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섬옥수
이나미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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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모두 하나의 섬이다. 섬과 섬이 모여 하나의 인간세계를 이룬 세상에서 이젠 세상 끝이라고 땅끝섬을 찾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땅끝섬 그곳에서 다시 시작을 마주하여 새로운 인생을 설계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뫼뵈우스의 띠처럼 삶이란 생과 사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말해주듯 활어처럼 팔팔한 언어로 섬과 섬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죽음이 아니라 생을 택해야 함을 느끼게 되는데 섬이란 슬로시티라고 '느리게 느리게' 느린 여유로 힐링을 하려는 이들이 찾는 섬이 도회지인들,육지인인 여행객들로 서로 밥그릇 싸움을 하고 물고 뜯고 그리고 죽음에 이르는 생과 사의 각축장으로 변하는 '섬' 의 이야기에서 '삶'을 본다.

 

탁구공만 한 찌가 물결에 이리저리 휩쓸리면서도 가라앉지 않는 것처럼, 숱한 파도와 바람을 뒤집어쓰면서도 나뭇잎처럼 떠 있는 섬처럼 의연하게 살 순 없을까.스스로 어찌해보려고 안간힘을 쓴들 어디 삶이 뜻대로 되던가.욕망과 절망도,행복과 기쁨도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인데 그 마음 하나 비우기가 어려워 이렇게 몸부림치는구나.

 

오랜시간동안 강사일을 했지만 이젠 스스로 물러나야만 한다. 거기에 남편과의 관계는 소원해지고 남들 다 갖는 아이도 낳지 못한 자애는 모든 연결을 끊고 땅끝섬으로 향하여 반야가 있는 절에서 섬사람들과 섞여 그들의 이야기에 묻혀 조용히 지낸다. 인간 군상들이 모여 별의별일이 다 벌어지는 육지에서 멀어져 땅끝섬에 왔지만 이곳 역시나 생과 사는 동네 개들한테도 밥그릇 싸움을 하듯 질긴 목줄처럼 질질 따라 붙는다. 서로 신발 뒤축을 물고 늘어지듯 힘들게 싸우며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는 사람들 그 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홀랑 벗겨진 삶을 다시금 본다. 그는 왜 연락도 없는지.

 

아이들이 어릴 때,좀더 크기 전 부모와 함께 할 수 있을 때 섬여행을 해보자며 섬여행을 계획했다.느리고 여유로운 그곳에서 우리도 스트레스를 다 벗어 버리고 여유를 찾자고 새벽부터 달려 바지선에 차를 실고 섬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차를 가져가서일까 오전 한바퀴 돌고나니 우리가 더이상 갈 곳이 없다는 것,온통 주위는 바다 뿐이고 왠지 모르게 갇혀 있다는 느낌에 빨리 벗어나고 싶다고들 모두가 난리다. 좀더 한적함을 원했던 우리는 아직 섬에 익숙지 못했고 낯설었으며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허둥대다 급기야 점심쯤 다시금 바지선에 차를 싣고 섬을 벗어나 육지로 나오고 말았다. 그렇게 생각없이 간 섬여행은 두고두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준비성이 없었지만 우리가 너무 많은 것을 바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가지게 되었다. 육지에서 산 우리는 너무 문명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섬에서의 생활은 불편함 그 자체이며 섬이란 곳은 한정된 곳이기 때문에 외지인을 그리 반기지 않는 듯 했다. 이곳 땅끝섬도 외지인이 달갑지 않다. 그들이 박힌 돌을 빼듯 섬에 와서 정착하여 원주민들과 밥그릇 싸움을 한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는 곳이다.

 

손바닥만 한 섬에서 관광객들 주머니만 바라보며 밥그릇 싸움 하는 상황이라 외지인을 경계하는 섬사람들의 배척과 텃세는 생각보다 심했다.뭍것들이라는 차가운 시선과 부부 나이 차가 암만해도 수상쩍다는 수군거림에서 비롯된 왕따로 하루하루가 가시방석이었다.

 

섬에서 외지인이란 관광객으로 그들에게 돈이 되는 수단이라 볼 수 있다. 그런 그들을 한사람이라도 더 잡기 위하여 누가 새로운 것을 하여 재미를 보면 이 집에서 저 집으로 유행은 번져 나가고 급기야 좁아터진 섬에서 골프차가 넘쳐 나고 개들이 넘쳐 나고 짜장면집이 넘쳐난다. 자신만의 특색으로 관광객을 맞이하기 보다는 돈이 되는 수단에 바닷물처럼 휩씁려 흘러간다. 그래도 그곳에서 꿋꿋하게 삶을 이어나가는 잠녀의 삶을 살아가는 할망들도 있고 육지에서 생을 버리듯 흘러 왔다 뿌리를 내린 이들도 있다. 이곳이 그들에게는 더이상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처럼 다시 '시작점'으로 인생을 새롭게 출발을 해야만 한다. 누군가는 더이상 나아갈 출구를 찾지 못하고 벼랑 끝에 몰려 태양을 향하는 이카루스처럼 절벽에서 나아 올라 한마리 새로 생을 마감하는 이도 있지만 분명 이곳은 끝이 아닌 시작인 곳이며 잠녀 할망들의 누구보다 질긴 '숨비소리'는 목숨을 내 놓고 자맥질하여 건져 올린 '생'의 싱싱함이다.

 

새 생명과 인연을 맺고 새 출발을 다짐하는 시점에서 다시 찾은 섬은 더 이상 땅끝이 아니다. 시작과 끝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맞물려 있는 법,내려오기로 치면 끝이지만 거슬러 올라가자면 국토의 시작 아닌가.

 

저자가 여자분인데 실감나는 바다 낚시이야기며 섬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려내 한번 더 저자의 약력을 보게 되었다.내겐 그리 익숙한 이름이 아닌데 이 작품으로인해 저자를 기억해야할 듯 하다. 소설은 절망보다는 '희망' 에 더 중심을 두었기 때문에 읽으면서도 출발점에서 다시금 희망을 장전하고 뛰어야 할 것만 같은 마음으로 숨을 뱉어 내고 새로운 숨을 폐북 깊숙히 밀어 넣으며 끝까지 한 자도 놓치지 않고 재밌게 읽었다. 혼자 고독하게 고고하게 세상에 존재하는 섬이 되지 말고 서로 무언가 섬과 섬으로 연결되어 육지는 아니어도 끝이 아닌 공간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끝에서 다시 시작을 찾은 사람들 그리고 그곳에서 모진 세월과 싸워 이겨내듯 질긴 생명력으로 모두를 보듬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고 삶은 비극이 아니라 멀리서 보면 희극이기에 살만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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