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빨강 - 제11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1318 문고 87
김선희 지음 / 사계절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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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성이 강한 것이 있다. 늘 마시는 차나 커피도 그렇고 다른것보다 유독 '매운맛'에 중독된 사람들이 많다.나 또한 매운맛을 가끔 찾는다.그중에서도 매운불닭발은 정말 좋아하는데 그렇다고 자주 먹는 게 아니고 정말 매운맛을 느끼며 땀을 뻘뻘 흘리고나서 개운함을 느끼고 싶을 때,마음이 편치 못하고 무언가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에는 한번씩 마트에서 파는 매운양념불닭발을 사다가 한 번씩 먹어준다. 그러면 땀을 뻘뻘 흘리고나서는 개운하다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스트레스가 싹 날아가 버린다. '더 빨강' 매운맛에 중독된 십대의 이야기,매운맛을 아니 인생을 맛을 알기에는 조금 이른 나이다. 그러나 그들이 왜 매운맛에 중독되어야 하는지 현실은 그들은 녹록치 않게 만들었다.아니 현실이 아니라 몇 년 살지 않은 그들의 과거는 그들을 힘들게 붙잡고 늘어져 매운맛으로 무언가 날려 버리게 만들었다.

 

이삿짐센터를 운영하던 오십이 넘은 아버지는 어느 날 이삿짐을 옮기던 중 사고로 인해 탁자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히게 되고 식물인간이 되지 않고 며칠만에 깨어난 것은 하늘이 도운 일인데 쉰이 넘은 아버지가 일곱살 아이가 되었다. 아들은 '큰형아,작은형아' 라고 부르는 아버지에게 어떻게 말해야 하나. 동생처럼 낮추어 말해야 하나 아님 아버지니까 존대를 해야 하나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런 말은 이상하게 꼬이고 집안도 꼬이게 되고 세상도 꼬이게 되었다. 재개발지역이라 이사를 가야하는데 보상을 받은 돈으로 엄마는 치킨가게를 차렸다. 형은 취업을 포기하고 가정 경제를 책임지며 엄마를 도와 치킨가게에서 배달일을 한다. 중학생인 나는 '작은형아'가 되어 아버지를 보살피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 뭔가 단단히 꼬여도 정말 단단히 꼬였다. 무슨 이런 엿같은 세상이 다 있나. 어제까지 자신들을 무관심 혹은 폭력,폭언을 일삼던 아버비는 자신들을 형아로 아는 일곱살 지능의 어른아이가 되어 집밖에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으니.

 

"매운 걸 좋아하는 데는 저마다 이유가 있을 거야. 어떤 사람은 그냥 좋아서 먹을 수도 있고,어떤 사람은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욕구 불만일 때 먹을 수도 있고,어떤 사람은 삶이 재미없고 시시하게 느껴질 때 매운 걸 먹고 정신이 번쩍 들수도 있고."

 

무언가 풀어내야 했던 나는 '야동'에 심취해서 밤마다 야동으로 긴 시간을 보내는가 하면 몽정까지 하기도 한다. 그런 그의 눈에 들어 온 여자가 있었으니 '오미령'은 친한 친구가 잘 알고 있어 친구를 구워 삶아 겨우 오미령에 대한 정보를 얻어 오미령이 운영하는 '더 빨강'이라는 이름도 야릇한 카페에 가입을 했는데 그 카페가 그러니까 '매운맛'을 찾아 매운맛에 중독된 이들이 함께 하는 카페다. 그들은 왜 매운맛에 중독되었을까? 아니 오미령은 매운맛이 뭐가 좋다고 매운맛에 중독된 것일까? 자신은 매운것을 정말 싫어한다.그래도 오미령을 위해서는 카페에 가입은 물론 매운맛도 서슴치 않고 먹으리라. 그러다 그들과 정모에 참여하여 매운맛을 보게 되었고 혹독한 신고식처럼 매운맛에 얼떨떨,불같은 매운맛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게 되었는데 이 오미령이란 인물이 요주의 인물이었던 것,왜 그녀는 매운맛을 가장한 자살카페를 운영하는 것일까? 정말 그녀가 자살을 원하는 것일까? 자신과 같은 사람도 살고 있는데 왜 아무 문제 없어 보이는 그녀들이 자살카페에 회원이 되어야 한단 말인가?

