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건너는 아이들
코번 애디슨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인도의 아동 성노예 120만 명이란다.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라는 점,거기에 이 소설은 뭄바이 매음굴을 잠입취재한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인지 더욱 사실적이고 생생하며 긴박하게 그려졌다.한번 손에서 잡으면 놓을 수가 없어 잡자마자 아무것도 못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면서 겁잡을 수 없이 이야기에 빠져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야 손에서 놓을 수가 있었다.어떻게 이럴수가.나 또한 두 딸을 키우고 있어서 늘 딸들 걱정이다.그것도 객지에 나가 있으니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녀석들 걱정인데 엄마의 그런 맘도 몰라주고 저희들을 감시하고 잔소리 한다고 생각을 한다. 다 컸는데 어린애처럼 감시하듯 한다고,그럴까.

 

워싱턴의 잘나가는 로펌 변호사 토마스는 한낮에 공원에서 어린 여자 아이가 납취되는 것을 목격하지만 그들을 간발의 차이로 눈앞에서 놓치고 만다. 애비라는 엄마의 찢어질듯한 절규를 듣고 어쩔 수 없는 자신을 보면서 자신 또한 태어나 몇 개월 안된 딸을 잃고 아내까지 냉랭하게 그에게서 등을 만 상태라 모든 것이 불안정하기만 하다.거기에 그의 책임하에 있던 소송이 지게 되고 누군가는 총대를 매고 물러나야 했는데 그것을 토마스가 한 것이다. 그에게는 다른 선택이 없었다. 그런가 하면 인도의 코르만델 해안에서는 쓰나미가 닥쳐 평화롭던 가정이 순식간에 모든 것을 잃고 자매인 아할리아와 시타만 남게 되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눈 앞에서 행복하게 웃던 아버지의 죽음과 엄마의 죽음 그리고 가정부의 죽음을 목격하게 되고 그들이 믿고 찾아가던 곳이 아닌 매음굴로 가게 되면서 자매의 인생은 하루아침에 창녀로 변하게 된다.

 

토마스의 아내는 인도인이며 딸의 죽음과 그와의 사이가 소원해지면서 인도로 떠나게 되었다. 아직 이혼이라는 단계에 접어들지 않았지만 그런 부부의 사이에 다른 여자가 끼어 들게 되고 그들의 사이는 더욱 겁잡을 수 없이 멀어지게 된다. 회사에서도 밀려나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토마스는 인도에서 비영리단체에서 일해보기 위하여,공원에서 소녀의 납치를 목격하면서 '인신매매' 에 대하여 깊은 성찰을 하게 되고 아내의 일을 달가워하지 않던 그가 돈이 아닌 '인권'을 위하여 '인간존중'을 위하여 일을 하게 된다. 그리고 만나게 되는 아할리아 자매의 인신매매 일에 그가 개입하게 된다. 아할리아는 매음굴에서 창녀로 희망이 없는 삶으로 전락하게 되지만 동생인 시타에게만은 그녀가 든든한 벽이 되어 주고 싶어한다. 그러다 토마스와 그들의 단체가 매음굴 소탕에 들어간 날 공교롭게도 시타는 다른 일로 팔려가듯 그곳을 떠나 아할리아와 떨어지게 되고 국제인신매매와 연관이 되게 되지만 아할리아는 구출되어 보호시설에서 희망적인 삶을 다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늘 그녀는 동생 시타를 잊을 수가 없다. 그런 동생을 위해 파란 연꽃씨를 심어 꽃 피기 만을 기다린다.

 

안 돼요. 한탄하지 말아요.근심거리 많아 우울한 인생일지라도.

시간은 멈추거나 기다려 주지 않아요.

너무도 길고,너무도 낯설고, 너무도 씁쓸한 오늘이라도

곧 잊힐 어제가 될 거예요.

 

토마스와 그의 아내 프리야와 아할리아 자매는 '인신매매'라는 사건으로 인해 인생의 큰 여울을 무사히 건너 큰 바다에 이르는 것처럼 이야기는 해피엔딩이다. 해피엔딩이 아니었다면 정말 더 가슴이 아팠을 이야기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분명 이보다 더 비극적인 일도 많으리라. 부모를 쓰나미로 잃어 의지가지할 동생 시타밖에 없는 아할리아,그녀는 무사히 매음굴을 벗어났지만 동생의 행방이 묘연하다. 그런데 뜻밖에도 토마스라는 이가 나타나 그녀의 수호신이 되어 시타를 찾는데 노력해 보겠다고 한다. 하지만 토마스 또한 시타를 찾는 일로 인해 새로운 삶을 만나게 되고 인생의 방향을 다시 잡는 계기가 된다. 인도 뭄바이의 매음굴에서 프랑스 파리의 뒷골몰까지 그리고 다시 미국으로까지 이어지는 시타의 뒤를 좇아 가다가 '국제인신매매'와 부딪히게 된다.

