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네 집 박완서 단편소설 전집 6
박완서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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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현역작가이고 싶다'라는 말이 참 좋았던 작가 박완서,우리 곁을 떠나간지도 벌써 오래전 일처럼 잊혀져 가고 있다. 작가의 책은 많이 구매를 해 놓았지만 읽은 것보다 읽지 않은 책이 더 많다. 그래도 아직 더 구매를 하고 싶은 책도 있다. 며칠 전에 책장 앞에 쌓아 두었던 책이 갑자기 대낮에 거실 한 복판으로 무너져 내렸다. 그것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지켜 보면서 한참동안 가만히 놔두었더니 울집 여시가 그 앞을 서성이며 냄새를 맡는다.맡아야 책냄새인데 녀석이 알까? 거기엔 책장에 다 꽂지 못한 [박완서]님의 책들이 반은 차지하고 있다. 책장 한 칸을 박완서님의 책을 꽂아 놓았는데도 다 들어가지 못한 책들이 쌓여 있던 것이다.다른 책들과 함께.한참 후에 책을 다시 쌓아 놓으며 박완서님의 책을 한 권 한 권 보다 [그 여자네 집]을 들었다. [그 남자네 집]은 읽었는데 이 책은 오래도록 보고만 있었던 것이다.그래서 펼쳐 들게 되었다.

 

이 책에는 1995년 1월에서부터 1998년 11월까지 발표되었던 작품들이 실려 있단다.마른 꽃, 환각의 나비, 참을 수 없는 비밀,길고 재미 없는 영화가 끝나갈 때, 너무도 쓸쓸한 당신, 그 여자네 집, 꽃잎 속의 가시, 공놀이하는 여자, J-1 비자, 나의 웬수덩어리로 모두 열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이중에 난 [환각의 나비]는 독립된 책으로 읽었다. 다른 단편들이 실려 있는 책이었다. 저자의 소설은 단편이나 장편이나 우리네 삶을 돌아보게 한다. 삶이 곧 역사이고 그 속에는 아내와 남편, 엄마와 아들 그리고 딸, 며느리와 시어머니,.. 등 우리네 삶 속에서 만날 수 있는 다채로운 삶의 이야기들이 실제보다 더 현실적으로 실려 있다. 자신의 이야기 일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는 이야기는 정말 작가의 삶이라고 해도 읽다보면 소설이 아닌 현실처럼 우리네 삶 속으로 파고 들어와 '너 어떻게 살고 있니?' 하고 내 자신에게 질문하게 된다. '나 잘살고 있는것인가?'

 

<마른 꽃>, 환갑이 돌아오는 '나'는 몇 폭인지도 모르는 소란스런 비단한복을 입고 대구에 결혼식이 있어 서울에서부터 비단한복을 입고 간다.한마디로 폭 넓은 치마이니 거추장 스럽다.눈에도 확 띄고. 폐백이라도 받으려면 한복이 나을 듯 하여 입고 갔지만 폐백은 하지도 않았고 남들에게 싫은 소리만 듣고 기차역으로 고속버스터미널로 분주하게 왔다갔다 하다가 겨우 고속버스터미널에서 표를 물리려는 것을 겨우 얻게 되었는데 그것이 두 장중에 하나는 자신이 하나는 자신과 비슷한 연배의 노년의 신사가 사서 함께 타고 올라오게 되었는데 버스에서 둘이 이야기를 나누며 설레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서울에 와서야 비로소 둘이 같은 동네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여차해서 함께 데이트를 즐기듯 함께 하다 자식들 눈에 밟혀 재혼을 하네 마네까지 가게 되고 나는 재혼을 할 수 없다는 것을 그에게 전한다. 환갑나이에 홀로 지낸다는 것은,지금 우리네 현실에서는 그 나이면 '젊은 청춘'이라고 할 수 있다.인생은 육십부터라는 말도 있듯이 한참 자신을 위해 살 나이이고 자식들은 부모로 부터 떨어져 결혼을 하여 독립을 할 나이다. 그런 자식들에게 부모의 재혼은 또 하나의 문제다. 마른 꽃이라고 사랑을 하지 말라는 법이 있을까? 소녀처럼 두근두근 다시금 자신의 심장이 뛰고 있다는 것이 '살아있다'는 것을 말해주는데 주변에서의 생각은 또 다른 것이다. 그것이 결코 남의 일처럼 생각되지 않는 것은 나보 나이를 먹어가고 부모 또한 이제 연로하시니 이야기는 바로 나의 이야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참을 수 없는 비밀> 마흔의 그녀가 혼자 동해로 여행을 갔다가 바닷가가 보이는 숙소에서 내려 다 본 바다,그곳에 사람들이 몰려 있다.왜 일까? 그녀는 바다로 향하다 그곳으로 향한다.그러다 사람들 가운데 '시체' 가 있다는 것을 감지하는데 그중에 '하얀 운동화'가 눈에 들어오고 그녀는 그곳으로 가 하얀 운동화를 붙잡고 서럽게 운다.왜 일까? 서럽게 울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이 시간 속에서 자시을 감추듯이 그녀는 식당으로 피해 들어가 소주를 마시고 갑자기 허기를 느끼고 무슨 정신에 밥을 먹었는지 모르게 허기를 채운다. 왜 그녀는 '하얀 운동화'의 발을 보고 운 것일까? 꼭 지금의 나이를 반 접은 스무살에 있었던 지을 수 없는 기억속으로 깊숙히 들어간다. 그녀로 인해 그녀의 첫사랑이었던 이가 물웅덩이에 빠져 죽게 되는데 그것이 하얀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그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모두가 자신의 탓인듯 하여 그의 기일에는 꼭 자신이 보고만 있어도 사고가 일어난다고 생각을 하고 자신이 무슨 '죽음의 기운'이라고 몰고 다니는 것처럼 자신을 몰아 부친다. 그렇게 그녀는 이번에도 현실에서 떠나듯 피신겸 여행을 온 것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또 다시 마주한 우연한 죽음과 하얀 운동화,하지만 이젠 이런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야 한다. 다시는 그런 피신과 같은 여행을 떠나고 싶지 않다.

