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아이들과 한 달 살기
전은주(꽃님에미)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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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여행으로 지난 이월에 올해 대학생이 되는 두 딸들과 함께 우여곡절 끝에 '제주여행'을 2박3일 다녀왔다. 제주란 곳이 2박3일로는 정말 터무니 없이 맛만 보는 여행이 될 수 밖에 없는, 모든 곳을 다 가고 싶고 느끼고 싶고 정말이지 한번 살아보고 싶은 곳이란 것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새록새록 느끼고 있다. 큰딸은 고등학교 때 '싸스' 때문에 해외여행이 취소되어 부득이하게 제주여행을 가야 했고 막내는 일본여행을 다녀왔기에 제주를 가지 않아서 꼭 한번 함께 올레길도 걸어보고 느긋하게 제주여행을 해보자고 한 것이 시간에 쫓기어 겨우 여행일자를 잡고 코스도 제대로 짜지 못한 상황에서 그냥 훌쩍 떠나게 된 여행이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가는 날 오전에만 조금 반짝 하다가 점심경부터 안개비처럼 내리더니 급기야 앞도 보이지 않는 날이 되어 오후 5시가 안되었는데도 캄캄하여 초보인 육지인은 길을 잃기에 딱 맞춤이었다. 다행히 그 다음날은 화창해서 제주여행을 제대로 할 수 있었는데 아쉬움이 무척 남는 여행이 되었고 딸들은 '이제 자주 제주여행 갑시다' 로 굳어졌다.

 

 

 

올레길도 걸어보지 못했고 해안도로도 눈 앞에서 그냥 지나쳐야 하는 '변수'들이 많이 생겨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여행을 하자고 여유롭게 다녔던 제주여행, 이 책을 읽다보니 그런 마음이 구석구석 느껴진다. 어른들만 여행이라면 금방 준비하고 나설 수 있지만 그것도 스물고개에 들어선 딸들과 여행이니 녀석들 시계에 맞추어야 한다. 스물이라고 해도 준비하는 것에는 애나마찬가지,늘 우리가 먼저 준비하고 넉넉하게 기다려주어야 서로 얼굴 찌푸리지 않고 여행을 할 수 있다. 그런가하면 스케줄을 빡빡하게 잡아 놓으면 항상 생기는 '변수'에 의해 조급함만 생기기 때문에 옆지기에게 그런 마음을 모두 버리라고 했다.우리가 지금 제주에 있는 것만으로도 가족이 모두 함께 같은 곳에서 같은 시간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만족하라고 했다.제주의 바람을 느끼고 제주의 공기를 마시고 있으면 됐고 더 감사한 것은 좋은 곳을 한 두곳이라도 더 다닌다면 행복한 것이라 여기자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여행하자고 했다.욕심을 부리면 또 탈나게 되어 있다.

 

그런데 남편과 함께 하는 제주 한 달 생활이 아닌 '아홉살 딸과 다섯 살 아들'과의 제주 한 달 생활은 쉽고 재밌고 즐겁게 표현해 놓았지만 힘든 상황들이 정말 많았으리라 본다. 한편으로는 그것이 또한 중고등학생이 아니라 초등학교 고학년이 아니라 더 즐기는 여행이 가능하지 않았을까도 생각해 본다. 나 또한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 가족여행을 조금 더 많이 다녔다. 아이들이 기억하건 기억하지 못하건 시간이 허락하면 그때는 그냥 떠나자고 하면서 자유여행을 했다. 아이들이 고학년이 되거나 중고등학교에 들어가면 공부에도 쫓기고 '사춘기'라는 고약한 친구가 찾아와 부모와 함께 하지 않으니 그 전에 한곳이라도 더 여행을 하자며 서둘러 여행을 다녔다. 아이들은 나중에 여행을 다녀 온 곳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하곤 했는데 그것도 잠시인가보다.이제 크고 나더니 그 때 가족과 함께 했던 여행이 정말 좋았던 시간으로 기억된다며 그런 여행을 가보자고 하지만 서로의 시간을 맞추기란 정말 힘들다.

