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사랑법 - 돌보고 돌아보며 사랑을 배우다
우석훈 글.사진 / 상상너머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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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하기로 우리집에서 도둑고양이를 키운 것은 어린시절,그땐 국민학교 2,3학년 때이다. 동네에 누런 색깔의 도둑고양이가 있었는데 내가 동물을 좋아해서 '나비야~' 하면서 엄마 몰래 늘 먹을 것을 뒤란에 놓아 두곤 했는데 그게 먹을 것에 맛들려 우리집을 제집 삼아 살게 되었다. 한두번 먹다가 시골이니 쥐도 많고 아버지가 처음엔 반대를 하시다가 그냥 키우게 허락하셨다.개는 키워도 고양이는 싫어하셨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하여 고양이는 우리집에서 함께 하며 쥐도 잡아 주고 점점 어미 고양이로 자랐는데 어느 날은 배가 불룩하다. 밖에서 새끼를 베어 온 것이다.그렇게 하여 광에 새끼를 네다섯 마리를 낳아 놓았는데 그게 또 얼마나 귀여운지. 새끼가 잘 자라고 그리 크지 않았을 때 어미가 밖에서 무얼 잘못 먹었는지 어느 날은 아침에 '나비'가 보이지 않길래 집주변을 찾아 다녀는데 아뿔싸,누가 쥐를 잡으려고 놓은 쥐약을 먹은 것인지 그런 쥐를 잡아 먹은 것인지 죽어 있는 것이다. 새끼들이 어린데 말이다. 그때 어린맘에 얼마나 울었던지 아버지는 그 이후로 고양이 키우는 것을 더 반대하셨던 기억이 있다.

 

고양이 사진을 잘 찍는 게 어려운 건 일단 찍을 수 있는 순간이 순식간이고,이것저것 만지고 자시고 할 시간도 없기 때문이다. 장비의 도움을 최대한 빌리는 수밖에 없는데,뭐 그건 뚝딱이로 사진 찍는 내가 어찌 해볼 수 없는 거고,난 그저 마당을 구르며 혼자 생쇼를 연출할 수밖에.

 

하지만 지금 우리는 애견을 키우고 있다. 그것도 13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두어해 전에 한마리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죽고 남은 것은 암놈 치와와 '여시' 그런데 녀석에겐 새끼를 내지 않아 새끼가 없다. 나이가 있으니 이녀석이 가고 난 다음에 일을 우린 많이 이야기 한다. 언니네도 두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이녀석 엄마와 울집 여시보다 한배 먼저 녀석이라 모두 나이가 있다. 언니네 애견은 요즘 두마리가 다 건강상태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동물병원에서도 준비를 하고 있으라고.물론 울집 여시도 한차례 고비를 심하게 넘겼다. 위험한 순간까지 갔으나 운이 따라 지금 건강하게 살고 있다. 하지만 동물을 키우다 보면 언제 어떻게 될지 늘 준비된 마음을 갖고 있어야 한다. 사람도 그렇지만 동물은 더 마지막이 갑자기 다가온다. 바로 전까지 건강하게 먹고 뛰고 놀았어도 갑자기 심장마비로 죽을 수도 그 외 다른 병으로도 죽을 수 있는게 동물이다. 하물며 도둑고양이들은 그 생이 더 짧다고 하고 밖에서 추운 겨울을 보내야 하고 먹을 것을 찾다보면 생이 더 짧을 듯 하다.

 

뭐,삶이란 원래 그런거다.하루는 문제가 생겨나고,다음날은 해법이 생겨나고,그 다음날은 새로운 문제가 터지고,삶은 늘 고민덩어리다. 그리고 이렇게 하루가 후딱 가는데도,한 일이 별로 없는 거 같은 게 일상이다. 언젠가 이 순간을 회상할 때 그때는 정말 최선을 다했다.그렇게 생각하게 될까,아니면 조금만 더 열심히 하지,그렇게 생각하게 될까.

