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 정유정 장편소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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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독 '숫자' 제목의 책을 많이 만나는 것 같다. 이 책은 저자의 전작을 읽었기에 '보증수표'처럼 그녀를 믿고 미리 주문을 해 놓았던 책이라 더 빨리 읽고 싶었는데 다른 책들에 조금 밀렸다. '28' 이란 숫자는 가만히 뒤집어 보니 '82' '빨리빨리 이 재난 속에서 탈출하여 생 그 속으로' 라는 느낌처럼 다가왔다. 요즘 '재난소설'도 많고 '재난영화'도 많고 신종바이러스에 의해 인류가 멸망해가듯 특히나 강력한 신종바이러스에 주목하기도 하는데 소설은 '인수공통전염병'으로 개가 사람에게 사람이 사람에게 급속히 번져 그야말로 도시전체를 '죽음'으로 몰고가는 그 속의 아수라장과 같은 곳에서의 다섯 명의 사람과 한마리의 개의 시선으로 그려진다.

 

"사람하고 동물이 함께 걸리는 전염병, 이를 테면 광견병이나 이볼라 같은 아니, 어쩌면 이볼라보다 훨씬 강력할지도 모르지.잠복기가 짧고 경과도 몇 배 빠르고,개가 개한테, 개가 사람한테, 사람이 사람한테,사람이 개한테 전염시키는 게 모두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점에서.드림랜드 안에서만 세 가지 경우가 나왔으니까.

 

알래스카에서 썰매꾼으로 자신이 살아남기 위하여 자신이 사랑하던 개와 스승의 개까지 죽음에 몰아넣게 된 재형, 그 일로 인해 알래스카를 떠나 '드림랜드' 에 와서 수의사로 일하게 되지만 그 땅은 이름처럼 '드림랜드'가 아닌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땅이 된다. 그의 알래스카에서의 일이 와전되듯 하여 그의 명예를 그야말로 바닥에 곤두박질치고 더이상 나아갈 수 없는 상황에서 구조하게 되는 개 한마리로 인해 그의 삶은 진창으로 끓려 들어간다. 개의 주인인 의사와 그의 아들 박동해,광기로 똘똘뭉친 그의 저돌적인 광기의 가속도를 누구도 막을 수가 없었다. 그의 아버지마져도.

 

"풍랑은 풍랑에 맡겨두고 우리는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해야 하는 거다."

 

인수공통전염병은 어느 아줌마의 제보로 찾아가게 되는 집의 남자와 번식견들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그곳을 탈출하는 하는 한마리 늑대,아니 개는 마지막 순간까지 '복수'의 끈을 놓지 않아 재형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존재가 된다.개와 사람은 정말 오래전부터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함께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이어오고 있다.나 또한 반려견을 12년을 키우고 있고 이 소설을 읽는 중에 반려견을 시골에 데리고 갔다가 '사고'를 당해 반려견인 여시가 죽을 뻔한 아찔한 일을 겪에 되어 우연인가? 하며 갸웃뚱했다. 이 소설은 제목처럼 지난 28일에 <28>이란 소설을 읽기 시작했고 여시까지 사고를 당하니 이런 일이? 했다. 다행히 죽을 고비에서 잘 견디어준 여시는 상태가 조금 나아져서 나도 이 소설을 마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개에서 옮을 수 있는 병인 '광견병' 말고 이런 병도 있을까? 물론 우린 어느해 '소와 돼지'를 살처분해야만 했다. 살아 있는 생명들을 땅 속 구덩이에 파 묻어야 하는,그 일로 인한 소설들도 몇 편 만나보게 되었고 그 뉴스를 접할 때 정말 가슴이 아팠다.그런가하면 그 후의 일들은? 우리에게 전염이 전혀 없을까 하는 걱정을 낳기도 했던 살천분을 이 소설에서 또다시 마주하는 불편함도 있었다. 그것이 소와 돼지가 아나라 우리가 반려동물로 키우는 아주 가까운 동물인 '개'이기 때문에 더 불편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녀는 비로소 눈 위에 뿌려진 작은 핏자국들을 볼 수 있었다.좀 전까지만 해도 새하얀 눈길로만 보였는데.시력의 문제는 아니었다. 시선의 차이였다. 그것은 한 인간이 속한 세계의 차이와도 같았다. 그의 세상에 는 털 없는 원숭이 따위는 들어설 틈이 없는 듯했다. 그녀의 세게에서는 털 달린 동물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었다.태어나고,싸우고,사고 치고,병들어 죽어가는 털 없는 원숭이들이 주요 테마였다.

