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 인 서울
방현희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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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인 서울' 서울에 대한 이야기일까? 내가 제일 싫어라 하는 도시가 다른 도시도 아닌 '서울'이다. 서울하면 갑갑하고 도통 나하고는 맞지 않는다.그런 도시에 딸들이 살고 있고 녀석들을 위해 한 달에 한번은 올라간다.작년에도 큰딸을 위해 반찬을 해 나르느라 고속도로를 누비고 다녔고 올해는 두녀석이 모두 객지생활이라 두녀석을 위해 한 달에 한번 서울행을 한다.그렇다고 많이 돌아다니는 것도 아니고 늘 정해진 길을 가는데도 아직도 낯선 동네가 바로 '서울'이다. 낯설음이 쉬 내게서 사라지지 않는다.언제쯤 서울이라는 곳이 단단한 겉껍질을 벗고 나와 환하게 대면할 수 있을까.

 

저자의 소설은 이 책이 처음이다.그러니 더욱 낯선 책이 되었다.서울도 낯설고 저자도 낯설고. <로스트 인 서울>,서울은 많은 이방인들이 와서 꿈을 찾으며 사는 도시이기도 하다. '코리안 드림'으로 우리나라에 와서 사는 외국인들이 서울에만 많은 것이 아니라 지금은 어딜 가도 참 많다. 나 또한 그런 중국인 아줌마를 알고 있고 아줌마는 중국에만 들어가면 남의 나라 같이 낯설어 다시금 우리나라를 찾고 한다.지난해 중국에 들어갔다가 언니가 입원을 하고 있어 병원에 갔는데 떡 하니 나타나서 깜짝 놀랐다.며칠전에 한국에 다시 들어왔단다.한국이 좋단다.왜 어디가 한국이 그렇게 좋을까? 여기 <로스트 인 서울>에서도 한국에 공부를 하러 왔다가 우연하게 방송을 하게 되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결코 '희극'의 삶이 아닌 삶을 서울에서 살게 되는 그렉안나,그녀는 외모가 뛰어나 외모로 먹혀 들었다가 말을 잘못하면서,누군가가 원하는 말이 아닌 말을 쏟아 내면서 그녀의 삶은 비극으로 떨어져 내려갔고 기둥처럼 붙잡게 된 남자에게서 버림받는,코리안 드림처럼 왔던 서울에서 비극의 삶 속에서 사라져 버린다. 과연 그녀의 삶은 꿈은 열정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서울에서 말이다.그녀의 삶을 '비밀의 방'에서 지켜 보게 된 나, 그녀를 어디에서 찾아야 한단 말인가.

 

<세컨드 라이프>,중국의 가흥,낯선 골목에서 거리에서 나는 이상한 느낌을 받는다. 전생에서 살았던 것처럼 아니 어느 세월 나는 분명히 여기에서 살았다. 그 낯선 골목에서 거리에서 살았던 인물들과 건물등 모든 것들을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그것을 믿을 수 없는 아내,남편의 말을 어떻게 받아 들어야만 할까? 분명 그 시간을 자신도 기억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두번째의 삶'이 현재일까 과거일까? 도대체 무엇이 진짜인지 알지 못하겠는데 남편은 너무도 또렷하게 가구 하나하나의 질감에서도 사람에 대한 기억도 너무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는 현실을 살고 있는 것인가 과거를 살고 있는가. 몽환적이면서 환상적이라고 할까? 이 알 수 없는 현실을 무엇이라 해야하나. '데자뷰'도 아니고 과거 어느 긴 시간이 한꺼번에 다른 삶을 살았다고 느낀다면 어떨까? 잠깐의 일이라면 이해를 하겠는데 이것은 8년이라는 긴 시간이기에 이해를 할 수 없다.현실도피도 아니고 말이다. 정말 '세컨드 라이프'는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지금 현재가 세컨드 라이프라는 것일까? 우리의 기억이란 것을 믿을 수 있는 것인가?

 

그토록 행복했고 그토록 고통스러웠던 기억은, 아무것도 없는 지금보다 나은 게 아닐까? 지금은 그 삶의 잔여로서 흘려 보내고 있을 뿐인데, 이 하찮은 삶을 위해 기억을 버려야 하는 걸까?

