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안토니오 알타리바, 킴 지음, 해바라기 프로젝트 옮김 / 길찾기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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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라고 해서 가볍게 보았는데 결코 가볍게 읽거나 볼 책이 아니다. 2010년 스페인만화대상 수상작인 이 작품은 '아버지의 자살'로 인해 아들이 그의 아버지가 되듯 화자가 되어 그의 삶 속으로 들어가 아버지를 이해하고 용서하듯 그의 삶을 이야기 한다. 날고 싶었으나 이카루스처럼 너무 태양 가까이 다가가서 날개가 녹아 내렸던 것일까? 자유를 얻지 못하고 죽음으로 인해 비로소 자유를 얻게 되는 한사람의 결코 자유롭지 못했던 질곡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에필로그를 읽다보니 정말 갑갑하면서 씁쓸하다. 양로원 측에서 아버지의 자살이 날짜가 지났다고 한달 이용료를 내라고 한 것은 정말 인간적이지 못한 일이 아닌가. 스페인 내전과 2차 세계대전등 역사와 함께 역사의 소용돌에 휩쓸려 정말 열심히 살아 보려했고 누구보다 잘 살아보려 했는지만 역사는 그를 놓아 주지 않고 마지막 자살이라는 죽음의 선택후에 비로소 이승의 자유를 선택받을 수 있었던 저자 아버지의 삶은 소설보다는 '만화' 로 풀어내기가 더 알맞았다고 저자는 말한다.그 또한 만화를 좋아했고 책으로 나오니까지 고난의 시간이 있었지만 결과는 좋았다. 책으로 나오며 아버지의 삶은 비로소 자유롭게 놓여날 수 있지 않았을까? 아니 역사의 정당한 대가를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집안에서 미운 오리 새끼 같았던 나는 나무 자동차를 만들어 자유를 만끽하고 싶었지만 그것은 순간에 그치고 말았다. 농사를 짓지 않기 위하여 도회지로 나가면 자유를 얻을 줄 알았는데 시골과는 다른 도회지는 그만의 삶과 법칙이 있듯 그는 도회지에서도 선택받지 못한 삶을 살아야 했다. 그리고 나무자동차가 아닌 실제 자동차를 운전하며 삶에 변화가 찾아 오게 되었지만 그것이 큰 돈을 가져다 주거나 명예를 가져다 준 것은 아니다. 스페인 내전에 휩쓸리며 많은 죽음과 죽음을 피하며 구사일생으로 살아가야 하는 자신의 삶을 원망보다는 질곡의 삶 속에서도 '살아가는 방법'을 길을 찾으려 노력하며 편파적인 방법 보다는 자신의 노력으로 살아가려 했지만 뒷거래를 하며 부를 거머쥐고 살아가는 사람들과도 부딪히게 되고 2차 세계대전과 프랑코 정권에 삶은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 점점 핍팍해져 가듯 그는 자유와는 거리가 먼 삶처럼 메말라 가는 삶을 살아간다.결혼을 하고 아이를 얻었어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역동기를 살아 온 그 속에서 '아나키스트'로의 삶은 고치를 벗어나지 못한 번데기처럼 변태를 거치지 못한 삶처럼 날개를 펴지 못한다.

 

그런 속에서 결혼생활 또한 원할하지 못했다. 점점 믿음이 강해지는 아내와 멀어져 가는 자신, 그리곤 그가 택할 수 있는 것은 요양원의 마지막 삶.요양원에서 또한 다양한 삶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나마 정 붙이고 살던 요양원 친구들이 하나 둘 스러져 가고 자신 또한 언젠가 맞이할 죽음이라는 것을 생각하고는 그는 마지막을 스스로 선택하기로 한다.역사에 휘둘렸지만 어느 것에 물들지 않고 아니키스트로 꿋꿋하게 살아 온 삶이지만 그의 손에는 아무것도 없다.그런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며 생의 기록을 남겨 놓은 아버지, 그리곤 훨훨 마지막 순간에 날개를 펴고 날아 오른다. 아내와 아들과의 삶이 좀더 따뜻하고 안정적이었다면 그의 삶은 어떻게 변화하였을까? 우리 아버지의 세대도 한국전쟁등 어려운 시기를 거쳤다.우리와 비슷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자신의 뿌리를 튼튼하게 내리고 싶었지만 역사는 그를 받아 들여주지 않은 것처럼 그를 부유하게 만든다. 그런 질곡의 삶의 마지막 또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이라 아쉽고 쓸쓸한데 1일이 아닌 4일에 죽었다고 해서 한달 이용료를 내야 한다고 큰 문제로 발전했다는 것이 정말 씁쓸하다.스페인 역사와 함께 휩쓸려 흘러간 한사람의 인생도 쓸쓸한데 그의 마지막 자유마져 법 앞에서 박탈당한것처럼 씁쓸함을 안겨준다니. 그 모든 안타까움을 호소하듯 아버지의 삶은 다시금 만화로.

 

전쟁을 승리로 이끈 우리였지만 처지는 근본적으로 나아진 게 없었다... 난 여전히 갈구했지만 세상은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흔히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고 한다.주인공 역시나 처음부터 '아나키스트'가 되려고 한 것은 아니다.소용돌이의 역사 속을 부유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무정부주의 삶을 살게 된 것이다.공화국시대,스폐인 내전,2차 세계 대전,프랑코 공화국... 어려운 시기를 하나면 거친 것도 아니고 끝도 없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험난한 역사 속에 것처럼 그의 인생은 급류에 휩쓸려 가며 어쩔 수 없이 아나키스트로 만들어 간다. 현실과 타협을 했더라면 다른 이들처럼 뒷거래로 돈을 벌 수도 있었는데 그런 삶을 포기했고 다른 이들의 불편한 삶을 보면서 더욱 움츠러 드는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시대를 거쳐왔다. 그렇다면 아버지의 삶을 고스란히 보아오고 함께 견디어내야 했던 그에게 주어진 역사는 무엇일까? 그는 아버지가 남기고 간 역사와 싸우고 있다. 운명이란 단순하게 논의할 수 없겠지만 아버지의 인생은 역사와 어우러지지 못하였다면 아들의 인생은 아버지의 인생으로 인해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고 화해하는 법을 찾은 듯 하다.한사람의 삶이 그저 자살이라는 너무 쉬운 단어로 끝나고 말았을 것을 다시금 만화로 소생시켜 과거와 화해하게 만들면서 결코 간단하게 끝난 자살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만화속에 그려진 아버지의 삶이 우리 부모들이 걸어왔던 그 삶을 보는 듯 하여 찌릿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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