 

인수공통전염병이 돌고 28일,사람이나 개나 모두 살고자 발버둥친다. 하지만 '화양'이란 그 불볕의 땅에서 살아난 생명은 과연 얼마나 될까? 발버둥치면 칠수록 더 깊게 빠져드는 늪처럼 작가는 개와 사람에게 '생'이라는 행운보다는 '죽음'을 안겨준다.그것도 정말 처참하게 말이다. 자신이 쓴 기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재형을 만나야 했던 윤주는 재형의 '화이트 아웃'이라는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듯 함께 전염병의 그 도시 속에서 허우적 거리게 되고  119구급대로 자신의 아내와 아기만은 살리고 싶었던 기준은 모두를 잃고 재형의 희생 속에서 겨우 절뚝발이 삶을 이어가게 된다.그렇게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된 나머지 삶이 과연 행복할까? 그런가 하면 윤주는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되었던 재형과 함께 하며 색안경을 벗고 그의 '진심'을 보게 되면서 진정한 기자와 진정한 사람을 찾았다고 하는 순간에 모든 것을 잃듯 한다. 혼자 남겨진 삶,행복할까?

 

"욕망이 없다면 잃어버릴 것도 없어.잃을 게 없으면 두려움도 없고.드림랜드에 있으면 그렇게 살 수 있을 줄 알았어. 잃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고.적어도 그때보다 무서운 일은 일어나지 않을 줄 알았어.그런데 그것도 아닌 모양이야."

 

재형이나 윤주 기준 수진등 굵직한 희생의 인물들 외에 박남철과 박동해 부자의 인간의 탈을 쓴 광기의 인물들 또한 선과 악으로 만나는 재미로 이 소설을 더욱 흥미진진하고 박진감 넘치며 스릴감을 주는 인물로 그려진다. 아버지에 의해 '광기의 괴물'로 성장한 '동해'는 재형에게 품은 광기가 자신의 아버지에게로 그야말로 사회를 향한 광기처럼 화양의 도시를 불바다로 만들어가듯 여기저기 화염병을 던져 불바다를 만들어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간다. 자신의 엄마나 아버지까지도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는 자신마져도 그 속에서 빠져 허우적 거리는 인물로 결코 악 또한 그 땅에서 더이상 담쟁이처럼 자라지 못하도록 죽음으로 마감을 한다. 이상하게 개나 사람이나 살려고 발버둥치면 칠수록 더욱 죽음을 향해 달려가게 되는 도시 화양, 그 땅이 28일 동안 살리 위한 몸부림은 처절하면서도 잔혹하고 진저리칠 정도로 리얼리티하면서도 더욱 방대해져 있다.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다. 재형을 링고를 그렇게 죽여야 했을까? 하는 생각도 가져보게 됐고 그속에서 하나의 질문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삶이란?'

 

한 생명 한 생명 처절하게 꺼져가는 이야기를 읽다보니 더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갖게 된다. 그들이 모두 화양 땅을 떠나 가지려 했던 '생명'의 삶을 우린 살고 있는데 열정적으로 살고 있을까? 화양 땅이란 어쩌면 욕망의 광기가 빚어낸 우리의 악의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모든 악 속에 갇혀 있는 선은 어느 순간 '악으로 물들어 버리듯 선을 행하던 이들마져 악의 전염병에 의해 죽음에 이르는 것을 전율이 무서움이 밀려온다. 분명 세상은 그러하지 않을진대 우리가 그렇게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인간이 인간에게 개가 개에게 개가 사람에게 사람이 개에게 전염병을 옮기듯 빨리빨리 우린 현재의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욕망을 키운다. 헛된 욕망은 화를 부르듯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고 자신을 옮아매는 올가미가 될 수도 있다. 그 사투의 리얼리티를 28의 숨막힘 속을 달려나와 날숨을 크게 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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