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소년 2
이정명 지음 / 열림원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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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퍼커 증후군을 가진 탈북 십대 소년이 '영애'라는 소녀를 지키기 위하여 그녀의 뒤를 따라 중국으로 마카오로 한국으로 멕시코로 미국으로 스위스로의 10여년이라는 긴 여정 중에 '살인자'라는 누명을 쓰고 그가 진짜 살인을 저질렀을까? 아닐까? 아니면 길모라는 소년이 진짜 '바보'일까? '천재'일까? 그가 안젤라에게 털어 놓은 이야기들은 '거짓' 혹은 '진실' 아니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2권의 마지막까지 읽고나면 난해해지게 만드는 이정명의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들게 만드는 <천국의 소년>은 사회주의라는 자폐를 앓고 있는 '북한'을 길모라는 자폐를 앓는 소년에 빗대었는가 하면 탈북을 한 길모가 쫒는 여자인 '영애'는 사회주의에서 벗어나 '자유'를 꿈 꾸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를 좇는다. 하지만 늘 악의 축처럼 길모를 위험에 빠뜨리는 영애씨,그래도 길모는 영애를 위한 일이라면 목숨을 내 놓듯 그녀를 위해 모든 일을 한다.

 

우연,종이 한 장처럼 얇고도 가벼운 것. 햇빛 속을 날아다니는 티끌처럼 종잡을 수 없는 것. 그들은 공중에서 나폴거리다 훅 불면 사라져버리는 아무것도 아닌 것에 자신들이 돈을,재산을 ,미래를 걸었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수많은 우연과 불투명한 확률, 불확실한 예측과 어설픈 전략. 우리가 가진 것은 고작 그 정도가 아닌가?

 

이야기는 '살인사건'에서 시작한다.시체 옆에 있는 데스싸인 중에 '나는 거짓말쟁이다'라는 말이 있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거짓말을 못 한다는 명제와 같은 시작점에서 시작을 한다. 그러니 길모는 거짓말을 못 하는 그야말로 진실만을 말하는 자폐아인데 그가 살인현장에서 붙잡히며 자신이 쓴 '나는 거짓말쟁이다'라는 말은 그가 앓고 있는 자폐와 데스싸인 속에는 무언가 의문점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며 그의 이야기를 모두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난감하게 만든다. 타인과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영애씨 말고는 타인이 자신을 만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길모, 그는 살인현장에서 바로 붙잡혀 그의 긴 긴 질곡의 여정을 토해내게 된다.

 

"순진하구나.신기루 같은 세상에 진짜가 있다고 생각하다니. 따뜻한 손을 내밀던 남자가 악마로 변하고 돈은 눈 깜짝할 사이에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세상이야. 화려한 도박장 불빛은 어둠에 삼켜지고 부자들은 빈털터리가 되지.태어났지만 자신이 존재하는지조차 믿을 수 없어."

 

전 편이 '공산주의' 인 북한에서의 그들의 어린시절의 이야기라면 2권은 자본주의 맛을 강하게 본 영애씨를 찾아 날치와 길모도 자본주의에 빠져드는 이야기로 펼쳐진다. 길모와 영애는 하나의 끈으로 연결된 것처럼 영애가 지나간 자리를 길모가 따라가는데 늘 자본주의에 빠져 빚을 지고 허덕이는 영애,자본주의의 밑바닥까지 떨어져 허우적 거리는 그녀를 구출하기 위하여 길모는 마약운반 도박 주식 등 수와 관련된 그의 천부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에 발을 들여 놓았다가 깊게 빠져 들게 되기도 하면서 그들이 지나간 자리마다 큰 '구멍'을 남기듯 큰 사건을 일으키며 옮겨 다녀야만 한다. 집이 있어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방랑을 하듯 그저 머무르거나 잠깐 주저 앉는 정도의 삶에서 날치는 살이 쪘다 빠쪗다 하면서 길모를 보호하지만 마카오에서 한국으로 향하게 하는 순간에 자신의 목숨을 지키지 못하고 죽고 만다.

 

"돈은 그냥 종잇조각일 뿐이야. 사람을 죽이는 건 돈이 아니야.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거야."

 

겨우 한국에 들어와서도 북한에서의 기나긴 끈에 연결되듯 영애와 수용소장의 멋잇감으로 전락하여 위험에 빠지지만 그래도 자신은 늘 영애를 향하여 아니 영애와의 끈을 놓지 않고 뒤쫒는다. 그녀가 미국으로 향하고 자신도 험난하고 삭막한 사막을 건너 미국에 들어가 영애를 만나지만 또 다시 그녀의 농간에 휘말리듯 '살인사건' 에 빠져들게 되지만 영애인지 바보 길모인지 모를 살인사건의 진범은 '나는 거짓말쟁이다' 라는 말로 자신의 죄가 거짓임을 말해놓고 시작을 한다. 거짓과 거짓이 만나면 참일까? 길모의 이야기는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알송달송하게 만들고 그들은 스위스로 가서 영애 아버지가 남긴 마지막 '노다지'와 같은 자본주의의 핵인 돈을 손에 넣게 된다. 그리곤 자신의 지난 일에 대하여 다시금 '안젤라'에게 편지를 쓴다. 그 편지 속에 자신의 '진실'을 담아 독자를 속인 것을 말해준다.하지만 안젤라는 길모에게 쓴 편지에서 길모가 한 이야기는 거짓이 아니라 '진실'이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내용을 전해준다.독자를 속이고 또 다시 속고 속게 만드는 반전에 반전을 주는 이정명의 날카롭고 냉철하고 풍부한 수의 아름다움 추리의 세계에 빠져들게 만드는 멋진 소설이다.

