순간 활활 타오르다 꺼지고 말지만 그들은 오랜시간 가슴에 묻어두고 잊을 수가 없으며 어긋난 사랑의 결실을 맺고 있다. 화양연화,가장 아름다운 때이니 아마도 '사랑'을 하는 그 때이지 않을까. 나이 삼십분 아직 뭔가 맛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 같고 40은 맛을 아는 나이인 듯 하다. 인생의 맛도 결혼생활이란 맛도 알면서 그리고 이 시간은 자기자신에 대해서도 다시 바라보게 되는 나이인 듯 하다. 결혼생활로 자신의 삶을 육아에 빼앗겼다면 40은 그 잃어버렸던 '자신'을 찾아 다시 도전을 하는 나이이면서 사랑의 깊은 맛을 아는 나이이기도 한 듯 하다.

 

마흔은 그렇게 와인처럼 향기로운 나이입니다. 때로는 아이처럼 풋풋하게,때로는 청춘처럼 뜨겁게, 때로는 어른처럼 우아해질 수 있는 나이입니다.

 

40대를 '사추기'라고 한다. 제2의 사춘기인 사추기 호르몬 적으로 남성은 집으로 들어온다면 여성은 집 밖으로 나가는 나이다. 그만큼 도전이 무섭지 않고 그동안 두 손 두 발 놓고 있었다면 이제 무언가 자신을 찾아 에너지를 발산하고 싶은 시기이다. 그런 여성들의 이야기가 책과 음악 영화에서 어떻게 표현되고 있을까.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나 자신을 보면 나이를 먹어갈수록 더 감성적이고 아이같아 지는 것 같아.물론 와인처럼 향기롭기도 하지만 정말 청춘처럼 더 뜨겁게 열정적일 수 있는 나이이지 않은가 싶다.이십대나 삼십대에는 망설이며 하지 못한 것을 거침없이 하게 되기도 하지만 누구의 눈치를 보며 망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현재를 즐기려고 많이 노력을 한다. 현재를 즐기며 행복을 느끼려고 살아도 짧은 인생인데 움츠러 들면서 찡그리고 살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여자들이라면 감동적으로 보았을 영화 <메디슨카운티의 다리> 원작을 올가을에는 꼭 읽어봐야겠다며 몇 번 들었놨다 했는데 소설에 대하여 이야기를 한다. 남편과 아이들이 집을 비운 4일, 그들은 운명적으로 만나고 운명적으로 사랑을 하지만 현재 자신이 속한 곳을 떠날 수가 없음을 안다. 불꽃같은 사랑을 하고 헤어지게 되지만 평생 가슴 한 켠에 앙금처럼 남아 잊을수가 없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시간도 소리내어 웃습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지 않으면 시간도 통곡 소리를 냅니다.' '그러고 보면 진짜 주소는 몸이 사는 주소가 아니라 마음이 사는 주소입니다. 그 사람이 있는 곳, 그래서 내 마음이 자꾸 머무는 그곳이 진짜 주소입니다.' 그들의 사랑은 불륜이었지만 한편으로 그 사랑이 있어서 현실에 더 안주하며 견디어냈는지 모른다. 살짝 권태로울 그 시간에 운명처럼,아니 소나기처럼 퍼붓다 말짱하게 떠난 그 사랑을 평생 버리지도 못하고 가슴에 안고 있어야 했던 그 마음은 또 얼마나 고뇌인가.

 

내가 읽거나 보았던 영화 들었던 음악은 나와는 어떻게 다른 감정과 생각을 가지고 있나 하면서 읽게 되고 내가 읽지 못했거나 모르는 것은 스마트폰을 옆에 두고 찾아 가면서 읽어 보았다.그랬더니 더 재밌다. 테네시 윌리엄스의 <유리 동물원>도 기억해 놓으면 좋을 희곡이며 에리카 종의 <날기가 두렵다>도 기억했다 읽어봐야할 작품이다. '"100퍼센트 여자인 작가가 쓴,여성이 여성의 목소리를 발견하려고 쓴 작품이다.' 라는 '헨리 밀러'의 말을 읽고나니 관심이 간다.  ' 자신의 행복은 타인이 줄 수 없다는 것을, 그녀는 호된 수업료를 치른 후에야 깨달았습니다. 타인에게 내 삶을 기대려 하다가는 오히려 상처만 받는다는 것을 그녀는 깨달았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글첸 루빈의 <집에서도 행복할 것>을 읽었는데 뭔가 뜻이 통하는 것 같아 괜히 미소 지었다. 행복은 절대 타인이 만들어 줄 수 없다.내 자신 스스로 찾아내고 내가 깨달아야 한다. 차벨라 바르가스의 ' 내 삶에는 어제도 없고 내일도 없다.오직 지금 여기뿐. 지금이 내 시간이고, 나는 내 나이에 맞게 산다. 나는 두럽지 않다. 죽음도, 삶도, 다른 어떤 것도.' 라는 말처럼 지금 이 시간에 충실하고 지금 이 시간을 즐기는 일 뿐이다.