 

<길고 재미없는 영화가 끝나갈 때>, 왜 길고 재미없는 영화가 끝나간다고 생각했을까? 누구의 삶이 그렇다는 것일까? 바로 누구도 아닌 자신들의 '엄마'의 죽음을 놓고 하는 말이다. 선을 보는데 남편 얼굴도 제대로 보지 않고 결혼한 엄마,그녀는 오로지 인생을 남편과 시댁을 위해서 소진해 버렸다.그런 엄마가 딸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넌 연애결혼이니까 그런 일은 없겠지만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일러두는 건데, 혹시 첫날밤 네 신랑이 제 부모 잘 모셔야 한다는 소리를 제일 먼저 하거나 계집은 또 얻을 수 있어도 부모는 또 얻을 수 없다는 식의 수작을 하거든, 그 자리에서 그 혼인 파투 치고 나와도 나는 너를 내치지 않으마. 야단도 안 치마. 그쪽만 귀하게 기른 자식인 줄 알지 말거라.너도 똑같이 귀하게 길렀어.' 이 말은 나 또한 내 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고 늘 하는 말이다.울집 딸들이라고 귀하게 키우지 않을까.아들만 귀하고 딸은 귀하지 않은 법이 어디 있는가.모든 부모에게는 아들이든 딸이든 다 귀한 자식이거늘 왜 결혼생활에서 '딸,여자'만 손해를 보는 그런 소리를 들어야만 하는가. 이런 대목은 속이 다 시원하다. 아버지는 딴살림을 차렸었고 어머니는 혼자 열심히 자식을 키우듯 하다가 암에 걸려 죽었다.아내의 암 소식을 듣고 울먹이며 전화로 아내에게 '사랑해,사랑해'라는 말을 한 아버지,하지만 너무 늦었다.그래도 엄마는 가시는 순간까지 그 말의 힘에 의지하며 살 다 가셨다. 정말 길고 재미없는 영화가 끝난 것 같다. 그렇다고 이제부터 재밌는 영화가 시작이라고 볼 수는 없다.우리네 삶이 그렇다.자신 또한 어머니의 삶처럼 그렇게 살아 갈 것이다.길고 재미없는 영화처럼 말이다.

