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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 없는 세상 - 제6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월
평점 :
"한번 하자."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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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하자."
"싫어,인마. 제발 정신 좀 차려라..."
이렇게 소설의 첫 시작 문장이 강렬하게 19금인 소설이 또 있을까? '이거 뭐야?' 정말 요즘 애들 말로 '멘붕'이다. 첫 시작부터 강하게 나가니 말이다. 19살인 팔팔한 준호는 오로지 머리속에 '동정'을 떼야만 한다는 생각 밖에 없다. 왜 그는 '동정'에 목숨 걸듯 하면서 그의 여자 친구인 서영에게 매달릴까? 저자의 연령이 나와 비슷한 시대를 살아 왔고 이 소설은 2001년 작이다. 그 시대를 준호 서영 경식 영석 그리고 서른이 넘어서도 집 밖을 나가지 않는 서울대 법대를 나온 그의 삼촌과 아버지의 존재를 알지 못하지만 미용실을 하며 아들 하나 의지하며 살고 있는 숙경씨인 그의 엄마를 통해 그 시대를 담아 내고 있다. 엄마 혼자서 삼촌과 준호를 책임지고 있지만 다른 집 엄마들처럼 준호에게 '공부해라' 라고 하지 않는다.그래서일까 고3이라지만 그는 아직 꿈이 뭔지 무얼해야 할지 대학에 가야할지 아무 생각이 없다. 그의 머리속을 꽉 채운 생각은 '동정을 언제 때나?' 경식이나 영석처럼 미아리에서 가서 아무나 하고 해야하나 하다가도 서영을 생각하여 뛰쳐 나오는 순진한 면도 있는 아직은 순애보적인 남자다.
아직은 십대,한참 방황할 나이다. 우리 딸들도 방금 스물고개를 넘었지만 그시간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하여 무척이나 고민을 한다. 십대와 이십대라는 것은 아무것도 아닌듯 하지만 많은 차이가 있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하는 시간이기도 하면서 부모에게서 떨어져 독립을 하는 나이이기도 하다. 그 선의 턱걸이에 걸려 자신의 정체성과 꿈을 찾지 못해 잠깐 방황을 하지만 일탈은 하지 않는다. 그런 녀석들은 한참 그맘때 집중할 수 있는 불온사이트에 집중하고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에 서두른다. '그 집' 애로 통하는 공부 잘 하는 서영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영석이 준호에게 서영을 소개해주고 그들은 별 탈 없이 사귀면서 서로 사랑을 하는지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지만 준호는 꼭 서영에게 자신의 동정을 떼고 싶다. '한번 하자'는 말에 서영 또한 맘이 잔잔하게 흔들림을 느낀다.그 나이는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는 나이다.
성이란 감추면 감출소록 더 음지로 파고 들어가듯 그 시대 '구성애여사' 의 성교육이 한창이던 때였나보다. 그녀의 성교육에 발맞추듯 준호는 어른의 세계에 들어가고 싶은데 어른인 삼촌이나 엄마 숙경씨를 보면 시큰둥하다. 별 재미 없이 사는 것 같은데 한번 경험해 보고 싶다. 그런 그들이 고3 수능을 마치면서 그 시기의 교실 안 풍경과 수능을 끝낸 아이들의 재미 없는 일상이 재밌게 잘 그려진다. 시험만 끝나면 무엇이든 다 할것만 같았는데 막상 시험이 끝나고 나니 무료하고 재미 없는 날들의 연속이다. 시간은 왜 그리 가지 않는지. 한참 놀은것 같은데 '아홉시'다. 정말 말도 안된다. 우리나라 교육의 현주소처럼 수능만 끝내면 출석만 체크하고 더이상 가르칠 게 없다고 '하산'을 해도 좋다는 것처럼 아이들에게 별 관심을 둘지 않는 학교, 아이들은 늘 준호네집 방구석에서 모든 것을 해결한다.먹고 자고 티비보고 게임하고.수능전에는 재밌던 일들이 갑자기 모두 다 재미 없어졌다.이젠 뭘 해야 하나?