 

길동은 미령이가 '먼 미래'라고 말한 시월의 마지막 날을 선생님께 밀고하고 싶지만 참고 그가 한번 그녀를 설득해 보려고 한다. 그런다고 길동의 집안 경제 사정이 풀린 것도 아니다. 일은 점점 더 꼬여 믿었던 형은 주식으로 모든 것을 날려 먹고 사라졌다. 엄마는 가게를 접듯 완전히 밑바닥을 치듯 주저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손을 놓아 버렸다.아버지마져 집을 나갔다 겨우 찾게 되었는데 그 순간 둘은 아버지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무서운 생각을 한다.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아버지를 찾게 되고 다시 뛰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길동도 그렇게 다시 집안의 가장이 되듯 아버지를 책임지게 되고 엄마는 다시 치킨집으로 향하게 되었다.형도 어디선가 잘 견디어내고 있을 것이다.이런 현실도 견디어 내고 있는데 오미령을 포함한 더 빨강의 회원들이 왜 자살을 하려고 할까? 그들과 함께 동행을 하기로 맘 먹은 길동은 따라가서 그가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동원하여 그녀들의 자살을 막기로 한다.그런데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그녀들은 정말 '더 빨강'의 회원답게 '매운맛'에 확실하게 중독된 그들만의 맛여행이었던 것이다. 그녀들의 매운맛 중독이 와전되어 오해하게 된 것이 잘못되긴 했지만 그래도 그만하길 얼마나 다행인가.덕분에 그는 오미령을 매운맛을 통해 알게도 되고 또 그렇게 둘이 연결될 수 있었으니 정말 다행한 일이다.

 

"그러니까 내 말은, 사람은 어쩌면 기억이 없을 때 더 행복해질 수도 있다는 거지. 네가 일곱 살 때 어떤 끔찍한 일을 겪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기억이 네 삶을 붙잡아 두고 행복해지는 걸 방해한다면 그건 아니라는 거지.그 기억에서 벗어나든지 극복하든지.죽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거지."

 

어느 것이나 중독되면  벗어나기가 힘들다. 하찮다고 생각한 것에 중독되는 것도 벗어나기 힘든데 매운맛은 특히나 중독성이 강해 빠져 나오기 힘들다고 들었다. 매운맛은 점점 더 강한 맛을 빠져 들게 되고 속이 버려도 또 다른 매운맛을 찾는 사람들,그 맛을 알기엔 조금 어리다 싶은 나이지만 그들은 인생의 맛을 알아 가는 '과정'에 놓여 있다. 미령은 유괴를 경험하며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른 자기 해석을 경험하였고 길동은 아버지의 사고로 인해 가정이 와해될 위기에서 그래도 가족이 있어 모두 잘 견디어 나가고 있다. 가족이란 위기에서 더 끈끈한 무언가를 발휘해 하나로 묶어주는 듯 하다. 비록 형이 주식으로 재산을 날리기는 했지만 형도 분명 잘살아 보자고 시작한 일이고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에 손해를 본 것이지 나쁜 의도로 그런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다. 비록 지금 힘든 시간을 견디어 내고 있지만 모두 잘 헤쳐나갈 것이다. 땀을 뻘뻘 흘리고 나면 개운한 그 시간이 오듯이 매운맛의 그 현실에 놓여 있는 것이다.모두 지금 땀을 뻘뻘 흘리고 나면 언젠가 다시 하나의 가족으로 거듭나는 시간이 올 것이다. 미령은 어린 나이게 '매운맛'을 보았다면 길동은 지금이 매운맛을 보고 있는 것이다.그렇다고 그들이 회피하려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 부딪혀 이겨내려고 하고 있어 기특하다. 매운맛을 싫어했던 길동이 점점 익숙해져서 무감각해지듯 현실 또한 그렇게 이겨내리라 본다. 꼭 그들 가족에게도 아버지가 좋아하는 목마가 힘차게 날아 오를 그 날이 올 것이다.'이랴 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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