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머의 세상
주원규 지음 / 새움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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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절체정명한 순간과 마주하게 되면 제일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것이 '가족'일 것이다. 9.11테러사건 당시에도 마지막 순간에 처한 사람들이 가족에게 혹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한다는 혹은 미안하다는 문자나 전화를 제일 많이 남겼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나 또한 생명의 위급상황에 놓이게 되면 딸들이 제일 먼저 생각이 난다.지난해 연말에 뜻하지 않게 수술을 받게 되고 수술 후 위급상황이 왔다. 끝이 바로 코 앞에 와 있는 순간 내가 놓으면 정말 끝이 날것만 같은 상황에서 끈을 놓지 않게 날 꼭붙잡아 준 것은 두 딸이었다. 녀석들을 생각하면 못해준 것도 너무 많고 뒤돌아보면 후회만 되었고 앞으로 해줄 일이 너무 많은데 살아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생사의 시간을 버텼다.

 

여기 위기의 가족이 있다. 십대부터 노년의 삶까지 어느 한사람 안정된 삶이 없다. 강남 8학군의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삐딱한 길을 가게 되고 급기야 학교에서 제명처분까지 받게 되는 [우빈],요즘 간간이 들려오는 성적 때문에 대입 진학 때문에 아이들이 마침표를 찍는,그런 일이 벌어지지 말아야 하는데 우리의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일등만 기억하는 사회,성적이 전부인것처럼 남도다 더한 스펙이 있어야 대우받는 사회에서 아이들이 받는 성적스트레스는 대단하다.나 또한 지난해 고3을 둘을 거치고 나니 나도 아이들도 모두 무슨 '피해자'라도 되는 것처럼 힘든 시간이었고 그 시간을 지나고 나니 서로 무엇으로라도 보상을 받아야 할 것만 같은 그런 시간들을 지나왔다. 친구들과 어울려 겉돌던 우빈은 친구의 막나가는 행동도 저지하고 미연을 보호하기 위하여 했던 행동이 오히려 친구를 죽게 만들었다.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시간은 절대 되돌릴 수 없다.그렇다면 하늘이라도 무너지길 바라야 하는가.

 

우빈의 누나인 세영은 아버지 때문에 다니던 대학도 휴학을 하고 마트에서 비정규직으로 일을 한다. 하루살이 인생처럼 월급의 반은 가압류 상태인데 마트에서 정규직으로 일하지 않으면 그나마 내일을 보장할 수 없다. 그런 가운데 팀장의 압력 그리고 냉동창고에 감금,지금까지 자신의 아빠를 애타게 불러본 적도 없는데 그녀는 세상의 끝에 온것처럼 울부짖으며 아빠를 찾는다. 그러다 맞게 되는 놀라운 세상,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된 것이란 말인가.요즘 청춘들은 대학에 들어가는 순간 빚쟁이가 되고 만다.올해 두녀석을 대학에 보내고 나니 정말 정신이 없다.하나도 힘든 세상인데 둘을 한꺼번에 보내자니 내가 내가아닌듯한 시간을 보냈다. 등록금 뿐만이 아니라 대학촌은 학생들이 봉인것처럼 원룸촌이 즐비하다. 학교 앞에는 서점보다 식당과 술집이 더 많다. 그런가운데 살림을 내주고 녀석들의 용돈까지 감당해야 하는데 부모의 등이 휘는 것을 알까? 세영 또한 다하지 못한 시각디자인 공부를 마치고 그에 관한 직업을 얻고 싶지 마트에서 평생 일하며 살고 싶지 않다.세상이 뒤집어져야 자신의 운명이 바뀔까 미쳐버릴 것만 같은 하루하루의 연속이다.

 

치매에 걸린 시아버지를 쪽방에 자물쇠로 가두고 부자동네인 강남 타워펠리스에 요양사로 일하러 가는 [지수],전남편의 폭력에서 벗어나 간호조무사 일을 하던 집의 남자와 새가정을 이루어 살 때만 해도 그녀에겐 행복만 존재하는 듯 했다.하지만 새남편인 [현수] 의 해고로 인해 가정은 하루 한 날에 완전하게 붕괴되고 말았으며 그들은 쪽방으로 밀려나게 되었다.그렇게 하여 그녀는 치매 시아버지를 가두고 일을 나가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고 아들인 우빈은 할아버지에게 방을 양보하듯 집을 나갔다.딸인 세영 또한 대학을 휴학하고 마트에서 일을 하지만 그들의 가정에 '희망'이란 어느 구석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의 남편인 현수는 자시느이 일자리를 잃고 마지막 생각까지 하며 협상을 해 보려고 하지만 갑인 존재들은 그들과 말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그들에게 정말 희망이 존재하는 것일까.