 

오빠는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시종일관 길기만 하고 재미없는 영화가 마침내 끝났구나, 하는 얼굴로 상주 노릇을 했다. 길고 재미없는 영화는 아무도 또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너무도 쓸쓸한 당신> 남편이 교장선생이라 관사에서 사는데 늘 그의 연설은 관사에게까지 쩌렁쩌렁 울려 퍼진다. 그 속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마침 딸이 좋은 학교에 붙고 엄마는 딸과 아들만 데리고 서울 지하방이라도 좋으니 그곳으로 삶을 옮긴다. 남편과 별거 아닌 별거에 들어간 것이다. 그렇다고 넉넉한 살림이 아니다. 그래서 닥치는대로 일을 하기 위하여 하다가 화장품가게를 하게 되고 그것이 잘 되어 아이들을 대학까지 잘 마무리 할 수 있었고 딸은 결혼을 했고 아들고 졸업을 하고 결혼을 하여 공부를 하러 유학을 갈 예정이다. 남편은? 퇴직을 하고 변두리에 사 놓은 집과 땅이 있어 그곳으로 옮겨 홀로 삶을 이어가지만 연금도 늘 아내의 통장으로 꼬박꼬박 들어온다. 하지만 아내는 남편과 합치고 싶은 생각도 없을 뿐더러 떨어져 살게 되다보니 그의 모든 것이 다 싫다. 사사건건 트집을 잡게 되고 추레한 겉모습도 싫다. 아들의 졸업식날에 사돈과 만나는 자리에 나온 그를 보고 타박을 하면서 사돈과 밀당을 하는 사이 더 트러지는 심사, 남편의 손을 잡고 그가 살고 있는 곳으로 가자고 하다가 그와 함께 하는 시간에 숨이 막힐 듯 하여 찾아 들어간 갈비집과 호텔에서 남편의 '쓸쓸함'을 보게 되다. 우직하게 일을 하고 장작개비와 같은 다리를 모기에게 내 맡기며 어떻게 살아 가고 있는 것인지,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그동안의 시간을 보상하듯 그의 모기 물린 다리를 쓰다듬는 아내,정말 마지막이 꼭 이렇게 가슴 울컥하게 울린다.

 

<그 여자네 집> 동명의 김용택의 시로 시작하는 소설은 그의 기억속에 '그 여자네 집'에 어울리는 선남선녀라 할 수 있는 고향의 '만득이와 곱단'을 생각하게 된다. 그들의 순수한 사랑과 마을에서는 혼인을 하지 않았어도 이미 서로 짝으로 알고 있는 사이,그런 그들을 갈라 놓은 사건이 있었으니 만득이는 징용을 곱단이는 정신대를 피하기 위하여 재취로 부랴부랴 시집을 간다. 만득이가 돌아오기 전에 말이다. 하지만 만득이는 곱단이가 시집을 가고 그 이듬해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고 그는 다른 처자인 순애와 결혼을 하게 된다. 만년 문학도였던 만득이는 곱단이와 연애시절 달달한 시도 곧잘 쓰고 연애편지도 잘 썼다.그런 그가 순애의 눈에는 평생 '곱단'의 허울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으로 남게 된다. 하지만 그의 진심이 순애의 죽음 이후에 드러나게 된다.그는 곱단이가 생각난 것이 아니라 그의 어릴적 고향마을이, 그 시절이 그립고 애틋했던 것이다. 지금은 갈 수 없는 땅이 되어 버린 고향,그곳에 묻혀 버린 추억. 이야기는 시대를 이야기하며 우리 현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작가의 말에서 작가가 언급했듯이 다른 책보다 쉽게 읽힌다고 했다. 하지만 쉽게 읽혀도 저자의 소설들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그것이 지금 시대와 많이 떨어져 있어 이질감을 느낄것 같지만 그 속으로 들어가 보면 우리네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요즘 암은 남의 일도 아니다. 나 또한 친정아버지를 폐암으로 보내 드려야 했는데 남의 일처럼 생각했는데 암이라는 큰 병도 연로하신 부모님의 일도 내가 당해보니 남의 일이 아니다.우리가 살면서 부딪히게 되는 우리네 이야기고 우리 이웃의 이야기이며 현재의 이야기나 마찬가리라 실감나게 읽을 수 있다. 이야기 속에는 '여자'가 풀어내는 삶이 그려지면서 그와 연관된 아들 남편 시아버지등 모두가 수평의 관계로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어느 삶이 정답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그 인생의 수많은 다채로운 삶을 고스란히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어 더 실감나면서도 저자의 이야기처럼 빠져 들어 읽게 만든다. 저자는 가고 이제 '이야기'만 남았다.남은 주옥같은 이야기들을 더 많이 만나는 기회를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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