 

도둑고양이에게 사료를 주는 사람들도 있지만 도둑고양이게 먹을 것을 주는 것을 정말 완강하게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다. 고양이가 피해를 준다며 고양이가 번져 나는 것을 무척 싫어하는 사람들도 무척 많다. 하지만 살아 있는 생명을 인위적으로 죽일 수도 없고 동물을 한번 키워보면 생각하지 못했던 많은 부분을 느끼고 배우게도 된다. 그래서 요즘은 그냥 동물이 아니라 '반려동물'이다. 사람이 채워줄 수 없는 부분을 동물들이 많이 채워 주기도 하고 함께 하기도 하고. 키워보지 않은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이야기가 정말 많다. 동물이나 식물이나 키워 본 사람들은 하찮은 동물에게도 정을 나누어 준다. 경제학자인 저자가 마당이 있는 집에서 도둑고양이와 함께 한 4년의 이야기와 늦은 나이에 본 아이로 인한 '돌봄'의 이야기는 일상이 소소함을 담아 내고 있지만 가슴에 앙금을 많이 남긴다.

 

살미란 것은 누구에게나 헤쳐 나가야 할 난관의 연속이지만 그렇다고 해서,잠시의 평온과 잠시의 행복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살면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그런 걸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우린 너무 많은 걸 부여잡으려고 한다.

 

그들의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에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 살아 있는 것과의 교감은 키워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묘한 세상을 보여준다. 고양이들의 세력다툼이나 준비하지 못했는데 어느 날 알 수 없는 의문의 죽음으로 생을 마감하기도 하고 녀석들 생각해서 밥 굶지 말라고 듬뿍 듬뿍 주는 밥을 다른 동물이 먹기도 하는 24시 무료급식소' 같은 느낌의 마당이 되기도 하지만 세상의 시끄러운 뉴스로 마음이 닫힐 때 그들은 옆에서 '여유와 웃음 그리고 살아갈 에너지'를 안겨 준다. 시끄러운 이슈에 움츠러 들었던 마음도 녀석의 하품 하나에 풀릴 수 있고 '강펀치' 한 방에 시끄러운 뉴스가 다 날아가 버릴 수 있다.녀석들과 함께 하는 시간에는 세상사가 보잘것 없는 것들이 되고 만다. 그들과 함께 하는 소소한 일상의 행복이 고스란히 담긴 사진들은 더욱 그의 마당 무료급식소로 끓어 들인다.

 

행복하지 않은게 불행하다는 뜻이 아니다.하지만 행복을 알지 못하는 것은 정말로 불행한 것인지도 모른다. 손에 쥐고 과시하는 것,그건 행복 아니다.누군가의 눈을 통해 투영되는 찰나의 화려함,그것도 행복 아니다. 또 잡으려고 하면 그게 잡히는 것도 아니다. 행복은 우리가 흘려보내는 순간에 숨어 있다. 행복은 연출되지 않는,있는 그대로의 것에서 발견된다.

 

세상 이슈와 멀이지지 못하고 도둑고양이들에게 '강북' 생협' 같은 이름을 붙여 주어서 웃기기도 했지만 고양이들 앞에서는 '4대강'도 '대선'도 '좌파'도 모두 남의 일처럼 여겨진다. 오늘 하루 살아 남고 오늘 배불리 먹고 추운 계절을 잘 이겨내고 살아 남는 것,아니 고양이별로 떠난다고 해도 자연의 질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주머니 사정이 넘쳐나서 도둑고양이에게 사료를 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추운 겨울을 이겨내지 못하고 먹을 것이 없어 죽는 것을 본다는 것도.아마도 정을 나누어 주다보니 점점 식구도 늘어나고 녀석들이 이웃까지 데리고 와서 더 많은 식구로 늘어났다가 자연의 질서가 작용하듯 주인장도 어쩌지 못하는 고양이별로의 떠남,그래도 행복한 고양이들이었음을 보여준다. 우리도 애견을 키우며 어느 날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난다면 그동안 사랑을 받으며 컸으니 그것으로 만족하자고 한다. 우리의 힘이 더이상 미치지 못하는 한계상황이라는 것이 있다. 한번 여시가 크게 아파보니 깨닫게 되었다. 더 건강하게 더 오래 우리 곁에서 살기를 원하는 것은 '욕심'이라는 것을.