그런 아이들이 스스로 어른이 되려는,고치에서 벗아나 나비가 되려는 탈피의 시간의 고통을 재밌게 그려냈다. 번데기에서 나비가 될 수 있을까? 준호는 동정을 뗄 수 있고 친구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아니 준호도 무엇을 해야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늘 방구석에 틀어박혀 책만 읽던 삼촌 명호씨도 그동안 움츠리고 있던 고치에서 벗어나 자신의 어린시절 꿈이었던 '만홧가게'를 개업하고 분주해졌다. 그러니 더욱 재미 없는 준호의 삶이 되면서 그는 자신을 뒤돌아 보게 된다. 늘 빈둥빈둥 하며 집에서 놀면 재밌을 줄 알았는데 무척 심심하다. 그래서 자신이 잘하는 쪽으로 대학을 가기로 했다. 그리고 서영과 그토록 원하는 '시간'을 갖게 되면서 비로소 '동정 없는 세상' 에서 '동정 있는 세상'으로 나아가게 된다. 만약에 삼촌이나 샵을 경영하는 엄마 숙경씨가 준호에게 '대학'을 강요했다면 그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어른들의 강요에 의해 자신의 삶을 선택했다면 그의 사회와 어른이 되는 첫 단추는 어떻게 기어졌을까?저자는 스스로 선택하게 만들었다.준호나 그의 친구들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게 만들었다.늘 뒹굴거리며 노는 철부지 아이들인듯 했는데 그들은 나름 자신들의 삶을 준비하고 있던 예비어른이었다. 그런 준호에게 선물처럼 서영과의 시간은 더불어 '사랑'도 알게 한다.
"뭐든지 하고 싶었던 그때에 해야 되는 거야. 시간이 지나면 왜 하고 싶었는지 잊어버리게 되거든. 나한테 미대는 그래. 이제 와서 가면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고등학교 때처럼 강렬하게 가고 싶은 생각도 없고 말이지. 뭔가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을 때 하지 못하면 나중에는 왜 하고 싶었는지 대해서조차 잊버리게 되거든.자꾸 그러다보면 결국에는 하고 싶은 것이 없어져버려.우물이라는 것은 퍼내면 퍼낼수록 새로운 물이 나오지만 퍼내지 않다보면 결국 물이 마르게 되잖니.
아버지 없이 큰 준호라 삐뚫어질 수 있는 부분을 명호 삼촌이 옆에서 잡아 주었다.그런가하면 삼촌은 준호 안에 숨은 '재능'을 보고 그를 인도한다. 아직 그의 꿈을 갖지 못하고 꿈을 찾지 못했지만 스스로 찾을 수 있게 길을 안내하는 '그 때'를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다. 모든 것은 '때'가 있다. 동정을 떼는 것도 그렇지만 지나고 나면 별거 아니고 재밌던 일도 시간이 지나면 재미가 없듯이 '때'가 있다는 것이다. 노는 것은 더 시간이 지나고도 할 수 있지만 지금은 아직 놀 나이가 아니라 '꿈을 꿀 나이'라는 것을 삼촌은 말한다. 그것을 정동진 해돋이를 보고 오면서 자신들 안에 있는 꿈을 찾고 그 길로 향하듯 길을 떠나는 아이들,아니 청춘들의 성장소설.딸들이 이 시간을 바로 지나서일까 더 생생하게 다가오는 소설이었다. 자신들의 실력보다 몇 십점을 더 원하지만 현실을 그렇지 못하다. 그 현실을 받아 들이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굴복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는 아이도 있다. 그렇게 꿈에 다시 도전하며 꿈을 꾼다. 그 나이이기 때문에 재도전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처음의 '한번 하자'는 준호의 피 끓는 열망이 담겨 있다.어떻게든 해야만 한다. 그러나 '한번 하자'는 처음 느낌과는 다르다. '제발 정신차려' 라는 서영의 말처럼 이제는 벗어나 자신의 무언가를 향해 뛰어야 한다. 늘 그 속에서 갇혀 있을 수 있는 나이가 아니다. 이젠 어엿한 '스물고개'에 올라섰다. 아직은 어른아이지만 그래도 '어른'이다. 자신의 인생과 꿈을 향해 도전을 해야한다.정신 차리고 말이다. 야한 이야긴듯 하면서도 결코 야하지 않은 청소년 성교육 소설처럼 건전하면서도 귀여우며 그들의 꿈을 응원하고 싶다.준호의 꿈도 서영과의 사랑도 분명 밝게 빛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