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배수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책을 펼치지 전에는 쉽게 읽어낼 줄 알았는데 한 장 넘기면서 '이건 뭐지' 무언가 묵지근하게 가슴에 안에 들숨이 가득 고이면서 날숨으로 토해내지 못하고 고여 있는, 무언가 내 가슴을 내리 누르고 있거나 밟고 있는 것과 같은 무게감이 느껴진다. 이 소설을 읽다보니 예전에 보았던 영화 <인셉션>이 생각났다.꿈속에서 꿈은 또 다른 꿈으로 파생되고 파생되고 꿈속에 갇혀서 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야말로 꿈이 꿈으로 끝나는 이야기.아니 끝이 없을것만 자꾸만 계속적으로 연결되는 거울속의 거울 또 거울처럼 딱 알맞게 짜여진 틀 속에서 계속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꿈' '몽상' 이면서 모든 이야기와 인물들은 작가가 짜 놓은 촘촘한 그물처럼 서로 연결이 되어 있는가 하면 뫼비우스의 띠처럼 다시 처음으로 이어진다. 힘겹다. 읽으면 읽으수록 힘겨움에 푹푹 빠져 든다. 이해하려고 애쓰기 보다는 그냥 작가가 그려놓은 몽상속에 갇혀 허우적 거리는게 나을 듯 하다.

 

'전직 여배우 아야미는 손에 방명록을 든 채 오디오 공연장의 두번째 계단에 앉아 있었다.' 전직 여배우였고 등장 인물이 분명 '아야미'다. 그녀는 흔하지 않은 마지막을 달리는 '오디오 공연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전직 여배우였지만 그녀가 오디오 공연장에서 하는 일은 허드렛일이다. 오디오 공연장의 극장장 또한 그녀처럼 뒤로 내몰린 사람과 같다. 그런가 하면 아야미가 찾아가는 독일어 선생님 여니또한 다양함으로 그려지는 인물이고 그녀에게 '약'을 가져다 주는 부하라는 인물 또한 다양함으로 그려진다. 아야미 또한 오디오 공연장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인물로도 등장을 한다. 뭘까 이 정체모를 인물의 변형과 이야기의 변형은.

 

총 4장으로 나뉘는 이야기는 하나의 꿈에서 또 다른 꿈으로 파생된 괴생명체처럼 모습을 드러내는가 하면 마지막 장의 이야기는 처음의 생명체의 꼬리를 물듯 이어진다. 이 느낌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지만 그런대로 빠져들다보니 제대로 이해가 가지 않으면서도 책표지의 그림처럼 금방 누군가 '쨍그랑' 깨뜨리고 간 거울처럼 조각조각 흩어진 꿈들이 언제 하나로 연결이 될지 모르겠지만 조각난 꿈들 속에 갇혀 유영하다 보니 작가 '배수아'라는 인물을 잊지 않을 듯 하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그 시작과 끝을 알려고 하면 알 수 없음이라는 물음표로 돌아가듯 그녀의 소설은 그렇게 돌고 돌고 또 돌아간다.

 

"그럼 어떤 글인데요?"

"난 추리소설을 씁니다."

"미안해요.여니가 시인이라고 말을 하는 바람에......"

"미안해할 필요 없어요. 하지만 여니라는 사람이 날 뭐라고 표현했는지 갑자기 조금 궁금해지는군요."

"시인이 올거야"

"뭐라고?"

"여니는 똑똑하게 말했어요. '시인이 올 거야' 하고"

 

그녀의 소설은 어떻게 보면 시 같기도 하고 위의 글처럼 '추리소설'같기도 하다. 난해한 산문시인가 하며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추리'를 해야할 것만 같은 이야기들 속에서 또한 헤매는 한마리 잠자리와 같기도 하다. 아무리 눈을 삼백육십도로 돌려봐도 도무지 그 속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 '토하고 싶으면 이대로 내 몸에다 토해도 돼요.'...'그게 더 편하다면 말이죠...' 이 마지막 부분은 뭘까? 독자에게 하는 말처럼 들리는 의미는."당신이 편지에 쓴 것처럼..." "이제 나를 다른 세계로 데려다줘요." 확실하게 작가는 독자를 다른 세계로 인도했다. 꿈 속인가 했더니 완전히 꿈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꿈속에 갇혀서 안에 고인 모든 것을 개워내고도 그 의미를 모르듯 작가의 세계에 완전히 갇히게 만든다. 주술적이라고 해야 하나.마지막 문장처럼 '마치그것이 점점 희박해져가는 두 인간이 동시에 한 장소에 있기 위한 유일한 주술의 몸짓이라고 믿는 것처럼' 읽은 그대로 간직한다.언젠가 그녀의 세계를 아주 조금 이해하게 된다면 다시 펼쳐 들고 읽어봐야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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