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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인의 건축 만인의 도시 - 예술의전당과 밀라노 디자인 시티의 설계자 김석철의 공간 철학
김석철 지음 / 시공사 / 2013년 3월
평점 :
지난해에는 유난히 '예술의 전당'을 많이 보며 지나간 한 해 였다. 그렇다고 예술의 전당에 들어가 문화를 체험한 것은 아니고 그 주변에서 큰딸이 한해를 살아 서울에 입성하여 예술의 전당을 보면 큰딸이 살고 있는 곳에 다 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예술의 전당은 우리의 '갓'모양을 닮은 독특한 지붕 모양이 더욱 우리의 정서에 맞는 건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해준다. 전통과 현대가 만난 건축이라고 해야하나. 이번 이월에 제주여행을 가서 '영화박물관'을 그냥 지나친것이 이렇게 후회가 될 줄이야. 건축에 남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무엇보다 난 한옥을 좋아한다.그 옛날 한옥도 좋지만 현대와 맞물린 한옥이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가져보기도 하는데 현대와 고전이 함께 공존하는 건축속에서 천년의 건축은 무엇인지 그런가하면 우리는 후세에 무엇을 남겨줄 것인가도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요즈음이다.
우리집 주변에도 요즘은 산을 허물어 버리고 또 다른 숲이 들어서고 있다. 일명 '아파트숲' 정말 숨막힌다. 자연과 숨쉬고 싶어 산이 있는 주변으로 이사를 왔는데 산은 겨우 주먹만큼 남고 모두 허물어지고 대단위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는가 하면 낮은 산은 모두 허물어지고 있다. 그곳이 모두 주거단지로 거듭나고 있는데 그래도 주변에 보면은 주택난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많다. 아파트를 지어도 지어도 '내집'을 갖는 것이 어려운 시대라는 말인지. 아파트도 외양이 다양하게 변해가고 있지만 단독이나 그외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서민적인 곳이 좋다.아니 그런 건축이 더 좋다. 천년의 도시 경주에 여행을 몇 번 갔던 기억이 있는데 어디를 밟아도 역사의 현장이겠지만 역사로 인해 개발이 덜 된 역사로 포장이 된 경주가 있다는 것이 뿌듯했다. 아파트숲으로 역사의 땅을 내어주지 않고 버틸 수 있는 현실이 좋았다. 우리는 너무 '시간'이라는 세월을 금방 허물어 버린다. 그런면에서 천년의 도시 천년의 건축에 등장하는 '크노소스궁전,예루살렘,이스탄불,경주,아시시,케임브리지,신열하일기,뉴욕,시카고,샌프란시코'는 허물어 버리기 보다는 역사를 어떻게 현대로 이끌어 와야 하는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 하다.
건축은 분명 바로 코 앞을 내다보는 근시안적인 것이 아니라 '천년의 건축'처럼 후손 대대로 물려주고 이어갈 구조물이다. 그속에는 역사와 문화가 모두 담겨 있다. 언젠가 EBS에서 '집'에 대하여 토론하는 것을 잠깐 본 적이 있는데 대문부터 하여 집이라는 것에는 철학이 우주가 다 담겨 있다는 것을 잠깐 본 적이 있다.건축에 문회한이라 세세한 것은 알지 못하지만 잠시 쉬는 쉼터와 같은 집이 담고 있는 많은 의미를 보면서 어느것 하나 허투루 지어지는 것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조상들은 집에도 자연을 모두 담았다. 문을 열면 그대로 자연을 품에 안듯 한 구조를 보면 정말 오래도록 머물고픈 한옥들이 많은데 저자의 예술의 전당이며 한샘 DBEW 디자인 센터,특히나 한샘 디자인센터는 어느 책에선가 보고 '정말 멋지다'라는 말을 하며 한참을 보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전통과 현대가 너무도 멋지게 만난 건축,어쩌면 전통이 현대에서 멋지게 빛난 작품인지도 모른다. 창덕궁 담과 조화롭게 이어지는 동양과 서양의 만남,그 절정의 건축이지 않을까.
예술의 전당과 제주 영화박물관과 그외 밀라노 시티와 더불어 도시설계에 얽힌 건축이 단지 건축만 있는 것이 아니라 건축은 역사와 전통 문화 그리고 자연을 배려하여 그 속에서 함께 하는 우리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하나의 건축물이 탄생하기까지 구구절절 많은 이야기가 있다. 때론 순조롭게 성사되던 것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리는 이야기도 있는가 하면 난항 끝에 순조롭게 역사에 오래도록 남을 건축이 된 이야기도 있고 현대의 건축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인들이 마시는 것은 단지 차가 아니라 '문화와 문명'을 먹고 마시는 것이다라고 한 것처럼 건축에도 그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담겨 있고 그런 건축물이 지어져 천년의 건축이 되길 바라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예술의 전당 개관 25주년을 맞아 16년전에 만났던 '천년의 건축 천년의 도시' 개정판으로 나왔다고 하는데 좀더 사진이 많이 첨가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무엇보다 건축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접한것 같아 먼 시간을 여행한듯 하다.건축의 과거에서 현재로 그리고 미래로 이어지는 징검다리가 되어줄 건축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숨막히는 건축이 아닌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자연을 품은 건축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도 가져본다.
'초고층 건물 사이를 걷는 일은 시간과 공간을 잊게 한다. 바로 저기에 있다 싶은 거리를 향해 걷는데 아무리 걸어도 거기가 나타나지 않는다.빌딩 사이의 그림자 속을 헤매다 문득 네거리를 만나고 햇살이 가득한 빛의 가로로 나서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