 

 

<탈옥> 그는 밖에서 돈을 주무르는 일을 했는가보다. 사료와 관련한 주가를 쥐락펴락하며 사람 위에 돈 위에 군림하고 살다가 어느 노인을 통제하지 못해 감옥에 오게 되었다. 돈을 조금 주어 회유를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자신의 뜻만 내세우다 꺾이고 말았다. 그것을 감옥 밖에서는 알지 못하고 감옥에 와서야 알게 된다. 하지만 이남자,늘 탈옥을 꿈꾼다.어떻게 자신의 장기를 무기로 내세우면서 장기를 하나씩 때내는 그 시간을 '탈옥'의 절체절명의 시간으로 잡는다.하지만 번번히 실패하여 다시금 자신의 방에 갇히고 만다.그렇게 자신의 장기는 탈옥이라는 벽앞에서 하나 둘 생명을 달리하며 죽아가고 점점 더 그는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탈옥'이라는 꿈과 끈을 놓지 않는다. 그가 탈옥할 수 있을까? 자신의 장기를 인질(?)로 내세우듯 하면서 감옥의 벽을 당당하게 벗어날 수 있을까? '없다' 불가능한 일을 하고 있다. 그의 꿈이라는 것이 너무도 허망하다.어떻게 자신의 장기를 없애가면서 탈옥을 감행하는가.있을 수도 없고 그렇게 모든 것이 자신에게 호락호락하지도 않다는 것을 언제쯤 알게 될까? 그에게 남겨지는 것은 그렇게 해보았자 '죽음'밖에 없다. 자신의 장기를 내세우는 일은 정말 죽음과의 싸움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 남자의 손목시계> 그남자는 똑같은 시간에 골목에 나타나 사라진다. 그 남자는 시계를 아끼는지 그가 차고 있는 시계는 독특하면서도 유별나다.그의 뒤를 쫒으며 그이 정체를 밝혀 보려고 한다. 왜 그가 엄마의 얼굴을 멍들게 했는지 엄마에게 폭력을 행사하는지 알고 싶기도 하다. '그 남자'로 표현된 남자는 다름아닌 자기가 '아버지'라 부를 수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아버지라 부르기 보다는 남처럼 그를 미행하고 그의 정체를 밝히며 그의 시계에 주목하게 되고 그가 만나는 여자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그는 직업이 뭘까? 자신이 보기엔 엄마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인물인데 밖에서 그는 중후하고 묵직하며 여자들에게 예절도 뛰어난다.그런데 그가 보는 '그 남자'는 그렇지 않다. 집 안에서의 현실과 집 밖에서의 현실이 다르다. 사람은 처봐야 안다고 한다. 부딪혀 보고 말해보고 함께 뒹굴어 봐야 그사람의 '속'을 알 수 있다.아무리 남이 좋게 평가해도 내가 함께 하다보면 남이 보지 못한 단점에 내가 먼저 손을 들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그의 정체는 수면위로 떠 오르며 그가 관계했던 여자의 정체도 밝혀진다.

 

7편의 단편은 서로 제각각 다르다고 느껴지면서 어느 순간 수평선에 놓인 것처럼 연관이 있음을 알 수 있다.'비의로 가득 찬 생의 이면,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 사회적 금기, 욕망의 억압과 해방을 작품의 주된 주제로 삼아온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 일단의 변화를 내비친다.' 그런가하면 '‘서울’은 “한국의 수도라는 특수한 ‘공간’이 아니라 (탈)근대 도시의 보편성을 함유한 ‘장소’”(허희, 문학평론가)로서 제시된다. 작가는 ‘병든 서울’에서 “꿈을, 기억을, 자유를, 가족을, 사랑을, 자신을, 삶을 상실하고 있”는 인물의 심리적 움직임을 미세한 결까지 잡아낸다.' 작품 소개에서 옮겨 본다. '로스트 인 서울' 처럼 뭔가 꿈을 이룰 것만 같던 그렉안나의 삶은 '희극'이 아니라 '비극' 되었고 탈옥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장기를 매계로 감옥을 벗어나려고 하지만 그것이 이루어 질 수 없는 일이란 것을 알면서도 또 시도를 한다. '세컨드 라이프' 는 처음 가는 곳이면서 자신이 그곳에서 살았다고 말을 한다.아니 기억한다. 그 기억을 믿을 수 있을까? 현실인지 과거인지 미래인지 모를 이야기를 한다. '그 남자의 손목시계' 또한 그는 현실에서 아버지지만 그의 삶을 잘 모른다. 그렉안나가 꿈 꾸었던 그 삶,깨어진 꿈과 잃어버린 미래,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처럼 우리는 그런 현실속에 살고 있다. 무언가 이 현실을 벗어나고 싶어 하지만 현실에 갇혀 살기도 한다. 현실이라는 오늘은 곧 과거가 되고 현실은 또 미래가 될 수 있다.독특한 소설 속에서 잠시 나도 현실을 잊고 몽환적인 어느 거리에 내 몰린 것처럼 잠시 현실을 잊었다. 그렇게 작가를 기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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