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랍고 따뜻하고 나른한 행복한 길고양이 2
종이우산 글.사진 / 북폴리오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며칠전에도 딸들과 함께 두 번이나 고양이와 강아지를 보러 애견센터에 다녀왔다.애견센터가 있는 골목에 가서 딸들은 강아지새끼들과 고양이새끼들이 보여주는 나른하고 귀엽고 이쁘고 앙증맞은 모습들에게 눈을 떼지를 못하는 것이다. 막내는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고 하고 우리는 지금 현재 키우고 있는 12살 된 치와와 여시가 호야라고 하는 블랙탄이 죽고 혼자 남아 나밖에 모르기도 하지만 새끼 한마리를 더 키우고 싶어 큰딸과 함께 애견센터에 갔다가 고양이와 강아지를 보게 되었는데 너무 이쁘고 맘에 들어 외출을 하게 되었을 때 시간을 내서 가족 모두가 함께 강아지를 보러 갔다.딸들은 귀엽고 앙증맞은 새끼들 앞에서 벗어날 줄을 모르고 급기야 사달라고,아니 친구들에게 새끼를 또 한마리 살거라고 미리 자랑을 해 놓았다고 했지만 우리가 사려는 것은 비싸기도 하고 좀더 생각을 해보자고 하며 뒤돌아서 왔는데 눈에서 아른아른.

 

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마지막까지 책임을 질 수 있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병이 나고 아프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임을 회피하기도 한다. 아니 아픈것은 맘이 아프지만 병원비가 정말 장난 아니기에 어떻게 해 볼 수가 없는 경우가 있다. 보험이 안되니 감당이 안되는 것이다.우리도 그런 경우를 몇 번 겪어 보았기에 그저 장난처럼 시작해서는 정말 안된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누군가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사려고 한다면 끝까지 책일질 수 있으면 사라고 한다.그러지 못할바에 시작하지 말라고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도 길냥이들이 있다. 1층은 화단으로 세대들이 이용하고 있는데 얼마전 경비실에 갔더니 아저씨기 하시는 말씀이 아랫동에 사시는 두분이 나무를 뽑고 나무패널로 화단울타리를 정비했다.깔끔하게.그런데 길냥들이 문제라는 말씀을 하셨다. 앞동에서 어느 분이 캐맘 역할을 했는데 주변분들이 뭐라 해서 그 일을 그만두게 되셨는데 그 길냥이들이 아랫동 화단울타리를 고친 집으로 모두 와서 보금자리를 차렸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어미와 새끼들이 왔다갔다 애견을 키워서일까 나도 캣맘을 하고 싶다고 느낄 정도로 정말 귀여운데 집주인들은 골치거리로 밥그릇을 모두 치웠다는 것이다. 길냥이들은 어디에서도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에서는 길냥이들이 사는 것이 어떻게 보면 따뜻한 곳을 보장받을 수는 있지만 공간이 한정되고 깔끔하게 정돈된 곳이라 찬성보다는 반대를 하는 분들이 더 많다는 것. 그들이 겨울을 나고 봄에 다시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다.

 

어린시절에는 길냥이를 데려가 키워본 경험이 있는데 커서는 고양이 보다는 반려견을 더 많이 키웠다. 나 또한 12~13년을 반려견을 키우고 있어서일까 이들이 없었다면 어떠한 삶이 되었을까? 하는 생각과 말을 가끔 해본다.아이들이 커서 이제 제 갈 길을 가고나니 혼자 아니면 부부가 있는 시간이 많으니 집이 훵하다.그 빈 공간을 채워주는 것은 울집 여시다. 늙기는 했지만 아직 제 역할을 충분히 잘 하고 있다. 짖기도 잘 하고 날마다 산책을 시켜서일까 눈도 초롱초롱하다. 언젠가 한번은 반려묘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보았지만 아직은 글쎄?다.그런 의미에서 고양이 사진이 가득한 책은 정말 반할 정도이고 거기에 더하여 '종이우산'이라는 저자의 감성적인 글이 더욱 애묘의 세계로 슬며시 잡아 이끈다. 사진을 한 장 한 장 넘겨 보다보면 애묘의 세계에 빠져들지 않고는 못배긴다. 정말 귀엽고 상상하지 못한 사진들이 많다. 길냥이거나 그런 인연으로 만난 고양이들의 '따뜻하고 보드랍고 나른한' 이야기.