 

'골피타에서 사랑은 섹스,섹스는 곧 강간이었다.'

어린 미성년자인 소녀들이 어른들의 성노리개가 되어 짐슴처럼 우리에 갖히듯 방에 갇혀 그녀들을 먹잇감으로 생각하는 수요자들에 의해 강간을 당하고 점점 빠져 나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자포자기에 도망치지 못하도록 덫을 놓듯 그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아이들을 이용하는 사람들, 정말 딸을 가진 부모라면 읽고 싶지 않다.아니 아들을 가진 부모가 읽어야 할 책처럼 남자들은 꼭 읽어야 할 책인듯 하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는 법이다. 이런 이야기를 읽으면 세상 무서워서 딸들 내놓기가 무섭다,정말.아할리아 자매는 부모가 쓰나미로 모두 죽었으니 그녀들에게 관심을 가져 줄 사람들이 없었다.토마스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그녀들은 그 소굴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누군가의 관심과 노력으로 시타 또한 다시 아할리아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의 노력을 보고 프리야의 부모도 프리야 본인도 그동안 맺혔던 매듭을 풀고 그를 다시 보게 된다. 인간은 인간으로 존중받아야 한다.

 

'선한 사람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곳에서 악은 널리 퍼진다.'

토마스가 공원에서 소녀가 납치되는 것을 보고도 느낀 것이 없었다면 아할리아의 이야기를 듣고도 그냥 안될 거라며 포기 했다면 시타는 어떻게 되었을까? 토마스 뿐만이 아니라 그를 도와 많은 이들이 시타를 구출하기 위하여 모두가 함께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그녀가 무사히 아할리아에게 돌아갈 수 있었다.악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 밝은 태양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야말로 그녀는 '태양을 건넌 아이'가 되었다. 인도 뭄바이에서 뿐만이 아니라 프랑수 미국까지 국제적 규모로 움직이는 인신매매 앞에 어린 소녀가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아니 벗어나려 노력해도 번번히 다시 붙들려 제자리로 돌아와야 했다. 선한 자들이 움직이지 않았다면 악은 더욱 깊숙하고 은밀하게 뻣어나갔을 터인데 그 뿌리를 확 뽑아내듯 타진하게 된다. 마음 아픈 희생이 따르긴 했지만.

 

수천 년 전부터 내려오는 인도 전통이야. 여인이 남자에게 팔찌를 채워 주는 거지,그 남자가 자기의 남자형제라는 의미로. 남자는 그 여인을 지켜 줘야 할 의미가 있어...라키 팔찌란...

 

토마스가 아할리아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던 이유로는 '라키 팔찌' 에 얽힌 프리야가 들려준 이야기가 한 몫을 한다. 소설은 인도의 전설도 함께 엮어 나가서 좀더 신비로운 느낌도 주면서 진한 감동도 준다. 부부가 아이를 잃고 서로의 아픔을 토로하지 못하고 담아 둔 것이 화근이 되어 그들의 사이가 멀어지는 계기가 된다. 어려움과 아픔을 서로 털어 놓고 이야기를 했다면 서로의 아픔을 어루 만져 줄 수 있었을텐데 그들은 자신의 아픔만 보았던 것이다. 그것이 아할리아 자매의 일로 인해 서서히 오해가 풀리고 다시금 서로 보듬어 주게 되면서 그들 또한 원만한 부부관계를 되찾게 된다. 인신매매를 통해 부모와 자식의 관계란 무엇인지 부부간에는 또한 어떤 사이로 나아가야 하는지 좀더 그 속을 들여다보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다. 그런가 하면 '인신매매'란 현실은 우리 사회 뿐만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근절되어야 하는 큰 문제임에 분명하다. 인신매매와 성매매로 인해 와해 되는 가정이 얼마나 많을까? 인신매매나 성매매 이야기 뿐만이 아니라 감동까지 전해주는 아름다운 이야기는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하기도 하지만 많은 생각을 해 주는 책이라 오래도록 여운이 남을 듯하다.아할리아와 시타 같은 자매의 일이 더 많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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