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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강 - 2012 볼로냐 라가치 상 수상작 ㅣ Dear 그림책
마저리 키넌 롤링스 지음, 김영욱 옮김, 레오 딜런.다이앤 딜런 그림 / 사계절 / 2013년 2월
평점 :
책표지 그림이 너무 이뻐서 한번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다. 어린이 책이라도 그림이 정말 이쁜 책들은 가끔 읽어보고 싶다. 저자는 1896년에 태어나서 1953년에 죽었다고 하는데 이 작품은 사후에 그의 서재에서 우연히 발견되었다고 하니 정말 다행한 일이다.문학공부를 하고 남부 플로리다에 정착하여 전원생활을 하며 남부의 전원생활을 담은 작품을 여럿 남겼다고 하는데 이 작품 또한 그러한것 같다. 흑인들이 등장하는 이야기지만 시대에는 흑인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을 때라 작품이 수난을 당했지만 이후에 '레오 딜런과 다이앤 딜런' 이 그림을 그리면서 이 작품이 또 한번 빛을 발하여 블로냐 라가치 상을 수상하였다니 저자는 갔어도 작품은 남아 오래도록 빛을 내고 있는 작품인듯 하다.
작품을 읽으며 '만약에 그림이 없었다면 어떠했을까? 그림이 없었다면 우리가 받아 들이는 이야기의 느낌은 어느정도 였을까? 그림이 작품을 몇 배의 가치가 살아나도록 해 준 작품인 듯 하다.그렇다고 이야기가 부실하다거나 깊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야기도 정말 좋다. 하지만 딜런 부부의 그림이 더해져서 '비밀의 강'은 그야말로 복원되어 다시 태어난 명화들처럼 그렇게 그림에 그리고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든다.
플로리다 외딴한 울창한 숲이 있는 곳에 시를 잘 짓는 칼포니아와 그녀의 강아지 버기 호스 그리고 엄마와 아버지와 살고 있다. 햇살은 좋고 아무것도 모자랄 것이 없는 것과 같은 날이지만 그들의 식탁은 '불경기'로 인해 우울하다. 아버지 뿐만이 아니라 동네 사람들이 가난하다. 불경기가 무엇인지 모르는 칼포니아는 아버지께 물어본다. 그리고 왜 불경기가 온 것인지. 생선을 파는 아버지는 요즘 고기가 잡하지 않아 힘들다고,다른 사람들도 어렵게 살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고기를 많이 잡아야 하고 어디에 가면 잘 잡을 수 있을까? 고기가 지금까지 먹던 것이 아닌 고기가 좋아할 만한 먹이가 무엇이 있을까? 아이는 아이의 눈으로 생각하고 세상을 보게 된다.
'얘야,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는 비밀이지만 너에게는 알려 주마.숲속에는 비밀의 강이 있는데, 커다란 물고기들이 살고 있단다. 암,물고기 녀석들이 많이 있고 말고! 메기며, 농어며, 모래무지며, 날치들하며! 특히 메기들이 아주 많지.'
지렁이 미끼가 아닌 자기가 생각하는 이쁜 장미꽃을 접어 고기를 잡으로 가기 위하여 접은 장미를 머리에 장식하고 마을에서 제일 지혜로운 알버타 아줌마를 찾아간다. 어디에 가면 고기를 잡을 수 있는지,많이 잡을 수 있는지 묻는 칼포니아에게 알버타 아줌마는 그녀의 코가 가는 방향을 따라 가면 숲에 '비밀의 강' 에 이를 수 있고 그곳에 고기가 많을 것이라고 한다.정말 그럴까? 나침판도 아니고 미끼도 종이장미인데 정말 고기를 많이 잡아 아버지께 도움을 드릴 수가 있을까? 어른의 생각으로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판타지가 펼쳐진다. 칼포니아는 그녀의 강아지 버기 호스와 숲으로 들어가 그녀의 코가 향하는 곳을 따라 비밀의 강을 찾아 나서는데 정말 알버타 아줌마가 말한 것처럼 비밀의 강이 있다. 그런데 이 숲에 비밀의 강이 있는데 왜 어른들은 몰랐을까? 이곳에서 고기를 잡아서 팔았다면 아버지도 어렵지 않았을 것이고 모두가 행복했을텐데 말이다.
