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5 - 고국원왕, 백성의 왕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을불 미천왕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4,5권은 을불의 맏아들 사유,고국원왕의 이야기가 펼쳐진다.4권을 읽고는 얼른 이 책을 들었다. 시간차를 두고 읽으면 내용을 잊어버려 재미가 떨어지기에 4권을 놓자마자 읽었더니 '곡국원왕'의 이야기가 바로 이어져 사유의 맏아들 '구부'인 '소수림왕'의 이야기를 얼른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을불 미천왕은 소금장수에서 왕이 되어 낙랑을 점령하고 무가 누구보다 뛰어난 왕이었다. 그런 그의 두 아들 사유와 무 중에 그를 빼어 닮은 것은 '무' 이고 모두가 무가 왕이 될 것이라 내다보았지만 을불은 사유를 왕으로 삼는다. 왜 일까? 사유가 백성의 아픔을 달래고 어루만지는 것을 보고 무예가 뛰어난 무보다는 사유의 편을 들어 주었다.그 덕분에 재략가인 아내 아영과 사이가 벌어지기도 했고 사유 또한 아영의 사랑을 받지못하고 편애 속에서 왕이 되고 아내마져 무와 아영이 점찍은 여자였기에 그는 아내하고도 거리감이 있었다. 그는 누구보다 백성을 사랑하고 어머니 아영을 사랑하고 동생 무와 아버지 을불을 사랑했지만 백성에게도 아내에게도 어머니에게도 외면을 당하듯 한 삶이었다.

 

"싸움은 적을 인정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하는 법, 너는 상대할 수 없는 적을 두고 주제넘은 호기를 부렸으니 이미 패한 것과 같다. 패장의 책임을 물어 그 목을 치리라."

 

고국원왕시대 주변국의 정세는 그야말로 힘겨루기에서 고구려에 뒤지지 않는 세력들이 포진해 있었다.모용부에는 모용황이 아버지 모용외와는 다른 방법으로 힘을 키우고 고구려를 집어 삼키기 위하여 늘 위협적인 존재였고 백제 또한 고구려를 넘보는 위로 아래로 주변국의 힘겨루기 속에서 저돌적인 무보다 백성을 아끼고 '피'가 아닌 '평화'로 백성을 아끼며 한사람이라도 희생자를 덜 내기 위하여 자신이나 그외 위세력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서슴치않고 하던 가장 나약하고 비참하고 위기의 시기라 할 수 있는 고국원왕시대,하지만 저자는 사유의 맏아들 구부를 통해 진정 백성이 원하고 백성을 위한 왕은 어떤 왕인지 그의 화두와 같은 이야기로 주변국 왕들을 많나 하는 물음 속에서 어느 방법도 정답이 아니지만 자신의 아버지 사유의 정치가 가장 백성을 위한 방법이 아닐까 하고 묻듯이 이야기를 한다.'죽은 농부와 그 옆에서 삐쩍 말라가고 있는 소'로 비유되는 '왕과 백성의 관계' 사유의 어린 아들 구부는 어린 나이지만 주변국을 돌며 실세들을 만나 그들의 '통치법'을 듣는다. 채찍으로 불심으로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 사유는 그만의 방법으로 백성을 다스리고 나라를 지켜 나가고 있지만 진정한 통치자란 무엇인지.

 

"전쟁은 서로 번갈아 따귀를 때리는 일과 비슷해요. 어느 한쪽이 맞고 그만두어야 끝나는 거지요.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때린 뒤 그만두려 하지만, 아버지께서는 맞고 끝내려는 거에요.즉 사람들은 거짓으로 전쟁을 끝내려 하고,아버지는 참으로 전쟁을 끝내려 하시는 거예요."

 

사유의 통치법이 더 이상하게 보였던 것은 재략가 아영이 있고 무예가 뛰어난 동생 고무가 있었으며 고구려는 무예가 뛰어난 힘이 넘치는 나라였는데 사유는 그야말로 그런 모든 것들과 반대되는,왕이 무릎을 꿇거나 항복을 일삼고 성의 문을 열어 내어주기도 한다. 백성이 다치지 않고 피를 흘리지 않고 농사를 지을 수 있다면 그는 무슨 방법으로든 자신의 목소리를 키운다. 하지만 신하와 많은 이들은 그의 방법이 잘못 되었다고,고구려가 힘을 잃어가고 있다고 느낀다. 사유와는 상의도 없이 재략가 아영이 나서기도 하며 아영은 아들 무와 결탁하여 주변국을 한 입에 삼킬 수 있는 방법으로 모용부를 위기에 빠뜨리기도 하지만 다된 밥에 사유는 재를 뿌리기도 한다. 정말 고구려의 왕인가 싶을 정도로 그의 통치법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를 정도다. 절호의 찬스에 모용황을 죽였다면 고구려의 힘은 어디까지 뻗어 나갔을까? 아님 사유가 왕이 되지 않고 무가 왕이 되었다면 고구려는 또 어떻게 되었을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면서도 무는 사유의 동생으로 사유가 가지지 못한 '힘'을 사유 앞에서 잘 발휘하여 굳건하게 고구려의 힘이 되어준 듯 하다.

