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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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아직 어려운 작가가 '무라카미 하루키'다.그렇다고 그의 작품을 많이 읽은 것은 아니다. <상실의 시대>와 <1Q84>를 2권까지 읽고 며칠전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잡문집>을 읽었다. 저자들의 소설도 좋지만 에세이나 단편집 잡문집 등을 읽다보면 저자와 더 가깝고 친밀해지는 느낌이 들어 좋아하는데 이 책을 읽기 전에 <잡문집>을 읽은 것이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잡문집을 읽다보니 그가 '음악'에 조예가 깊다는 것을 알았다.그의 소설에 보면 음악과 관련해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다양한 음악이 이야기에 삽입이 되어 그 음악을 찾아 듣고 싶게 유도를 한다. 이 책에도 [순례의 해] 및 다른 다양한 음악들이 적절하게 나온다. 그가 소설을 쓰기 전에 음악을 너무 좋아하고 하루종일 듣고 싶어서 7년이란 시간동안 앨범가게를 했다고 하더니 정말 다양한 음악이 소설속 인물에 맞추어 이야기를 더 흥미롭게 한다.

 

"우리는 앞으로 널 만나고 싶지 않아. 말도 하기 싫어." 라는 절교 선언을 받았다.

 

그런가 하면 그의 소설 <노르웨이 숲>도 그렇지만 일본과 '핀란드'는 어떤 관계인지 영화와 소설 <카모메 식당>에서도 보면 갑자기 세여자는 '핀란드'로 향하는데 이 소설에서도 일본이 아닌 곳,핀란드로 떠난 등장인물이 있다. 그녀가 택한 핀란드에서의 삶은 그야말로 그의 삶을 다시 바꾸어 놓듯 치유의 삶이 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고향에서 그냥 있었던 인물인 시라는 자신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죽음'에 이른다. 색채가 없다는 것은 주인공 ' 다자키' 의 이름을 한 자로 쓰면 색을 나타내는 말이 들어가지 않는다.하지만 그와 함게 고등학교 때 함께 그룹을 지어 어울렸던 네 명의 친구인 '시라(흰색),구로(검정색),아카마쓰(붉은색),오우미(청색)' 는 각각 이름에 색이 들어간다. 그들은 색채가 있는 친구들이라고 하고 다자키는 색채가 없다고 스스로 자신을 구별짓는다. 정말 그럴까? 그들 다섯명은 정말 좋은 시간을 보냈다.봉사활동도 하고 나름 알차고 서로 잘 맞는 친구들이라 생각했는데 다자키만 대학을 도쿄로 가고 다른 친구들은 나고야에 있는 대학을 가면서 대학 2학년에 그는 친구들에게 '절교' 선언을 듣게 된다. 더이상 다자키가 그 그룹에서 어울릴 수 없는 것,왜? 그는 이유도 묻지 않고 혼자 우주 속에 떨어진 물체처럼 방황을 하고 죽음에 이른다. 왜 친구들이 갑자기 그를 그룹에서 혼자 떨어져 나가게 했을까?

 

"기억을 어딘가에 잘 감추었다 해도, 깊은 곳에 잘 가라앉혔다 해도,거기서 비롯한 역사를 지울 수는 없어."

 

험난하고 고난한 시간을 보내고 세월이 흘러 그로부터 16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의 여친이라 할 수 있는 연상녀인 '사라'가 그의 그런 과거를 듣게 되고는 과거의 친구들을 만나 보라고 권유를 한다. 그리곤 네 명의 친구들 주소와 간단한 근황을 조사해서 그에게 준다.과연 그는 과거의 친구들을 만나 화해를 할 수 있을까? 아니 친구들이 자신을 만나줄까? 그가 나고야의 친구들과 헤어져 힘든 시기에 겨우 돌아와 살아보겠다고 다짐하던 때에 연하의 '하이다'라는 친구를 만나게 된다. 하이다는 자신의 아버지 이야기를 다자키에게 들려주는데 그 이야기 속의 소재들이 그의 과거 속 친구들과의 이야기와 연관이 있는 것처럼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이 된다. 이 부분이 하루키만의 특별한 능력인 듯 하다. <1Q84>에서 소설 속에 소설을 가지고 있었듯이 이 소설에서도 다자키의 과거와 같은 이야기가 하이다의 아버지 이야기로 되풀이되어 나온다. 그는 정말 과거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까? 아니 그들을 만나 16년전 자신을 내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스스로도 몰랐던 원래의 자신이 껍질을 깨고 바깥으로 빠져나오려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쓰쿠루는 생각했다.뭔지 모를 추악한 생물이 부화하여 온 힘을 다해 바깥 공기를 쐬려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친구들에게 미리 연락을 하지 않고 찾아가는 다자키, 어색함은 잠시일뿐 그들은 과거의 이야기를 토로하며 현실의 모습을 본다. 피아노를 잘 쳤던 시라가 아픔의 상대로 그를 지목했던 것,왜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일인줄 친구들도 아는데 왜 자신에게 미리 이야기를 안해 주었을까? 친구들에게 자신은 과거에 어떻게 비춰졌길래. 자신이 정말 '색채가 없는' 존재였을까? 자신의 이름처럼 자신에게는 색채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친구들을 만나서 과거 이야기를 하다보니 친구들에게 그야말로 그라는 존재는 '색채가 있다' 확실하게.친구들이 확실한 색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는데 그들의 생각과는 달랐던 것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타인이 나를 더 잘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친구 '시라'의 일은 아니 다자키를 내쳐야 했던 일은 친구들 모두에게 아픔의 시간이 되었던 것이다.