칼포니아는 버기 호스와 함께 비밀의 강에서 그녀의 미끼 접은 장미를 가지고 고기를 많이 잡는다. 그것도 '메기'인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고기이다. 너무 많이 잡아서 버기 호스와 그녀가 다 가져가지 못할 정도인데 그 또한 걱정이 없다. 실유카 잎을 이용해 낚시대에 메기를 매달아 오는 칼포니아,하지만 숲에서 배고픈 부엉이며 곰 표범을 만난다. 메기를 잔뜩 잡았는데 그냥 올 수가 없어 칼포니아는 토실토실한 것으로 그들에게 나누어 준다. 끝이 없을 것만 같은 숲도 끝나고 집으로 오는 길,칼포니아는 비밀의 강을 알려 준 알버타 아줌마에게도 토실토실한 메기를 한마리 나누어 준다. 그리고 모두 아버지에게 드려 아버지도 마을사람들도 어려움에서 벗어나게 한다.
그렇다면 또 비밀의 강에 가서 메기를 잔뜩 잡아 오며 될텐데 도무지 어디를 가도 비밀의 강은 나오지 않는다. 왜 그럴까? '애야, 어떤 일은 딱 한번 일어난 뒤에는 절대로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도 한단다.' 행운이 올 때 잡아야지 행운이 지나간 뒤에 잡으려 하면 민둥머리라 잡을 수가 없다고 한다. 그런 행운이 자주 오는 사람도 있지만 인생을 살면서 자신에게 정말 인생역전을 가져올 수 있는 '행운'은 몇 번이나 올까? 또 한번 비밀의 강을 찾고 싶었지만 그곳을 찾을 수 없었던 칼포이나 알버타 아줌마를 찾아가 물어보니, ' 비밀의 강은 네 마음속에 있단다. 네가 원할 때면 언제든 그곳에 갈 수 있지.자, 눈을 감아 보렴. 그럼 보일 테니까.' 행복한 기억은 두고두고 꺼내어 생각하는 것만으로 오래도록 살 힘을 주는 그런 에너지가 담겨 있다. 칼포니아에게도 '비밀의 강'은 그런 곳이다. 어린 칼포니아에게 행운이 자주 왔다면 그것은 행운이 아니라 일상일 것이다.그런가 하면 숲을 들어가면서 동물들에게 도움을 받고 그 그들에게 그녀가 잡은 메기를 나누어주며 나눔을 실천하는 칼포니아,그녀로 인해 마을은 삶을 다시 찾았다.그들 모두에게 비밀의 강은 '삶의 희망'이다.
판타지 속에 잠깐 빠져 있다가 나온 것처럼 그림이 멋지고 이야기가 판타지적인 면도 있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어 여운이 오래도록 간다. 우린 어쩌면 이런 '비밀의 강'을 찾아 무한질주를 하고 있는지 모른다. 어디에 있을지 모르는 그 행운을 만나기 위하여 늘 곁에 있는 '행복'을 놓치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칼포니아는 비밀의 강을 하나 흘려 놓는 듯 하다. 요즘은 우리가 슈퍼부자라고 하는 상위 1% 사람들이 사회에 환원을 하는 일들이 많다. 그렇다고 평범한 서민들이 나눔을 하지 않을까? 작은 힘이 모여 산을 움직이고 세상을 바꾼다. 꼭 있는 사람들만이 나눔을 실천하는 것은 아니다. 한방울의 물이 바위를 뚫듯이 작은 힘이 모여 더 큰 힘을 발휘하고 그 파장은 오래도록 간다. 칼포니아가 비밀의 강을 두번 찾았다면 그들은 '넘침'으로 인해 자신들의 행복을 몰랐을 것이다. 모자라고 부족하기에 더 나누고 욕심내지 않는 따뜻하고 훈훈한 이야기 '비밀의 강' 어린이에게 국한된 책이 아니라 어른들이 읽어야할 책 같다. 며칠전에 손에서 놓은 <오늘,뺄셈>의 이야기와 이어지는 것 같다. '내려놓기'를 못하는 우리들에게 이런 따뜻한 세상도 우리 주위에 존재한다고 들려주는 듯 하다. 그런가 하면 인간은 자연을 떠나서는 살 수가 없다.아무리 문명이 발전해도 자연이 살아야 인간도 존재하는 것이다. 순수함과 자연이 살아서 숨 쉬듯 하는 따뜻하고 훈훈함 속을 잠시 유영한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