 

추운 날시에는 언 몸 녹이라고 보온병에 더운 물을 받아다가 삼청동 고양이들에게 줬다. 혹여 얼지 않도록 커피숍에서 집어온 스틱 설탕도 한 봉지 탔다. "후우~ 후우~" 식혀가며 조심스레 더운 물을 마시는 억울이. 가뜩이나 깨끗한 물을 구하기도 힘든 도시에서 날씨까지 추우니 길고양이들은 그야말로 얼음을 핥으며 목을 축이고 있다. 혹독한 날씨만큼이나 모진 겨울 가뭄에 시달리는 길고양이. 우리에겐 그냥 물 한 사발이지만 길 위의 아이들에게는 하루치의 삶이 되기도 한다.

 

보드라운 것보다 '따뜻함'이 먼저인것 같다. 혼자 보기 아까워 딸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글을 읽어 보고 함께 공감을 했다. 정말 혼자 보기 아깝다. 물욕에 길든 우리에게 모든 것을 내려놓게 만드는 '묘한 세상'을 보여주는 길냥이들의 이야기속에 훔뻑 빠져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읽고 보았다. 비 오는 날에는 비 맞을까,아니 밥을 못 먹을까봐 걱정하고 눈이 내려 추운 겨울에는 잠자리와 따뜻한 물 한모금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어 길냥이들의 삶이 더 길게 이어지고 있는 듯 하다. '하루치'의 삶을 연장해 주기 위하여 그가 한 일은 작은 것이지만 얼마나 길냥이들에게 소중한 것인가.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일련의 행동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분명 있다. 사람만 살아가는 도시가 아닌 길냥이들도 함께 살아가고 있는 도시라는 것을,이 책을 보다면 길냥이들 세상인 듯 하다. 너무 다양한 길냥이들의 다양한 모습에 그저 감탄을 한다.

 

개미마을에서 자주 만나는 엄마 고양이가 눈 쌓인 지붕 위를 산책 중이다. 가만 보니 누군가 먼저 밟고 지나간 발자국 위만 밟으며 걷고 있었다. 사람들이 그러는 것과 똑같이.

조심조심 옮기는 발걸음이 퍽 야무져 보였다. 

 

우리의 모습에도 다양함이 있겠지만 고양이들의 표정과 모습에 이렇게 다양한 세상이 있어나 싶을 정도의 모습도 있고 결코 낯선 동물이 아닌 정말 인간과 더불어 사는 '따뜻함'이 살아 있는 동물이라는 것을 더 한번 보여주는 것 같다. 반려동물을 키우다 보면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작은 것에 웃게 되고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나 또한 여시를 날마다 아파트 산책길을 따라 산책을 다니다보면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꼭 한번씩 물어보고 가고 관심을 보인다. 그렇게 낯선 사람들과도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연결해 주는 것이 바로 반려견이다. 반려견도 키우다 버려서 유기견을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반려묘도 이런저런 이유로 길냥이 되는 경우가 많다.녀석들은 영역싸움도 하는지 가끔 아파트 화단에서 큰소리를 내며 영역다툼을 할 때가 있다. 그런 이유로 주민들이 더 싫어하기도 한다. 시끄럽다고.하지만 가끔 산책하다가 길바닥에 누워 잠자고 있는 모습이나 해라라기 하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여유롭고 이쁜지.카메라에 담으려 하면 사람 소리에 후다닥 줄행랑을 치니 도통 담지를 못할 때가 더 많지만 어느정도 아파트에서 살은 녀석들은 배짱 좋게 어슬렁 어슬렁 포즈를 취할 때도 있다. 그들의 심장이 뛰고 있는 이상 곱지 않은 시선보다는 따뜻하고 먹을 것을 조금이라도 나누어야 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그들의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은 저자처럼 가방에 먹을 것틀 잔뜩 넣어 다니지는 못해도 밥과 물이라도 가끔 줄 수 있는 따뜻함을 가져야 좀더 가까이 묘한 세상에 빠질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