 

어쩌면 우리는 살면서,삶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에 대해 너무 둔감했던 게 아닌가 싶다. 뛰어난 절경을 바라보고 감탄하거나 영화를 보며 감동밭는 것에 익숙해서인지 평범하고 당연한 일상 속에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간과한 채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어린시절 도둑고양이를 집고양이와 시켜 키워봐서인지 이야기들이 가슴에 더 와 닿는다. 지금도 시골 친정엄마집에 가면 동네의 도둑고양이들은 엄마의 집 마당에 있는 하우스에서 새끼도 낳고 겨울을 보내곤 한다.엄마는 녀석들을 무척 싫어하신다.워낙에 동물을 싫어하신 것이 아니라 집에 들어와 엄마 혼자 계신데 이것저것 훔쳐 먹고 하우스에서 몰래 살아 가고 있으니 동네에서 먹을 것을 구걸하듯 가져 온 것으로 하우스를 더렵혀 놓는가 보다. 그렇게 도둑고양이는 울엄마의 하우스에서 술래잡기를 하듯 몰래 살아가기도 하고 어느 날은 동네를 어슬렁 거리다 차에 치여 죽기도 한다. 집고양이보다 야생의 고양이 삶이 더 고달프다. 그러니 저자처럼 집고양이화 시키며 밥을 줘가며 키워가고 있으니 녀석들은 행운이기도 하고 이사가는 집에 녀석들을 데리고 가서 함께 살고 있으니 복을 타고 났다고 해야 하나.암튼 도둑고양이계에 행운이라 할 수 있다. 거기에 마당은 녀석들 것이니 말이다.

 

 

 

시끌벅적한 세상사에 지친 마음을 고양이 가족들이 어루만져 주기도 하고 아이의 탄생으로 인해 더욱 집안은 복작복작,고양이와 아이의 돌봄으로 인해 저자는 늦은 나이에 좀더 더불어 가는 세상사의 진솔한 행복을 맞보고 있는 듯 하다. 아파트에서 살았다면 맛볼 수 없는 맛이 또한 요런 소소함 아닐까 한다. 울 아파트 단지에도 도둑고양이들이 있다. 녀석들이 겨울엔 새끼도 낳아서 데리고 다니는 것을 보기도 했는데 요즘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한때는 무척 많았었다. 위험하게 차 밑으로 엉금엉금 기어 들어가기도 하고 차 주면에서 가만히 앉아 묘한 표정을 짖기도 하고 위험천만한 일들이 가끔 벌어지기도 했는데 그러다 볕 좋은 날 화단에 벌렁 누워 자고 있는 풍경과 만나면 가만히 발길을 멈추고 녀석들의 한가로움을 구경하기도 하고 울집 막내는 과자를 사다가 주기도 했었다. 저자처럼 사료를 사다 놓고 혹은 녀석들을 위한 특식인 캔을 준비하거나 아프면 병원에서 약을 지어다 먹이는 지극정성은 하지 못해도 가끔 추울 때는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그가 보여 준 세상은 경제학자로서의 삶이 아니라 지극히 일상적인 그의 도둑고양이와 함께 하는 '묘한 세상' 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어 더 가슴 따뜻하게 읽었다. 아이까지 태어났으니 그 아이와 고양이와의 연결이 또 궁금해진다. 솔직하게 전해주는 소소한 일상이 정말 느림의 행복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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