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혼
배명훈 지음 / 문예중앙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청혼,단어의 어감만으로도 정말 아름답고 설레는 우주와 우주가 연결되는 기분이 드는 단어이다. 청혼을 어떻게 했는지 내겐 까마득한 이야기이고 이렇다할 '청혼' 이 있었나? 하고 의심이 들 정도로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요즘은 이벤트로 청혼을 많이 하지만 옆지기는 그런 것에 익숙하지 않았고 난 안해도 된다고 생각을 했는데 살면서 생각해보니 내가 손해보고 사는 느낌이 들어 두고두고 우려가며 옆지기에 청혼을 왜 안하고 결혼했냐고 묻고 또 묻는다.지금이라도 해보라고.쑥스럽게 웃기만 하는 그, 하지만 <청혼>에 나오는 것처럼 우주에서 우주로 이어지는 청혼을 어떨까?

 

남자와 여자가 만나 결혼을 한다는 것은 남자와 여자가 살았던 두 세계가 만나는 것이다. 서로 다른 세상이 만나는 것이기에 '마찰음' 이 있을 수 있고 그래야 마땅한 것이다. 마찰음없이 처음부터 서로 잘 어우러진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삐그덕 삐그덕 마찰음을 내기 마련이다. 지구의 여자와 우주의 남자가 만난다면,그들은 170여시간을 달려가야만 만날 수 있다. 우주에 가서 만나려고 하면 얼굴은 빵빵하게 부풀어 지구에서와는 다른 모습이다. 그래도 사랑하고 만나고 싶다면 모든 것을 감수하며 달려가야 한다,빛의 속도로 말이다.

 

저자의 책은 처음이다. <타워>라는 책을 읽어보려 했지만 기회가 되지 않았는데 이 소설은 독특하다. 남녀의 사랑이 어쩌면 다른 세계가 서로 도킹하는 것이라 생각을 해서일까? 영원히 깨지지 않을 반지를 우주에서 만들어 여자에게 편지와 함께 보낸다. 그 편지가 제대로 갈지 아니면 중간에 다른 곳으로 갈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그의 온 마음을 다 담아 그녀에게 보낸다. 그가 하는 싸움이란 우주에서 정체도 드러나지 않는 상대편을 향한 싸움이다. 성과도 그 무엇도 없지만 그들은 싸우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싸움에도 지치듯 그의 고향과 같은 그녀에게 가고 싶다. 그녀가 바로 그의 고향이고 정착지다. 더이상 광활한 우주에서의 허공에 헛발질 하는 싸움은 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그건 정말 현실감 없는 싸움이었어. 소리라도 들렸으면 좀 달랐을 텐데,우주에는 대기가 없어서 박에서 아무리 치열한 전투가 벌어져도 이 안은 그저 고요하기만 하거든. 아무 예고도 없이, 별 긴장도 느끼지 못한 채, 나도 모르게 삶과 죽음이 갈라지는 거야.중간과정도 없이 그냥 사라지는 사람들.마지막 변론도 죽음을 정당화하는 과정도 전부 생략된 채 신속하게 진행되는 최후의 즉결심판.

 

궤도연합군에서 작전 장교로 몇 번의 싸움을 거치는 동안 점점 지위가 올라가지만 누구를 향한 싸움인지 의문이 든다. 그녀가 나를 만나러 먼 시간을 날아왔지만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정말 짧다. 자신은 점점 그녀에게서 멀어져 가고 있는 느낌이 들고 광활한 우주의 끝은 무엇인지 혹은 자신들과 같은 상대를 향한 싸움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현실감 없는 싸움에 지쳐간다.  광활한 우주만큼이나 텍스트도 여백이 더 많고 삽입된 일러스트를 보다보면 자꾸만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무언지 모르겠다가 읽으면 읽을수록 허무하게 빨려 들어간다. 우주라는 공간에서의 허무한 싸움이라 그런가 정말 소설은 소리도 없고 잔해도 없이 그저 사라지거나 영원할것만 같다. 저자를 처음 접한 소설인데 처음엔 뭔가 감이 오지 않는 듯 하다가 읽다보면 자꾸 빠져들것만 같다. 이 소설은 단편을 중편으로 그리고 이 책으로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단편을 장편으로잘 바꾸는 무라카미 하루키 그의 <1Q84>는 단편에서 장편으로 탄생한 소설이라 알고 있다.우리나라는 그런 소설들이 드믄듯 한데 단편에서 중편으로 그리고 장편으로 나왔다니 저자의 노력이 대단하다. 그만큰 우주에 대한 천문학자의 조언을 받아 우주에 대한 것들이 더 보완되었다는데 우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일까 아직 우주라는 공간이 낯설다. 그래도 사랑이 아름답다. 하늘에 빛나는 별만큼이나 아름다운 사랑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알고 보니 그 신호는 대부분 우주 저편에서 날온 거였어. 우주 어디에선가는 늘 끊임없이 대폭발이 일어나니까. 그러니까 어떤 건 수백억 년 전부터 날아온 거고, 또 어떤 건 몇십만 년을 날아온 거였겠지. 가시광선영역만 놓고 따지면 우주는 늘 암흑으로 가득한 것처럼 보이지만, 인간의 눈으로 보지 못하는 다른 영역에서는 늘 그런 떠들썩한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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