 

 

 

아이들이 어려서 더 가능했던 여행이고 아이들이 어리니 바닷가에서 도서관에서 하는 시간들이 많아 경비가 더 절감되는 이유가 되었으리라. 여행 경비나 그외 것들을 생각하기 보다는 난 엄마가 그런 시간을 마련하여 아이들에게 정말 돈주고는 사지 못하는 귀중한 경험을 해주게 하였다는 것을 높이 평가해 주고 싶다. 어느 부모나 다른 아이들과 함께 뛰는 학원이나 그외 모든 것을 뒤로 하고 떠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정말 대한민국 부모라면 이런 여행을 '용기'가 필요하다. 조금이라도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하면 '뒤쳐진다'라고 생각하여 불안해 할텐데 그보다 더 다른 세상을 보여주고 경험하게 함으로 하여 아이들에게 자연에서 얻는 자신간을 키워준 듯 하다. 분명 어린시절의 이런 소중한 경험은 훗날 아이들에게 아주 좋은 밑바탕이 되어 나타나리라 본다. 꼭 그래서 선택한 여행은 아니었겠지만 정말 저학년 부모들이 한번은 꼭 읽어보고 내 아이에게 무엇이 옳은 일인가 한번 생각하는 기회가 되길 바래본다.

 

 

 

아이들의 모습에서도 정말 밝은 모습이 자연에서 건강하게 뛰어 놀고 창조하고 발견해 내는 무한 가능성이 보여진다. 학원에 보내서 수학문제 하나 더 풀고 영어 단어 하나를 더 외우게 한다면 좋기야 좋겠지만 그나이에 맞는 눈높이 교육을 실천한 듯 하여 재밌게 그리고 나 또한 우리 아이들에게 이렇게 해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으로 읽었다. 내가 어릴적에는 방학이라고 하면 정말 외가댁에서 한달을 있기도 하고 그랬는데 이렇게 제주에서 혹은 다른 곳에서 살아보는 것도 좋은 세상 경험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져보며 우리도 아이들이 다 커서 곁을 떠나게 된다면 이런 방법으로 살아보는 것은 또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내가 가보지 못한 곳의 제주의 속살을 보는 듯하여 너무 좋았다. 가족은 좀더 가까이에서 부대끼다보면 더 정이 들고 우애도 깊어진다. 그것이 아이들이 커서라면 싸우게 되는 일도 많겠지만 어린시절에는 더 많이 챙겨주고 위계질서가 잡히는 듯 하다. 큰아이에게서는 '엄마'의 모습을 볼 수도 있는 것을 나 또한 경험했기에 큰아이가 때론 엄마몫을 하며 동생을 잘 챙겨나가는,그야말로 여행을 통하여 서로 더욱 돈독한 가족애를 느끼고 공감대를 가졌다는 것이 부러움 그 자체였다.

 

아이들이 어릴 때 여행은 정말 이야기거리가 많다. 점점 아이들이 커가면서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도 줄어들고 사춘기라는 고약한 친구가 찾아오면 부모와 이야기는 커녕 사진 찍는 것도 싫어하고 정말 남과도 그런 시간은 없을 것만 같은 서로 개개인의 여행을 하게 된다. 사진 한 장을 찍으려 해도 빌고 빌고 또 빌어서 겨우 찍거나 찍어도 부모 맘대로 못한다. 저희들 맘에 들어야 무얼 한다. 그런데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과 표정 장난감이 없어도 자연에서 놀이를 즐기는 모습이며 낯선 아이와 친구를 사귀는 것이 '아이'는 아이들이다. 그런 것에서는 어른들도 정말 배워야 한다. 나도 그렇지만 부모는 교육적으로 아이들에게 강압적으로 숟가락으로 넘겨 주려고 한다.하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스스로 찾고 어른들과 눈높이가 다르고 호기심이 다르고 중요도가 다르다. 그런 속에서 제주의 속살을 너무도 건강하게 잘 적응하고 보여주고 즐기고 한 아이들이 고맙고 재미난 이야기로 풀어내 주어 언제 나도 이런 시간을 가져보고 싶은 로망을 갖게 만들어 준 저자의 글쓰기도 참 부럽고 내가 알지 못했던 제주의 가고 싶은 곳을 많이 알게 해 주어 고마운 책이다. 다음에 제주여행 기회가 생긴다면 한번 찾아가 보고 싶은 곳도 생겼고 '늦은 때'란 없는 것 같다. 내가 우리 딸들에게 못 해 주었다면 언제 함께 좋은 시간 함께 마련하면 된다. 그렇게 제주를 또 한번 건강하게 즐기고 싶다.관광여행지 제주보다 아름다운 제주를 느끼게 해 주어 고맙고 읽는 동안 행복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제주를 여행하고 있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이년전의 이야기에 이년후의 이야기가 더해져서 더 알찬 이야기로 나온듯 한데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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