 

아무리 평온하고 가지런해 보이는 인생에도 반드시 커다란 파탄의 시절이 있는 것 같거든요. 미치기 위한 시기라고 해도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인간에게는 아마도 그런 전환기 같은 게 필요한 거겠죠.

 

색채가 없는 다자키가 과거의 친구들을 만나 과거와 조우하며 그는 색채를 찾아 낸다,자신만의 특별한 색을.그런가하면 지금도 역시나 친구들에게 다자키는 자신만의 색으로 멋지게 살고 있는 것이다. 단지 그에게 '자신감과 용기'가 없는 것이다. 그가 과거 16년 전에 친구들에게 내쳐졌을 때 그가 용기 있게 부딪혔다면 현실은 어떻게 변했을까? 지금과 똑같이 되어 있을까? 다자키의 성장통과 같던 이야기는 모두의 성장통으로 이어지며 과거와 조우하며 그들은 서로 용서하고 이해하고 현실을 받아 들이며 다시금 그시절로 돌아가지는 못하지만 '친구'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을 맞게 된다. [영과후진]이라고 했다. 물은 웅덩이를 채워야 흘러간다고 했는데 아픔도 채우고 부딪혀야 이겨내고 다시금 찾아 오는 아픔을 이겨내는 힘을 얻게 된다. 그 때 그 아픔을 서로 직면하여 부딪혔다면 사라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가 죽음으로 소멸했을까? 자신이 피해자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돌아보니 모두가 피해자였고 모두가 아픔을 간직하고 있으며 아픔을 겪어냈고 견뎌냈다. 다자키가 16년이란 세월을 소비하지 않고 더 일찍 친구들을 찾았다면 현실은 또 변했을지도 모른다. 아픔은 곪아 터져서 커다란 상채기를 남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지금이라도 그가 나섰다는 것이, '순례'를 떠났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아픔도 죽음도 삶의 연장선이지만 그것이 내게 닥치며 회피하려 하고 너무 크다고 하게 마련이다. 자신감을 가지고 부딪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일본 소설을 읽다보면 이름을 가지고 한자로 풀이를 해서 하는 약간은 장난스러운 말장난과 같은 '반전'을 주는데 이 소설도 약간 그런 바탕이 깔려 있다. 서로의 이름에는 한자로는 색이 들어가고 다자키에게는 없어서인지 그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을 해서일까 그는 서른여섯이라는 나이가 되어서도 여자에 사랑에 자신이 없다. 하지만 과거의 친구들을 만나며 성장통을 극복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사랑에 적극적이고 자신감을 보인다.핀란드가 이 소설에서는 '치유,힐링'의 나라로 쓰였을까하는 의문을 가져본다. 핀라드에 살고 있던 구로를 만나며 그는 과거와 따뜻하게 악수를 나누고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줄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지금까지 십대 때 일은 가슴에 '통증'처럼 안고 있었다면 이젠 그 아픔의 웅덩이를 채우고 다시금 나아갈 수 있는 역량이 있는 물이 된 것이다. 하루키의 소설을 어렵게만 생각을 하고 뒤로 미루기 보다는 한 권 한 권 선입견을 버리고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이 작품에서 해본다.다자키와 자신감과 용기를 가졌듯이 분명 나도 가질 수 있다.다자키가 자신만의 색을 찾아 이제 빛나는 시간남 남아서 다행이다. 그런가하면 모두가 성장통을 이겨내고 그렇게 물처럼 유하게 흘러가는 것이 현실인 듯 하다.다자키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거'의 껍질이라는 세계를 깨뜨려야만 했다.그렇게 보면 다자키는 정말 자신있게 그러가하면 친구들도 만나면서 과거와 화해와 용서 그리고 용기를 가졌으니 그런 과거를 가지고 있다면 깨뜨려야 한다. 마음의 병을 지우고 자신만의 색을 찾을 수 있다면.그런가하면 소설은 '세상 사람들의 절반쯤은 자기 이름에 만족하지 않는다.' 라는 이 한 줄에 시작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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