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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더 낫게 실패하라 - 위기의 순간을 사는 철학자들
이택광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9월
평점 :
이 책은 저자의 정말 '개인적인 궁금증' 에서 탄생하였다고 하는데 철학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좋아할듯한 책이다.현시대의 이름 있는 철학자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대담집이라고 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이 좋아하고 이해를 할까? 사실 슬라보예 지젝의 '사유하라' 는 읽었어도 기억이 나지 않고 읽을 당시에도 눈으로는 읽으면서 머리로는 이해가 안되는 상황이었으니 지금 '사유'가 안되고 있는 것 맞지 않을까. 암튼 내겐 철학,사유,인문 언제부터인지 거리감이 있는 단어들이라 그런지 어렵다.
책은 2부로 나뉜다. '철학자들의 세계를 여행하기 위한 약도' 라고 해서 현학자들의 사유에 근접하기 위한 여행지침서처럼 '포스트구조주의 이후, 왜 프랑스 철학인가? 정치적인 것의 계보학,영국의 신좌파, 이탈리아적인 차이, 철학과 아시아' 로 나뉘어 미리 술적심을 하듯 진짜 메인으로 가기 위한 이야기가 있는데 이 부분도 그저 수박 겉핥기 식으로 눈으로는 열심히 읽는데 속을 깊숙히 파고 들질 못했다. 책의 두께로 보면 금방 읽겠구나 했는데 그게 아니다. 두께가 아니라 '질'이 문제였고 내 지식의 한계가 문제였던 것이다. 그렇게 1부를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읽어 나가보면 현시대를 위기의 시대로 놓고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학들의 '사유'를 저자가 현학들과 나누는 대담형식,물론 직접이 아닌 이메일이나 그외 웹상으로 나눈 것인데 정말 대단하다. 물론 저자 또한 지식의 깊이가 있기 때문에 능수능란하게 그드르이 대화에 대한 맥을 짚어내면서 진행자가 되어 대담을 나누어갈수 있겠지 하면서도 어렵다.
'인터뷰에 응해준 이들의 호의가 없었다면 이 책은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인터뷰는 2012년에 이루어졌다. 인터뷰 내용 일부는 2012년 2월부터 5월까지 <한국일보>에 연재 형태로 실렸지만 이 책에 수록된 것은 편집을 거치지 않은 전체 판본이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목표로 삼았던 것은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에 대한 논평을 가감 없이 들어보는 것이었다.슬라보예 지젝이나 자크 랑시에르, 또는 지그문트 바우만이나 가야트리 스피박 같은 '거물'뿐 아니라 사이먼 크리츨리나 알베르토 토스카노처럼 최근 부상하고 있는 소장학자들의 시선을 담는 것이 중요했다.'
'인터뷰를 읽어보면 알겠지만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 대한 철학자들의 대답은 한 마디로 '다시 더 낫게 실패하라' 는 것이다.이 말은 아일랜드 출신의 극작가 사무엘 베케트가 쓴 <최악을 향하여> 에 나오는 구절이다. 말하자면 철학은 실패에 대한 사유다. 따라서 철학은 또다시 실패할지언정 다시 시도하기를 요청하는 것이기도 하다.철학자들이 경제학자들과 다른 점을 여기서 짚어낼 수 있다.자본주의가 실패하는 바로 그 위기의 순간에 철학은 새로운 체제를 사유한다.'
성공에서도 많은 것을 얻겠지만 인생도 실패를 경험을 해 본 사람이 더 값진 것을 얻는다고 했다. 실패도 경험이고 실패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귀중한 것을 잃은 사람이다라는 말도 들었는데 승승장구만 하는 이에게 한번의 실패란 막다른 길로 향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지만 몇 번으 실패를 경험한 사람에게는 비 온 뒤에 땅이 단단하게 굳어지듯 단단함을 얻는 담금질의 시간이 된다. 현시대를 자본주의가 실패하는 위기의 순간이라고 한다. '중국이 새로운 세계강국으로 부상하기 위해 국방 예산을 2배로 올릴 것이라고 모두가 예상했던 것이다. 그런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하는가? 중국은 오히려 내수 확대를 위한 예산을 2배 증액했다. 재정정책 같은 경제 문제 해결에 우선순위를 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자본주의의 역설이다.'
'슬라보예 지젝의 사유를 시작하라,자크 랑시에르의 목 없는 자들의 몫으로, 지그문트 바우만의 2012년 현상을 기억하라, 가야트리 스피박의 정치적 행위자를 길러내는 교육,피터 싱어의 다윈주의와 윤리적 삶,사이먼 크리츨리의 실망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그렉 램버트의 누가 영구평화를 두려워하랴?, 알베르토 토스카노의 평범한 마르크스주의, 제이슨 바커의 진리는 훨씬 더 도전적이다.' 분명 사유의 혁명을 가져 오는 이야기고 책이다. 하지만 내 사유의 끝을 보는 것처럼 버겁다. 낯설다.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그들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아니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철학자도 분명 있는데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것은 오류다. 그저 읽는 것으로 만족하며 좀더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사유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