 

그들은 모두 절체절명의 순간에 놓이게 된다.서로의 위치에서.그런 그들이 맞는 과거의 세상이 붕괴라도 하듯 하는 순간,서울 강남에 진도 9.0의 지진이 일어난 것이다. 그야말로 부의 상징과 같은 타워펠리스는 엿가락처럼 휘고 한수간 죽음의 아수라장이 된다. 그런가하면 자물쇠 때문에 세상과 단절되었던 치매환자 시아버지 또한 옆방 몽우학생의 잘못으로 인해 아수라장 세상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들이 행복할 때 했던 약속 하나,'그곳에서 만나자' 그곳이 어디일까? 그들이 살고 있는 아수라장의 세상 너머 또 다른 행복과 희망의 세상이 존재할까? 정말 '그곳' 이 존재할까? 그곳에서 한 때 그들은 [가족] 이었다. 가족으로 행복했고 모두가 하나가 되어 서로의 손을 붙잡을 수 있었다. 세상의 어떤 고난도 이겨낼 것만 같았던 그때였는데 이제 그들에게 '그곳'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지진으로 페허가 되듯 한 세상 속에서 생과 사의 갈림길을 넘나 들어야 한다.

 

위급한 상황이 오면 '살아야 한다' 라는 강한 욕구가 더 생긴다. 살아야 한다는 '꿈'이 생긴다. 친구를 살해하고 끝인줄 알았던 우빈은 미연과 함께 '생'을 위한 탈출을 하고 지하창고에 갇혔던 세영 역시나 가족의 품에 안기기 위하여 생과 사를 넘나들며 그녀에게 위기를 주었던 팀장도 용서하며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하여 사투를 벌인다. 그런가하면 생을 마침표를 찍으려던 현수는 마지막 그 순간에 딸의 목소리를 듣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 '딸을 살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살아야 한다. 지수 또한 치매로 행방불명이 된 시아버지를 찾기도 해야하지만 그녀가 보살피고 있는 죽음이 얼마 남지 않는 '장여사'에게 조금이라도 더 아들을 기억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싶다. 삶이란  그런 것이다.살아야할 이유를 정하면 길이 생긴다. 목표를 정하고 나면 나아갈 방향이 보인다. 그들앞에 어떤 고난이 닥쳐와도 헤쳐 나갈 수 있다. 강도 9.0의 강진이라도 이겨낼 수 있는,그들은 질곡의 시간들을 거쳐왔기에 누구보다 강하다.

 

이제 마음 놓고 이 20층을 저주할 수 있었다. 더 이상 이곳은 비현실 속 지옥이 아닌므로,현실이 곧 지옥이므로.

 

지수의 새가정에 진도 9.0의 강진이 휩쓸고 지나갔지만 그들은 가정의 와해되는 그런 위기를 겪기 보다는 보다 더 끈끈한 가족애로 서로를 찾는다. 그들이 가족이 되는 행복을 맛보았던 장소인 '회전목마' 앞에서 서로를 기다리고 그곳을 향하여 진도 9.0을 강진을 헤치고 나아가는 가족들,그들에게 이제 이보다 더한 지진이 닥쳐 온다고 해도 그들은 모두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우빈의 살인도 세영의 휴학도 현수의 날벼락과 같이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고 쪽방으로 몰리며 딸의 월급까지 압류가 들어가는 상황도 이젠 그들에겐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족이 있다면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생기는 것이다. 요즈음 간간이 들리는 '자살'의 이유를 보면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여가 많다. 그들 곁에 가족이 있었다면 자살이 아닌 '살자'가 되었을 것인데 삶의 이유를 뒤집을 이유를 찾지 못하는 이들이 아닌 지수의 가족은 이제 '살자'라는 이유를 찾았다. 비록 서로의 위기를 견디고 새로 이루어진 가정이고 가족이지만 그들은 누구보다 하나의 끈끈함으로 뭉쳐 있음을 보여준다. 너머의 세상을 위해 우린 오늘도 노력하며 달려가고 있지만 그 너머의 세상에 가족보다 더한 것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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