 

"중요한 건 있거나 없는 것이 아니라 있다고 믿는 거에요. 하늘에 아버지가 계시느냐고 물었더니 아버지가 그렇게 말씀하셔써거든요."

 

마지막을 읽으면 처음부터 다시 생각을 해보게 만든다. '나는 거짓말쟁이다' 길모가 정말 바보일까 천재일까? 이 명제가 성립이 되고 그가 '살인자'라 성립이 되려면 그는 '거짓말쟁이'가 되어야 하고 '바보'가 되어야만 명제가 성립이 된다.거짓과 거짓이 합쳐진 길모의 삶이다. 독자는 어디까지 거짓이라고 받아 들여야 할까? 공산주의 국가로 아직까지 천재적인 자폐를 앓고 있는 '북한' 과 '길모'그리고 '탈북자' 들의 삶이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세계를 무대로 펼쳐져서 더 박진감이 있는 이야기이고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수학 과학천재를 다루고 있으니 독자 또한 수의 아름다움에 빠져 들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재밋게 읽을 수 있다.그것이 이정명만의 소설 특색이다. <뿌리 깊은 나무>나 <바람의 화원>에서 멋진 추리를 선보였던 그가 <천국의 소년>에서 그야말로 그만의 독특한 소설 세계를 구축하는데 한걸음 더 나아가지 않았나본다.

 

멀어지는 코카콜라 트럭을 바라보며 나는 스스로에게 소곤거려주었다. 지옥을 맛본 후에야 천국을 즐길 자격이 주어지는 거라고.

 

작품 말미를 읽아보니 이 작품을 위하여 그가 읽은 많은 책들을 보니 그냥 탄생한 작품이 아니라 각고의 노력 끝에 이 작품을 만났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소설이 '우리'의 이야기인듯 하면서도 세계를 무대로 하고 있으니 어디에 내놓아도 이야기거리가 될 듯한 소설이고 '추리기법'이 더해져 더 재밌을 준다. 그런가하면 사회주의를 나와서 자본주의 맛을 본 그들이 어느 곳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부초처럼 떠돌아 다니며 자본주의 밑바닥에 떨어져 비극적인 삶을 사는 것은 아닌가 생각될즈음 끝마리를 멋기게 결말지어 화해와 공감으로 독자를 품는다. 탈북자라는 딱지를 붙이고 볼 사람들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야 할 '우리'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그들이 한국에 머무르지 못하고 미국이나 더 나은 자본국가를 찾는 것도 그곳에서는 '탈북자'라는 꼬리표가 성립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들이 마지막에 선택한 나리는 사회주의도 아닌 중립국이다. 그들의 길고 긴 여정이 비록 '거짓'이라고 해도 우리는 이해를 해 주어야 할 것만 같은 '진실'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 하다. 그들이 찾고자 했던 것은 탈북자도 아니고 자본주의에서 돈의 노예도 아닌 그저 자신들을 그대로 받아 들여줄 '삶'과 '생' 이었다.

 

"세계는 너무도 넓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많다고. 계다가 북한은 수십 년 동안이나 세계와 담을 쌓고 고립된 자폐의 공화국이 아니냐고 말이에요.그러자 남편은 말했어요. 세상의 모든 사람은 홀로인 것 같지만 누구도 홀로인 사람은 없다고. 우리 모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거미줄처럼 서로 이어져 있다고."

 

'카프리카 수' 헤어진 연인들의 수라고 해서 '헤어진 것들은 다시 만난다'라고 했는데 어찌보면 그 속에서는 분단의 아픔으로 갈라진 우리 동포의 서러움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언젠가 베를린장벽처럼 사회주의 벽이 무너지는 날에는 탈북자라는 말도 사라질 것이고 자신들의 뿌리와 이름도 없이 떠도는 이들도 없을 것이다. 그 순간에는 '카프리카 수'처럼 다시 만난 연인들처럼 반갑게 맞아 주어야 하는데 탈북자라는 이름으로 '악' 의 미끼처럼 이리저리 이용을 당한 길모나 그외 다른 사람들처럼 그런 일들은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데.이정명의 소설은 결코 가볍게 읽을 수가 없다. 읽고 난 후에는 읽을 때보다 읽고 나서 더 많은 생각을 갖게 만든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만의 안고 있는 '분단의 아픔' 이 길모와 영애가 향한 여정속에 고스란히 드러나듯 '38'이란 숫자도 어느 순간 사라지는 날이 있을 것이다. 나이트 미처의 작은 수첩이 길고긴 여정 끝에 주인의 손에 들어가듯이 먼훗날 지난 시간을 회상하며 웃게 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바보였지만 결코 바보라 할 수 없는 천재 길모와 영애의 삶이 오래도록 앙금으로 가라앉아 있을 것 같다.<별을 스치는 바람>을 읽는다 하고 못 읽었는데 이 기회에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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