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지우고 남은 것들 - 몽골에서 보낸 어제
김형수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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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조드' 두 권의 책은 몽골 초원의 매서운 바람과 함께 거친 초원에서 살아 남기 위한 유목민의 거친 호흡을 사실적으로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다. 흡입력 있게 읽어 기억에 남는 소설이었는데 이 책은 소설 '조드'가 나오기까지 몽골을 열 한 번이나 다녀 온 저자의 몽골에 대한 이야기와 소설로 다시 잉태되는 그 과정을 '좌담'식으로 풀어 놓은 이야기다.초록의 지평선이 끝도 없이 펼쳐지는 곳, 그곳에서 삶의 기원을 찾듯 바람 속을 헤치고 그 깊은 속으로 들어가 듯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원시적이면서 짙은 자연의 냄새가 풍긴다.

 

어떤 형태의 삶에서나 작은 허물들이 조금씩 쌓이다 보면 큰 재앙이 온다.자본주의에서도 인플레이션,디플레이션 같은 것이 대공항을 낳듯이 유목민도 '조드'라 하는 대재앙을 만났다. 초원에서는 2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단위 면적당 양의 분포가 적절한 개체로 유지돼왔다.

 

※조드란 초원 건조 지대에서 발생되는 추위로 인한 재앙.조드가 닥치면 동물 수천만 마리가 한꺼번에 죽는다.

 

영화 <투야의 결혼>에서 보면 내몽골의 척박한 삶이 모래 바람과 넓는 초원에서 견디며 자연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여인내의 강인한 삶이 잘 그려졌는데 에세이를 읽는 동안 그 영화가 오버랩되면서 좀더 가까이 느껴진다. 에세이에도 어느 가정의 '결혼식'에 참여를 하여 몽골의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써 노았기 때문일까. 순박한 얼굴에 미소를 가득 지으며 수수한 차림으로 결혼식을 치르는 결혼식 장면 사진이  영화 '투야의 결혼'과는 그들의 풍습을 알게 된 듯 하다. 영화 '투야의 결혼' 에서는 남편이 다리를 다쳤던가 해서 일을 할 수 없게 되어 그야말로 살기 위하여 일꾼과 같은 남편이 필요해 결혼을 하는 '투야의 결혼'에 대하여 몽골 풍습과 함께 척박함을 보여준다.'투야의 결혼'이 어쩌면 더 서민적인 몽골인들의 결혼식을 더 잘 보여주긴 했겠지만 광활한 자연에서 살아가는 그들이 이야기는 같다.

 

누가 한 번 다녀가고 나면 언제 또 사람을 만날지 기약이 없기 때문에 어느 곳의 풀이 좋고 물이 많으며 다른 소식은 더 없는지 묻고는 정성껏 숙식을 제공한다. 그 가난 속에서 아직도 칭기즈칸 시대의 주식이었다는 야생 타르박을 사냥해 13세기식 삶을 연명하면서도 자기 구역에 들어온 사람의 안녕은 반드시 지켜낸다.

 

정착이 아닌 게르에서 유목민 생활을 하는 그들은 광활한 자연을 욕심 부리기 보다는 모두가 나누고 공유한다. 그렇기에 만나는 사람이 반갑고 이웃이고 극진하게 대접하는 것을 보았는데 그런 삶 속에서도 자신들의 몸에 베인 전통을 고스란히 지켜내며 지금까지 오래전 삶의 방식대로 따르고 있는 것을 보면 대단하다. 그것은 아마도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며 살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가 언급한 '조드'는 분명 자연 재앙이다. 초원을 바탕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가축은 전재산인데 조드가 닥친다면 전부를 잃는 것인데 그 속에서도 살아내는 단단함을 읽어낸다.

 

글로 초원의 거친 바람을 어찌 다 읽어내고 그들의 여유로움을 어찌 다 느낄까마는 차가 웅덩이에 빠졌을 때 서두르기 보다는 넘어진김에 쉬어가듯 웅덩이에 빠진 길에 흙탕물로 뒤덮힌 차를 세차하는 여유로움에 미소를 짓고 말았다. 그런 여유로움이 척박한 땅에서 살아내는 그들의 자연친화력이 아닐까 삶은 서두른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거스른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그들의 삶의 발자취를 찾아 다니는 길에서 걸음마를 떼면 제일먼저 말잔등에 오른다는 것처럼 '세살' 에 말을 타는 기마민족으로 평원을 평정한 유목민의 질긴 삶을 엿보는 시간이 아직 몽골의 바람을 경험하지 못했지만 잠시나마 마음이 여유롭다. 이 책을 읽고 소설 <조드>를 읽으면 더욱 실감적으로 와 닿을 것 같다. <조드>를 먼저 읽어서 다시금 소설을 생각해내는 시간이 되었지만 말이다.

가을이라 그런가 '몽골에서 보낸 어제'라는 글이 기분 좋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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