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나무는 한 해에 얼마 자라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거대하게 자라려면 얼마의 시간을 정지한 듯
있어야 하나.. 천 년의 세월을 이겨 온 비자나무,그 말 없는 세월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나무는 한자리
에서 제주의 역사를 지켜 온 듯 무수히 많은 이야기를 온 몸에 담고 있는 듯 그야말로 숲이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이곳을 오지 않았다면 정말 후회했을 법한 비자림 천년의 숲,연리목도 있다.
한나무에서 서로 연리목이 된 듯한 형상을 하고 있는데 두나무인가보다.산행을 하다보면 연리목을
자주 만나는데 특별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눈을 크게 뜨고 보면 보인다.

연리목
딸들은 숲에 감탄을 하며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우린 좀더 빨리 탐방을 하고 다른 곳을 한곳이라도
더 여행하자고 하는데 녀석들은 숲에 감탄을 하며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다. 이번 여행에서는
다들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으니 자기 사진을 찍느라 내가 찍는 디카에 가족사진을 그리 많이 담지
못했다.막내는 정말 신이나서 셀카,녀석 요즘 셀카에 푹 빠져 있는데 좋은 여행지에 왔으니 식구들과
사진을 찍기보다 제사진이 먼저다.함께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모두에게 양해를 구하고 찍어야 한다는.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는데.그래도 이렇게 가족이 모두 함께 비자림 천 년의 숲을 거닐었다는 것이
정말 좋다. 숲의 신선한 공기며 푸른 나무의 기온을 모두 받아 앞으로 건강해지기를. 위 비자나무는
800여살이 넘어 2000년에 밀레니엄 나무로 지저이 되었다고 한다. 그 둘레가 어마어마하고 나무가
드리우는 그늘 또한 엄청나다. 사람도 저렇게 자신의 그늘을 많이 드리우는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할텐데. 비자나무 숲의 터줏대감 나무로 그 위용이 정말 장난이 아니다.
숲도 시원하지만 숲을 한바퀴 탐방하다보니 목이 마르다 그러다 만난 비자림약수,정말 온 몸이
짜릿짜릿 시원하게 해주고 정신도 맑게 해 주는 물이다. 한모금 마시고 너무 좋아서 또 한모금
마셨다. 내가 마시니 식구들 모두 한번씩 마시는데 옆지기가 물을 마시니 딸들이 무슨 인터뷰를
하듯 '칼칵 찰칵~~' 난 그모습을 뒤에서 '찰칵~~ㅋㅋ' 너무 웃었다. 평일이라 그런가 비자림 숲에
탐방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이곳 역시나 탐방하다보니 손도 시렵고 춥다. 비자나무들이
우거져 더욱 추운듯 하다.그래서 가방에서 장갑이란 장갑을 모두 꺼내어 꼈다. 바람도 장난이
아니다. 처음 숲에 들어설 때는 선선해서 좋다고 했는데 한바퀴 돌고나니 춥다.약수가 시원해서
더 그런듯 하다.

돌담길이 정말 이쁘다
-따알,이번에는 엄마가 너희들 이곳에 데리고 왔는데 다음에는 너희들이 해.
글구 엄마가 꼬부랑 할머니가 되면 엄마를 업고라도 와야해. 아마도 다음엔 너희들이 애인과
함께 오겠지만 말이야.
-알았어.엄마가 걷지 못하면 내가 업고 올께. 꼭 약속해.
-그거 각서 써야는데 공증도 해놓자.그래야 다음에 딴소리 안하지.정말 약속하는거지.
그렇게 딸에게 약속아닌 약속을 받아냈다. 여기까지 우리가족이 오기까지는 정말 시간이 오래
걸렸다.좀더 딸들이 어릴 때 왔다면 아니 지금이라도 온것이 다행이라고 해야할 듯 하다.
일엽초
시간이 더 허락한다면 아니 제주에 산다며 날마다라도 오고 싶고 하루에도 몇 바퀴 돌고 싶은
비자림이다. 천연의 숲이 그대로 간직되어 있어 좋고 산책하기에 정말 좋고 그야말로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 드는 숲이다. 이곳에서 그동안 몸과 마음에 쌓인 찌꺼리를 모두 걸러내고 세상
으로 나아가는 기분이랄까.먼지를 걸러내주는 필터와 같은 숲은 오래도록 보존되어야할 듯 하다.
자연이 살아 있다는 것은 자연과 함께 하는 인간도 함께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연의 소중함을
더 한번 느끼고 체험한 곳 비자림,다음에는 가을이나 눈 덮힌 겨울에 한번 더 오고 싶다.언제 어느때
오더라도 정말 좋은 숲이지만 숲이 다른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또 보고 싶다.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고
정말 좋을 숲이다.
2013.2.27