 

프랑스의 화가이자 시인인 마리 로랑생과 아폴리네르의 사랑,그들의 사랑은 불꽃처럼 타올랐지만 서로의 사랑이 될 수 없었다. 아폴리네르의 '미라보 다리' 의 시에서 어긋난 사랑은 강물처럼 흘러간다. 하지만 마리 로랑생은 그 사랑을 영원토록 함께 하기 위하여 자신의 마지막 입관에 '하얀 드레스를 입혀주세요.그리고 빨간 장미와 아폴리네르의 편지를 가슴에 올려 주세요.' 라고 했다.평생 이루고 싶었던 사랑,그들은 하나가 되어 있을까? 그녀가 그린 코코 샤넬의 <샤넬 여인의 초상화> 라는 작품을 찾아 보았다. 샤넬이 자신과 닮지 않아서  초상화를 거절했다는 작품, 파스텔폰의 그림이 꽤 인상적이다. 로랑생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읽고 보아서일까? 그런가하면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연인>도 찾아보게 되었다. 어머니가 드레스를 뒺비어 쓰고 강에 빠져 죽은 모습을 트라우마로 간직하고 있어서일까 <연인>이란 그림에서 두 연인은 보자기를 뒤집어 쓰고 입맞춤을 하고 있다. 사랑을 하게 되면 눈이 먼다고 한다.아니 색안경을 끼게 된다. 누가 옆에서 뭐라해도 들리지 않는다. 사랑은 하는 순간은 환상이지만 결혼을 하게 되면 그 환상이 모두 깨져 버린다. 그런가하면 어머니의 죽음과 연관 지어서일까 사랑은 죽음까지도 아니 그러한 아픔까지도 모두 참아내며 함께 하는 것이다.

 

윤석중 아동문학가는 기자가 연세를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고 하지요.

"나는 나이를 세 가지로 나눠 먹습니다.

생각은 열 살이고, 마음은 서른이고,몸은 또 여든이 휠씬 넘었어요."

 

지금이 당신은 어느 순간을 걷고 있는가? 라고 묻는다면 '지금이 내 인생의 화양연화' 라고 답한다는 말이 나올 듯 하다. 아니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 늘 꽃 필 준비를 하면서 하루에도 몇 번을 꽃을 피워야 할 듯 하다. 나이 탓하면 움츠러 있기엔 날이 너무 좋다. 친구와의 수다고 좋지만 자신의 내면에 살찌울 수 있는 책 음악 영화 여행 시집 한 권 정도 읽으며 이 시간을 보낸다면 그 시간이 곧 '화양연화'다.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그 깊이가 너무 깊어 아직은 내 독서가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느낀다. 다방면으로 연결되어 어디로 길이 열릴지 모르는 향기로운 이야기꾼이 되기 위해 나도 좀더 향기로운 독서와 그외 시간을 만들어 좀더 즐기는 인생으로 살아야 할 듯 하다.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만들고 어떤 꽃에 어떤 향기로 피어나느냐는 자신의 노력에 달려 있는 듯 하다. 순간순간이 화양연호가 될 수 있도록 좀더 현재를 즐기며 바삐가 아닌 우보만리로 내 남은 사십의 시간을 보내야 할 듯 하다. 요즘 자주 드는 심수봉의 노래들처럼 어느 덧 읽다보니 내 몸에 알맞게 감기는 옷처럼 향기로운 국화밭을 거닐 다 온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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