 

"천만에! 학자가 사람을 죽이지 못한다는 건 틀린 생각이오. 장군은 보이게 죽이고 학자는 보이지 않게 죽일 뿐, 둘 다 죽여야 할 자는 죽이는 법이오."

 

아내 정효마져 사유를 이해 못하고 그를 따르지 못했다면 사유를 옳바르게 이해한 단 한사람은 그의 아들 '구부'이다.어린 나이에 넓은 세상을 보는 눈을 가지고 주변국을 돌면서 정세까지 익히고 그야말로 아버지의 뒤를 이어 든든하게 고구려를 지킬 왕의 재목으로 우뚝 서는 듯 하다. 41년이라는 사유의 재위기간동안 크고 작은 싸움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백성들 입장에서는 큰 피해를 입지 않고 그야말로 진정한 왕이 었음을 말해주듯 백제인들이 고구려에 자리를 잡고 살아가는,고구려인이 다 되어 고구려왕을 추앙하듯 하는 대목에서 사유가 싸움을 회피했지만 백성에게는 진정한 왕이지 않았을까 하는 저자의 생각을 강하게 어필한다.역사는 해석하기 나름이고 어떤 시각으로 어떻게 보는냐에 따라서 달라진다.사유가 주변국과 싸움을 회피하고 성을 쌓는 일에 주력한 것은 어쩌면 '현재' 보다는 '미래'를 내다보며 더 큰 안목으로 정치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싸움이란 어느 한 쪽에서 포기를 해야만 끝이 난다.그러기 전에는 싸우고 있는 순간에는 모두가 피해자다.사유는 그런면에서 백성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다. 그들이 정착하여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으며 태평하게 살 수 있도록 '피 흘리지 않는 싸움'을 원했던 고국원왕은 해석자에 따라 비겁하고 비참한 왕이라 표현할 수 있겠지만 다르게 해석하면 제일 지략이 뛰어난 왕으로 진정 백성을 사랑한 왕으로 재해석 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에서는 보여주고 있다.

 

"두려움이란 내일을 생각할 때에만 있는 법."

 

그의 통치를 백성과 신하 그리고 어머니 아영이나 동생 무나 아들들 모두 호응을 해주었다면,그의 편이 되어주었다면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고 생각해 보게 한다. 어머니 아영은 누구보다 큰그림을 그리는 재략가였기에 사유의 방법을 당연히 맘에 안들었을 것이다. 장효는 워낙에 무로 마음이 향하고 있었으니 사유의 편이 되어 줄 수 없었다. 그렇게 보면 정말 불쌍하고 외롭고 고독한 왕이지 않았나한다. 살아가면서 내 편이 있다는 것은 정말 큰 힘을 얻는데 다른 것도 아닌 나라를 통치하며 모두가 그에게 등을 돌리고 있는 가운데서 그 혼자 옳다고 하는 일은 얼마나 고독하고 힘든 싸움이었을까? 자신과의 싸움과도 같은 시간들이었을 듯 하지만 백성에게는 정말 편한 왕,백성이 제일 좋아하는 것은 싸움이 없이 자신이 생업에 임하며 사는 것일 것이다.뚝하면 전장에 불려 나가 싸우고 목숨까지 잃는 일을 좋아하지 않을텐데 그런면에서 보면 그의 해석은 구부의 평가처럼 다시 해석되어야 한다는 것.

 

"본디 한번 홍수를 겪은 땅이 더욱 비옥해지는 법입니다. 도리어 콩만 심던 밭에 팥을 심어볼 기회이기도 하니 굳이 안타까운 일만도 아닙니다."

 

역사를 바탕으로 한다지만 어디까지나 소설이다. 좀더 재밌고 흥미있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풀어 내고 있어 편하게 읽으면서 역사를 다시 보고 다시 생각하게 된다.국사 시간에 배운 것은 '뼈대' 였다면 소설을 읽으며 살을 붙여 나가고 한마리 물고기를 완전하지는 못하지만 대충 이런 모양이라는 것을 형상화 할 수 있다는 것이다.역사는 과거다.과거를 통하여 현재를 볼 수 있는 거울로 삼 듯이 잘못된 것은 바로 잡고 고정관념처럼 박혀 있던 편협된 생각을 수정할 수도 있다. 이 책에서 가장 큰 소득은 '고국원왕' ,가장 비참했던 왕이라고 알고 있지만 백성들은 그를 누구보다 믿고 따랐다는 것.을불이 마지막 순간까지 싸움터에서 장열에게 죽어갔다면 사유는 백성을 생각하며 백성을 걱정하며 죽어간다. 그런 아버지의 뜻이 구부,소수림왕에게선 어떤 정치로 연결될지.잠들어 있는 역사를 깨우듯 저자의 손 끝에서 펼쳐지는 고구려의 역사가 재밌다.험준한 산을 오르내리며 살기 위하여 삶을 후대에 이어주기 위하여 성을 지켜내기 위하여 치열하게 싸웠던 그 시간들이 밤잠을 빼앗아간다.그리고 고국원왕이란 인물을 다시 그려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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