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 - 따뜻한 신념으로 일군 작은 기적, 천종호 판사의 소년재판 이야기
천종호 지음 / 우리학교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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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소년원이라는 곳과 그곳을 간 친구들은 무서운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인줄 알았다. 시골에서 학교를 다녀 대부분 초등학교 6년을 그리고 중학교 3년을 함께 다닌 친구들이 대부분이다.그런데 중학교 때에 뜻하지 않게 정말 학교에서 조용하고 소심하고 누구보다 겁이 많게 생긴 친구가 소년원인가 하는 곳에 며칠 다녀왔다는 소문이 퍼졌다. 왜 일까? 궁금했지만 그 자체를 믿고 싶지 않았다.초등학교 때부터 보아 온 그 아이의 심성은 누구보다 곱고 착한 것을 알았기에 그런 일을 저지를 친구로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친구는 그 후에 친구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 가며 그래도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며 다닌 듯 하다.그 후로 나의 무관심인지 그 친구에 대한 모두의 무관심인지 그 후의 이야기를 아직 듣지 못했지만 졸업도 우리와 함께 잘 한것을 보면 아마도 잠시 방황을 뉘우치고 잘 살아아고 있지싶다.

 

범죄의 연령이 점점 어려지고 있다고 하는데 법의 기준에 맞춘 나이에 어른도 저지르지 못하는 일을 서슴없이 저지르고 자신의 죄를 뉘우치기는 커녕 당연하게 받아 들이고,그야말로 어른흉내를 내는 아이들도 있고 가정의 파괴나 그외 다른 이유로 범죄에 물들어 가는 아이들도 있는가 하면 요즘은 학교폭력이 큰 문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지만 학교안에서 대처능력은 학교밖에서 보는 눈과 다르게 작용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듯 하다.그야말로 학교안에서는 '쉬쉬'하면서 자신들의 학교에 해가 되는 일이 없도록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하지만 주변에서도 사회적으로도 보면 학교폭력은 큰 문제다. 그런 사회적 문제를 불러 일으키는 것은 다름아닌 우리 어른들의 몫이다. 우리집 아이들도 그런 시기를 충분히 거치고 지나갔기에 그 나이 아이들의 심리에 대하여 조금은 이해한다고 본다.

 

일등만 강요하고 성적으로 아이들을 판단하는 사회에서 아이들은 여기에서도 저기에서도 성적과 대입 사춘기와 부딪힌다. 자신들의 에너지를 맘껏 발산하며 그렇게 한참 성장할 시기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꽉 닫힌 틀에서 콩나물 시루처럼 쑥쑥 성장하기만을 바라는 부모와 선생님의 욕구에 만족하는 기대치를 일구어내기 위하여 잠도 자지 못하며 하루 24시간을 달리고 있다.그런 아이들을 보면 정말 하루 하루가 조마조마하다. 부모들이 아니 어른들이 그런 아이들 곁에서 바로 잡아 주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데 가정이 와해된 상태의 아이들은 누가 책임을 질까? 순간의 잘못으로 죄를 지은 소년들에게 가혹한 벌을 내리는 것 또한 우리 어른이다. 한순간 인생의 기로에 서서 그야말로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버릴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그들에게 내려지는 죄값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그들의 마음 깊은 곳까지 들여다 보려는 천종호 판사의 이야기는 비단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 우리 어른들 모두가 나누어 가져야 할 무게이다.

 

그의 이야기는 소년들과의 '소통'이 잘 담겨 있고 감동까지 더해준다. 그가 읽어주는 시 한구절 또는 편지 한 장이 구구절절 마음을 움직이고 읽는 독자에게도 울컥하는 감동을 전해준다. 누가 소년들에게 감히 돌을 던지겠는가? 어떻게 보면 어른들이 그들을 벼랑끝으로 몰아 세우고 벼랑에서 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사자는 자신의 새끼들을 벼랑끝에서 밀어 살아남는 자를 기른다고 하지만 벼랑끝에 몰아 세우면 쥐가 고양이를 물수도 있다. 소년들 개개인의 주변 환경과 마음을 헤아려 그들 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그들을 보듬어 안으며 사회의 구성원으로 다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해주는 그의 글에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나부터 나의 아이들과 소통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나 생각해 보게 한다. 서로 마음의 문을 닫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그는 개개인의 '가능성'을 보고 길을 열어 준다. 아직 완전하지 못한 이성을 지닌 소년 소녀들이기에 그들에게는 무한의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 지금 이 순간이 인생의 끝이 아니고 시작일 수 있고 늦은 후회란 없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 다시 시작한다면 분명 자신 안에 있는 또 다른 길을 찾을 수 있다.그런 길을 제시해 주고 우리 모든 어른들이 하지 못한 '미안해.사랑해'를 그가 실천해 주고 있는듯 하여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따뜻한 시 한 편으로 그들의 꽁꽁 닫힌 마음의 빗장을 풀며 눈물로 녹여 낼 때 나도 왜 그리 눈물이 흐르는지. 똑같이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부모의 마음은 다 같을 것이다.자기 자식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그런데 삐뚫게 가고 있다면 누가 좋아하겠는가.그런 자식에게 그가 따끔한 침을 놓아 주면서도 따뜻하게 봄눈 녹이듯 소년들의 언 마음에 따뜻한 강 한 줄기 흐르게 만든다. 판사의 직무를 넘어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해내는 듯 하여 천종호 판사야 말로 우리 어른들의 거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이들이 삐뚤어 나가는 것에는 우리 어른들의 '무관심'이라는 정말 무서운 병이 도사리고 있다. 그런가하면 우리의 아이들도 다른집 아이들처럼 '일등'을 강요하다보면 어느 순간 포장된 아이를 만날 수도 있다.그런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도록 우리의 마음의 눈을 돌려 놓는 듯 하다. 비단 누가 하나만 바뀐다고 사회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부모나 선생님들이나 우리 어른들 한 명 한 명이 아이들에게 따뜻한 시선과 관심을 가지다 보면 소년범들은 줄어들지 않을까.비단 그가 주머니가 가득 채워져서 그런 일을 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자신의 주머니가 가벼워도 저절로 아이들을 위해 열리는 주머니처럼 그의 마음 또한 퍼내고 퍼내어도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소년범들을 어둠에서 밝은 양지로 이끌어 주는 그의 강직함을 많은 이들이 읽고 느낀다면.청소년기의 아이들과 그의 부모들이 꼭 읽어보아야 할 책이고 지금 방황하고 있는 청소년이라면 꼭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이다. 내 인생은 누가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순간의 잘못이 평생 멍에처럼 자신의 어깨를 무겁게 누를 수도 있다.자신을 사랑하자, 다시 날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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