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의 여자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오후세시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오쿠다 히데오의 '범죄 스릴러'라고 하여 그의 책을 간만에 읽어볼까 하고 예약판매를 할 때 바로 주문을 해서 받은 책이다. 오쿠다 히데오는 <공증그네> <면장선거><스물살 도쿄> 등 많은 책을 가지고 있지만 <공중그네> 의 느낌이 많이 남아 있어 다른 책들은 그저 소장만 하고 있는 상태다.그런면에서 이 책은 뭔가 강한 끌림에 의하여 이끌려 갔다고 볼 수 있다. 워낙에 스릴러를 좋아하니 어떤 이야기일까 궁금함에 읽어보게 되었는데 저자가 녹여내는 '인간 심리' 에 자꾸 빠져 들며 읽게 된 소설이다.

 

이야기의 중심 축이 되는 '이토이 미유키' 그녀의 시작은 잔잔한,수면에 드러나지 않는 너무도 평범한 여자에서 대학 때 갑자기 그녀의 '변신' 이 이루어졌다.그녀가 왜 갑자기 백팔십도 변해야 했을까? 부모님의 이혼일까? 남동생의 야쿠자생활일까? 가정의 파괴로 인해 그 힘든 시간을 스스로 이겨내기 위하여 택해야 했던 삶이 그녀를 '팜므파탈'의 길로 이끈 것은 아닐까? 소설은 '커더라 통신' 에 의해 그녀의 지난 과거가 드러난다.하지만 그 삶이 진짜인지 아닌지 확실하지 않은 상태의 뼈대만 갖추어진 상태에서 점점 살이 붙고 아기미도 가지고 부레도 가지고 지느러미도 갖추면서 물 속을 유영하는 진짜 한마리 고기가 되어 헤엄을 치며 세상을 헤집어 놓는다. 그것도 큰 도시가 아니라 지방 소도시이다.그러니 '카더라통신'은 그야말로 이름만 캐내면 얼기설기 얼킨 그물망처럼 무언가 월척은 아니어도 건져 올릴 수 있다.

 

그런가하면 우리는 대부분 나의 이야기보다는 '남의 이야기'를 즐기고 그런 이야기로 삶을 살아간다고 볼 수 있다. 남의 이야기가 더 재밌고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티끌과 같았던 이야기도 바람에 굴러가다보면 스스로 형체를 갖추며 완벽을 기하게 되기도 한다. 소문에는 실체보다는 '거짓'이 더 비중이 크고 완벽함을 갖춘다. 평범한 고등학교 생활을 하던 그녀가 대학을 가면서 외제차를 가진 남자가 교문앞으로 데리러 오고 그녀는 이쁘거나 섹시하지 않지만 남자를 보면 그녀의 페르몬은 강하게 반응을 하듯 하여 남자가 그녀에 빠져든다. 정말 그럴까? 그런가하면 그녀는 남자를 발판으로 삶듯 하여 한계단 한계단 수직상승하듯 올라간다.그런 그녀에게 의심이 가는 일이 있으니 그녀와 만나거나 사귀던 '있는 남자'가 '의문사'를 한 일이 발생한다. 중고차매장 사무원에서 마작 방 여자로 요리교실 여자로 맨션의 여자로 ... 기모노의 여자로 비밀 수사의 여자로 스카이트리의 여자로 그녀는 증발을 해 버린다.왜 모두의 관심사에서 갑자기 증발해 버린 것일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않고 말이다.

 

"대체 뭐야, 우리 회사? 간부들이 죄다 제 집안 식구잖아. 그럼 우린 하인이야? 진짜 못 해 먹겠다. 못 해 먹겠어."

 

열 편의 '~~ 여자' 이야기는 점점 눈덩이처럼 하나로 뭉쳐진다. '미유키' 그녀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는 하지 않지만 누군가의 이야기의 중심 축에 그녀가 있다. 잘못된 일을 보면 불의를 참지 못하듯 나서서 바로 잡는 일을 하는 여자이며 자신이 '여자' 인 것을 잘 활용(?) 하여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상대를 헌팅하듯 자기 것으로 만든 후에는 또 다시 다른 삶, 전에 살던 삶이 강에서 였다면 바다로 나가는 삶으로 이어 나간다.점점 그녀의 삶은 누구도 쫒아 오지 못할 정도로 커져 나가고 그런 삶에서 희생(?) 되는 의문사의 궁금점,정말 그녀가 범인일까? 우리와는 문화가 다른 일본의 이야기라고 해도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곁에서도 벌어 지고 있는 일들이고 이슈가 되는 일들이 한데 뭉쳐 있기에 가볍게 볼 수만은 없다.그러면서도 웃음이 난다. 오쿠다 히데오만의 유머감각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미유키가 하는 일들이 '악녀' '팜므파탈' 이라고 욕하기 보다는 '통쾌하다'라고 느끼는 것은 무엇일까? 아버지의 재산만 노리는 배다른 형제들 이야기, 그 속에서 무척 많은 나이차를 가지고도 결혼을 하겠다는 그녀는 남편의 애도 아닌 애로 한방에 모든 것을 가진다. 씁쓸하지만 자식들 또한 부모의 재산만 노렸기에 뭐라 딱히 할 말이 없다.

 

미사토는 그 모습을 남의 일처럼 쳐다보았다. 이 억 엔이라면 물론 큰돈이지만 그게 없다고 내 주위의 누군가가 힘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오리혀 내 지갑 속의 이만 엔이 훨씬 더 절실하다.

 

미유키의 삶이 결코 잘 살아가는 삶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녀가 행하는 일들이 나쁜 일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요리교실에서 잘못된 것을 바로 잡기도 한다. 그런 그녀의 행동을 보고 '카더라 통신'은 또 살을 붙인다. 무언가 뒤로 받았을 것이라고.내 일이 아니고 남의 일이라면 촉을 세우며 점점 부풀리는 것이 우리들 삶이다. 우리 주위에서 평범하게 일어나거나 뉴스 거리 속에서 정말 '인간의 본질'이 무엇일까 미유키라는 인물을 통해 아니 그녀가 거쳐가는 사건속의 인물들을 통해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우리 자신을 보게 한다.선과 악으로 나뉘는 경계에서 '악의 축'을 그려 놓았지만 결코 악이 아니라 웃음이 나는 것은 오쿠다 히데오의 능력이 아닐까? <공중그네>의 '이라부'가 웃음을 주었다면 '미유키'는 한편의 여자들에게는 통쾌함도 안겨준다.내가 해보지 못한 삶,가져보지 못한 것들을 그녀는 누군가의 편이 되어 모두 이루고 가지고 그리고 홀연 사라진다. 그녀가 진정 원한 삶은 무엇일까? 우리가 진짜 원하는 삶은 무엇일까? 얼마나 가져야 만족을 하며 살까? 인생의 '덫'과 같은 그녀,하지만 우린 살면서 덫에 스스로 걸려 들기도 하고 스스로 덫을 놓기도 한다.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소문처럼 무성하게 쑥쑥 커갔던 미유키,우리 속에는 하나의 '~~여자' 는 존재한다고 본다.그것이 악보다는 선을 표면화 하고 살아가기 때문에 세상은 살만한 곳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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